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질서 주도하던 美, 자국 중심주의로
대국굴기로 美 자극해 집중 공격받은 中
미국이 발 빼는 자리에 중국의 공간 열려
미래 패권 좌우할 AI 기술 탈취로 갈등 고조
MAGA 대 중국몽, 공세적 자국 우선주의 지속
양안 관계, 위기 완화·증가 신호 공존

박상신 아주대 교수가 ‘신동아’와 인터뷰 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美, 스스로 수립한 질서 파괴하고 자국 중심주의 내세워
그러나 2025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은 스스로 수립한 질서를 파괴하고 자국 중심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글로벌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영향력과 활동 공간은 커지는 양상이다. 신흥 강국이 기성 패권국 지위를 위협할 때, 패권국이 느끼는 두려움과 구조적 긴장으로 인해 양국이 피할 수 없는 전쟁에 빠져들게 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이와 관련해 미중 경쟁의 추이와 양상을 연구하는 학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박상신(54) 교수는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육군 정보장교로 복무했다. 이후 연세대와 캐나다 칼튼대에서 석사를, 아주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아주대 세계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정치 분야 다수 논문이 있으며 지난해 해외직접투자 관점에서 미중 관계를 분석한 ‘미중경쟁의 기원’을 출간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가치의 권위적 배분’ 관점에서 변화하는 국제정치에 대해 진단을 부탁드린다.
“정치를 정의하는 데 가장 유명하고 명료한 격언은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의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다. 국제사회에서도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 정치 행위가 성공적이어야만 조화롭고 평화로운 국제질서 유지가 가능하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미국은 주요 국제정치 행위자로서 권위를 갖고 국제사회에 가치를 배분해 왔다. WTO 체제하에서 관세장벽 철폐를 통한 자유무역 질서 확산·유지가 대표적이다. 안보 면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 대표되는 집단 안보 체제와 동맹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평화를 유지해 왔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이후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 자유무역, 동맹, 국제기구 중심 세계질서가 보호무역, 자국 중심주의로 바뀌었다. 가치·규범 기반 정치에서 힘 기반 정치, 이른바 ‘파워 폴리틱스’로 전환하고 있다.”
일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미국 중심 일극 체제가 약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러시아·인도, 유럽연합(EU)과 더불어 브라질을 위시한 중견 국가들이 부상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 약화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걸프전쟁에는 미국 등 34개 국가가 다국적연합군을 구성해서 참전했다. 이라크 전쟁에는 미국 외 영국, 호주, 폴란드만 참전했다. 올해 발발한 이란 전쟁은 이스라엘과 미국만으로 치르고 있다. 근래 미국은 동맹의 가치에 노골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동맹국과 그 지도자의 감정에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 부른 것을 들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활동 공간을 넓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역설적인 문제다. 표면상 ‘반중’ ‘반공’을 내세우는 트럼프는 결과적으로 중국을 돕고 있다. 다자 협의체 자체에 부정적인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유엔, 유네스코,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에서 발을 빼는 자리에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미국의 장점이던 소프트파워 면에서 ‘신뢰’는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인데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예측 불가능한 정책으로 국제사회 구성원의 신뢰를 상실한 것도 중대 실책이라 본다.”
박 교수는 과거 자신이 느낀 바를 예로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일부 학자들은 ‘대통령 때문에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나는 ‘미국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국가이고, 아웃라이어 한 명이 지도자가 됐다 해서 국가 전체가 망가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오늘날은 그들의 분석이 상대적으로 설득력을 가진다는 판단이다. 후진타오 집권기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 기조를 유지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이른바 대국굴기(大國崛起)를 시도하며 미국을 자극해서 집중 견제를 받았다. 전랑(戰狼) 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비호감 국가로 전락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 미국이 일방주의 행태로 비호감도를 높였다. 미중 경쟁 면에서 분석하자면 중국이 먼저 실수했는데, 미국도 실책을 범하면서 중국에 반사이익을 안긴 것이다.”
국력차 크던 시기엔 ‘상생’, 격차 좁아지자 ‘갈등’ 시작
표면상 미국과 중국 관계는 갈등이 고조됐는데, 어떻게 보는가.“1979년 미중 수교 이후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 때를 제외하고는 양국은 장기간 우호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이 이른바 ‘신형 대국 관계’를 미국에 요구하고,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이후부터는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국력 격차의 크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미중 양국의 국력 격차가 컸던 시기에는 협력과 상생을 추구했다. 국력 격차가 좁혀진 이후에는 상대국을 바라보는 인식이 변화했고 이에 기반해 갈등 요소가 커졌다. 중국은 국력에 걸맞게 대우해 달라고 요구하고, 미국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존요소(factor endowment) 조합 면에서는 중국의 기술·자본이 성장함에 따라 경제적 협업과 역할 분담을 위한 조합이 깨졌다.”
미중 갈등을 자유주의 국제질서 해체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하는데 동의하는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 이에 대응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중 양국이 자유무역 중심의 국제질서를 더는 유지하지 않으려 한다는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 다만 자유무역 중심의 국제질서가 해체되는 것인지, 아니면 세계화에 기반해 이윤 극대화를 중점적으로 추구하던 글로벌 공급망에서 안정성과 안보를 함께 고려하는 동맹·우호국 중심 공급망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이 재편되는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미중 양국이 경쟁 구도를 유지하면서 종전의 상호 의존을 지속할지, 아니면 더 큰 변화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미국 우선주의와 중화민족주의가 미중 갈등을 부추긴다는 분석은 어떻게 보나.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MAGA)로 대표되는 미국 우선주의, 중국몽(中國夢)으로 압축할 수 있는 중화민족주의는 공세적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두 이념이 충돌하면 심각한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특정 국가의 행동이나 외교정책은 단순 이익 계산만이 아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문화와 가치나 규범 등 인식 체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구성주의 이론 관점에서 트럼프라는 정치지도자가 두 차례 대통령이 되는 현상은 미국 사회 다수 구성원이 미국 우선주의라는 인식 체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반면 중화민족주의는 시진핑을 포함한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하향식으로 이를 대중에게 확산한 결과물이다. 미국 우선주의와 중화민족주의 가치가 단기간에 바뀌기는 불가능하다고 전망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미중 갈등은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고 본다.”
미중 간의 해외직접투자 정책 변화에서 미중 경쟁의 기원을 찾기도 하지 않는가.
“해외직접투자(FDI)는 포트폴리오투자와 달리 투자 자본이 투자 대상국에 진출해서 공장을 짓거나 현지 기업 지분을 인수해서 직접 경영하는 것이다. 자본뿐만 아니라 인력, 기술, 노하우도 함께 이동한다. 많은 경우 코카콜라나 맥도날드처럼 문화까지 파급한다. 자본 확보뿐만 아니라 각종 기술과 노하우 등 파급효과를 노리는 개발도상국은 면세 등 다양한 정책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해외직접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다. 1978년 개혁·개방 정책 이후 중국은 미국과 서구 선진국의 해외직접투자를 유치해 경제·기술 성장과 자본 축적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세계 최고 생산기지로 거듭났다. 중국의 경제성장 이후에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진행됐던 일방향 투자가 양방향으로 변화했다. 중국도 미국 국채·주식 매입 같은 포트폴리오투자와 더불어 해외직접투자를 진행한다. 에너지, 천연자원,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해외직접투자를 하고 있다. 패권 경쟁 관점에서 미국은 중국 자본의 해외직접투자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미중 갈등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패권 국가의 5대 요건은 △자본 △시장 △기술 △자원 등 4대 영역에 대한 통제력을 보유하는 것에 더해 △4대 영역에 대한 통제력을 기반으로 하는 자국의 능력을 국제사회의 공공재(public goods)로 기꺼이 사용할 의지로 요약할 수 있다. 중국은 해외직접투자 유치를 통해 앞의 4가지 분야에서 상당한 능력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도전자의 부상을 억제하고 패권국가 지위를 유지를 위해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범(氾)정부 부처 차원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자금을 심사하고 있는데, 2008년부터 조사 활동이 급증했다. 중국도 미국발(發) 투자 자금을 대상으로 유사한 대응을 하고 있다. 대표적 전자·정보통신(IT) 기업이면서 중국 인민해방군을 배경으로 가진 화웨이(華爲)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미래 패권 좌우할 AI 기술 탈취로 갈등 고조
해외직접투자가 패권국 간 세력 전이에 역할을 했다는 의미로 읽힌다.“세력 전이 이론의 틀에서 패권국 미국과 도전국 중국의 경쟁과 갈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해외직접투자다. 그 가운데 인공지능(AI), 반도체, 항공·우주 산업 등 미래 핵심 전략산업에서 미중 경쟁 추이를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도 해외직접투자 현황을 고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양국 간 격차를 좁히고 중국이 부상하는 데 해외직접투자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
첨단 분야에서 미중 경쟁 양상을 전망한다면?
“미래 패권을 좌우할 핵심 분야에서 기술 탈취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통제하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오늘날은 네트워크를 통해 자료가 수집되고 분석된다.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대역 메모리(HBM)가 필수적이다. 이제까지 미국은 세계화 패러다임하에서 사이버 분야 기술 표준도 차별 없이 공유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앞으로는 사이버 안보 차원에서 중국·러시아 등은 배제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 본다. 사이버상에서 일종의 냉전이 시작되는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미국은 AI와 반도체 분야 글로벌 네트워크 통제권을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는 설계에 이어 △웨이퍼 제조 △산화 △포토 △식각 △증착·이온 주입 △금속 배선 등 5단계 전(前)처리 공정과 △EDS △패키징 등 2단계 후(後)처리 공정으로 나눌 수 있다. 미국은 전·후처리 공정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한 후 대안을 찾고 있는데, 한국·대만·일본이 수혜국이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중국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딜레마가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사장은 ‘중국이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급을 의존하게 만들어야지 독립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첨단 반도체를 공급하면 추격 가속화에 도움을 주지만, 반대로 공급을 끊으면 자생력을 키우게 한다. 현재까지 추세를 종합하면 중국의 자체 개발 IT 분야 경쟁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AI는 미래 전쟁의 핵심이기도 한데 현재 미국의 움직임은 어떤가.
“지난해 미국은 영국·프랑스·독일 등 나토 회원국과 AI 활용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회원국들이 인공위성 등을 통해 획득한 전투·전장 정보를 아마존 네트워크를 통해서 미국 클라우드에 전송하면 클라우드 서버의 AI가 추천한 작전 명령을 회원국 지휘통제 시스템에 전달하는 훈련이다.”
양안 관계, 위기 완화와 증가 신호 공존
첨단기술 분야 미중 경쟁을 주제로 한 대화는 미국과 중국이 실제 무력 충돌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대만해협 문제로 이어졌다. 한미연합군 사령관 제이비어 브런슨(Xavier Brunson)은 “한국은 중국 입장에서 단검”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을 맞이하는 2027년 대만 침공설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중국에 있어 대만 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으로 치부된다. 지난 5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이기도 했다.
“양안 관계는 긴장이 고조됐지만 현재는 현상이 통제되고 있다고 본다. 실제 만난 중국 학자·관료의 중론도 그러하다. 2027년이 시진핑의 중국공산당 총서기 4연임을 결정하고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이라는 두 가지 상징성을 지닌 해이기 때문에 무력시위를 통해서 위용을 과시해 대만을 겁박하겠지만 실제 무력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으리라 판단한다. 다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충돌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인가?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역사성’을 중시한다면 대가를 치르더라도 무력 통일을 시도할 것이다.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징후로는 △주변국 대상 정상급 외교 활동 증가 △외환보유고 증대 △금 보유량 증대 △야간열차 운행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무력 침공 이전 사전 정지 작업 내지는 준비 작업으로 볼 수 있는 문제다. 현재 양안 관계는 위기 완화 신호와 증가 신호가 공존하는 복합적인 상황이다.”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동맹의 연루와 방기의 딜레마에 봉착하게 되는데.
“한미동맹이라는 규범적 문제, 6·25전쟁 시 도움을 받은 도의적 문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동맹 현대화라는 전략적 문제가 얽힌 상황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의 여론이 중요하다. 구성주의 이론 관점에서 접근해도 사회 구성원의 생각이 국가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중요하다.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군 파병 반대 여론이 60% 이상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종합하면 쉽게 파병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만해협 분쟁에 연루될 수밖에 없다면?
“북한의 도발 위협이 있는 상태에서 한국 지상군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다. 평균 폭 180㎞의 대만해협이라는 전장(戰場) 환경도 고려해야 하고, 서해상에서 한국 해군이 중국 북해함대가 대만해협으로 진출하는 것을 견제하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란 전쟁 여파로 대만해협 유사시 미국의 개입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995~1996년 제3차 대만해협 위기 시 미국은 2척의 항공모함 전단을 대만해협과 인근 해역에 파견해 인민해방군을 압박했다. 당시 중국은 항공모함을 보유하지 못했다. 30년 세월이 흐른 오늘날 양상은 변했다. 중국은 3척의 항공모함을 취역했으며, 인민해방군 해군은 양적으로 미국 해군 제7함대 혹은 인도·태평양함대를 압도한다. 대함 탄도·순항 미사일 전력도 무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제4차 대만해협 위기 발생 시 미국 해군은 항공모함을 대만해협에 진입시키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대중국 억지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 판단한다. 정밀 미사일 기술을 감안하면 대만에서 1800~2000㎞ 떨어진 해역 밖에 항공모함을 배치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함재기 F-18 슈퍼 호넷이나 F-35C 등의 전투 행동 반경이 1000㎞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공중 급유 없이는 제공권 장악이 힘들다. 설상가상으로 이란 분쟁에서 핵심 미사일과 요격 탄약을 소진해 재고 부족에 직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