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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 리포트

“계급사회 부추긴다” “ 異性 만남 유토피아”

20~30대 미혼남녀 ‘소개팅 앱’ 붐

  • 김사휘|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박나현|고려대 철학과 한예슬|고려대 경제학과 채청의|고려대 미디어학부

“계급사회 부추긴다” “ 異性 만남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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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잘생긴 명문대 출신 우대”
  • ● “일주일 14회 주선…외로움 달래줄 혁명”
“(…) 아는 분이 소개팅 어플(앱)로 만나서 사귀는 거 보고 저도 호기심에 깔았어요. 거기서 치과의사라는 분이 먼저 말 걸어오셨고 한 2주 대화 나누다 보니 서로 공통점도 많고 말도 잘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언제 만날까 하고 있는데 오늘 갑자기 주말에 드라이브 가자고 청해왔네요….”

댓글 1: “새우잡이 아닐까요?”
댓글 2: “저도 어플로 여친 만났는데, 그거 비추천 하지는 않아요. 확률 문제라고 봐요.”
댓글 3: “치과의사라면서 님의 이를 다 뽑아놓을 수도 있음.”
댓글 4: “그거 으슥한 데 끌고 가려는 흑심.”
댓글 5: “세상은 넓으니까 의외로 잘 맞을 수 있어요.”

최근 서울 모 대학 재학생 커뮤니티에 올라온 질문과 댓글이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이 주선해주는 소개팅이 20~30대 사이에서 인기다. 서로 모르는 남녀가 1대 1로 만나는 소개팅은 우리 사회의 독특한 문화다. 소개팅엔 만나게 해주는 주선자가 필요한데, 이젠 사람 대신 앱이 이 역할을 맡는 셈이다.

소개팅 앱에 대해선 상반된 시각의 비판이 나온다. 외모나 학벌, 직업 등 조건이 좋은 사람을 연결해주면 ‘계급사회를 부추긴다’고 하고, 그러지 못하면 ‘역시 앱은 믿을 게 못 된다’고 한다. 어쨌든 소개팅 앱으로 이성을 만나는 경우가 잦아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소개팅 앱은 170여 개에 이른다. 관련 시장은 200억~500억 원 규모로 성장했고 가입자 수는 330만 명이 넘는다. ‘이음’은 가입자 수 110만을 돌파했다고 주장한다. 매일 두 차례 이성을 추천받을 수 있다고 한다. ‘너랑나랑’은 16명의 이성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하는 ‘이상형 월드컵’을 매일 진행한다.





만나고, 또 만나고…

전통적으로 소개팅은 소개받는 남녀 모두를 잘 아는 주선자에 의해 만남이 성사된다. 소개받는 남녀는 주선자를 신뢰하기에 만남에 응한다. 소개팅 앱도 마찬가지다. ‘신형 주선자’인 앱의 공신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앱 측은 남녀 회원들의 프로필을 정확하게 제공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음, 아만다, 너랑나랑에 회원으로 등록된 20대 남녀 여러 명을 상대로 소개팅 앱 이용 실태를 취재했다.

서울 A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모(27·여) 씨는 5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최근 헤어졌다. 이후 새로운 짝을 찾기 위해 스무 번 넘게 소개팅을 했지만 마음에 드는 남자를 못 만났다고 한다. 그녀에게 남자를 소개해줄 주선자도 동이 났다. 그때 남동생이 “요즘 핫 이슈”라면서 소개팅 앱을 권했다. 김씨는 앱 회원으로 등록한 첫 주에만 3명의 남자와 연락이 닿았다. 김씨는 “지인에게 소개팅을 자꾸 부탁하기 미안했는데 부담을 덜었다. 앱으로 알게 된 세 남자 모두 매력 있다. 교제를 전제로 남자를 만나기가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회사원 H씨는 “소개팅 앱으로 6명의 여성과 연락하며 지낸다.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계속 이렇게 하려고 한다”는 글을 올렸다. 다른 네티즌 박모 씨도 “나만 여러 명과 연락하는 게 아니라 상대 여성들도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여러 남성을 만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세종시 공무원에게 인기

전통적 소개팅과 앱에 의한 소개팅이 어떻게 다른지가 확실히 드러난다. 전통적 소개팅은 횟수가 잦지 않다. 자연히 소개받은 특정 상대에게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앱에 의한 소개팅은 정반대다. 일주일에 14명까지 소개받을 수 있다. IT의 힘 덕분이다. 그중 서너 명, 많으면 대여섯 명과 지속적 관계를 맺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럿을 늘어세우고, 관리하고, 간을 본다.

앱에 의한 소개팅은 매력적인 이성을 만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지도 모른다. 대신 관계의 진정성, 깊이, 인간미는 훨씬 얕을 듯싶다. 몇몇 대학생은 “앱 소개팅은 인터넷 홈쇼핑의 ‘물건 찜해놓기’와 다름없다. ‘주문’ 버튼을 누르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만나는 상대를, 만남 자체를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생산품’으로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다른 일부 대학생들은 “이성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어 고민인데 소개팅 앱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기기는 사람이 쓰기 나름”이라고 반박한다.

소개팅 앱은 세종시의 미혼 공무원들 사이에서 특히 각광받는다고 한다. 세종시는 도시화 초기 단계라 정부청사 외엔 주변이 아직 황량한 편이다. 이성 친구가 없는 공무원들로선 밖에서 이성 친구를 만나기 쉽지 않다. 공직사회 분위기상 ‘사내 연애’를 하기도 만만치 않다. 이런 공무원들에게 소개팅 앱은 사랑의 전령사 노릇을 톡톡히 한다는 것이다.

세종시 공무원 장모(24·여) 씨는 “직장 동료 대부분이 기혼남이다. 이 도시에서 사귈 만한 남자를 찾기가 어렵다”며 “소개팅 앱을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앱을 통해 주변의 미혼 남성이나 수도권의 미혼 남성과 쉽게 연결되어 좋다고 한다. 장씨는 “소개팅 앱을 사용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프로필을 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들만 걸러낼 수 있어 편했다”고 했다.

충북 청주에 사는 김모(24) 씨도 소개팅 앱으로 타 지역 여성을 만난다. 그는 “좁은 동네라 소문이 빠르다. 연애의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기 위해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과 만난다”고 했다.

국내에선 인간관계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외국인에게도 소개팅 앱은 ‘보완재’가 된다. 대전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마모(21·여) 씨는 “한국 사람과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소개팅 앱 덕분에 몇몇 한국 남자를 사귀게 됐고 이들 덕분에 한국말을 빨리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깨지기 쉬운…”

소개팅 앱으로 이성을 만난 사람들은 “깨어지기 쉬운…”을 이 만남의 특징으로 한결같이 꼽는다. 서울 지역 대학생 B씨는 최근 학교 커뮤니티에 “앱으로 알게 된 여성과 데이트까지 했는데 이후 읽씹을 당했네요. 어떻게 하죠?”라는 고민을 올렸다. ‘읽씹’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읽고나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다른 대학생들은 “앱 소개팅은 읽씹 당하면 끝” “어차피 망한 거 돌직구로 고백해보세요” “주선자가 있으면 주선자 체면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 경우는 아니지 않나?”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전통적 소개팅은 중간에 주선자가 있기 때문에 비록 상대가 못마땅해도 무례하게 관계를 단절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앱 소개팅은 사정이 다르다. 읽씹은 예사이고, 살갑게 잘 지내다가 갑자기 연락을 끊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대학생 허모(20·여) 씨는 “앱으로 만난 남성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도중 상대가 맞춤법을 자주 틀려 ‘극혐(극도로 혐오하는 대상)’이 됐다. 이내 상대방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허씨는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끊으면 된다. 예의를 차리거나 억지로 대화를 받아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오가는 말도 도발적이고 직설적이라고 한다. 취업준비생 이모(25) 씨는 앱 소개팅을 가면무도회에 비유한다. 그는 “프로필이 제공된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익명성이 보장된다. 그래서 평소엔 하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상대에게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소개팅 앱으로 만날 상대를 고를 때 유일한 단서는 상대의 사진, 학력, 직업, 거주지를 담은 프로필이다. 이 프로필이 실제와 부합하느냐는 늘 문제가 된다. 상당수 앱은 프로필을 철저하게 검증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이 도용된 것으로 의심되면 가입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한다. 휴대전화와 e메일을 통한 본인 인증 절차도 거친다고 한다. 그러나 소개팅 앱 운영진이 회원들의 신분증, 등본, 재학증명서, 재직증명서 같은 것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이상 완벽한 검증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어장관리 하지 말라”

수도권 H대 항공학과 재학생 김모(21) 씨는 소개팅 앱을 통해 알게 된 여성과 만난 지 하루 만에 사귀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신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데다 실제로 보니 더욱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만남은 1년 반 가까이 지속됐다. 그러나 김씨는 그녀가 소개팅 앱에 회원으로 등록할 때 소속 대학을 허위로 기재한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 김씨는 “여자친구에게 실망했고 헤어지자고 했다”고 털어놨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한모(24·여) 씨는 음악과 스포츠를 좋아하는 한 남성과 소개팅 앱으로 연결된 뒤 그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러나 한씨는 3개월이 지나도록 그와 만나지 않았다. “앱에 나온 프로필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선뜻 만나진 못하겠다”는 것. 

한 포털 사이트의 카페는 ‘소개팅 앱의 프로필 읽는 법’을 이렇게 소개한다. 프로필에 기재된 남자의 키는 구두를 신었을 때의 키다, 여성 회원 사진은 보정받은 사진일 수 있으니 실제 만나기 전엔 사진을 절대 믿어선 안 된다, 여성의 취미가 드라이브라는 것은 차 있는 남자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소개팅 앱의 남녀 회원들이 실제보다 자신의 외모나 조건을 과장되게 홍보한다는 얘기다. 

C 앱은 회원들의 외모를 깐깐하게 보는 것으로 논란을 일으킨다. 이곳에선 얼굴이나 키 때문에 가입이 거부되는 일이 속출한다. 신입 회원이 되려면 기존 회원 30명의 ‘얼굴 평가’에서 5점 만점에 3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포털사이트엔 C 앱의 가입 심사에 합격한 이들의 인증 게시물이나 합격 수기가 수두룩하다.

네티즌 D씨는 “이 앱에 들어가기가 고시 합격보다 어렵다. 나도 6번 도전했다”고 했다. 직장인 정모(24·여) 씨는 “소개팅 앱의 외모 진입장벽은 옳지 못하다. 기존 회원들에게 신입 회원을 평가할 자격이 있을까. 회원 유치를 위해 외모 지상주의를 표방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했다. 반면, 대학생 배모(22) 씨는 “선남선녀끼리 만나려고 이런 앱에 접속하는 것이니 본인도 잘생겨야 하는 건 당연하다. 나는 통과했으니 상관없다”고 말했다.

최근엔 소개팅 앱으로 만난 상대와 결혼한 사람들도 생겨났다. 안세은(26·여) 씨는 2015년 소개팅 앱으로 알게 된 남성과 2개월여 연애 끝에 결혼했다. 안씨는 “친구와 찜찔방에서 수다를 떨다 소개팅 앱을 알게 됐고, 다운로드해서 해보니 재미있었다. 그러다 결혼 상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 소개팅 앱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나요.

“앱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라 처음엔 어색한 게 사실이죠. 이 사람이 내게 하는 말이 진짜일까 하는 의심도 들었고요.”

▼ 주변에선 소개팅 앱을 통한 만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직 부모님께 남편을 소개팅 앱에서 만났다고 말하지 못했어요. 부모님이 보기엔 해괴망측한 짓이겠죠. 어떻게 생판 모르는 남자를 휴대전화로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겠어요. 그렇지만 소개팅 앱 덕분에 다양한 사람을 살펴볼 수 있었어요.”

▼ 결혼을 결심한 계기는?

“앱으로 알게 된 지 일주일 정도 지나 만났어요. 보자마자 서로 마음에 들었죠. 기본적으로 제가 설정해놓은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을 만난 것이니까 대화가 잘됐어요.” 

안씨는 소개팅 앱 이용자들을 향해 “이 사람 저 사람 찔러보며 ‘어장관리’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요즘 국내에서 소개팅 앱으로 매칭이 이뤄지는 커플은 하루 평균 3000쌍이 넘는다. 세계 1위 소개팅 앱 ‘틴더’의 공동 창업자 조너선 바딘은 소개팅 앱을 “새로운 만남을 위한 구글”로 표현한다.

소개팅 앱은 20~30대 미혼남녀 사이에서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소개팅 앱에 대한 언론보도는 일방적 홍보 아니면 부정적 묘사로 흐른다. 우리 취재팀은 소개팅 앱 이용에 따르는 여러 양상을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 있는 그대로 상세히 전하고자 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미디어 글쓰기’ 수강생들이 작성했습니다.

김사휘 |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34142@korea.ac.kr
박나현 | 고려대 철학과 skgusjp@korea.ac.krt
한예슬 | 고려대 경제학과 seulyehan@naver.com
채청의 | 고려대 미디어학부 15936365959@16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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