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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민 “염치·체면 팽개친 조국” 류호정 “단절해야 할 우병우” [+영상]

與 82년생 vs 野 92년생 맞수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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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3-07-25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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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金 “국민이 조국 단죄할 것”

    • 柳 “또 ‘조국의 강’ 빠져서야…”

    • 金 “尹-김기현, 자주 독대해”

    • 柳 “與 내부 알력 다툼 있나”

    • 金 “의원 정수 10% 줄여야”

    • 柳 “신당으로 양당제 부숴야”

    [+영상] 맞수대담



    거리에 나부끼는 각 당의 현수막을 보면 그들만의 내전(內戰)이 치러지는 느낌이다. 거기엔 모욕과 조롱, 경멸과 야유의 문장이 그득하다. 상대의 진지에 파열음을 내겠다는 의지가 충만하다. 깊디깊은 불신의 골에서 열 중 하나라도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임계점이라는 단어가 자꾸 머릿속을 기어다닌다. 소통이 사라진 곳에서 민주주의는 붕괴한다. 그곳은 가히 배설의 공간이다.

    여야의 청년 정치인을 한자리에 초대한 배경이 여기 있다. “젊음이 특권이냐”며 힐난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젊다면 진영의 관성과 다른 의견을 낼 용기가 있으리라고 봤다. 김병민(41)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류호정(31) 정의당 의원은 철학과 지향이 다른 상대의 말을 인내심 있게 경청했다. 6월 26일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스튜디오에서 1시간여 진행된 대담은 유튜브 채널 ‘매거진동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왼쪽).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지호영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왼쪽).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지호영 기자]

    조국도 우병우도 싫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설이 나온다. 신당설(박지원 전 국정원장)까지 등장했는데.

    김병민 “조 전 장관이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정치적 판단을 구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 염치와 체면은 내팽개친 채 마지막 승부수를 걸려는 듯 보이는데 국민이 용인할지 모르겠다. 조 전 장관의 출마 가능성은 높지만 국민이 조 전 장관에게 정치적인 단죄를 내릴 것이다.”

    류호정 “박지원, 조국 두 분은 김대중,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다르다. (되레) 두 정치지도자가 남긴 유산을 개인의 영달을 위해 갉아먹고 있다. 볼썽사납다.”



    김병민 “류 의원의 말을 들으면 조국 사태 당시 정의당의 모습과 달라 보인다. 이런 기조를 갖고 움직이면 좋겠다.”

    류호정 “(조국 사태 이후) 정의당은 충분히 심판받았고, 이제는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할 시기인데 다시 (강에 빠져) 흠뻑 젖으려는 것 같다. 이렇게 해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차기) 22대 국회도 과거에 사로잡혀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영원한 격돌의 장으로 남게 될까 걱정스럽다.”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총선 출마설도 있다. 국민의힘 간판으로 나오지 않겠나.

    김병민 “그럴 리가. 국민의힘에서는 그런 뉴스가 나올 때 ‘애당초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새로운 인물과 정책, 비전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역사적 평가가 끝난 과거의 인물이 나타나도록 한다? 상상이 가지 않는다.”

    우 전 수석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에 참여하겠다면 막을 수 없지 않나.

    김병민 “거의 모든 지도부 인사들이 인터뷰를 통해 매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 정도면 국민의힘에서 할 수 있는 제스처를 많이 취한 거다.”

    류호정 “(우 전 수석 출마와 관련해) 꽤나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나오더라. (우 전 수석도) 정치권이 미래로 가기 위해 단절해야 할 세대라고 생각한다.”

    류 의원은 우 전 수석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출마설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알력 다툼 아닐까 싶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이 반박했다.

    김병민 “국민의힘에서 눈살 찌푸리는 갈등과 권력 다툼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 지도부의 출범 일성이 ‘안정’이었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과 집권당이 엇박자를 내는 순간 국민께 신뢰감을 줄 수 없다. 김기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자주 독대한다. 조용히 만나 의견을 조율하면서 안정적 국정운영의 방향을 2인 3각 하듯이 맞춰가고 있다.”

    김기현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비례대표 정수를 줄일 수 있다고 했던데.

    김병민 “김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기 전 당 지도부에 ‘우리는 의원 정수 축소로 가자’고 얘기했다. 국민이 원하는 시대정신이고, 의원 정수를 10% 줄여도 실질적으로 역할을 하는 데 문제없다고 했다. 나도 찬성했다. 의원 정수 10%를 줄이면 총선에서 (출마의) 공간이 줄어들지 모르지만, 그 정도의 충격을 던져야 의원들이 경각심을 갖고 열심히 일한다.”

    류호정 “비례대표 도입 취지가 있다. 지역구 의원만 뽑았을 때는 사표율이 너무 높다. 또 전문가와 청년·여성·장애인 등 소수자의 국회 진출을 위해 필요하다. 지역구 의원은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는데, (비례대표 의원은) 전국 단위 의제에 대해 폭넓은 시야로 판단할 수 있다. 선출 과정상의 문제나, 당대표의 거수기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각 당이 공천 제도를 손봐야 할 문제다.”

    희망 보이지 않는 사교육 공화국

    제3지대 신당론이 나온다. 류 의원은 정의당 내에서 출범한 ‘세 번째 권력’에 참여하던데.

    류호정 “정치혐오가 커지고 무당층이 늘었기 때문에 신당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양당제를 부수자는 거다. 양당제하에서는 어떤 책임 정치도 불가능하다. 때때로 지지층의 욕을 먹더라고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 대화와 타협에 나서는 정당을 바라지 않나. 진보 진영이 노동조합을 설득하고, 보수 진영이 기업 찾아가 타협해 반보의 진전이라도 가능할 수 있게 정치가 역할을 해야 한다.”

    양당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 대해 집권당 최고위원으로서 자성하나.

    김병민
    “그렇다. 여론조사를 보면 1·2·3당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비슷비슷하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무당층이다. (다만)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등 제3지대가 호응을 받았을 때도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 (양당으로) 통합됐다. 원심력의 원인은 대통령제에 있다. 제3정당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의미가 없지는 않다. 본인들만의 가치와 철학으로 기존 정당에 경각심을 주고 국민들께 의미 있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열 살 터울이 있고, 나고 자란 곳도 서울(김병민)과 경남 창원(류호정)으로 다르며, 소속 정당 간 이념적 거리도 멀지만 두 사람은 공히 ‘수능 세대’다. 학창 시절부터 사교육의 산업화를 지켜본 세대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한 수능’을 강조하면서 교육 당국이 ‘킬러 문항’을 배제키로 했다.

    김병민 “킬러 문항을 푸느냐 못 푸느냐에 따라 의대를 가냐 마느냐가 됐다.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는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방향이 맞다고 얘기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문제라고 한다. 억지 공세 그만하면 좋겠다. 3월 28일 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킬러 문항은 수능에서 내지 않는다고 했다. 6월 모평(모의평가)에서 따라야 함에도 안 따르니 (대통령이) 한마디 했는데, 시장에 혼란을 줬다? 맞지 않는 얘기다.”

    류호정 “전제에 공감하고 동의한다.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 부모 입장에서 부담되고, 이렇게 경쟁하면서 살아야 할 아이를 생각하면 (아이를) 안 낳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거다. 그런데 1년 5개월 전이나 2년 5개월 전이었다면 (혼란이) 덜했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사교육의 호재가 돼버렸다. 바람직한 방향을 말했음에도 시기나 메시지 톤 등의 문제로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두 사람 다 사교육이 비대해졌다는 점에 동의하나.

    류호정 “1점 차로 대학 간판과 직장이 바뀌고 이것이 주거 환경을 결정지을 뿐 아니라 연애, 결혼, 자녀 계획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1점 차이로 인생의 그래프가 바뀌는 상황은 개선해야 한다.”

    김병민 “가장 안정적이고 전문직으로 존경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직업이 의사밖에 없으니 인재들이 한쪽만 향해 달린다.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 필요 vs 공정성 문제

    최근 첨예한 전선을 형성한 방송 현안은 이동관 대통령대외협력특보가 방송통신위원장을 맡느냐다. 야(野) 4당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으로 규정하고 공동 행동을 펴기로 했다. 류 의원도 참여하고 있다.

    류호정 “대통령실의 언론관에 문제가 있다.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나 이동관 특보의 방통위원장 임명 문제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관섭)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가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다고 하는데, 과격하게 얘기하면 너무 ‘쉰내 나는 생각’ 아닌가. 콘텐츠가 범람하는 세상이고 시민은 충분히 많은 정보를 갖고 판단한다.”

    김병민 “출근길 라디오를 들어보라. KBS, YTN, MBC 중 윤석열 정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진행이 이뤄지나? 절대 그렇지 않다. 공영방송이나 정부 지원을 받는 공중파 매체라면 최소한의 형평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를 바로잡을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앉아 있다가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면 공영방송 정상화의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얘기하듯 ‘친윤 방송’을 한다면 그 비판은 고스란히 국민의힘과 윤 정부가 받게 되니 그러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류호정 “전문성이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인사라서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언론의 자유나 독립은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의 한철 정쟁거리로 소비되기에 적합한 가치가 아니다. 이동관 특보가 전문성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공정성만큼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대외 노선에서 격렬히 대립한다. 그중 미국과 중국, 북한에 대한 견해에서 양측의 길이 갈린다. 최근에는 반중(反中) 정서가 관심거리다. 두 사람이 각기 속한 1980년대생과 1990년대생 사이에서 반중 정서의 깊이와 넓이가 도드라진다.

    김병민 “무분별한 반중 정서로 흘러가는 건 저희도 원치 않지만, 반중 정서가 각인된 결정적 순간이 있었다. 사드 배치 보복으로 인한 한한령으로 우리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자 국민들은 중국이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또 중국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제스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코로나19 때 (반중 정서가) 폭발했고 외교적 문제까지 쭉 이어지게 된 것이다.”

    류호정 “반중 정서는 온라인상에서 자주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인플루언서의 영상을 보면 ‘국적만 빼고 완벽하다’는 댓글이 달리더라. 반중 정서가 실재한다고 자주 느낀다. 또 (우리가) 민주주의 세대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정치 성향에 상관없이 홍콩의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투표권과 건강보험 등을 제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병민 “영주권을 취득하고 3년이 지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하는데, 상대국도 그곳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그만큼의 혜택을 줘야할 게 아닌가. 혜택을 아무것도 주지 않는 상황에서 대한민국만 빗장을 푼다? 상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류호정 “투표권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부여한다는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납세자인 외국인이 자신의 세금이 어떻게 사용될지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는 이유도 있다. 중국인을 찍어서 권리를 배제하겠다는 워딩에 외국인 혐오가 묻어 있는 것 같다. 과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동아 8월호 표지.

    신동아 8월호 표지.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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