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호

북한을 조선이라 불러선 안 되는 다섯 가지 이유 

[쟁점] 호칭 하나에 담긴 헌법적·국제정치적 함의

  • 양일국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 부회장

    입력2026-07-01 17: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북한을 조선이라 부르는 장관 발언의 위험성

    • ①헌법 3조 무력화 ②통일 노력도 내정간섭

    • ③반인도범죄 처벌하려면 정상 국가 인정 안 돼

    • ④북극항로 주도권 잡아야 할 때, 저자세는 위험

    • ⑤통일 향한 국민 의지 보이기 위한 일환

    • ‘경제 강국’이라도 올바른 국가전략 없으면 ‘약소국’

    GettyImage

    GettyImage

    호칭은 단순한 단어가 아니다. 누군가를, 혹은 어떤 집단을 무엇이라고 부르느냐에는 관계의 본질과 권력의 배치가 그대로 녹아 있다. 특히 외교 무대에서는 상대국의 국호를 어떻게 부르느냐가 그 나라의 정체성과 정당성을 인정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와도 직결된다. 최근 통일부와 북한을 둘러싼 호칭 논란도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북한을 조선이라 부르는 장관 발언의 위험성

    4월 28일 통일부는 북한을 그들의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으로 부르는 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3월 25일, 통일부-통일연구원 공동학술회의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한 관계를 ‘한-조 관계’라고 표현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는 이날 “남북 관계든 한국·조선, 즉 한조 관계든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발언해 정치적 파장을 일으켰다. 

    5월 21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 전날 열린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승리를 언급하며 “기왕이면 내고향 팀이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뉴스1

    5월 21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 전날 열린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승리를 언급하며 “기왕이면 내고향 팀이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뉴스1

    북한 국호를 두고 남북 간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장면도 포착됐다. 지난 5월 23일, 2026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출전차 경기 수원을 방문한 북한팀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장에서 한 기자가 국호를 제대로 부르지 않았다고 항의한 뒤 회견장을 떠났다. 북한팀이 우승했고, 기자는 그저 “북측 여자축구가 과거부터 수준이 높다”고 덕담을 한 것이 전부였다.

    비슷한 장면은 2023년 10월에도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지각해 개최된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남북한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도 북한 측은 한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North Korea가 아니다. 우리는 D. P. R. 코리아다. 아시안게임에서 모든 나라에 정확한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 맞지 않나?”라고 따졌다. 이날 문제가 된 기자의 질문은 “북한 응원단이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줬는데 소감이 어떤가?”였다.

    일각에서 북한을 조선으로 불러주자는 이유는 언뜻 들으면 선해 보인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진실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사적 개인 간에 통할 윤리를 남북한 관계라는 국제정치의 장에 무리하게 적용한 것으로, 적잖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사안이다.



    국제관계에서 호칭은 상대 정부에 대한 정치적 승인, 외교적 지위를 담는 고도의 전략적 행위다. 우리가 북한을 ‘조선’이라 부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체제를 정식 승인하고 존중한다는 의미가 수반된다. 과거 북한 협상단이 대한민국 대신 ‘남조선 당국’으로 불렀던 것 역시 상대의 급을 한 단계 낮춰 불러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포석이었다.

    비슷한 이유에서 그들은 한국은행을 ‘남조선중앙은행’, 대한항공은 ‘남조선 칼(KAL)기’라고 불렀다. 2000년대 금강산 관광차 북한을 방문한 한국외국어대 관계자에게는 ‘한국’이라는 국호를 인정하지 않고, ‘에치(H) 외국어대’라 쓰인 명찰을 쓰도록 했다.

    5월 23일 리유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의 ‘북측’ 표현에 공식 국호 사용을 요구하며 항의한 뒤 자리를 떠났다. 뉴스1

    5월 23일 리유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의 ‘북측’ 표현에 공식 국호 사용을 요구하며 항의한 뒤 자리를 떠났다. 뉴스1

    ① 조선이라 부르는 순간, 헌법 3조 무력화

    그러나 우리가 북한을 북한이라고 불러야 하는 데는 몇 가지 중대한 이유가 있다. 우선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북한에 대한 정의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단순한 영토 선언을 넘어 지금 북한 정권이 우리 영토를 불법 점유 중인 반국가단체이며, 미래 이러한 불법적 상황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까지 포함된다. 1948년 12월 12일 제3차 유엔 총회 결의에서 대한민국을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로 승인한 것은 우리 헌법 3조의 정당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것이다.

    같은 논리에서 북한이 2023년 12월 30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것 역시 우리에 대한 적의를 드러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표면적으로 북한이 국제법상 정상 국가의 권한을 갖겠다는 선언이면서, 우리 헌법 3조를 인정하지 않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의 달라진 행보는 정상 국가로서의 자신감을 표현한 것은 아닌 듯하다. 인민 절반 가까이가 만성적 영양실조로 시달리는 체제의 모순을 가리기 위한 기만에 가깝다. 우리가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는 것은 이에 동의하고 화답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 

    ② 정상 국가 인정하면, 통일 노력도 내정간섭

    북한 체제에 급변 사태가 발생해 권력의 진공상태가 됐을 때 먼저 인접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영토에 대한 지분을 주장하며 개입해 올 공산이 크다.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은 그간 한미 연합 전력의 북상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방파제를 지키는 것은 강대국의 사활적 이익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은 그 이익을 위해 대규모 전쟁도 불사한다는 의미다. 인접 지역에 적국의 군사력이 전개되지 못하게 막는 것은 대표적인 사활적 이익이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6·25전쟁 당시 중공군의 참전, 1962년 미-소 쿠바 미사일 위기는 사활적 이익 앞에 모든 강대국이 예외 없이 같은 행동을 반복해 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우리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북한을 우리의 미수복 지역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미래 한반도 통일의 주도권을 국제적으로 공인받기 위한 중요한 포석이라는 데 있다. 지금 북한을 정상 국가로 인정하면 미래 우리의 통일 노력이 내정간섭이 될 수도 있다. 이는 평화통일의 사명을 명시한 헌법 4조를 스스로 내려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

    ③ 반인도적 범죄 처벌하려면 정상 국가 인정 안 돼 

    ‘항구적인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해 우리와 자손들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헌법 전문은 인도주의와 동포애를 명시한 것이다. 북한 정권의 폭정과 각종 반인도적 범죄를 제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그 중요한 과업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북한 지도부를 처벌할 수 있는 경로는 첫째,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방법이 있지만,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중국과 러시아의 기권이 확실시된다. 둘째, 유엔 총회를 통해 임시 특별 국제형사재판소를 여는 경로다. 이는 안보리를 우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권고 수준의 결론만 가능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세 번째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에게 적용했던 일종의 ‘초법적 결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방식은 확전 위험이 있고, 우리가 주도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마지막 경로는 통일이 임박한 시점에 대한민국 사법 체계로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를 단죄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을 우리 영토로, 북한 인민을 우리 국민으로 규정한 헌법 정신을 수호해야 한다. 반면 우리가 북한을 정상 국가로 대하는 것은 미래 북한 지도층의 반인도적 범죄를 처벌할 권리와 의무를 스스로 내려놓는 결과가 될 수 있다. 

    ④ 북극항로 주도권 잡아야할 때, 저자세는 위험 

    현재 동북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상선들은 동남아시아의 믈라카(Melaka)해협이나 이집트의 수에즈운하를 통과한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약 2만1000km의 경로가 1만3000km로 단축된다. 기존 30~40일 걸리던 운항 시간도 14~20일 수준으로 줄어든다. 연료비 절감 외에도 선박 회전율을 두 배 가까이 높일 수 있어 주목된다.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축출, 믈라카해협 주도권 선점, 이란 전쟁 등 잇따른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린 중국과 러시아가 북극항로 선점에 사활을 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러시아는 2024년 나진-하산 철도 개보수 등 나진항 현대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북극항로 시대를 앞두고 한반도 북부를 자국의 물류 통로로 편입시키려는 계산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를 사실상 자국 영향권으로 편입시킨 것도 북극항로와 주요 항구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지금은 강력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북극항로의 남단 거점을 나진이 아닌 부산으로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붙여야 할 때다. 

    이런 때에 북한을 정상 국가로 예우하고 국제법상 권리를 인정하는 듯한 저자세는 자칫 한미일-북·중·러의 대치 구도에서 우리가 한발을 빼고, 북극항로의 주도권을 북·중·러에 양보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남북 베트남, 동서독, 남북 예멘 등 일련의 분단국 통일 사례는 이질적인 두 체제가 하나가 되는 과정이 결국 흡수통일의 형태로 귀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선 1990년 동서독 통일은 동독 인민의회가 스스로 편입을 결정한 것이며, 국기는 서독 국기가 그대로 계승됐다. 앞서 1975년 4월 30일 베트남 통일은 무력에 의한 통일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동서독과 다를 바 없는 공산 월맹의 흡수통일이었다.

    ⑤ 통일 향한 국민 의지 보이기 위한 일환

    소련 패망으로 의지할 곳이 없어진 공산 남예멘의 제안으로 1990년 성사된 예멘 통일은 외견상 분단국이 대등한 위치에서 대화로 통일을 달성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총선 후 권력 배분에 불만을 가진 구 남예멘 측이 내전을 일으켰고, 북예멘에 의해 진압되면서 결국 또 한번 흡수통일로 귀결됐다.

    현재 여권과 사회 일각에서 남북한 간 교류를 통해 남북한의 차이를 줄여가자는 절충론, 북한과의 평화공존론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통일로 가는 중간단계 또는 그 양상일 뿐, 결론은 누가 누구를 흡수하느냐가 될 수밖에 없다. 통일을 향한 국민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일환으로 북한을 정상 국가로 인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CIA 고위 관료 출신의 전략가 레이 클라인(Ray S Cline·1918~1996)은 유형의 국력(경제력, 병력수 등)과 무형의 국력(국가전략, 국민 의지)을 곱한 값을 국력(national power)의 총합으로 봤다. 이는 아무리 외견상 강국이라도 정부가 올바른 국가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국민 의지가 부족하면 결국 약소국과 다름없다는 무서운 진실을 담고 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클라인의 경고는 아무리 경제력에서 북한을 압도해도, 우리 정부의 잘못된 통일 전략, 그리고 통일을 기피하고 두려워하는 국민 정서가 만연하면 얼마든지 통일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현재 한국 사회가 미래 주역인 청년들에게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자부심, 폭정에 시달리는 북한 인민들을 구하겠다는 패기를 심어주고 있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TV에 온통 ‘먹방’과 구슬픈 트로트만 가득한 시류를 걱정하는 이유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