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호

책 향기 속으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外

  • 강지남 기자, 송홍근 기자, 이혜민 기자, 정이립 | 번역가

    입력2016-04-04 16: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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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 개정2판
    아놀드 하우저 지음,
    창비, 1~4권, 각권 1만8000원

    살면서 문학의 ‘힘’을 느낀 몇몇 순간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중학생 시절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을 때였다. 5월이었나. 교실에서 남자아이들이 레슬링을 한다며 서로 뒤엉켜 먼지를 풀풀 날릴 때, 나는 추위에 떨고 있다고 느꼈다. 도끼로 노파를 내리찍고 집으로 돌아와 오한에 떨며 까무룩 잠이 든 라스콜리니코프는 나였다. 나는 너무 무서웠다.

    대학생이 되고나서야 이 소설이 ‘가장 완숙기에 이른 유럽 근대 심리소설’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놀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통해서였다. 학교 앞 서점에는 총 4권으로 구성된 이 책이 늘 좋은 자리에 놓여 있었다. 교수님과 선배들은 토론 때마다 자주 ‘하우저’를 거론하곤 했다. 이 책에서 ‘예술적 지리 감각’을 얻었다는 황지우 시인처럼, 이 책을 ‘지도’ 삼아 문학과 예술의 맥락을 토론하곤 했다.
     
    1951년 첫 출간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20여 개 언어로 번역돼 오늘날까지 전 세계에서 꾸준하게 읽혀온 인문 고전이다.

    하우저는 고대 동굴벽화부터 현대 영화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갈고닦아온 ‘예술’을 인간과 사회 속에서 빚어진 산물로 여긴다. 예술을 ‘신비’가 아닌, 사회적 맥락 속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경제활동의 일환으로 설명한다.

    이 책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꼭 50년 전인 1966년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를 통해서다. ‘창작과 비평’은 책의 마지막 장인 ‘영화의 시대’부터 순차적으로 번역해 실었고, 1974년 ‘창비신서’ 1번으로 현대편(지금의 제4권에 해당)을 출간했다. 1999년 개정판이 나왔고, 이번에 ‘창작과 비평’ 50주년을 기념해 총 500점의 컬러 도판을 새롭게 수록해 개정2판을 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서문에서 밝혔듯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한국에서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의 열혈 독자임을 고백한 유명 인사를 꼽자면 미술사가 유홍준, 미술평론가 이주헌, 음악평론가 이강숙, 시인 황지우, 소설가 성석제, 사회학자 노명우, 영화감독 이창동, 김지운 등이 있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내게 엄청난 감동과 충격을 줬고, 평생 바라보는 나의 미술사 연구의 북극성이 됐다”고, 황지우 시인은 “젊은 시절 나는 이 책에 가득 실린 잘 익은 포도송이들을 따먹으면서 비로소 예술에 도취한 눈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창비에 따르면 이 책은 지금도 대학가에서 교양수업 교재나 신입생 추천 도서로 널리 읽힌다. 1974년 첫 책이 발간된 이후 지금까지 30만 부 넘게 팔렸다고 한다. 1999년 나온 개정판은 15만 부가 판매됐다니, 1년에 1만 부씩 꾸준하게 나가는 셈이다.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




    서울의 인문학
    _ 신수정 외 지음
    창비, 328쪽, 1만8000원

    우리에게 서울은 무엇인가. ‘서울의 인문학 : 도시를 읽는 12가지 시선’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인문학적 깊이를 더해준다. 문학, 역사학, 사회학, 건축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 필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들여다본 서울은 여러 겹의 시간과 공간을 품은 도시이자, 갖가지 욕망이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도시다. 이 책은 광화문 남산 종로 홍대 강남 등 서울의 여러 공간이 지닌 의미의 변화와 함께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탐색한다. 서울에 관한 역사적, 문화적, 사회학적 연구와 논의가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서울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할 대상으로 남아 있다. 12인의 시선이 교차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서울에 대해 생각해보자.




    위인
    _ 김영수 지음
    위즈덤하우스, 310쪽, 1만5000원

    위인, 먼저 사람이 돼라! 그리고 능력 있는 인재를 구해 그들과 함께 재능을 널리 펼쳐라. 인간이 사회를 구성해 살아온 이래 언제, 어느 때나 리더는 있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리더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리더십은 리더 개인의 자질로만 규정될 수는 없다. 리더십 발휘 대상인 인재와 동료, 조직원들과의 관계 설정이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훌륭한 리더십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관건은 누가 리더가 됐건 제도가 계속 유지되도록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는 데 있다. 리더는 떠나도 조직과 인재는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리더십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사마천과 그가 남긴 불멸의 역사서 ‘사기’ 연구가다.




    우리 아이들
    _ 로버트 퍼트넘 지음, 정태식 옮김
    페이퍼로드, 488쪽, 2만2000원

    흙수저라는 단어가 유행한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한 청년이 스스로를 자조하는 말이다. 젊은 세대가 우리 사회를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곳, 극심한 빈부격차가 계급처럼 고착화한 곳이라고 인식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책은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 일어난 변화를 추적했다. 누구나 노력한 만큼 성공한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처참하게 무너졌으며 사회·경제적 대물림 현상은 심화했다. 그렇다면 빈부격차는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할까? 양극화는 부유한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을 주거, 생활, 교육의 모든 공간에서 ‘분리’했다. 이 같은 분리가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한다. 그렇다면 해법은? ‘든든한 이웃’의 복원이다. 빈자의 자녀들 또한 ‘우리 아이들’이다.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장성택의 길
    라종일 지음,
    알마, 280쪽, 1만6000원

    ‘장성택의 길’의 부제는 ‘신정(神政)의 불온한 경계인’이다. 최고권력자와 그의 가계를 신격화하는 평양의 현실만 가리킨 게 아니다 “유한한 존재이면서 무한한 것을 염원하는 인간에게 권력은 때때로 종교적 구원을 대신하는 세속적 구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최고권력을 장악한 권력자는 불멸과 영생(immortality)을 꿈꾼다. 신의 경지다. 김일성과 김정일 모두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제약이 없는 권력을 장악했다. 그들의 다음 관심은 불멸과 영생이었다. 이것은 자신을 비판하거나 부인할 수 없는 직계 혈육의 권력세습, 사회정치적생명체론 같은 유사 이론, 시신을 박제해서 보존하는 식의 장치로 이뤄진다. 신정에 설득된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온갖 비판의식의 부담에서 해방된다. 그들은 매사에 그저 감사하고 찬양하고 경배하면서 신을 따를 뿐이다.”(18쪽)

    북한은 민주주의도 아니고, 인민도 없고, 공화국도 아니다(neither democratic, nor people's, nor republic). 신정이다. “그러니 이 신정의 핵심, 특히 핵심과 외부의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은 어떻겠는가?”(18쪽) ‘경계인 장성택’에게 숙청과 처형은 숙명이었다. 김정은이 권력을 틀어쥐었을 때 그의 자리는 없었다.

    “4신 기관총이 그의 몸을 찢었다. 남은 시신은 화염방사기로 불태워졌다. 시신의 일부라도 수습해 보존해줄 사람은 없었다. 그가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라곤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현장에서 그가 앉아 있던 자리에 남겨진 두 토막으로 부러진 볼펜 조각뿐이었다.”(266~277쪽)

    이 불온한 경계인에게는 세 갈래 길이 있었다. 정변을 통해 정권을 탈취하는 길, 위상을 낮추고 은인자중하는 길, 서방이 아닌 다른 사회주의 국가로 탈출해 망명정부를 세우는 길. 저자는 김정일이 죽은 2011년 12월 장성택이 이 세 갈래 길 중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으리라 예견했으며 그가 숙청됨으로써 적중했다.

    이 책은 ‘소설’로 읽어도 결코 어색하지 않다. 평전이면서 소설의 성격 또한 지녔다. 장성택-김경희의 러브스토리와 그들의 내면, 김정일의 속내 등은 온전히 상상력의 산물이다. 저자는 개인들에 대한 제한된 자료를 토대로 그들의 내면을 재구성해냈다. 속도감 있는 구성과 소설가 뺨치는 문체가 한달음에 책을 읽게 한다. 저자가 2013년 출간한 ‘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도 소설의 요소를 가미한 평전이다.

    이 책은 장성택을 씨줄, 북한사(史)를 날줄로 삼은 ‘인물로 본 역사서’이기도 하다. 1946년 태어나 2013년 처형된 그의 삶은 북한 현대사와 오롯이 겹친다. 독자들은 잘 쓰인 소설처럼 읽히는 이 책을 통해 평양 권력의 실체와 현실을 마주할 것이다. 증언자 신분을 공개하기 어려워 ‘자문인 A~F’로 미주(endnote)를 단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대목 대부분은 그간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저자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2년 경희대 교수로 부임했으며 1995년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국가정보원 해외담당 차장,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주영대사, 주일대사를 지냈다.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




    10억 년 전으로의 시간 여행
    _ 최덕근 지금
    휴머니스트, 224쪽, 1만4000원


    우리 마을 주변의 암석은 어떻게 이 자리에 있게 됐을까. 우리가 발을 디딘 이 땅덩어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서울대 지구환경공학부 명예교수인 저자가 40년 동안 연구한 한반도 형성사를 담았다. 저자가 공부를 시작했을 때 한국은 지질학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이 책을 통해 1970~80년대 과학 현장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지질학은 지구에서 현재 일어나는, 또는 과거에 일어난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학문. 인류의 역사를 알고자 문자와 그림을 해독하듯, 지질학자는 시간을 탐험하고자 암석에 남겨진 기록을 해석한다. 기록이 없는 시대를 탐험하는 지질학자의 연구는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반도의 과거로 여행을 떠나보자.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 암스테르담
    _ 러셀 쇼토 지음, 허형은 옮김
    책세상, 568쪽, 2만3000원


    저자는 역사학자면서 저널리스트다. 2008년부터 6년 동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존애덤스연구소 소장으로 일했다. 암스테르담 곳곳을 누비면서 직접 수집한 역사적 에피소드와 도시 풍경을 엮어 경쾌한 문장으로 독자에게 전한다. 이 책은 중세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지식인이 왜 자유와 관용의 도시 암스테르담에 매료됐는지 탐구한다. 한 편의 소설 같은 암스테르담에 관한 역사서다. 과거와 현재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필력으로 한 도시의 역사를 재구성해냈다. 또한 암스테르담의 역사를 통해 유럽사는 물론이고 자유주의 사상의 흐름 또한 조망한다. 자유주의는 ‘나’ 한 사람의 자유와 권리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헌신을 밑바탕으로 한다. 오랫동안 바닷물과 싸우면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헌신한 암스테르담 사람들이 자유주의의 싹을 틔웠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_ 혜민 지음
    수오서재, 300쪽, 1만4800원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큰 사랑을 받은 혜민 스님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나 자신과 가족, 친구, 동료, 나아가 이 세상을 향한 스님의 메시지를 담았다. 서문 중 한 대목을 소개한다.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면 문제투성이로 가득한 듯 보입니다. 나 스스로만 돌아봐도 부족함이 많지요. 말과 행동이 다르고, 공부나 일처리도 생각처럼 잘 해내지 못하고, 남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뒤돌아 후회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이나 친구, 동료를 봐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세상 속에 살고 있더라도 우리는 사랑마저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조소와 미움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엔 우리 삶이 너무도 소중합니다.”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체인지 메이커 
    이나리 지음,
    와이즈베리, 350쪽, 1만4000원


    “나만의 길을 걷고 싶었다. 비록 위험할 수 있지만 위험이 따르지 않는 도전은 무의미하지 않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사고하면서 자신감을 키운다. 이스라엘에는 한국처럼 학원이 없다. 학교 갔다가 서너 시에 돌아오면 뛰어놀기에 바쁘다.”
    3년 전 이스라엘의 창업경제를 취재하던 중 이얄 빅터 마모우 변호사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 고국에서 변호사로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던 그는 ‘가슴 뛰는 삶’을 위해 한국에 머물며 한국-이스라엘 기업을 연결하는 컨설팅업체를 꾸려가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창업 생태계 시스템을 한국에 옮기면 그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말을 듣고 보니 껍데기뿐만 아니라 알맹이도 배워야겠다 싶었다. 그래야 진짜배기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테니까. 

    이 책은 세계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창업가 43명의 ‘알맹이’, 즉 ‘기업가 정신(기회를 포착해, 제약과 위험 부담을 뚫고, 혁신적 사고와 행동으로 시장에 새 가치를 더하는 것)’을 그렸다. 책의 제목인 ‘체인지 메이커’는 저자가,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창업자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문제와 결혼한 사람’으로 남들은 무심코 넘어가는 것들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할 대책을 찾는 데 열중한다. 남다른 꿈을 꾸고 독특한 시도를 하며 때로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한다. 특별한 성장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상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국내 최대 창업지원 민간기구인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초대 기업가정신센터장으로 활약하며 한국 최초의 창업 생태계 플랫폼 D.CAMP를 만들었고, 이를 아시아의 대표적 스타트업 허브로 키웠다. 현재 제일기획의 신사업 담당 임원인 그는 당시 기업가정신센터장으로서 수많은 사업가와 예비 창업자들을 만나면서 창업의 핵심인 기업가 정신에 대해 알고 싶어 세계적인 창업자들을 조명했다.

    이 책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을 만큼 읽으며 줄 칠 부분이 많다. 약점도 있다. 저자가 창업가들의 성공담을 요약하다 보니 이들의 노력과 실패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대체로 좋은 집안에서 자라나 좋은 대학을 다니다 창업해 크나큰 실패 없이 성공하고 급기야 기부왕이 되는 이들의 이야기는 무용담처럼 읽힌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이 있는데, 저자가 이들을 직접 보지 못하고 기사, 책 등을 통해 멀리서 보다 보니 비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게 아닐까. 물론 이들이 결과적으로 대성했기에 과정에서의 실패가 비극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을 것이다.

    저자가 이렇게나마 창업가들을 소개하는 것도 벅찼을 테지만 이들을 인터뷰한 후속편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그가 기자 시절 쓴 인터뷰집 ‘열정과 결핍’을 읽으며 인터뷰 기사의 진수를 느꼈기에 드는 생각이다. 체인지 메이커를 탐구한 저자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
    _ 이언 스튜어트 지음, 김지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528쪽, 2만 원


    세계적 부호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IT(정보기술) 시대가 저물고 DT(데이터 기술) 시대가 오고 있다고 설파한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은 지식 과잉과 무한 정보의 시대를 살아가는 핵심 자질은 본질을 파악하는 통찰력이라고 강조한다. 바야흐로 방대한 데이터를 유기적, 체계적으로 연결해 문제 해결에 응용하는 것이 중요한 ‘통찰의 시대’가 열렸다. 새로운 시대의 필수 교양으로 수학이 주목받는다. 우주의 본질을 간단명료한 관계로 풀어내는 방정식은 통찰의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논리적 사고를 개발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이 책은 기술의 발전과 패러다임 도약을 이끌며 인류 역사의 경로를 바꾼 17개의 방정식을 엄선해 소개한다. 성인 독자는 물론이고 ‘수학 우울증’을 앓는 학생들도 재미있게 읽을 교양서다.




    대혼란을 넘어
    _ 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지음, 고영태 옮김 
    RHK, 344쪽, 1만7000원


    저자는 세계적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칼럼니스트로 조지프 슘페터에게서 혼란의 시대를 돌파할 방법을 찾고자 했다. 슘페터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대척점에 서 있다. 케인스는 수요 측면에서 접근해 경기침체의 해법으로 정부 재정 지출 방안을 내놓았다. 반면 슘페터는 공급 측면에 눈을 돌려 ‘기업가’야말로 불황을 깨는 주체이면서 그들의 혁신적 사고와 도전이야말로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주창한 ‘창조적 파괴’는 기업가의 혁신을 통해 기존의 경제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탄생하는 과정이 무한히 반복됨을 뜻한다. 자본주의의 3두마차인 개인·기업·정부가 흔들린다. 3두마차를 삼키려는 광풍에 우리는 어떻게 맞서야 할까.




    국운 풍수
    _ 김두규 지음
    해냄, 376쪽, 1만9800원


    저자는 독문학 박사 출신의 풍수사다. ‘풍수의 대가’로 불리는 최창조 박사에게 이론과 현장 고증 실력을 인정받았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풍수 철학을 바탕으로 리더들의 운명을 바꾸려 한 노력과 실제 기업에 적용된 풍수 사례가 실려 있다. 재물의 이동이 땅과 물의 형세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재물 관련 풍수를 공간 배치와 인테리어에도 적용했다. 저자는 현재 우석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0년 독문학에서 풍수학으로 전공을 공식적으로 바꿨다. 고려시대부터 1000년 넘게 이어진 풍수를 21세기형으로 되살린 풍수학인이라는 평가도 듣는다. 저자는 “풍수는 철학”이라고 주장하면서 탁한 연못 속에서 고귀한 연꽃의 싹을 찾으려 한다.



    번역가가 말하는 “내 책은…”

    무용지용 병맛심리상담소
    Cherng(라이모) 지음, 정이립 옮김,
    동아일보사, 204쪽, 1만2000원


    잘나가는 스타가 페이스북을 해서 더 잘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페이스북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잘나가는 스타가 되기도 한다. 지금 바로 페이스북 검색창에서 ‘Cherng’을 검색해보면 개미핥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기묘한 동물 하나가 튀어나올 것이다. 전기밥솥뿐만 아니라, 이젠 타이완 지하철, 동물원 등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커피, 신발, 서류철, 여행가방, 티셔츠 등 전 분야의 상품 제조업체와 ‘콜라보’를 하고 있다.

    Cherng 자신조차 자기가 이렇게 유명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대학교 4학년 때 운영하던 페이스북 페이지에 “그냥 내 작품을 여기 올려보자” 하고 시작했는데, 단순명료한 그림과 짧고 강렬한 코멘트 덕분인지 순식간에 사람들의 인기를 얻었다. 그때는 본격적으로 페이스북을 ‘운영’할 생각도 없었는데, 졸업 전에 벌써 제조업체 수십 곳에서 계약서를 들이밀고 찾아올 정도였다. 2014년 중반만 해도 페이스북 좋아요 수가 50만 명이었고, 그 사실 자체로 타이완에서 기삿거리가 될 정도로 큰 이슈였다. 현재는 그보다 두 배로 늘어서 100만 명을 훌쩍 돌파했다.

    Cherng은 주로 일상의 소소한 사건을 포착해서 영감을 얻고 그림을 그린다. 단순한 흑백 라인을 사용하고 간결한 손글씨로 작품을 완성한다. 믿거나 말거나, 어릴 때부터 워낙 개성 있는 그림을 그려서 유치원에서 그림반 수업을 3일 듣고는 더 이상 수업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페이스북의 인기에 힘입어 2012년 ‘비실용 생활 백과’라는 책을 냈고, 이어 2013년에는 ‘초현실 기말 보고서’를 냈다. 2015년에는 바로 이 책 ‘무용지용 병맛심리상담소’(원제 : 라이모와 함께 one more, two more)를 냈다.

    Cherng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주의를 기울이고 어떤 것을 소재로 삼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한다. 늘 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웃음 포인트가 될 만한 것을 적고 집에 돌아가 더욱 발전시킨다. 엄숙함과 유머가 충돌하는 반전적 느낌을 좋아한다. 표정 없는 정색한 얼굴로 ‘빵 터지는’ 개그를 치는 모습과 같다고나 할까. 말레이맥을 주인공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것도 남과 다른 것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뭐든 잘해야 하고 완전무결을 강요하는 세상, 그래서 스트레스도 더 많은 세상이다. 이 책은 그런 일상에도 반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한 줄 한 줄 읽어가면서 깊이 고민하고 사색해 얻는 지식과 지혜의 양서가 아니라, 그리고 쓰고 오리고 빈칸을 채우고 체조하고 스도쿠하고 사다리 타고 잠자고 주변에 민폐 끼치는 요상한 행위가 동반되는 책이다. 언뜻 보면 사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책, 요즘 젊은이들의 표현법으로 '병맛'(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신조어) 그 자체의 책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쓸모없을 것 같은데 보다 보면 묘하게 기분이 좋아지고 즐거워지고 하물며 창의력까지 샘솟는다. 저자 독자 자타 공인, 왜 읽는지 모를 최악의 책. 장점은 독자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지 책 속 어딘가에서 얻어가는 것이 아니라고 한 저자의 말처럼 저자와 독자 간 강력한 인터랙티브가 이 책을 쥔 당신에게도 전화위복 행운의 찬스로 작용할 것이다.                                                    
    정이립 | 번역가 |



    주영편
    _ 정동유 지음, 안대회·서한석 외 옮김
    휴머니스트, 702쪽, 3만원


    ‘주영편’은 조선의 실학자 정동유(1744~1808)가 역사문화와 자연환경, 풍속과 언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고증하고 분석해 쓴 짧은 글을 백과사전처럼 모은 만필집이다. 정동유는 구체적인 물증과 역사적 전거를 들어 지식의 체계를 바로잡으려 한 조선의 학자였다. 그가 한평생 공부하고 경험하며 쌓아온 학문적 깊이가 오롯이 담긴 이 책에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202개 주제에 대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향연이 담겨 있다. 다채롭고 깊이 있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 해석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주영편의 앞머리는 명문으로 손꼽힌다. 저자는 “낮이 긴 여름철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이 책을 쓰노라”고 했다. 심심풀이로 조선 최고의 백과사전을 집필한 셈이다.




    논형
    _ 왕충 지음, 성기옥 옮김
    동아일보사, 1056쪽, 4만2000원


    ‘논형’의 저자 왕충은 후한 광무제 때 태어나 활동한 철학가이자 논설가다. 날카로운 문장으로 세상의 잘못된 문제를 질책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견식이 천박한 유생들이 지나치게 서적의 자구에만 매달려 그 참뜻을 잃고 있다고 여겼다. 논형은 평론의 저울을 가리키는 말이다. 왕충은 이 저울을 통해 세상의 시비에 대한 표준을 가늠하고자 했다. 자그마치 30여 년이 걸린 작업이었다. 인간의 수명과 생사, 귀신의 실체, 자연과 천체, 숙명론 등 정치·사회·문화의 제반 문제에 대해 실증적이면서 합리적인 비판을 가한다. ‘논형’은 통치자의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사악한 책’으로 몰려 배포가 금지됐고 한때는 오직 필사본으로만 은밀히 전해졌다. 동아일보사가 출판하는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 중 하나다.




    그리드를 파괴하라
    _ 천의영·이동우 지음
    세종서적, 420쪽, 1만8000원


    시대를 따라가거나 선도하지 않으면 크게 뒤처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누구에게나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때로는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어주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용기를 가져라. 혁신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당신은 이미 엄청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선과 선이 만나 직각을 이루고, 그 직각의 형태들이 모여 바둑판 형태의 방대한 그리드를 형성한다. 그리드는 우리말로 격자를 뜻한다. 경영 혁신은 바로 이 그리드를 파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상업 공간도 쇼핑이 아니라 몰링(malling)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공간의 특성에 따라 업무 성과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일하는 공간을 어떻게 꾸려야 할 것인가. 창의력을 만드는 공간 혁신 전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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