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호

궤도 가변열차 개발로 유라시아 노선을 잡아라

韓·日·러·中 물류시스템 선점

  • 최영재·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입력2006-08-08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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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의선 시대가 시작되었다. 부산역을 떠난 기차는 이제 이 철길을 따라 개성, 평양, 신의주까지 단숨에 달릴 것이다. 철길은 한반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차는 한반도를 벗어나 광활한 만주벌판과 중국 대륙, 시베리아 벌판을 힘차게 달릴 것이다. 모스크바, 파리, 런던까지 내처 달릴 것이다. 철의 실크로드 시종점인 경의선은 한반도가 부(富)를 쌓는 데 원천이 될 것이다.
    한반도 철도망을 처음으로 그린 세력은 일본 제국주의였다. 일제는 대륙을 침략하고 식민지를 수탈하기 위해 한반도의 항만과 대륙을 연결하는 X자형으로 철도를 건설했다. 그러니 철도망이 끊겼다는 것은 남북한 모두 기형적인 철도망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경의선이 끊긴 구간은 남한측 문산-장단간 12km이고, 북한측 봉동-개성간 8km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이 구간을 복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이미 1985년에 실시설계를 완료했고, 1986년과 1987년에 임진강 철교 하부를 보강한 바 있다. 이는 경원선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남북한간 교통망 단절로 육상을 통해 대륙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섬나라 같은 위치였다. 그래서 도로 교통 중심으로 투자했고, 그 결과 교통 체증으로 막대한 물류비용을 치르고 있다. 북한은 북한대로 교통시설, 특히 철도 시설이 낡아서 극심한 수송난을 겪고 있다. 남북한 모두 교통문제가 경제성장을 막는 걸림돌인 셈이다. 이런 시점에 시작된 경의선 복구는 한반도 교통망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아닐 수 없다.

    경의선을 복원하면 무엇보다 남북한간의 물류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1999년 한 해 동안 남북 교역 실적은 반입이 1억2160만 달러, 반출이 2억1183만 달러로 총규모는 3억3343만 달러, 물동량은 총 98만3612톤이다. 남북한간 교역에는 제3국 선적 선박을 이용한 해상 운송이 동원되고 있다. 묵호­흥남, 인천-해주 항로로는 주로 수산물을 들여오고, 부산-나진간은 한·중 중계화물을 수송하는 데 이용된다. 또 인천-남포 항로는 위탁가공물품을 운송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해상운송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인천-남포간 해상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 1개(1TEU)당 1000달러 정도나 된다.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해상운임이 1000달러 정도다. 또 인천항과 남포항 사이를 220마일인 항로를 따라 운항하면 적정 운항일수(왕복)가 6일인데, 현재는 14일이나 걸린다. 남포항은 입항료가 2500톤급 선박 기준 9000달러 수준으로 중국 대련항의 2배다. 항구 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밤에는 들어가지도 못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 항구에는 컨테이너를 실어나르는 트럭이 없다. 그러니 항구에 컨테이너가 도착하더라도, 컨테이너를 열어, 화물을 다시 소형 트럭에 옮겨야 한다.

    해운 수송이 결정적으로 불리한 점은 북한 지역은 화물의 90%를 철도가 수송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여객수송도 60%를 철도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니 남포항까지 컨테이너를 싣고 가더라도 이를 다시 철도까지 옮겨야 목적지에 가는 것이 가능하다. 만약 경의선이 복원된다면 수도권에서 평양 주변 지역으로의 철도 운송 수송비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당(1TEU당) 200달러 수준이 될 것 같다. 수송 일수도 1∼3일로 단축될 전망이다. 실로 획기적인 변화다.

    경의선이 복원되면 남북한간 교역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교통개발연구원 동북아연구팀장 안병민 박사는 남북 교역 규모가 30%이상씩 증가한다고 가정할 경우, 2005년의 남북 교역 물동량은 약 475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물동량 중 70%인 332만톤이 경의선을 이용하고, 컨테이너 화물과 일반 화물이 각각 50%일 것으로 가정한다면 2005년에 경의선을 이용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16만6000TEU, 일반 화물은 166만톤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이 여기서 얻는 통과 운임 수입은 컨테이너의 경우 연간 약 2000만 달러, 일반화물도 약 2000만 달러 수준에 이를 것 같다. 물론 이는 남북한간 교역으로만 발생하는 통과 운임 수익이다.

    경의선은 남북한 산업 구조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경의선이 지나는 북한의 공업지구는 평양 공업지구, 청천강 공업지구, 신의주 공업지구가 있다. 또 경의선에서 갈라져 나가는 평라선(평양-라진)과 청년 이천선(평산-세포청년)도 있다. 그래서 경의선과 이 철도들을 이용한다면 남북한 교역이 단순 임가공에서 설비반출형 위탁가공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또 철도망을 통해 남북한이 의류·신발·완구 같은 경공업 제품과 단순조립 전기·전자 제품을 대량으로 수송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은 부존 지하자원을 활용하는 노동집약적 산업, 남한은 자본·기술 집약 산업 위주로 한반도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경의선 연결은 경제적 효과와 함께 정치·군사적 의미도 크다. 통일연구원 김영윤 박사는 “경의선이 개통된다는 것은 공해와 제3국을 거쳐 오가던 지금까지의 남북 관계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긴장 관계를 상징하는 비무장 지대를 관통하기에 분단을 물리적으로 극복하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김박사는 남북한 군대가 처음으로 공동작업을 하면서 쌓는 협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비무장지대의 지뢰와 불발탄을 제거하고 공사 도로를 만들고 선로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 군병력을 동원하는 일은 군사 분야의 신뢰와 협력을 쌓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이같은 남북한 군사협력은 향후 다른 지역에서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데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대륙철도 연결의 효용가치

    하지만 경의선 복구는 단순히 남북한 차원에서 그치는 사안이 아니다. 한반도의 철도가 대륙 철도망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경의선이 연결된다면 한국은 섬과 같은 상황을 벗어나서 북방 지역으로 경제 진출을 확대할 수 있다. 북한 철도의 특징은 대륙 철도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끼리는 1950년대 중반부터 사회주의국가철도운송협정(SMGS)을 맺고 있었다. 그래서 구소련 붕괴 이전에는 북한에서 소련을 거쳐 동독까지 화물이 움직였다. 북한 철도는 현재 대륙 철도와 네 곳이 연결되어 있다. 신의주역과 중국 단동역, 만포역과 중국 집안(集安)역, 남양역과 중국 도문역, 두만강역과 러시아 하산역이다. 북한은 이런 지정학적 이점을 이용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분석을 일찍부터 하고 있었다. 이는 김일성 저작집 44권 ‘벨지끄(벨기에)로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과 한 담화(1994년 6월30일)’에 잘 나와 있다. 그 내용이다.

    “북과 남이 합작만 하면 돈벌이를 많이 할 수 있습니다. 례를 들면 신의주와 개성사이의 철길을 한 선 더 건설하여 복선으로 만들고 남조선으로 들어가는 중국상품을 날라다주기만 하여도 거기에서 1년에 4억딸라이상의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초보적으로 계산해본데 의하면 우리가 로씨야나 중국 흑룡강성에서 수출하는 물자를 두만강역에서 넘겨받아 동해안에 있는 철길로 날라다주면 거기에서도 한해에 10억딸라 이상의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가만 앉아서도 한해에 약 15억딸라의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지금은 거기에 철길이 한 선밖에 없는데 앞으로 한 선 더 건설하여 복선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동부독일은 서부독일에 흡수통합되어 망하였는데 우리 나라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북한 철도시설을 개량하기 위하여 중국이나 러시아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와 중국 연변주 연합대표단 합의서로 중국 현통그룹은 북한과 공동으로 라진-남양간 철도를 조사했다. 그 보고서는 1998년 4월에 나왔다. 여기에 따르면 북한은 라진-남양간 철도 160km를 보수하기 위해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데, 투자 소요액이 약 4613만 달러에 이른다. 남양-라진 노선은 시베리아횡단철도, 만주철도와 연결되는 선이다. 북한과 중국이 작성한 라진-남양간 철도의 경제효율분석표에 따르면 공사가 완료되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화물 운송량이 매년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공사 비용을 공사를 끝낸 지 8년 뒤에 전액 상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내용으로 볼 때, 북한이 이미 남북한 철도 연결을 대비해서 장기적인 투자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있다.

    4개의 대륙철도 연결 노선

    교통개발연구원 안병민 박사는 한반도 철도와 대륙 철도를 연결하는 노선 네 개를 제안했다. 먼저 경원선과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부산-서울-원산-청진-나진-북한 국경역 두만강-러시아 국경역 하산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이어진다. 부산에서 두만강역까지 연장은 1313km, 하산역에서 모스크바까지 연장은 9208km, 모스크바에서 유럽 주요 도시까지 평균 거리는 2533km이므로 이 노선의 총연장은 1만3054km이다. 시설 현황을 보면 복선구간 총연장은 7226km(55.3%), 전철화 구간은 1만1343km(86.9%)에 이른다. 이 노선은 한국·북한·러시아를 통과하므로 국경 통과 절차가 필요하다. 또 한반도에서 러시아 지역으로 넘어갈 때 궤도 폭이 달라지므로 조치를 해야 한다. 국경 통과 지점은 한국의 신탄리역-북한 평강역, 북한 두만강역-러시아 하산역, 모스크바에서 유럽으로 넘어가는 국경역 등 세 곳이다.(169쪽 지도 참조)

    다음은 경의선과 중국대륙횡단철도(TCR)-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노선이다. 한국의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개성·평양을 거쳐 신의주역에서 중국 단동역으로 넘어가 TCR에 연결하는 노선이다. 부산에서 신의주까지는 945km, 단동에서 모스크바까지는 8613km, 모스크바에서 유럽 주요도시까지는 2533km이므로 이 노선의 총연장은 1만2091km다.

    시설 현황을 보면 복선 구간이 1만605km(87.7%), 전철화 구간은 7968km(65.9%)다. 이 노선은 한국·북한·카자흐스탄·러시아를 통과하면서 국경 통과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국·북한·중국 지역까지는 궤도 폭 차이가 없으나, 카자흐스탄부터는 광궤로 바뀌므로 조치가 필요하다. (169쪽 지도 참조)

    다음은 경원선과 만주통과철도(TMR)를 거쳐 TSR에 연결되는 노선이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서울-신탄리를 거쳐 북한의 평강·청진·회령·남양, 중국의 도문역을 잇는 노선이다. 부산에서 남양까지는 1354km, 중국 도문에서 모스크바까지는 7721km, 모스크바에서 유럽 주요도시까지 평균 거리는 2533km이므로 총연장은 1만1608km에 이른다. 전체 구간 중 복선 구간 연장은 1만496km(90.4%), 전철화 구간은 9390km(80.9%)에 이른다. 이 노선이 경유하는 국가는 한국·북한·중국·러시아다. 표준궤를 사용하는 한국·북한·중국에서는 궤도 폭 차이가 없으나, 역시 러시아로 넘어갈 때는 차량을 바꾸어야 한다.(169쪽 지도 참조)

    마지막은 경의선과 몽골통과철도(TMGR)를 거쳐 TSR과 연결하는 노선이다. 부산에서 경의선을 타고 신의주까지 간 뒤 북경을 거쳐 몽골통과 철도와 연결한다. 부산에서 신의주까지는 945km, 단동에서 모스크바까지는 7753km, 모스크바에서 유럽 주요도시까지는 2533km이므로 총연장은 1만1231km다. 한국을 시종점으로 하는 아시아 횡단철도 북부 노선으로 검토되는 노선 중에는 이 노선이 가장 짧다. 전 구간중 복선 구간은 9332km(83.1%)이며, 전철화 구간 총연장은 8744km(77.9%)다. 이 노선은 한국·북한·중국·몽골·러시아를 통과한다. 이 노선 역시 한국에서 중국까지는 그냥 가다가, 몽골 이후부터는 광궤이므로 차량을 바꾸어야 한다.(169쪽 지도 참조)

    이 네 노선은 경원선도 연결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경원선을 당장 복구하지 않더라도 경의선만 연결하면 얼마든지 대륙 철도와 연결할 수 있다. 경의선 북측 노선에서 갈라져 국경역 네 곳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의선을 국경 철도와 연결할 경우 예상되는 파급 효과를 보자. 우선 중국 동북부(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 내몽골자치구) 지방의 화물 유동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 현재 중국 동북부 지방의 철도, 곧 하얼빈-장춘-심양-대련항을 연결하는 수송축은 가장 체증이 심한 노선이다. 이 노선은 열차당 간격이 10km밖에 안 된다. 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 등 동북 3성의 물동량이 전부 대련항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대련항으로 몰린 물동량은 대양을 거쳐 유럽이나 미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허브항만(Hub Port)으로 나가야만 한다. 허브항만은 20피트 컨테이너를 5500∼6000개 실을 수 있는 대형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구다. 이런 배가 접안하려면 항구 수심이 13m 이상은 되어야 한다. 동북아시아에서 이런 허브항만은 일본의 고베·요코하마, 한국의 부산·광양, 대만의 카오슝, 홍콩, 싱가포르뿐이다. 대련항, 천진항 같은 중국 동북부 지역 항만에서 하역된 컨테이너는 한국의 부산·광양, 대만의 카오슝, 홍콩같은 허브항만으로 피더(feeder)수송을 해야만 대양으로 나갈 수 있다. 만약 경의선이 대륙 철도와 이어진다면 대련항으로 나가는 컨테이너의 상당 부분을 부산항과 광양항으로 빼올 수 있다.

    1998년 말 현재 중국 동북부 중심항인 천진항과 대련항의 컨테이너 취급량은 167만TEU(천진항 115만TEU, 대련항 52만TEU)다. 2005년이면 이들 항구의 취급 물량은 2배인 약 334만TEU로 늘어난다는 전망이 있다. 경의선이 연결되면 대련항물량의 10%, 천진항 물량의 5%가 경의선을 이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 물동량은 22만TEU로 남북한의 연간 예상 운임 수입은 2005년에 각각 3700만 달러에 이를 것 같다.

    경의선은 러시아의 시베리아횡단철도(TSR)도 활성화할 수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컨테이너가 오고간 것은 1967년에 일본과 스위스 간의 수송이 처음이었다. 1971년 일본-나홋카 정기 항로가 열리면서 TSR 서비스 체계는 완전히 정비되었다. 이후 러시아 환적항이 나홋카항에서 지금의 보스토니치항으로 바뀌었고 컨테이너 전용의 블록 트레인(Block-Train)이 운행되기 시작했다. 시작 첫해의 운송량은 2000TEU 정도였으나, 5년 후인 1976년에는 운송량이 12만TEU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TSR가 같은 구간 해상 운송에 견주어 거리와 시간을 50% 이하로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TSR는 유럽 내륙 지역 접근성이 높고, 안전성이 부족한 중동항로를 대체하는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는 물동량이 계속해 줄었다. 한국의 복합운송업체 20개 이상이 TSR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나 서비스 지역이 핀란드, 모스크바, 중앙아시아 일부 지역이라는 사실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해상항로 운송서비스가 불가능한 지역으로만 TSR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이 위축된 것은 TSR의 낡은 인프라, 구소련이 분열하면서 훨씬 복잡해진 통관절차, 인상된 철도운임, 높은 화물운송사고율 때문이다. 유럽항로 선사들이 경쟁적으로 해상 운임을 많이 내린 것도 크게 작용했다. 현재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철도 용량의 반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이용률도 높아져

    경의선을 연결하여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잇는다면 시베리아 횡단 철도 활용도도 크게 올라갈 것이다. 이는 러시아와 남북한 모두에 이익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1999년 한 해 동안의 시베리아 횡단 철도 이용 실적을 보면 일본 발착화물 7545TEU, 한국 발착화물 1만7791TEU 정도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하는 한국과 일본 화물은 자국 항구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기점 항구인 러시아 보스토치니항까지 해상 수송된 후 이곳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탄다. 현재 한국 경우를 보면 화물 발생지에서 부산항까지 철도나 트럭으로 운송한 후 보스토치니까지 배로 실어나르고 있다. 이 비용을 계산해보면 수도권에서 부산항까지 내륙 수송 요금은 TEU당 약 300달러 수준이다. 부산에서 보스토치니까지 해상 운임은 800∼1000달러 수준이다. 그러니 수도권에서 보스토치니간 요금은 총 1100∼1300달러 수준이다. 경의선이 복원된다면 이 화물을 곧바로 철도로 시베리아 횡단철도까지 연결할 수 있다. 물론 경원선이 복원되면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최단거리로 연결할 수 있으나, 경의선에서 가더라도 큰 차이는 없다. 현재 경의선 평산역에서 청년이천선으로 나가거나, 평양까지 갔다가 평라선으로 꺾어들면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할 수 있다.

    2005년의 한국-유럽간 컨테이너 물량은 약 75만TEU, 일본-유럽간 물동량은 약 160만TEU로 전망된다. 교통개발연구원 안병민 박사는 경의선이 복원되면 한국-유럽간 물동량의 20%, 일본-유럽 물동량의 5%를 경의선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실어 나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른 남북한의 연간 운임 수입은 2005년에 한국 4036억원, 북한 7200억원 정도라는 것이다.

    또 경원선과 동해북부선이 복원된다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하는 물류 전초기지가 될 뿐만 아니라,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환동해 또는 환서해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 또 중국 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 등 동북 3성과 극동 러시아 및 시베리아 지방 천연자원을 원활하게 수송할 수 있으며 한국·일본의 자본·기술력과 북한·중국·러시아의 노동력을 결합하는 형태로 경제 협력을 할 수도 있다.

    경의선 복구는 이렇듯 파급 효과가 엄청난 사업이지만, 사전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첩첩이 쌓여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뢰다. 현재 비무장지대에는 100만 발이 넘는 대인·대전차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의선을 잇고, 서울-개성간 도로를 건설하는 비무장지대 남측구간 일대 24만평에도 상당수의 지뢰가 묻혀 있다. 현재 한국군 당국은 이미 경의선 남측 단절 구간을 현장 조사하고 지뢰 매설도를 통해 지뢰 위치를 상당 부분 파악했다. 군은 담당할 시공 구간이 확정되면 즉시 지뢰제거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해결 과제 첩첩

    지뢰는 단순히 공사에 필요해서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작업이다. 지뢰 제거 작업 지역은 군사적으로 민감한 곳이다. 때문에 정전 협정과 관련된 협의를 다각적으로 해야 한다. 경의선 연결 지점에 깔린 지뢰는 가능한 한 남북한이 동시에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한 군사공동위 같은 협의체를 구성해서 협의 아래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이 지역을 관할하는 유엔사와도 협조해야 한다. 만약 유엔사 주축인 미군이 지뢰 제거 작업에 일부라도 참여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 남과 북은 50년이 넘게 서로 다른 체계로 철도를 운영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기차가 남과 북을 오갈 수 없다. 분단 직후 북한은 철도를 국가 교통망의 중심 수단으로 인식하여 투자를 많이 했다. 또 당시는 전력이 풍부했기 때문에, 조기에 전철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현재 북한 철도의 80%정도가 전철화되어있다. 반면 한국은 자동차를 국가 교통망 중심으로 삼아 도로 중심 교통 체계를 만들었다. 전철화율도 낮아 21% 정도이며, 주로 디젤엔진 기관차가 열차를 끌고 있다. 하지만 철도 신호체계는 한국이 북한을 앞선다. 한국은 신호 방식이 자동화되었고, 선로도 잘 관리되고 있다. 열차 평균 속도도 시속 60∼100km다. 북한은 수동신호방식이며, 열차 평균 속도는 시속 30∼60km 선이다.

    경의선을 복원해서 운영하기 위해서 짚어야 할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현재 철도청 산하 철도기술연구원은 경의선 연결 이후를 대비해서 이 문제들을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원 유원희 박사 지적이다. 먼저 철도 차량을 결정하는 문제다. 북한의 전철 시스템과 한국의 비전철 시스템에서 동시에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은 단기적으로는 디젤기관차 뿐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철도를 전철화해서 전기기관차로 운행해야겠지만 우선은, 디젤 기관차를 선택해야만 열차가 남과 북을 오갈 수 있다. 다음은 신호 통신 분야 운영 방안인데, 북한에서는 우선은 수동식 신호통신시스템을 쓸 수밖에 없다. 북한도 장기적으로는 한국처럼 자동식 신호통신시스템으로 바꾸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선로를 떠받치는 토목 구조물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경제난으로 선로를 보수하지 못해, 선로 상태가 매우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저속으로 열차를 운행할 수밖에 없다. 이 또한 남북간의 경협으로 해결할 과제다. 북한은 현재 경의선을 전면적으로 보수하는 데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과 자동차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는 금강산국제그룹의 평화자동차 박상권 사장은 지난 6월 정상 회담 직후 평양을 방문했다. 박사장은 북한이 현재 단선인 서울-신의주간 경의선 철도를 복선으로 새로 부설하고, 최신형 기관차를 투입해 남북한 물류 소통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북한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의선을 잇는 차원이 아니라, 복선으로 확장하고, 오래된 침목도 바꾸고, 직선화 구간도 늘리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밝혔다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경의선을 한국과 북방 지역 및 유럽까지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경의선 복선화, 현대화는 이루어야 할 과제다.

    남과 북을 오갈 수 있는 남북한 통합 전기 기관차도 개발해야 한다. 북한은 현재 철도에 직류 3000볼트를 쓰고 있는데, 한국은 교류 2만5000볼트다. 이 시스템을 자유롭게 운행할 수 있는 전기 기관차가 필요한 것이다.

    또 경의선 연결 지점에 역을 설치하고, 기관차를 운영하는 방식도 문제다. 현재 정부는 남북한에 별도로 역을 설치하고 중간 지점에서 기관차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과, 공동역을 만드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이 때 살펴야 하는 것이 차량 교체 방법이다. 차량 연결기와 완충기(출발 및 정지시 차량간의 충격 완화), 제동장치의 적합성(가령 북한 기관차에서 제동 신호를 내렸을 때 남한 화차에 제대로 전달되는지 여부), 승무원 교체 방법도 검토 대상이다. 차량 유지 보수 문제도 있다. 여기에는 한국의 화차와 객차·기관차가 북한에서 움직일 때 보수품 조달 방법, 보수주기 설정, 유지보수인원 입북, 차량을 정비하는 기지 설치 등 세부사항이 들어 있다.

    그래서 통일연구원 김영윤 박사는 국경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경역은 남북한의 정치적 특수성을 감안해서 비무장 지대 안에 공동역 형태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국경역은 공동역 내 작업 인원과 세관원, 검역 인력 간의 공동 작업 구역을 정해서 기관차와 화차를 교체하고 짐을 옮겨 싣고, 차량을 보수하는 곳이다.

    김영윤 박사는 경의선 복원과 함께 남북간에는 철도 수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교통합의서를 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측이 체결할 통행 관련 합의서는 합의서 대상 및 범위, 통행 수수료 정산 및 과세, 수수료 면제 범위, 재난시 구조의무, 기록문서 상호 송달, 통행 관련 정보 수시 제공, 이견 조정 기구 설치, 국제철도운송협정(SMGS) 공동 가입 같은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열차 운행 시각표·추가 열차 투입 및 유지 보수·화물 봉인·운전자 및 운송 화물에 관한 증명 규정도 필요하다. 또 화차와 컨테이너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합의서도 체결해야 한다. 철도 통행 관련 합의서는 통행·통상·통신 내용을 포괄하는 교통합의서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행 화물 열차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남한 교통 체계 혼란도 고려 사항이다. 그래서 정부는 경의선 용산-문산 구간을 이른 시일 안에 복선 전철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10월부터 성산-운정 23.5km 구간 노반 공사를 시작해 용산-문산 48.6km 구간을 당초 계획했던 2006년보다 앞당겨 복선 전철로 바꿀 계획이다. 용산-문산을 뺀 나머지 운정-문산 17.2km 구간은 이미 노반 실시 설계를 거쳐 1999년 말 착공했다. 또 신공항철도와 같은 노선인 용산-성산 7.9km 구간은 신공항 철도 사업과 연계해서 복선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경의선을 대륙 횡단 철도와 연결한다면 여러가지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컨테이너 규격 및 컨테이너 열차를 몇량 정도 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대륙횡단철도를 이용하려면 표준화된 국제 규격의 컨테이너를 사용해야 한다. 유엔은 현재 화차 1량에 20피트짜리 컨테이너 3개나, 30피트짜리 2개를 싣도록 권장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10피트에서 40피트까지 다양하게 쓰고 있다. 이를 유엔 권장 규격으로 바꿔야 한다. 컨테이너 열차가 역으로 들어갔을 때, 역에서 소화할 수 있는 열차 최대 길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해당 국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국가별로 폭이 다른 열차 궤도는 가장 큰 문제다. 현재 열차 궤도는 광궤(1520mm)·표준궤(1435mm)·협궤 등 세 종류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몽골, 벨루로시, 서유럽국 중 핀란드는 광궤를 쓰고 있다. 반면 한반도와 중국, 폴란드, 서유럽은 표준궤다. 그래서 궤도 폭이 다른 국가를 통과할 때는 국경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철도 간격 재구성, 새로운 선로 건설, 이중 궤간, 환적(짐 바꿔 싣기), 대차 교환(바퀴부분만 빼고 차량 윗부분을 통째로 들어서 바꿈), 궤간 가변대차(차량에 달린 바퀴가 움직여 폭이 다른 궤도에 적응하는 열차) 등이다.

    서로 다른 궤도의 해결책

    현재 가장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환적 또는 대차 교환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임시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시간을 더 줄이는 경제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궤간가변대차를 쓰는 것이다. 이 열차를 채용한 차량은 궤도 폭 변화에 상관없이 부산에서 유럽까지 한 열차로 화물을 나를 수 있다. 또 이 방법을 쓸 경우 국경 통과 절차만 끝나면 즉시 운행할 수 있고 환적이나 대차 교환에 필요한 시설에 투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 이 열차는 안정성이 떨어져 속도를 낼 수 없고, 2500∼3000km 정도 운행한 뒤에는 계속 보수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철도기술연구원에서는 이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연구원 유원희 박사는 “한반도에서 유럽까지 차량 하나로 통과할 수 있는 열차를 개발해서 동북아 물류 시스템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국부가 좌우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음 고려 사항은 시설과 차량이다. 우선 국가별로 다른 신호시스템을 표준화하거나, 어느 국가의 동력차량에도 적용가능한 차상 신호장치를 개발해야 한다. 이런 표준화 작업은 앞서 언급한 궤간가변열차 개발과 함께 진행하는 것이 낫다. 전철화 및 비전철화 구간 문제도 있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전철 구간과 비전철 구간에 상관없이 운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Hybrid) 방식 추진 장치가 필요하다.

    대륙횡단철도의 경제성을 위해서는 컨테이너 열차의 속도를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 교통 전문가들은 경의선을 복원해서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만 하면, 현재 상태로도 모스크바나 동유럽까지는 경제성이 있다고 말한다. 철도 수송이 해운 수송보다 나은 점은 현장 접근성이 높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륙횡단열차가 세계 어느 곳에 있더라도 적절하게 유지·보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국제적으로 표준화한 유지보수품 공급 체계와 생산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북한의 철도… 여객 60%·화물 90% 분담, 전철화율 79%

    철도는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교통 수단이다. 대부분이 산악지형인 북한에서 규칙적인 대량 수송을 할 수 있고, 시간과 원가가 적게 드는 교통 수단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전기기관차 평균 견인중량은 연안 해운 평균 적재능력의 1.3배다. 철도의 수송 원가는 자동차의 3분의1, 해상운송의 2분의1 수준이다. 북한은 여객 수송의 약 60%, 화물수송의 90%를 철도가 분담하고 있다. 도로는 여기에 보조적인 기능만 담당한다.

    이른바 주철종도(主鐵從道)구조다. 철도망은 산악 지형이 많기 때문에 낭림산맥을 경계로 동서로 갈라져 발전해왔다. 북한은 이런 지형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70년대 이후 철도망을 동서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1999년말 현재 북한의 철도 총연장은 약 5214km로 노선 98%가 단선이다. 전철화 비율은 매우 높아 총연장 4132km나 된다. 전철화 비율이 높은 것은 산악지형에는 전기철도가 견인력이 높고,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디젤기관차보다는 광복 당시 풍부했던 북한의 전력을 이용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철도 관련 시설은 낡은 상태다. 선로 궤도는 표준궤와 협궤가 섞여 있다(표준궤가 전체의 87%). 궤도 침목은 20%가 콘크리트이고 선로 경사도가 높은 구간이 많다.

    북한의 주요 철도 노선은 기간노선 10여개와 지선 90여개가 있다. 주요 노선은 한반도 서쪽을 연결하는 서부노선(평의선, 평부선), 동쪽을 연결하는 동부노선(평라선, 금강산청년선, 함북선), 북한 내륙을 연결하는 내륙노선(만포선, 백두산청년선), 동서를 연결하는 동서노선(청년이천선, 평라선)으로 구분된다.

    경의선 북한 노선은 평양을 중심으로 평의선(평양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선)과 평부선(평양과 부산을 연결하는 선, 현재 운영되는 구간은 평양-개성간 187km)으로 구분돼 있다. 먼저 평의선. 이 노선은 총연장 225km 구간으로 1964년에 전 노선이 전철화되었다. 또 중량을 견딜 수 있도록 레일 중량화(37kg/m 레일을 50kg/m)도 100% 이루어졌다. 침목의 70% 이상이 콘크리트로 교체되었고 신호체계도 평양-간리 구간은 자동화했고, 간리-신의주 구간은 반자동화했다. 평의선은 전노선의 15%인 34km가 복선으로 되어 있다. 복선 구간은 물동량이 많은 3개 구간인 평양-간리(18km), 숙천-간리(11km), 신의주-남신의주(5km) 구간이다. 평의선은 한반도 북부의 평야지대를 통과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평부선과 더불어 가장 양호한 지형에 부설된 노선이다. 그래서 터널이 5개(연장 약 2400m)뿐이고, 교량은 177개(약 9000m)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의선 구간 가운데 수송량이 제일 많은 곳은 평양 조차장-서포-간리 구간으로 여기에서 평의선 화물과 평라선 화물이 합쳐진다. 평의선은 신안주를 경계로 하여 신안주 이남 지역은 평양행 화물이 많고, 신안주 이북 지역에서는 신의주행 화물이 많다. 이것은 만포선의 구장·개천·안주 지역 석탄이 평안북도 쪽으로 수송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평부선이다. 북한은 평부선을 평양에서 부산까지 연결되는 총연장 719km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운영되는 구간은 평양-개성간의 187km다. 평부선은 개성시와 황해북도의 황주, 사리원, 평산, 금천과 평양을 잇는 북한의 주요 간선 철도이다. 이 평부선에서는 북한 철도의 주요 노선이 뻗어나간다. 대동강역에서는 평덕선이, 황주에서는 송림선이, 사리원역에서는 황해청년선이, 평산역에서는 청년이천선이 분기하고 있다.

    평부선은 평양-개성 전구간이 전철화했고, 레일도 전부 중량레일로 교체되었다. 평부선의 경우 속도를 최고 100km까지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선 구간 중에 철교 99개(4310m)와 터널 13개(3244m)가 있다. 평부선은 북한 최대의 곡창 지대를 지나고 있어 농업과 관련된 비료, 농기계, 농약과 양곡 수송에 이용되고 있다. 또한 황해제철연합소, 2.8시멘트연합소 같은 주요 산업시설에 원료를 공급하고 제품도 수송하고 있다. 평부선의 특징은 사리원-평산 구간 이외에는 하행선(개성향) 물동량이 상행선(평양향)보다 많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의 주요 제철소인 황해제철연합기업소로 수송되는 광석, 코크스와 황해남북도와 개성시에서 사용하는 석탄 수송량이 많기 때문이다.

    북한 철도에 동서 횡단축이 있다는 의미는 경의선만 연결하면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나 만주횡단철도(TMR)와 접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원선이 연결되지 않더라도 경의선만 연결되면 개성 바로 위 평산에서 동쪽으로 꺾여 동부노선과 이어질 수 있다.

    2000년 8월13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측이 먼저 경의선 복원에 착수하라고 하면서, 북측은 38선 2개 사단 3만5000명을 빼내서 즉시 착공하겠다고 언급하였다. 현재 북한에서는 철도부의 철길건설대,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의 청년돌격대, 인민군 등 세 조직이 철도 건설을 맡고 있다.

    이 세조직은 모두 군대식으로 편제되어 있다. 철길건설대의 경우는 청년기계화기동중대, 전기철도건설연대, 차굴건설연대, 철다리건설연대로 조직되어 있다. 대원수만 180만명 수준인 청년돌격대도 지휘부, 여단(연대), 대대, 중대 같은 군대식 편제다. 인민군의 경우는 1951년 철도사령부가 발족해 있다. 이 철도사령부에는 철도복구여단과 철도경비여단이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인민군의 철도 건설 인력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실체는 알 수없다.


    [경의선의 역사]민족분단의 상징 경의선

    경의선의 역사는 구한말 조선의 국권이 서구 열강에 넘어가는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서구 열강들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여건을 알고 있었고, 대륙과 대양을 연결하는 경의선 철도에 일찍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일본이 그랬다.

    당시 조선주둔 일본군 총사령관 야마가타는 부산-의주 노선은 동아시아대륙으로 통하는 대도(大道)로 장래 중국을 횡단하여 인도에 이르는 철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1894년에 이를 이토 히로부미에게 보고했다. 또 1901년 일본 외상 고무라는 경의철도는 경부철도와 접속하여 아시아대륙의 간선철도가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1902년 10월2일 일본 내각은 경의철도를 만주로 확장하는 것은 일본에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긴요하고 유익한 방안이라고 의결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경의선 부설권을 최초로 따낸 나라는 프랑스였다. 고종이 1896년 2월에 아관파천한 이후 열강 제국이 각종 이권을 쟁탈하는 과정에 프랑스 피브릴르(Fives-Lille) 회사에 넘어간 것이다(1896년 7월 경의철도 계약). 그러나 프랑스는 자본 조달이 어려워 공사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1899년 6월 대한제국 정부는 약정기한인 3년이 지나자 경의선 부설권을 회수했다. 1899년 7월 정부는 자력으로 경의선을 건설하기 위해 부설권을 절대로 외국인에게 팔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대한철도회사에 주었으나 자본을 조달하기 어렵자, 1900년 9월에 정부 기구로 서북철도국을 설치했다. 그리고 1902년 3월에 각국 주한외교관을 초청하여 경의선 기공식을 성대히 열었다. 그러나 1904년 2월, 일본은 한반도와 만주에서 지배권을 확립하기 위해 러일전쟁 와중에 불법적으로 경의선을 군용철도로 부설할 것을 결정하고 경의선 부설권을 강탈했다.

    경의선은 1904년 3월말 용산-마포간 노반공사를 시작하여 2년 만인 1906년 4월 초 서울-신의주 구간의 단선 철도가 완성되었다. 이렇게 초고속으로 준공된 것은 일본이 대륙침략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경의선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일으켰다. 산악지구를 통과할 때는 경사도가 너무 급하고 급커브 구간이 많아 열차를 끄는데 많은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준공전인 1905년부터 개량공사를 시작하여 1911년 11월 대부분의 구간에서 개량 준공을 보았다. 이후 일본은 1911년 압록강 철교를 완성하여 우리나라와 만주의 철도를 이어서 대륙을 경영하겠다는 야욕을 불태웠다. 이후 경의선은 부산에서 출발하여 만주의 장춘과 안동까지 잇는 국제 철도 역할을 했다. 일본·한국·만주·중국 대륙을 잇는 육·해상 교통로 가운데 가장 안전하고 빠른 교통로였던 것이다.

    광복 이후 미국과 소련이 남한과 북한에 주둔하면서 자연히 철도를 통한 왕래도 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1945년 9월11일 마지막 열차가 신의주에 도착한 후 서울-신의주간 운행은 중단되었다. 개통된 지 40년 만이었다. 6·25로 경의선은 폐허가 되었다. 1950년 11월에는 서울-대동강 사이를 전시 운행하다가, 1951년 6월부터는 서울-문산 사이만 단축 운행하고 있다. 북한도 마찬가지였다. 경의선은 민족분단의 상징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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