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보다 보수적인 ‘MH세대’의 등장
‘여성은 약자’라는 사회적 합의에서 이탈한 1020男
세대 간 이해충돌, 이대녀의 민주당 이탈 이끌어
여야 지지율 격차만큼 영향력↓…영남권은 ‘변수’
유권자 30%인 2030, 정계 개편 핵심 역할 맡을 것

4월 28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상생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안내 책자를 살피고 있다. 뉴스1
2030 남성의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아졌다는 건 모두가 안다. 그럼에도 “심상치 않다”고 표현한 건 그 강도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2030 남성들의 국민의힘 지지가 높아졌다고 해도, 보수정당 전통 지지층인 60대 이상에 비할 바는 못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율 변화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제20대 대선에서 2030 남성과 60대 이상의 ‘선거 연합’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22년 여름,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징계를 계기로 연합이 해체됐다. 청년층의 지지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국정 운영 평가에서 부정이 긍정을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이뤄졌다. 이후 60대 이상만이 국민의힘 지지를 지탱했다.
MZ세대보다 보수적인 ‘MH세대’의 등장

그래프를 보면 민주당이 멀찍이 앞서 있는 다른 세대와 달리 18~29세에선 민주당 지지율(27%)과 국민의힘(23%) 지지율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개혁신당(5%)을 합하면 작게나마 역전된다. 여기서 조국혁신당을 거론하지 않은 건 18~29세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0%였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건 18~29세 남성이다. 여론조사로만 보면 이들은 분명 ‘별종’이다. 한국갤럽 월별 통합 여론조사는 연령대는 물론 성별로도 구분된 결과를 제시한다. 18~29세 남성은 모든 성·연령대를 막론하고 유일하게 국민의힘 지지율(28%)이 민주당 지지율(17%)에 앞서는 집단이었다. 개혁신당(9%)을 더하면 두 배가 넘는다. 가장 보수적인 집단으로 여겨졌던 70대 이상 남성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앞선 걸 보면 매우 이례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보통 2030을 한데 묶지만 20대와 30대는 엄연히 다른 세대다.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원조 이대남’인 30대 남성들이 원래 민주·진보 진영을 지지하다가 돌아선 이들이다. 현재 20대 남성들은 성인이 됐을 때부터 보수적인 성격을 보인 유권자 집단이다.
전통적으로 청년층 지지가 강했던 민주당에 이들의 존재는 늘 골칫거리였다. 진보진영에서 ‘20대 남성 극우화’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주장의 핵심은 어릴 적부터 ‘일베’ 문화에 젖은 청소년들이 ‘극우 청년’이 돼 돌아왔다는 것.
같은 맥락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1주년 행사에서 ‘MH세대’를 소환했다. MH세대는 MZ세대의 패러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니셜을 따 만든 조어다.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조롱하는 데 익숙한 일부 1020세대를 일컫는다. 진보진영 정치인들로선 가뜩이나 청년층의 보수정당 지지세가 높아져 머리 아픈데 그들보다 더 보수적 집단이 등장했으니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 대표는 MH세대가 등장한 배경으로 게임 등 온라인 문화를 꼽았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하면서 극우적 요소들에 많이 노출돼 부지불식간에 그것이 나쁜 말인지도 모르고 그냥 쓴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현상을 ‘사이버 내란’으로 정의했다.
정 대표뿐 아니라 진보진영 많은 인사가 1020 남성의 보수화 원인으로 인터넷상의 ‘일베 문화’를 꼽는다. 일베 자체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급격히 위축됐다. 그들은 그 이용자들이 디시인사이드나 에펨코리아 같은 남초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온라인 전반에 일베 문화가 확산했다고 주장한다.
‘여성은 약자’라는 사회적 합의에서 이탈한 1020男
일베가 과거 청소년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쳤고, 그게 오늘날 청년 남성들의 보수화로 이어졌다는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일부의 사례가 전체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에 적대적인 10~30대 남성들이 모두 일베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건 일반화의 오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년들이 있다고 해서 모든 청년이 그를 지지하는 건 아닌 것처럼 말이다.청년층의 인터넷 문화가 ‘일베 문화’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일베니 극우니 하는 것과 상관없이 온라인은 원래 야생의, 때로는 저질 문화가 넘치는 공간이었다. 가수 서태지도 2000년 ‘인터넷 전쟁’이라는 곡을 통해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혐오를 다루지 않았던가. 오히려 수많은 사람이 특정인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녀’라는 이름이 붙은 불법 촬영물이 흔하게 유통되던 2000년대에 비하면 오늘날 인터넷 문화는 상대적으로 건전해졌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진보진영과 청년 남성들이 서 있는 위치가 예전과 다르다는 사실 뿐이다.
진보진영은 일베 문화로 뭉뚱그려 표현하지만 사실 1020 남성들이 반(反)진보·친(親)보수적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요즘 20대는 성별 대결 구도에서 한 발짝 떨어진 세대다. 몇 년 전 첨예한 갈등을 빚은 장본인들은 30대가 되면서 갈등의 정도가 누그러졌다. 하지만 당시 남녀 갈등이 촉발한 정치 지형의 변화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것은 ‘어떤 정치 세력이 나의 이익을 대변하는가’ 하는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여러 분야에서 여성정책을 확대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페미니즘 교육이 추진됐다. 이게 옳았냐 틀렸냐 하는 가치판단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분명한 건, 이에 대한 남성 청소년들의 반감이 상당했다는 사실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021년 7월 전국 교사 11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여교사 3명 가운데 1명이 학교에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반발이나 공격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선생님 페미니스트냐”고 따지듯 묻는 행위가 17.4%로 가장 많았다. 혐오 표현과 발언이 16.6%, 페미니스트 교사에 대한 비난 및 공격 12.8%, 성평등 수업에 대한 방해 및 거부가 8.2%로 뒤를 이었다. 그 밖에도 교원 평가에 ‘메갈(강성 페미니스트) 교사’라고 쓰는 행위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언론에는 걸핏하면 “선생님 페미냐”고 대든 학생들의 사례가 보도됐다. 그만큼 교육 현장에서 여성 교사와 남성 학생들의 갈등이 심했다는 방증이다.
당시 여성계는 ‘백래시(backlash)’라며 우려를 표했다. 백래시는 진보적 사회 변화에 기득권이 집단 반발하는 걸 의미한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기성세대와 그 반대편에선 1020 남성들의 시각이 충돌하는 게 이 지점이다. 누가 기득권이냐는 것.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약자’라는 사회적 합의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누가 봐도 그랬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가 성장함에 따라 여권이 신장됐고, 어떤 분야에서는 남녀 간 지위 역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학교는 그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나타난 공간이었다.
세대 간 이해충돌, 이대녀의 민주당 이탈 이끌어
2000년대 들어 남녀공학이 확대되면서 언론에서는 연일 “남학생들이 내신 성적에서 밀려 남녀공학을 기피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됐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남성보다 훨씬 낮았던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처음으로 남성을 추월한 뒤 꾸준히 5%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대에는 공무원 시험 등 취업 시장에서도 ‘여풍(女風)’이 본격화했다.청년 남성들로서는 학교에서 치이고 군대도 가야 하는데, 정작 가부장제로 특혜를 누린 기성세대 남성 정치인들은 “너희는 남성이고 강자니까 여성에게 양보하라”고 강요하기만 하니 반발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결과적으로 ‘여성은 약자’라는 사회적 합의에서 1020 남성들이 이탈한 게 오늘날의 정치 지형을 만들었다.
흥미로운 건 20대 여성의 민주당 지지 또한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대 여성 집단은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지지 세력이었다. 남녀 갈등이 정권에 대한 호불호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20대 여성들은 민주·진보 진영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지지 강도도 윗세대보다 훨씬 강력했다. 요즘 20대 여성들의 진보진영 지지 강도는 30대 여성보다 약한 편이다. 한국갤럽의 4월 통합 여론조사에서도 18~29세 여성의 국민의힘 지지율(18%)은 30대 여성과 같았지만, 민주당 지지율(37%)은 30대 여성(42%)보다 낮게 나타났다. 반면 무당층은 40%에 달했다. 또래 남성(43%)과 비슷한 수준이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후기 밀레니얼 세대의 정치적 태도에 큰 영향을 끼친 건 성별 대결 구도였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Z세대도 여기서 자유롭지는 않다. 다만 이 세대에서는 성별 갈등 못지않게 세대 간 이해 충돌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연금 개혁 사태 당시의 반발이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는 남녀가 따로 없었다.
유권자 여론 지형은 이미 세대 간 자원 배분의 형평성 문제로 재편되고 있다. 정년 연장,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 등의 이슈에서도 청년층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지금은 검찰개혁이니 공소 취소니 하는 정쟁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 중장년층으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얻고 있는 민주당은 당연히 그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밖에 없다. 30대 이하 세대와 민주·진보 진영이 구조적으로 결합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해 21대 대선 선거인 명부를 기준으로 했을 때 30대 이하 유권자 수는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중장년 유권자 수는 그보다 훨씬 많다. 중장년층은 여권에 대한 지지 강도도 매우 강하다. 다수 지역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가 큰 만큼, 선거마다 캐스팅보터 역할을 수행했던 청년층이 여느 때보단 영향력이 낮아졌다. 그러나 접전이 예상되는 영남권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나아가 이들의 존재는 선거 이후로도 한국 정치를 뒤흔들 것이다. 현 집권 세력의 반대편에 설 이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청년층 민심을 누가 선취하느냐가 향후 정계 개편의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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