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호

‘조작기소 특검법’은 삼권분립 근간 흔드는 전례 없는 시도

[6·3선거 막판 변수 | ①조작기소(공소취소) 논란] 수사 남발에 공소취소까지…특검 제도의 자기부정

  •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검사

    입력2026-05-29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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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발된 특검, 이원화된 수사 구조의 민낯

    • 李 기소 사건 전부 수사 대상…유례없는 상황

    • 공소취소로 문제 해결? 삼권분립 원칙 훼손

    • 별건 수사·협조자 ‘플리 바게닝’ 허용

    • 맞춤형 특권법으로 법치주의 위에 올라서

    4월 30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

    4월 30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

    설마하면서 우려했던 것들이 차곡차곡 현실로 다가와 당혹스럽다. 느닷없이 맞이하게 된 새 정부의 ‘검찰개혁’에 이어 ‘사법개혁’이란 것이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가 이미 상당 부분 망가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 속에서 최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국정조사’가 끝나자마자 여당에 의해 ‘조작기소(공소취소) 특검법’이 전광석화처럼 발의됐다. 이 특검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돼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사건들이 모두 수사 대상이 돼 공소취소까지 할 수 있다니 경악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특별검사제도는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됐다. 1차 ‘파업 유도 사건’과 2차 ‘옷로비 사건’ 특검이 국민의 큰 기대를 품고 시작됐으나 별다른 성과도 없이 끝나게 돼 곧바로 ‘특검무용론’이 나왔다. 이어서 3차 ‘이용호 게이트’ 특검은 당시 검찰총장이던 신승남 총장이 “특검 할애비가 와도 나올 게 없다”는 장담 속에서 조용하게 시작됐다. 당시 파견 검사가 부장검사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할 정도로 소규모였고, 변호사들이 특별수사관으로 임명됐으나 바로 수사에 투입할 인력이 너무 부족했다. 

    2001년 당시 8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변호사로 일하고 있던 필자는 특검 발족 직후에 추가로 임명을 받았다. 변호사로서 담당 사건을 정신없이 처리한 후에 12월 23일부터 합류했는데, 자정을 넘기며 휴일도 없이 수많은 기록을 검토했다. 연초부터 당시 고등검사장 등 7명의 전·현직 검사 등을 조사했고, 검찰총장 동생을 직접 조사한 후에 구속하자 총장이 사퇴하는 바람에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집중됐다. 결국 특검 수사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아들까지 구속 기소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그때 너무 고생을 해 이후 새로 시작하는 특검 합류를 제안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지금까지도 이른바 ‘특검 시대’를 열었다는 자부심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그리고 특검을 허락하고 아들이 구속까지 되는 것을 용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2002년 3월 25일 ‘이용호 게이트’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채균 법무사(특별수사관), 이상수(특검보), 차정일(특검), 김원중(특검보), 이창현(특별수사관), 이영희 변호사(특별수사관). 동아DB

    2002년 3월 25일 ‘이용호 게이트’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채균 법무사(특별수사관), 이상수(특검보), 차정일(특검), 김원중(특검보), 이창현(특별수사관), 이영희 변호사(특별수사관). 동아DB

    남발된 특검, 이원화된 수사 구조의 민낯

    사실 특검 수사가 아니더라도, 역대 전두환·김영삼·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의 형제나 아들이 구속된 사례가 있었다. 이는 모두 대통령 스스로가 수사를 용인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로 이처럼 권력에 흔들리지 않고 수사를 허용하는 모습이야말로, 진정으로 대통령다운 태도라 할 수 있다. 

    새 정부에서 ‘내란’ 등 3대 특검과 상설특검,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2차 종합특검 등 5개의 특검이 있고, 기어코 대통령의 범죄를 없애고 말겠다는 ‘조작기소(공소취소) 특검법’까지 등장했다. 이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첫째, 조작기소 특검은 특검 제도의 자기부정이다. 특별검사제도는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현 정부의 영향권이 강하게 미치는 기존 검찰 등 수사기관이 공정하게 수사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독립적 수사기관을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새 정부에서 운영되는 여러 특검과 이번 조작기소 특검은 모두 현 정부와 여당의 요구에 따른 것이기에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이미 새 정부에서 ‘수사와 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곧 검사에게 수사개시권을 주지 않겠다고 하고, 이것을 검찰개혁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조작기소 특검은 완전히 배치된다. 

    더구나 특검 수사를 지나치게 남발한 결과, 수사 구조 자체가 이원화되는 문제가 생겼다. 정부와 여당의 필요에 따른 사안은 특검이 맡고, 일반 국민이 원하는 수사는 국가수사본부 등 기존 수사기관이 담당하는 식으로 굳어진 것이다. 이는 결국 특검이 일반 국민을 차별하고, 정부와 여당의 전담 수사 기구로 전락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특검에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 원칙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원칙을 내세워 검찰개혁을 추진해 온 정부와 여당 스스로 그 원칙을 짓밟는 셈이다. 이는 명백한 자가당착이며, 사실상 검찰개혁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공소취소로 문제 해결? 삼권분립 원칙 훼손

    둘째, 조작기소 특검은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드는 전례 없는 시도다. 특검은 본래 권력형 비리 등의 혐의를 공정하게 수사·기소하고, 이후 공소유지까지 담당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번 조작기소 특검은 여기에 ‘공소유지 여부 결정권’까지 추가했다. 심지어 직전 국정조사의 대상조차 아니었던 사건들까지 포함시켜,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 전부를 수사 및 공소유지 여부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수사와 기소가 아니라 사실상 공소취소가 핵심 업무가 되는, 유례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의 증거가 조작됐으며, 이는 국정조사를 통해 분명히 밝혀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정조사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밝혀졌는지 국민은 제대로 알 수 없다. 만약 조작이 실제로 밝혀졌다면, 그 사실과 증거를 법원에 제출해 무죄를 입증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대통령과 공범으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재심을 통해 무죄를 다투면 된다.

    우리나라처럼 사법 시스템이 확고히 자리 잡은 선진국에서, 정상적인 법원 절차를 이용하지 않고 특검을 통한 공소취소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이는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나아가 법원의 재판권과 피고인의 재판받을 권리까지 침해하는, 매우 위헌적인 발상이다.

    더욱이 공소취소가 목적이라면 굳이 특검을 만들 필요도 없다. 기존 검찰 내에서 해당 사건을 기소한 검사가 직접 공소취소를 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다.

    한편 여당의 한 국회의원이 “국민 대부분은 공소취소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검사들도 재직 중 공소취소권을 단 한 번도 행사한 적이 없다. 법조인들 역시 형사소송법 규정과 교과서로 공부했을 뿐 실무에서 공소취소가 쟁점이 된 경우는 거의 없었고, 관련 판례도 찾기 어렵다. 그만큼 공소취소는 무죄가 명백히 예상되거나, 관련 법령·판례에 중대한 변경이 있는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 만일 특검이 그러한 사정도 없이 공소취소를 강행한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나 최근 신설된 법왜곡죄로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이번 특검법은 여러 문제 조항을 담고 있다. △수사 대상 사건과 관련한 별건 수사를 허용하고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도 공소취소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특검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검사는 업무에서 배제하고 △변호사 자격자를 공소유지 전담으로 지정할 수 있게 했다. 심지어 △수사 협조자에 대한 형량 조정, 즉 유죄거래협상(plea bargaining) 규정까지 두어 기존 형사소송법 체계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 

    앞으로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 체제로 전환되더라도, 정부와 여당이 필요에 따라 수시로 특검을 신설해 수사와 공소유지를 맡기는 관행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5월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조작기소 특검법’ 관련 현안 브리핑에서 홍익표 정무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이 “구체적 시기나 절차는 여당인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스1

    5월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조작기소 특검법’ 관련 현안 브리핑에서 홍익표 정무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이 “구체적 시기나 절차는 여당인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스1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

    셋째, 조작기소 특검은 대통령 한 명의 범죄를 지우기 위한 맞춤형 특권법이다. 특검법은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돼 재판 중인 사건 전부를 수사 대상으로 삼고, 공소취소까지 가능하게 했다. 특정인의 모든 사건을 특별관리하는 이 구조는, 누가 봐도 대통령 개인의 범죄를 없애기 위한 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검찰이 이미 기소했고, 공범에 대한 확정판결까지 난 사건의 공소취소를 위해 특검을 만든다는 것은 대통령의 범죄를 없애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헌법상 평등권에도 위배될 뿐 아니라,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근대 법치국가의 근본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다. 더욱이 자신에게 공소취소를 해줄 특검을 대통령 본인이 임명까지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민망한 일인가.

    그런데 대통령은 특검법 논의와 관련해 “구체적 시기와 절차에 대해서는 여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 판단해 달라”고 말해 사실상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정무수석도 “국정조사를 통해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에 의해 자행된 불법행위와 부당한 수사 등이 상당 부분 밝혀졌다”며 “특검 수사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으나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광역단체 4곳의 가장 최근 여론조사 결과, 조작기소 특검의 공소취소 권한 부여 적절성 관련 질문에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이 서울 49%, 부산 47%, 대구 54%, 경남 48%인 반면 ‘적절하다’는 응답은 서울 31%, 부산 30%, 대구 22%, 29%였다. 서울은 5월 9~10일 서울 거주 성인 802명(응답률 11.0%), 부산은 10~11일 부산 거주 성인 801명(응답률 14.7%), 대구는 9~10일 대구 거주 성인 803명(응답률 20.3%), 경남은 11~12일 경남 거주 성인 804명(응답률 13.4%)을 대상으로 했다. 4곳의 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이미 예견된 바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여당은 현직 대통령이 받게 될 여러 재판을 중단시키는, 이른바 ‘재판중지법’ 발의를 추진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반대하자 곧바로 중단됐다. 재판이 임기 중에만 중단된다면 임기 후에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므로, 대통령으로서는 달가울 리 없었을 것이다. 여당이 대통령의 속내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과잉 충성을 하려다 갑자기 흐지부지된 셈이다.

    피고인의 심정을 헤아리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본인의 사건들에 대해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5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5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참석 의원이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에 투표하고 있다. 이날 39년 만에 시도된 개헌 투표에 국민의힘 의원이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뉴스1

    5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5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참석 의원이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에 투표하고 있다. 이날 39년 만에 시도된 개헌 투표에 국민의힘 의원이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뉴스1

    법치주의 파괴에 대한 국민 우려 불식해 주길

    여당에서 계속 개헌을 주장하는 것도 의아한 대목이다. 얼마 전에 대통령을 변호하다가 법제처장이 된 분이 국회에서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도 국민의 뜻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는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위 규정은 당시 ‘직선제 개헌’과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국민의 간절한 열망을 담은 것이 아닌가. 그리고 개헌론자들은 1987년 헌법이 거의 40년이나 돼 시대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헌법으로 불법 계엄도 막아냈고, 당시 국민의 피땀 흘린 노력으로 쟁취한 자랑스러운 헌법이기에 굳이 개정할 이유를 당장 느끼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공소취소로 재판을 받지 않는 상황으로 해결이 되거나, 혹시 그렇지 못한 경우라도 ‘계속해서 헌법개정으로 임기 연장을 모색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따라서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해 임기를 마치고 전직 대통령답게 당당하게 재판을 받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조작기소 특검법’이란 이름이지만 ‘대통령 공소취소 특검법’이라는 오명을 단 이 법은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악법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여당과 대통령이 이러한 국민의 불안과 우려를 불식하는 현명한 대안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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