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안전 등급 ‘D등급’ 판정받아
서울시, 2020년 4월까지 안전 등급 제대로 몰라
신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 “진작 철거했어야”
개축 설계 등 사전 절차 이행만 1년 넘게 걸려

5월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감식을 하고 있다. 동아DB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안전 등급은 A~E까지 총 5개 단계다. 이 가운데 D등급은 ‘주요부재에 결함이 발생하여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며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다.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은 ‘심각한 결함으로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을 해야 하는 상태’다. 토목업계 관계자는 “일반 시설물이 아니라 차가 오가는 교량일 경우 하중을 버텨야 하므로 D등급이면 사용 금지 및 개축에 빠르게 착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사용 금지는 물론 개축도 빠르게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가 서소문 고가 D등급 판정 이후인 2019년 4월부터 2026년 4월까지의 서울시의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서울시 시설물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안전총괄실장이 서소문 고가가 안전 등급 D등급인지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철거 및 개축 공사 설계도 10개월가량 늦춰지며 서소문 고가가 방치된 정황도 드러났다.
안전총괄실장, 10개월 뒤 서소문 고가 안전 등급 잊어
현재 국토안전관리원의 ‘시설물정보관리통합시스템’에서 살펴본 결과, 서울시내 교량은 총 643개로 이 가운데 D등급을 기록한 교량은 서소문 고가를 제외하고 한 곳도 없었다. 모두 C등급 이상이다. 서울시의회는 2019년 6월 14일 도시안전건설회의에서 서소문 고가의 안전에 관해 논의했다. 박락 사고가 벌어진 지 3개월 만의 일이다.회의는 전석기 전 서울시의회 의원의 질의로 시작됐다. 이날 전 전 의원은 서소문 고가의 균열 사진을 자료로 제출하며 당시 서울시 서부도로사업소장에게 “(균열이 일어난 부분을) 이대로 놔둘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서부도로사업소장은 “외부 전문가 자문 결과 (균열이 일어난 부분은) 철판으로 보강을 하라는 의견을 받았고, 이미 보수공사를 내보낸 상태”라고 답했다. 전 전 의원은 이 답변을 듣고 “정밀안전점검을 통해 (서소문 고가를) 철거하는 방안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서울시 안전총괄실장 역시 “이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철거를 검토하겠다던 안전총괄실장은 서소문 고가 D등급 판정 1년도 지나지 않아 서소문 고가가 D등급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 보였다. 2020년 4월 도시안전건설회의에 출석한 안전총괄실장은 “서소문 고가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언했다. 아래는 회의록으로 재구성한 안전총괄실장과 홍성룡 전 서울시의원의 대담 내용이다.
안전총괄실장: “(서울시내 건축물 가운데 안전 등급) D등급도 아주 소수인데 있습니다.”
홍 전 의원: “(D등급인 건물이) 지금 어디 있다는 거지요?”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서소문 고가”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안전총괄실장: “서소문 고가, 이 근처네요. 그런데 그게 B등급이냐 C등급이냐 이런 부분은….”
홍 전 의원: “지금 (서소문 고가의) 안전에는 특별히 문제가 없다는 건가요?”
안전총괄실장: “네. 없습니다. 없는데 이게 산정 기준이…, (D등급인 곳은) 서소문이 아니라 개봉철도 고가네요. 개봉철도 고가는 지금 바닥판 교체를 하고 있습니다.”
안전총괄실장의 발언과 달리 서소문 고가는 당시에도 D등급이었다. 그가 언급했던 개봉철도 고가는 2018년 정밀안전점검에서 D등급을 받은 고가다. 2019년 개선 공사에 착수해 2024년 3월 공사를 끝냈다. 해당 고가는 올해 6월 30일 정밀안전점검에서 A등급을 받았다.
서소문 고가 개축 설계에만 10개월 걸려
D등급을 받았으나 서소문 고가는 그보다 위험한 상황이었다. 2020년 9월 도시안전건설회의에서 신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은 서소문 고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서소문 고가는 (2019년 정밀안전점검에서 D등급을 받았는데) 이런 구조물은 사실 진작 철거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철거를 못하고 있는 것은 지리적인 한계와 현장 여건 때문이다. 일단 경의선에 인접해 있어 철거 이후 교통신호처리 및 교통처리계획에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가를 철거하고 지하화하는 것도 어렵다. 고가 아래로 (서울) 지하철 2호선이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20년 5월부터 서소문 고가 철거 및 개축을 추진했다. 당초 목표는 2023년 3월에 공사를 시작해 2025년 3월에 개축을 마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공사가 시작된 것은 2025년 8월부터였다. 공사가 늦어진 것 역시 서울시의 실수 때문이었다. 2021년 8월 도시안전건설회의에서 김평남 전 서울시의원은 안전총괄실장에게 서소문 고가 철거 및 개축 공사가 늦어지는 이유를 물었다.
안전총괄실장은 “설계가 끝나면 바로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설계가 늦어지는 바람에 착공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은 “설계에만 10개월이 걸렸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애초 용역업체에 설계를 발주하는 것 자체가 늦어진 것 아닌가” 라고 다시 물었다. 이에 안전총괄실장은 “설계를 위한 용역 발주 절차가 늦어지는 바람에 (공사가) 전체적으로 지연된 측면이 있다”고 실토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서소문 고가 안전관리 능력에 의문을 표한다. 철거업계 관계자는 “안전문제로 철거하는 건축물의 경우 최대한 빠르게 (철거에) 착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거 기한을 놓치면 (철거 중) 위험도가 크게 오르게 된다”며 “통상 철거 및 개축 설계는 2~3개월이면 끝난다”고 설명했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도 “(서소문 고가 철거 및 개축과 관련해) 시공사와 감리단뿐만 아니라 계획을 짠 엔지니어와 회사, 이를 감독한 서울시까지 어느 한 군데라도 제대로 작동했으면 붕괴가 일어났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신동아’는 서울시에 서소문 고가 철거 및 개축에 관한 설계 용역이 늦어진 이유를 물었으나 “(서소문 고가 붕괴 관련) 조사 및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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