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13일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온화한 성격이라 평소 ‘순둥이’로 불리던 그가 전투 용어를 써가며 전장의 장수를 자처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 정부의 3기 경제팀을 이끌 유 부총리는 전투를 치르듯 경제 일선을 누벼야 한다. 경제 회복의 불씨를 되살려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 1월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3.0%로 예상했지만, 수출 부진과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4월 경제 전망에서는 2%대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인 수출을 되살리고, 조선·화학 등 공급과잉을 겪는 주력 수출산업의 구조조정도 마무리해야 한다. 경제 체질을 바꿀 구조개혁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성과를 내야 하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쏟아낼 선심성 공약에 맞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유일호 경제팀의 임무다.
3월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유 부총리는 “중국, 유가(油價), 국제금융시장, 지정학적 요인 등 많은 변수가 불거져 있어 하루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며 취임 두 달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아, 선방했다…”
“정말 바쁘게 보냈다. 현장을 다니면서 생생한 얘기를 많이 들으려 노력했고,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 입법을 위해 국회도 자주 찾았다. 경제 상황을 흔히 구조적 요인과 경기적 요인으로 구분해 진단하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회복이 더딘 가운데 우리 경제도 구조적 전환을 위한 시험대에 섰다고 생각한다. 경제 재도약을 위해 경제 활성화와 구조개혁에 혼신의 힘을 다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4년차에 접어들었다. 박 정부의 지난 3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세계적 경기 부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나은 성적을 냈다고 본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공공·노동·금융·교육 4대 부문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해 경제 활력을 높이고 구조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한 덕분이다.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기틀을 닦았다고 본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경제를 만들려고 3년간 초석을 놓았다고 할까.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박 대통령 임기 내에 결실로 나타나는 건 아닐 것이다. 그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 체질 개선을 위한 기틀을 닦았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보나.
“고용률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역대 최고 수준이고, 성장률은 비슷한 규모 국가(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2000만 명 이상인 ‘20-20 클럽’ 12개 국가) 중 3위를 기록했다. GDP(국내총생산) 규모도 세계 11위로 2계단 상승했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과도 구체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향후 30년 간 185조 원 이상의 국민 세금을 절감할 수 있게 됐으며, 공공기관들의 방만 경영도 바로잡고 있다.
또한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하면서 벤처기업이 3만 개를 돌파했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FTA 시장 규모는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수출이 부진하긴 해도 수출 규모는 1단계 상승해 6위를, 국가신용등급도 역대 최고 등급(무디스는 Aa2(안정적)로 평가)으로 올랐다. 대외 경제 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아, 선방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세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나은 성적을 거뒀고, 이는 국민과 기업이 노력한 결과로 인정받아야 한다. 물론 평가는 각 평가자의 몫이지만.”
세금 80억, 지갑 속 8만 원
▼ 그렇지만 국민의 안방에는 아직 온기가 올라오지 않은 듯하다.“맞는 말이다. 국민이 체감하기엔 부족했다고 본다.”
▼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경직된 노동시장이 여전히 청년들의 취업을 어렵게 하고, 세계 경기 둔화로 기업 매출이 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더 노력해야겠지만, 경제정책은 결국 입법으로 완성되는 측면도 있다. 노동 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이러면 또 ‘국회 탓만 한다’고 하려나…(웃음).
박근혜 정부는 장기 비전을 갖고 경제정책을 폈는데, 장기 비전은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때론 안 보여서 체감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가령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하루 80억 원의 세금이 ‘세이브’되지만 당장 국민 눈앞의 일이 아니라 체감하기 어렵다. 만약 내 지갑 속에 8만 원이 들어왔다면 금방 체감할 거다. 이건 경제학에서 본질적 한계다. 우리로선 원망할 수도 없고 받아들여야 한다. 올해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마무리하는 해인 만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래서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 취임 일성도 ‘구조개혁’이었다.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는 ‘저성장 고착화’와 ‘정상 성장궤도 복귀’라는 갈림길에 섰다. 주력 산업 경쟁력은 떨어지는데 이를 대체할 새로운 산업은 보이지 않는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인력수급 미스매치로 청년은 일자리를, 중소기업은 인력을 못 구한다. 내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도 감소한다. 따라서 구조개혁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정부가 4대 부문 개혁을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4대 개혁을 완수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서 추진하려고 한다.”
▼ 2월 1일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인가(유 부총리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과 파견근로자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 등 노동 관련 4법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청년 일자리 아닌가. 2월 청년 실업률은 12.5%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도 일자리를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고 정책에 대한 고용영향평가를 강화하고 있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과를 일자리로 돌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청년과 여성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취업 성과가 좋은 사업은 키우고, 그렇지 못한 건 정리해 일자리 사업의 실효성과 체감도를 높여나가려 한다.
그러나 일자리는 대부분 민간부문에서 만들어지는데, 기업은 노동시장의 낡은 제도와 관행, 불확실성으로 고용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노동 개혁은 곧 청년 일자리다. 청년 한 명, 한 명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입법을 촉구한 것이다. 국회와 국민 여러분께 다시 호소하고 싶다. 노동 개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 과제라고.”
“특례 줘서라도 규제 푼다”

“서비스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제조업의 2배 이상이고, 의료 관광 금융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최대 69만 개까지 만들어내는 ‘일자리 마법사’다. 세계 각국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우리는 기본법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 일각에서는 서비스기본법이 의료 영리화, 의료 민영화를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는데, 정부가 제출한 법안 어디에도 ‘의료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문구는 없다. 오해가 없도록 국회, 보건의료단체 등과 긴밀히 상의하고 설득하겠다. 아울러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을 6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 서비스산업 발전전략의 뼈대는 무엇인가.
“산업 간 융·복합이 경쟁력의 관건인 만큼 융·복합이 산업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혁신적 시도에 따른 리스크(위험)를 줄여나가는 방안을 담을 것이다. 또한 국민의 시각으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개선과 규제 프리존 도입을 통해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의료 관광 금융 콘텐츠 등 7대 유망 서비스 분야의 육성 방안과 서비스산업 지원책 등을 담을 계획이다. 범(汎)부처적으로 지혜를 모아 발전전략을 세워나가려 한다.”
▼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한 규제 프리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해 12월 각 지역의 미래 먹을거리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새로운 지역경제발전 혁신 모델로 제시했다. 전국적으로 철폐하기 어려운 규제라면 특정 지역에 특례를 부여해 규제특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각 시도 및 경제단체 등에서 건의한 규제개선 과제를 관계 부처들과 철저히 검토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규제 프리존 특별법에 반영할 특례를 최대한 많이 발굴하고자 한다. 규제 개혁은 속도가 생명이다. 조속히 입법화할 수 있도록 땀을 쏟겠다.”
▼ 보수 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경제 성과가 진보 정권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고 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비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성장률은 낮고, 가계·정부 부채만 늘렸다’고 비판하던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저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과거 정부의 성장률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전형적인 사실 왜곡이다.
세계 경제성장률과의 차이(한국 성장률-세계 성장률)를 비교하면, 외환위기 직후 성장률이 반등한 김대중 정부를 제외하면 거의 차이가 없고, 오히려 박근혜 정부 3년간 연평균 성장률 격차(-0.4%포인트)는 노무현 정부 기간(-0.6%포인트)에 비해 줄었다.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도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모두 7%대 수준이고, 연평균 국가채무 증가율도 김대중·노무현 정부(+17.4%) 때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8.8%)가 더 낮다. 현 정부가 다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서 평가하면 좋겠다.”
▼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수출은 어떤가. 우리의 제1 교역국인 중국의 성장목표 하향 조정 등으로 대중(對中) 수출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는데.
“저성장·저교역·저유가 추세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이 수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의 성장 둔화, 소비 중심으로의 성장모델 변화에 따라 대중국 수출 감소 우려가 큰 건 사실이다. 다만 지난해 중국의 수입시장은 14% 감소했지만 우리의 대중 수출은 5.6%대 감소에 그쳤다. 국민과 기업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 중국 수입시장 내 점유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그렇더라도 대중 수출 전략은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칼날 위의 균형
▼ 어떻게 바꿔야 하나.“중국의 성장 전략이 수출·투자 중심에서 내수·서비스 중심으로 바뀌는 것을 감안해 내수시장 공략에 나서려 한다. 중국 내 시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화장품, 식료품, 의약품 등 유망 소비재의 관세장벽을 허물고, 연구개발(R&D)·온라인 판매망 지원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3월 중 소비재 수출 활성화 대책을 발표해 유망 소비재를 새로운 수출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우리 기업이 지난해 12월 20일 발효된 한중 FTA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강화하고, 한중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을 조속히 추진하겠다.”
중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경제 전체가 변화의 격랑에 휩싸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저성장·불확실성으로 접어드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변화하는 표준)’ 시대가 열린 만큼, 국제 경제 질서도 지금까지의 글로벌 단일 균형이 아닌 국지적 다중 균형 상태로 변하리라 예상하는 경제학자가 많다. 여러 균형이 공존한다는 뜻인데, 이는 ‘칼날 위에 선 균형’처럼 매우 불안정하다. 과거와 달리 미국, 유로존, 일본, 중국 등이 서로 다른 각자의 정책을 수행해나가는 것이 그 예다. 이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고성장, 저성장, 적정성장
▼ 뉴 노멀 시대가 도래한 것에 대해 경제학자로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유 부총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로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를 지냈다).“과거에 보고서는 많이 썼지만 내가 아직도 경제학자인지는 잘 모르겠다(웃음). 말씀한 대로 세계경제는 저성장, 저물가, 저교역이 지속되는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유효수요 부족에 따른 장기 저성장으로 보기도 하고, 세계적 공급과잉에서 원인을 찾기도 하는데,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한다.”
▼ 미국, 유로존, 일본, 중국 등이 서로 다른 경제정책을 펴는 상황에서는 각국 정책이 상호보완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협조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따라서 글로벌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일 텐데.
“옳은 말이다. 이제 세계경제는 실시간으로 연계돼 즉각 효과를 발휘한다. 예컨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에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경제도 거의 실시간으로 영향을 받는다. 자본이동은 물론 노동이동도 현란하게 느껴질 만큼 빨라졌다. 이에 따라 정책 협조 및 공조의 필요성은 수백 배 커졌는데, 각국이 처한 경제 상황 때문에 공조가 이뤄질 가능성은 훨씬 줄었다. 특히 한국처럼 수출을 많이 해야 하는 나라는 더욱 힘들어졌다.”
▼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G20 정상회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모임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조율하고 세계경제를 실시간 들여다보면서 대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경제 활력을 끌어올리고, 중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G20에서도 정책 여건이 양호한 국가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거시경제 정책과 구조개혁 가속화 정책에 의견을 함께 했다. 특히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4대 부문 개혁, 규제개혁을 통한 신산업 육성 등 구조개혁과 경제혁신에 중점을 둔 대응이 필요하다.”
▼ 우리도 저성장 터널에 본격 진입했다고 봐야 하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성장률은 2.9%(2013년)→3.3%(2014년)→2.6%(2015년)로 잠재성장률을 밑돌았는데.
“그건 참 조심스러운 사안이다. 여러 의미가 함축된 질문 같다. 우선 저성장이 뭐냐는 기준이 중요한데, 기획재정부도 2%대 성장은 저성장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4%는 고성장일까, 저성장일까, 적정성장일까 하는 문제가 남는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넘어가는 이 시대에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중요하다.
나는 국민소득 4만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때까지는 성장률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잠재성장률이 3%대라는데,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우리가 하는 구조개혁이 잠재 성장률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이긴 하나 그 결과 성장률이 5%까지 올라간다고는 섣불리 말할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는 과거 고성장에 비해 분명 저성장이다. 물론 올해도 대외 환경은 나쁘다. 그럼에도 잠재성장률이 2%대로 내려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뜻하는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과 같은 부작용을 수반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고 성장률을 뜻한다. 한 나라의 경제가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결국 경제 운용이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를 의식한 듯 유 부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수출 환경이 나쁘고 메르스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이 정도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뒤집어 말하면, 대외 환경이 좋고 메르스도 없었다면 최소한 단기 정책 운영의 효과는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도한 비관론 경계해야”
▼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지급은 국민이 곧바로 체감하는 경제정책이었던 것 같다.“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의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월 20만 원 내에서 차등 지급한다. 물론 해당되지 않는 상위 30%는 불만이겠지만 현재 우리 경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다. 대통령 말씀처럼 우리도 다 드리고 싶지만 국가 재정을 위해선 차등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꺼내 들었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담은 ‘더불어성장론’도 내놓았다.
“야당의 더불어성장론은 방법론 측면에서 시장 원리에 반할 뿐 아니라 재원 부담 주체가 불분명한 주장이다.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을 이루어야 한다는 취지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그 수단이 옳지 않으면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라고 본다. 더민주당이 주장하는 정부 개입을 통한 인위적 임금 인상, 청년 고용 할당 같은 것은 우리 경제의 고용총량을 축소시키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도 시장 원리를 존중하면서 일자리릍 통한 소득 증대, 기회 균등에 집중하라고 권고하지 않았나. (야당이 제시한) 신산업 분야 육성과 지역특화 클러스터 지원 등은 구체적인 추진전략이 없거나 이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들이다. 법인세 인상 등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기업 투자와 고용 등 민간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선 “현 경제 상황은 금융위기 때와 유사하고 영구적으로 점프 못하는 상태로 갈 수 있다”고 했다가 최근엔 “어렵지만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전망했다. 선거를 의식해 경제 낙관론을 편다는 비판이 따랐다.
“취임 후 우리 경제 상황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했다고 생각한다. 취임 때 ‘우리가 외환위기 같은 위기 상황은 아니지만,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저성장이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씀드렸다. 어렵지만 내수 중심의 회복세도 나타나고 다른 나라에 비해 선방했다고도 했다. 최근에는 ‘경기 회복세가 주춤한 양상이지만 긍정적인 신호도 보인다’고 했다.
나의 인식에 달라진 게 있나. 실제 2월 수출이 1월에 비해 감소 폭이 줄었고, 수출 물량은 증가로 전환했다. 1월 소비판매는 줄었지만,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종료로 인한 자동차 판매 감소 요인을 제외하면 증가한 것이다. 이는 ‘팩트’다. 과도한 비관론을 확산하는 것은 경제심리를 위축시켜 실물경제를 악화시킨다.”
“창조경제 성과 내는 중”

“1, 2국을 봤다. (이세돌에게) 기대를 많이 했는데 충격적이었다. 냉정하게 보면 이세돌이 승리하리라는 건 ‘위시풀 싱킹(Wishful thinking, 희망사항)’일 뿐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연산능력을 넘어 직관과 통찰 분야에서 사람이 기계에 불계패를 당한 것은 아니다. 사람은 여전히 강하다. 대국이 우리나라에서 열려 전 국민이 AI의 가공할 잠재력과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목도한 것은 앞으로 우리 경제 시스템 혁신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본다(이세돌 9단은 4국에서 의미 있는 1승을 올렸다).”
▼ 알파고 때문에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민의 관심을 산업 재편을 위한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시켜야 한다. 대국을 본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민관(民官) 협력 연구개발을 가속화하는 등 AI를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사실 AI도 민간기업 구글이 비즈니스 모델이 되겠다고 판단하고 과감하게 투자해 대성공을 거둔 분야다. 우리 기업들도 나서야 한다. 정부는 기초 R&D에 과감히 투자하고, 기업 규제도 풀고, 초창기에는 세제 지원도 하면서 육성해야 한다. 물론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할 수도 있고.”
▼ 박 대통령의 표현대로 ‘미스터리한’ 창조경제가 결실을 거두고 있나.
“창조경제는 창의성을 경제 핵심가치로 두고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패러다임이다. 창의와 혁신을 촉진하려면 특정 분야를 집중 지원하기보다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이와 관련해 정부는 혁신 플랫폼, 자금, 인력, R&D, 마케팅 등 다양한 측면의 창조경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7월에는 전국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을 완료했다. 대기업의 자금, 기술,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스타트업 기업과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고 지역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했다. 이제 실질적 성과가 나오고 있다.”
▼ 실질적 성과라면….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을 받은 800여 입주 기업과 900여 중소기업이 1500억 원 이상 투자를 유치했고, 벤처기업 수도 2015년 3만 개를 돌파했다. 2000년 이후 신규 벤처 투자액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창업이 활성화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프랑스 등도 우리의 창조경제 모델을 높이 평가해 도입을 추진 중이다. 더 큰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
인터뷰 말미에 유 부총리는 거듭 “대내외 환경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송구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목표도 명확하고 가야 할 길도 안다. 목적지로 가는 길에는 돌부리에 걸리고 수풀을 만나기도 하는데 돌부리도 캐내고 잡초도 제거했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안개가 끼었다고 지름길로 돌아가지 않고 하나하나 길을 닦으며 가다보니 더뎠던 거 같다. 그러나 그 길로 대한민국의 다음 세대가 올 거 아닌가. 경제 과실을 누가 따먹든 정지(整地)작업, 초석을 닦는 작업을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