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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특강

법률가가 본 노 대통령의 언행과 정책

권력이 헌법에 통제되지 않으면 황소가 도자기 가게에 뛰어든 격

  • 이석연변호사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법률가가 본 노 대통령의 언행과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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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서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닌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 헌법은 상당한 개인주의적 바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미국의 독립선언서 구절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최고의 가치는 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이고 행복 추구입니다. 이는 우리 헌법뿐만 아니라 인류보편의 가치라고 봅니다. 학자들은 이것이 헌법개정시에도 고칠 수 없는 ‘헌법 개정의 한계(限界) 사항’이라고 합니다.

헌법 4조에는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해 평화적 통일정책을 추진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통일 후 우리의 정치·경제·사회 체제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원리에 입각해야 한다고 헌법은 명백히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통일정책은 어디까지나 이를 추구하는 데에 모아져야 하는데도 지금껏 우리의 통일방안 어디에도 그 원리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원리를 주장하면 오히려 통일에 방해되며 수구적이라고 비난받는 실정입니다.

대북정책, 동북아 균형자론 모두 위헌

제가 경실련에 있을 때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이종석 사무차장과 상지대 서동만 교수는 헌법에 규정된 통일정책에 대해 “그것은 통일 이후에 논의해야 한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이근식·강철규 교수도 “그러한(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정책은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며 “그것을 조장함으로써 오히려 통일론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북한에서는 통일체제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나 시장경제로 통일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동방정책을 추진할 때 서독 헌법재판소는 독일 통일정책의 기본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조금이라도 위반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우리가 ‘어떤 통일이 돼야 하는가’를 묻지 않는 몰(沒)체제적인 통일지상주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통일은 자유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돼야지, 자유민주주의나 시장경제가 통일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 헌법의 확고한 의지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한민국은 헌법상 우리 국호(國號)이고 우리 정체성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국가 일개 부처에서 남북통일축구대회장에서는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도 쓰지 말고 태극기도 흔들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이는 그 자체가 위헌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통치력이 미치지 않는 북한이라면 모르겠지만 서울에서 열리는 경기에서 헌법에 명백하게 규정된 국호와 상징을 일개 부처가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은 분명 위헌행위입니다.

마찬가지로 북한 주민의 기본적 인권상황을 도외시하는 대북정책 역시 위헌소지가 큽니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위원회 회의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다수결로 통과시킬 때 우리 정부는 세 차례에 걸쳐 모두 기권했습니다. 이건 국가로서의 직무유기 이전에 위헌 행위입니다. 헌법 제10조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기본권적 가치는 인권의 보편성 원칙에 의해 북한 주민에게 당연히 적용되는 겁니다. 우리가 앞장서야 하는데도 6자회담에 장애가 되고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권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 코앞에서 합동군사훈련을 했습니다. 한때 노 대통령은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을 주장했지만 사실 동북아 균형자론은 그 자체가 허구이자 한미 동맹관계만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입니다. 그 절차와 내용도 모두 헌법에 위배됩니다. 그런 중요한 내용은 국가안보회의 자문을 받아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고 관계 국무장관 총리의 부서(副署)를 거쳐 반드시 문서화하도록 헌법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3사관학교 치사에서 이를 발표했습니다. 그후에는 청와대 e메일로 보냈습니다. 이는 절차적으로 엄연히 헌법 위반입니다.

대통령의 언행은 헌법 수호자로서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행사 방법을 헌법에 정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 절차를 밟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 안위(安危)에 관한 중요사항이기 때문에 국민투표 사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통일·외교·국방정책은 그 중요성을 감안해 대통령에게 국민투표를 통한 민주적 정당성 확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헌법 72조에 대통령은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한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대통령이 재량껏 국민투표에 부쳐도 좋고, 안 부쳐도 좋은 것이 아닙니다. 헌법 해석상 이를 자유재량이 아니라 기속(羈束)재량이라고 합니다. 일정한 요건이 갖춰지면 그 행위의 중요성에 비춰서 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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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변호사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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