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가맹점주, 화물연대 기사 배송 거부 운동 펼쳐
오랜 기간 함께한 동료에 말하기 어려운 배신감 느껴
어려움 전해도 야유·욕설만…대형 스피커로 시위 방해
화물연대 기사들은 개인 사업자…교섭권 인정 맞나?
텅 빈 매대 보며 “장사 잘되나 보다” 조롱에 분통
전국이 시위로 난리…노란봉투법, 이대론 안 돼

이상운 CU가맹점주연합회 경기남 대표가 6월 8일 경기 평택의 자신의 CU편의점에 서 있다. 지호영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 시행 이후 벌어진 화물연대 파업은 이들의 관계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파업 현장에서 무릎을 꿇고 물류 차량 통행을 호소했지만, ‘어제의 동료’로부터 돌아온 것은 조롱과 욕설뿐. 결국 다수 편의점주는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의 배송을 거부하는 선택에 나섰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파업 종료 직후인 5월 1일 기준 경기 지역에서 98개 CU점포가 배송을 거부했다. 이 대표는 6월 8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똑같은 개인 사업자인데 누구는 갑이 되고, 누구는 을이 되는 현실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입을 열었다.
오랜 기간 함께한 동료에 말하기 어려운 배신감 느껴
4월 벌어진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였나.“점포 크기나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다. 우리 점포는 하루 매출 기준으로 약 60만 원, 한 달로 따지면 1500만~1800만 원 정도 손해를 봤다. 매출 감소보다 더 무서운 건 손님을 빼앗기는 거다. 편의점 장사라는 게 단골을 만들기는 어려워도 잃는 건 한순간이다. 길 하나만 건너도 세븐일레븐, GS25 같은 경쟁 편의점이 있지 않나. 매대가 비어 있으니 손님들이 하나둘 발길을 돌리더라. ‘저 집은 가도 물건이 없다’는 인식이 생기면 다시 오게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당장의 금전적 손실보다 단골을 잃는 게 훨씬 두려웠다.”
한 달가량 파업이 이어지는 동안 허탈감도 컸을 것 같다.
“파업이나 쟁의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파업을 끝내기로 했다면 물류센터를 가로막고 있던 차는 바로 빼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4월 30일) 파업 종료를 선언하고도 차량을 곧바로 철수시키지 않았다. 노동절과 어린이날 연휴를 끼고 일주일 가까이 쉬어버리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허탈했다. 피해는 결국 누가 보겠나. 다 점주 몫이다.”
평소 편의점주와 배송 기사의 관계는 어땠나.
“담당 배송 기사는 한번 정해지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편의점을 16년 가까이 운영하면서 같은 기사와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배송 과정에서 작은 실수가 있어도 서로 이해하고 넘어갔고, 잘못 배송된 물건을 직접 가져다주는 등 배려를 주고받았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파업에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을 때도 걱정되는 마음에 담당 기사에게 ‘어떡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자기가 배송을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파업 이후로는 상황이 달라졌나.
“그렇다. 파업이 시작됐고 화물연대는 각지 물류센터 앞을 차량으로 막아섰다. 동료 점주들과 현장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정도 해보고, 매달려도 봤다. 별짓을 다 했다. 하지만 화물연대 차량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에서는 조롱과 야유, 욕설만 돌아왔다. 그 와중에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른 채 현장을 오가던 담당 배송 기사를 봤다. 그 순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배신감을 느꼈다.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었다.”
전국이 시위로 난리…노란봉투법, 이대론 안 돼
결국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에 대한 배송 거부 운동으로까지 이어졌는데.“CU가맹점주연합회도 물류센터 인근에서 피켓시위를 했다. 텅 빈 매대 사진이 담긴 피켓을 들고 점주들의 현실을 알렸다. 시위를 시작한 지 30분쯤 지나자 앞에 대형 스피커를 단 차량이 들어오더니 투쟁가를 크게 틀기 시작했다. 자리를 벗어나면 귀가 먹먹해 한동안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부족했는지 배송 기사 두 명이 다가와 ‘와, 장사가 엄청 잘되나 보다. 매대가 텅 비었네’라며 비아냥거리더라. 화가 치밀었지만 참았다. 대신 현장을 관리하던 경찰 기동대장을 찾아가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편은 아무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파업 2주차부터 화물연대 측 배송을 거부하기로 했다. 달리 스스로를 지킬 방법이 없었다.”
화물연대와 BGF리테일(CU 프랜차이즈 운영사) 간 협상이 타결됐는데 배송 거부 운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참사 다음 날인 4월 21일 고용노동부는 화물연대 소속 기사는 개인사업자에 해당해 원청과의 교섭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민주노총은 즉각 반발하며 강하게 규탄했다. 그러자 이틀 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화물연대를 노조로 간주하는 식의 입장을 내더라. 원청(BGF리테일)에 ‘화물연대와 협상하라’고 압박한 셈이다. 한번 성공한 만큼 내년에는 더 강한 파업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솔직히 배송 거부 운동을 이어가는 점주들도 피해가 상당하다. 중간에 이탈한 점주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일부 점주들이 버티는 이유는 하나다. 지금 경고음을 울리지 않으면 내년에는 더 큰 혼란이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배송 거부 운동으로 점주들이 감내하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BGF로지스에 비노조 기사 배정을 요청했지만, 기사별 배송 코스가 이미 정해져 있는 등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다. 결국 외부 인력이 운용하는 화물차를 용차하는 방식으로 물류를 공급받고 있다. 문제는 기존처럼 정해진 시간에 물건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며칠치 물량을 한꺼번에 받고, 배송 시각도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원래는 상대적으로 한가한 저녁 시간대 아르바이트생이 물류를 정리한다. 그런데 용차를 이용하면 손님이 많은 낮 시간에 배송이 이뤄져 주간 근무자가 이를 처리해야 한다. 점주들이 직접 나서 돕고 있지만 늘어난 업무 부담을 견디지 못해 아르바이트생이 그만두는 사례도 적지 않다.”
편의점주와 배송 기사 간 갈등을 해결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나.
“결국 문제의 출발점은 노란봉투법이다. 대기업들은 수많은 협력업체와 원·하청 관계로 연결돼 있다. 이들 모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인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 더구나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은 개인 사업자인데, 이들에게까지 교섭권을 인정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전국이 시위로 난리다. 공공부문에서도 정부를 상대로 ‘교섭에 나서라’며 실력행사를 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원청더러 나오라는데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 나오라’는 것 아니냐. 편의점 물류 파동의 경우 서울 지역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노란봉투법을 지금 상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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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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