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호

[영상] “뇌는 도전받아야만 젊음 유지…불편함을 즐겨라”

[명사건강학] 정신건강전문의 김성윤 교수의 ‘죽어가는 뇌 구하는 법’

  • reporterImage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6-04-01 17: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뇌가 좋아하는 ‘6시간 수면·5cm 더하기 보폭’

    • 누군가와 대화하며 걷는 것은 ‘최고의 보약’

    • 운동하기 싫을 땐 ‘하나, 둘, 셋!’으로 시작하라

    • 부모가 물려준 최고의 유산, ‘태극권’과 운동 습관

    • 자연의 섬세함에 몰두해 뇌의 톱날을 세워라

    • 신문 기사 소리 내 읽고 기억해 내기 반복하라



    김성윤 전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뇌라는 기관을 녹슬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운동이라는 윤활유를 붓고 부품을 계속 가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김성윤 전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뇌라는 기관을 녹슬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운동이라는 윤활유를 붓고 부품을 계속 가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오늘날 뇌 건강은 위기에 처했다.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가장 두려운 질병으로 떠오른 치매도 문제지만, ‘디지털 치매’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뇌 건강 전문가들은 말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다 보니 디지털 치매를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다. 디지털 치매는 휴대전화 등의 디지털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뇌도 근육처럼 단련됩니다.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 뇌를 구원할 유일한 열쇠죠.”

    1994년부터 32년간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매나 우울증 환자를 돌봐온 이 분야의 권위자, 김성윤(66)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늘 강조하는 말이다. 그의 처방에 많은 이가 귀를 기울이는 건, 언제 어디서든 뇌를 젊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자기관리의 달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강조하는 건강은 단순히 ‘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뇌의 생물학적 본질인 ‘움직임’을 회복하고, 디지털 자극의 편식에서 벗어나며,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을 타인의 가치를 높이는 데 사용하는 ‘이타적 삶’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32년 동안 국내 ‘노인 정신 건강’의 기틀을 닦아온 그가 2월 말 퇴임이라는 인생의 변곡점을 맞았다. 안정된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그에게 평생에 걸쳐 배우고 실천한 ‘뇌를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을 물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뇌가 좋아하는 ‘6시간 수면·5cm 더하기 보폭’ 지켜라

    뇌 건강 전문가는 일상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하다.

    “뇌 건강의 핵심은 거창한 비법이 아니라 ‘얼마나 규칙적인가’에 있다. 우리 뇌는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리듬 위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침 6시 정도에 일어나 가벼운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걸었다.”

    그가 가급적 지키려 애쓰는 건강 원칙 다섯 가지는 이렇다. 첫째는 수면의 일관성이다. 밤 11시에서 12시 사이면 잠자리에 들고, 오전 5시 반이나 6시에 일어나는 6시간 수면 리듬을 지키려 한다. 7시간 수면이 건강에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나이에 따라, 또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잠이 쉽게 안 오더라도 기상 시간만큼은 매일 일정하게 맞추는 것이 좋다. 그래야 뇌의 생체시계가 ‘리셋’되고 다음 날 수면 압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여름에는 조금 짧게, 겨울에는 조금 길게 자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되 그 틀은 깨지 않으려 노력한다.

    둘째는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먹는 규칙적인 식사다. 식재료의 맛과 질감을 온전히 느끼는 과정 자체가 뇌에 훌륭한 자극이 된다. 가능하다면 스스로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 ‘혼밥’을 지양하고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며 교감을 나누는 것 역시 뇌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뒷발로 힘껏 지면을 밀어내면서 평소보다 보폭을 5cm 넓혀 걸으면 대둔근과 허리 등 ‘코어 근육’이 발달한다. Gettyimage

    뒷발로 힘껏 지면을 밀어내면서 평소보다 보폭을 5cm 넓혀 걸으면 대둔근과 허리 등 ‘코어 근육’이 발달한다. Gettyimage

    셋째는 활발하게 걷기다. 걸을 땐 가슴을 펴고, 턱을 당기고 시선은 정면을 향하며, 양팔을 활기차게 젓는다. 보폭을 평소보다 5cm 정도 넓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운동이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앞이 아닌 뒤로 5cm를 더 늘리는 것이다. 발을 뒤로 길게 힘껏 지면을 밀어내면  대둔근과 허리 등 코어 근육을 강하게 자극하게 된다. 

    넷째는 충분한 수분 섭취다. 의식적으로 물을 자주 마셔 뇌세포가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게 한다. 다섯째는 가끔 사용하는 방법으로 포모도로(Pomodoro) 집중법이다. 25분간 집중하고 5분은 쉬는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다. 5분 휴식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스쾃과 팔굽혀펴기를 각각 10회씩 3세트 진행하되, 힘들게 하진 않는다. 스쾃도 책상 모서리나 의자를 잡고 하고, 팔굽혀펴기도 바닥에서 하는 게 아니라 벽을 짚고 45도 각도에서 한다. 5분간 짧은 신체 자극을 주면, 다음 25분의 집중도가 놀라울 정도로 올라간다. 김 교수는 “뇌가 쉰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의 종류를 ‘인지’에서 ‘신체 활동’으로 바꿔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체 활동이 뇌 건강의 필수 요소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 계기가 있나. 

    “젊은 시절, 서울아산병원 근처에 살던 70대 초반의 여성 환자가 나를 찾아왔다. 단기 기억력이 점차 떨어지는 전형적인 경도인지장애, 초기 치매 증상을 보였다. 약물을 처방하고 정기적으로 인지 검사를 했지만, 인지 점수는 계속 떨어지기만 했다. 아들 가족과 함께 살았지만 다들 바쁘니 낮에는 혼자 TV를 보거나 낮잠만 자는 무료한 생활이 반복된 탓이었다. ​그런데 1년 뒤 진료실에 나타난 어르신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피부는 햇볕에 까무잡잡하게 탔는데 눈빛은 전보다 훨씬 초롱초롱해졌고, 무엇보다 인지기능 수치가 수직으로 상승해 있었다. ​비결을 물으니, 시골에서 올라온 활달한 성격의 친척 할머니 덕분이었다. 그분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성격이라, 매일 환자분을 이끌고 남대문시장, 도깨비시장을 다니고 버스를 타고 서울 구경을 하며 남산까지 오르내렸다고 한다. 그때 깨달았다. ‘아, 치료는 약이 아니라 꾸준한 신체 활동과 사회적 관계가 하는 거구나!’ 약은 퇴행의 속도를 조금 늦출 뿐이지만, 활동은 죽어가는 뇌 회로를 새로 구축한다. 그 이후로 환자들에게 약보다 ‘활동’을 훨씬 더 강조하고, 나 또한 건강은 약이 아니라 건강한 습관으로 회복된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운동이 치매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해 왔다. 뇌 건강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나. 

    “생물학적으로 뇌는 ‘생각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 아니다. 식물이 뇌가 없는 이유는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동물은 포식자를 피하거나 먹이를 잡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여야 했고, 그 복잡한 움직임을 정교하게 조율하기 위해 ‘중앙 통제장치’인 뇌를 진화시킨 것이다. 즉 뇌의 본질은 ‘운동 조절’이다. ​우리가 산길을 걷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눈으로는 길 위의 돌멩이와 경사를 파악하고, 발바닥으로는 지면의 감촉을 느끼며, 팔로는 끊임없이 균형을 잡는다. 이 짧은 1초 사이에도 뇌에는 수만 가지 정보가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뇌세포들은 이 입력을 처리하기 위해 활발하게 스파크를 튀기며 새로운 신경망을 구축한다.”

    운동하기 싫을 땐 ‘하나, 둘, 셋!’으로 시작하라 

    움직이지 않을 땐 뇌가 어떻게 판단하나. 

    “그러면 ‘아, 이제 할 일이 없구나. 이 회로들은 유지할 필요가 없겠어’라고 여겨 뇌가 위축된다. 사용하지 않는 회로를 제거해 버리는 것이 자연계의 효율성이다. 과거에는 신경세포가 한번 형성되면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지만, 현대 의학은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을 증명해 냈다. 자주 사용하면 연결이 강화되고, 안 쓰면 소멸한다. 뇌라는 기관을 녹슬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운동이라는 윤활유를 붓고 부품들을 계속 가동하는 것이다. 특히 누군가와 대화하며 걷는 것처럼 사회적 활동이 결합한 운동은 뇌의 정서와 인지기능을 동시에 자극하는 최고의 보약이다.”

    운동하기 싫을 때 마음을 다잡는 비법이 뭔가. 

    “아주 단순하다. 아무 생각 없이 소리 내어 말하는 거다. ‘하나, 둘, 셋!’ 그러고 바로 몸을 움직인다. 이런저런 궁리를 시작하면 뇌는 안 할 이유를 순식간에 수십 가지나 찾아낸다. 그 교묘한 변명을 차단하는 기계적인 트리거가 필요하다.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의 ‘온 마음을 다해 대충 한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 운동도 그렇게 해야 한다. 정성을 들여서 하되, 대단한 결심 따위는 하지 않고 ‘대충’ 하는 마음의 여유를 두는 것이다. ‘오늘은 1시간 못 채웠지만 10분이라도 움직였으니 됐다’는 가벼운 마음이 지속 가능한 건강을 만든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여사는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며, 행동은 습관이 되어 운명을 결정한다’고 했다. 아산 정주영 회장도 비슷한 말을 남겼다. 거인들의 철학은 일맥상통한다. 운동하기 싫을 때, 내가 오늘 하는 이 사소한 움직임 하나가 결국 내 삶과 품격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오늘 하루의 성실함을 쌓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마음을 다잡는 방식이다.”

    김성윤 전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뇌 건강에 좋은 자극을 주는 운동으로 태극권을 꼽았다. 사진은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명예회장이 태극권을 시범하는 모습. 동아DB

    김성윤 전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뇌 건강에 좋은 자극을 주는 운동으로 태극권을 꼽았다. 사진은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명예회장이 태극권을 시범하는 모습. 동아DB

    뇌 건강에 좋은 자극을 주는, 추천하고 싶은 운동은 뭔가. 

    “태극권(太極拳)이다. 전공의 시절부터 20년 정도 수련했는데, 최근 10년 가까이 바빠서 못 하다가 퇴직 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태극권은 ‘움직이는 참선’이라 할 만큼 뇌 건강에 탁월하다. 몸의 중심인 척추를 바르게 세우는 ‘입신중정(立身中正)’ 자세에서, 온몸의 힘을 빼되 늘어지지 않는 이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매우 천천히 움직이지만 하체 근육은 터질 듯한 자극을 받는다. 그 와중에 호흡과 마음은 호수처럼 고요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신체적 긴장과 정신적 이완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양가식으로 시작해 진식 태극권까지 수련했는데, 신체와 정신에 모두 좋은 자극을 줘 모든 연령대에 권하고 싶은 운동이다.”

    태극권과 인연을 맺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부모님이 모두 50~60대에 태극권을 시작하셨다. 90세를 훌쩍 넘은 어머니는 최근까지도 이 운동을 즐기셨다. 부모님은 ‘너희에게 물려줄 가장 큰 유산은 이 운동 습관이다. 하지만 거저 받는 게 아니라 너희가 수련해서 받을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물질적인 재산이 아니라 ‘태도와 습관’을 유산으로 대물림하는 것,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자연의 섬세함에 몰두해 ‘뇌의 톱날’ 세워라

    요즘 유튜브 쇼트폼 등으로 인한 도파민 중독이 심각하다고 들었다. 이런 자극이 치매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앞당기는 트리거가 될 수 있나.

    “물론이다. 현대인의 뇌는 지나친 자극에 노출돼 마모되고 있다. 우리가 쇼트폼 영상을 볼 때 뇌는 끊임없이 도파민이라는 보상 물질을 분출한다. 하지만 이 자극은 매우 단편적이고 강렬해서, 뇌가 스스로 정보를 정리하고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아 버린다. 나무꾼 두 명의 비유를 들어보겠다. 한 사람은 쉬지 않고 종일 톱질만 해서 50그루를 베고, 다른 사람은 점심시간마다 한 시간씩 사라지는데도 60그루를 벴다. 비결은 사라진 시간에 ‘톱날을 갈고 온 것’이었다. 우리 뇌도 마찬가지다. 끊임없는 자극에 노출되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무딘 톱으로 나무를 베는 것과 같다. 뇌에 정보를 처리하고 휴식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 신경세포는 지치고 과열돼 망가지고 만다.”

    뇌에 휴식할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줘야 하나.

    “강한 자극을 추구하는 행동은 교감신경을 지나치게 활성화해 우리 몸을 항상 비상 상황으로 만든다. 이렇게 되면 깊은 생각, 섬세한 감성, 치밀한 인지 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회로들은 점차 기능을 잃어간다. 반드시 ‘능동적인’ 휴식이 필요하다. 컴퓨터를 끄고,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연의 섬세함에 적극적으로 몰두해야 한다. 이는 뇌의 톱날을 세우는 시간인 셈이다. 인터넷, 유튜브, SNS 같은 ‘자극 편식’에서 해방돼야 뇌가 숨을 쉬며 휴식할 수 있다.”

    그는 집에 가면 휴대전화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디지털 디톡스(스마트폰, 컴퓨터, 노트북 등 디지털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상태의 휴식)’ 차원에서냐”고 묻자 이내 손사래를 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애써 스마트폰을 멀리하겠다고 결심하기보다는 디지털기기의 편리함 때문에 더 귀중한 것을 잃어버려선 안 된다는 점을 생각한다. 편리함 뒤에는 사람 사이의 연결 기회를 끊어버리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을 늘 마음에 새기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편리함 때문에 소중한 가치들을 내 손가락 사이 모래처럼 흘려버려선 안 되지 않겠나. 가까운 사람들과 대면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단순한 정보나 지식이 아니라 삶의 지혜와 경험을 주변 사람들과 기꺼이 나누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소중함과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할 때, 우리 뇌가 가장 행복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많은 현대인이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디지털 치매’를 앓고 있다. Gettyimage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많은 현대인이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디지털 치매’를 앓고 있다. Gettyimage

    삶을 지탱하는 인생철학이 궁금하다. 

    “많은 사람이 건강과 돈 자체를 삶의 목적으로 삼는다. 하지만 둘 다 수단일 뿐이다. 돈을 벌기만 하고 제대로 쓰지 않는다면 별 의미가 없다. 건강도 그것을 무엇에 쓰느냐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돈을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쓴다. 넓은 집, 값비싼 옷, 좋은 음식 등을 내세워 ‘나는 이렇게 잘나간다’고 자랑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말 돈을 잘 쓸 줄 아는 사람은 ‘타인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돈을 쓴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학교를 세워 배움을 넓히고, 아픈 사람을 치료할 병원을 세우고, 자기처럼 좋은 일을 하는 이들을 지원하기도 한다. 건강도 마찬가지라고 여긴다. 나의 건강을 자랑하기보다는 나의 건강함이 다른 사람을 돕고, 키우고, 또 그런 선의가 연쇄반응처럼 확산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쓰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퇴직 후 내가 개인 클리닉을 열어 진료를 계속하고 싶은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다. 환자 개개인의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그들이 살아온 삶의 가치나 지혜를 주변 사람들과 더 잘 나눌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신문 기사 소리 내 읽고 기억해 내기 반복하라

    디지털 치매와 노인성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은 의학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 

    “의학적으로 보면 알츠하이머는 ‘물리적 소멸’이고, 디지털 치매는 ‘기능 저하’다. 알츠하이머는 신경세포가 죽거나, 신경세포 사이의 신경 접합(시냅스)이 소멸하고, 영상으로 찍어도 그 위축이 확인되는 병이다. 반면 디지털 치매는 신경세포는 살아 있지만, 대부분의 리소스를 단편적이고 자극적 회로에만 할애해 정작 필요한 깊은 사고, 창의적 활동, 섬세한 감성 등을 담당하는 회로들이 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력 감퇴로 걱정하는 현대인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은 뭔가. 

    김성윤 전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터넷, 유튜브, SNS 같은 ‘자극 편식’에서 해방돼야 뇌가 숨을 쉬며 휴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김성윤 전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터넷, 유튜브, SNS 같은 ‘자극 편식’에서 해방돼야 뇌가 숨을 쉬며 휴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우리 뇌에는 1000억 개 가까운 신경세포가 있다. 하나의 뇌세포는 다른 수백, 수천 개의 세포와 네트워크를 이룬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우 큰 에너지가 쓰인다. 몸무게의 4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뇌가 몸 전체 혈액의 4분의 1을 공급받는 이유다. 뇌는 다른 조직에 비해 거의 10배 가까운 산소와 포도당을 소모한다. 그런데 이 기관의 일부가 놀고 있다면 우리 신체로서는 그곳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안 쓰면 사라지는 것이 자연계의 대원칙이다. 짧은 영상이나 단편적인 재미만 탐닉하고 깊고 치밀한 사고, 감성, 신체 활동의 회로를 놀리고 있다면 신체는 그런 ‘불필요한 회로’를 절대로 유지하지 않는다. 기능 저하가 장기간 지속되면 실제 뇌세포, 근육세포, 뼈세포의 퇴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어려운 일, 힘든 일, 불편한 일, 까다로운 일’에 우리 몸, 우리 뇌는 각성한다. 노래 배우기, 외국어 배우기, 어려운 운동이나 동작 익히기, 손으로 글쓰기, 새로운 사람과 대화하는 불편함을 오히려 즐겨야 한다. 우리 신체는, 그리고 뇌는 도전받아야만 젊음을 유지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일상 속에서 치매를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꼽는다면?

    “일상 속에서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도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 종이신문을 구독해 관심 있는 기사를 소리 내서 읽는 것이다. 또박또박 소리 내어 읽으면 소리로 기억하는 것, 시각적으로 기억하는 것 등 자극의 형태가 다양하니까 기억 자극이 훨씬 풍부해진다. 그러고 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 ‘다섯 가지 이상 기억해 내기’를 한다. 처음에는 한두 개 외엔 전혀 생각이 안 날 수도 있다. 도저히 생각이 안 나서 신문을 다시 찾아보면 ‘이것도 읽었지, 아, 이것도 봤는데…’ 하면서 다시 뇌가 자극을 받는다. 매일 반복하면 점차 기억하는 기사 수가 늘어난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기억해야 하니 핵심적인 부분을 더 눈여겨보게 되고, 자연히 집중력과 이해력이 높아진다. 경제·정치·사회 문제,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에 관심을 갖게 돼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모임에서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여러 사람에게 추천한 방법이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 건강을 포기해선 안 되는 이유를 자신의 경험을 거울 삼아 이야기했다.

    “나는 10년 전 갑작스러운 난청으로 청력이 많이 손상됐다. 인공 와우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후 들리는 소리는 스피커가 고장 난 라디오처럼 이상했다. ‘학교’라는 소리가 ‘착초’처럼 들리는 식이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뇌의 청각 영역이 새로 적응할 수 있도록 청각 재활 훈련을 받았다. 하루 2시간씩 책을 읽어줄 ‘알바’생을 고용해 귀에 들리는 소리와 실제 단어를 확인하고, 출퇴근 운전 시간에 오디오 북을 들었다. 2~3년이 지나서 98% 정도까지 청음 능력이 올라갔는데 더는 진전이 어려웠다. 무엇보다 음악을 즐기기가 어려워 가슴 아팠지만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 내 몸의 일부(청력)가 손상됐다고 해서 나머지 자산인 시력, 운동 능력, 지적 능력,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등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깨달음이다.”

    건강 유지와 질병 예방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건강한 마음과 몸으로 하루하루를 얼마나 의미 있게 지내느냐’다. 고장 난 자동차를 수리하는 이유도 새 차처럼 만들어 차고에 고이 모셔두려는 것이 아니라, 운행이 가능해지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마음과 몸이 여기저기 아픈 분들일수록 ‘나와 남의 하루를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 여전히 가능함을 믿었으면 한다. 자신의 삶을 아끼지 않고, 타인과 세상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쓰고, ‘완전히 마모된 상태’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관장이 국민께 심려 끼쳐 송구…기념관은 권력에서 해방돼야”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유명인 리딩방 광고’의 늪

    “정당보다 인물, 이념보다 실리, 정치가보다 행정가”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