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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승부수, 중도강화론의 속살

서민, 실용은 ‘MB다움’의 본질… 가운데 서서 양쪽을 아우르겠다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이명박의 승부수, 중도강화론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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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이 화두로 던진 중도, 실용, 서민, 소통이 정가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중도강화론의 배경과 미래를 추적했다.
이명박의 승부수, 중도강화론의 속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어려운 이웃 초청 오찬 행사에서 서울 망우동 우림시장 노점상인 최정자씨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친(親)서민은 이 대통령의 고유브랜드라고 말했다.



중도(中道), 실용(實用), 서민(庶民), 소통(疏通).

이명박 대통령이 6월15일 정례 라디오연설에서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풀기 위해 ‘근원적 처방’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시점을 전후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단어들이다. 그런데 이 단어들은 사실 이명박 정부 출범 과정 때부터 귀에 익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때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라는 우파적 구호를 외치면서도 한편으론 ‘중도 실용’과 ‘서민’을 표방했다. ‘소통’이란 말도 대선 때 강조한 동서화합, 계층갈등 해소 같은 공약에 다 배어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하는 라디오 연설도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다.

근원적 처방

그럼에도 정권 출범 1년 반 만에 이런 단어들이 다시 전면에 등장해 논란거리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이념적·지역적 분열,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정쟁의 정치문화를 지적한 뒤 “고질적인 문제에는 대증요법보다는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근원적 처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단기적으론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장기적으론 정치문화를 바꾸는 개헌이나 정계개편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기류를 보면, 정치권에서 거론된 인위적 처방보다는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서민을 위한 중도실용 노선을 추구하는 정책으로 고질적인 문제를 풀겠다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 직후 단행한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인사 결과에서도 그런 흐름이 읽힌다. 이 대통령은 6월21일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과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을 각각 새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에 내정했다. 두 사람 모두 하마평에 오르지 않은 의외의 인물인데다, 나란히 충청지역 출신이란 점이 눈에 띄었다. 당초 두 자리에는 TK(대구·경북) 출신이 유력하게 물망에 올라 있었다.

도덕성 시비에 휘말린 천 검찰총장 후보자의 자진 사퇴도 빠르게 진행됐다. 일본에서 골프를 치고도 거짓말했다는 보고에 이 대통령은 “거짓말하면 안 되지. 안 되겠구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천 후보자의 서울 강남 80평대 아파트 구입, 스폰서와 골프여행 동행 등이 이 대통령의 친(親)서민 행보와 소통에 어긋난다고 판단, 바로 검찰총장 후보 내정 철회 조치를 취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중도 실용 서민 소통이라는 국정운영 키워드에 집착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현 시점에서 중도, 실용, 서민, 소통이 국정 운영의 키워드로 재등장한 이유가 뭐냐”는 물음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새 정부 출범 초와 비교해 그런 곳에 눈 돌릴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라가 어느 정도 본 궤도에 올라섰습니다. 외교는 두말할 나위 없이 잘하고 있고, 경제도 회복하고 있으니 이제는 이른바 정치·사회적 이슈에 좀 더 집중해도 되겠다, 시간을 할애하고 좀 더 고민해야겠다는 성찰에 생각이 이른 거죠. 주변 여건이 그런 부분에 손이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이 대통령이 보신 겁니다. 사실 지난해에는 집토끼 챙기느라 바쁘지 않았습니까? 여러 가지 외풍이 거세게 불었죠. 그렇게 보면 적합할 겁니다.”

하지만 이런 공식적인 배경보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5월23일) 이후의 비상한 정국이 중도, 실용, 서민,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다시 꺼내들게 한 직접적 요인이 된 측면이 짙은 게 사실이다.

5월29일 노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을 전후한 시점부터 7월10일 봉하마을에서 열린 49재와 안장식에 이르기까지 지속된 조문(弔問)정국의 후폭풍은 정권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다 4·29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시작된 한나라당 소장파의 쇄신운동이 재점화할 태세였던 까닭에 청와대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근원적 처방을 언급한 것은 “최근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마음이 혼란스럽고, 또한 이런저런 걱정이 크신 줄로 알고 있다”는 말을 꺼낸 뒤였다.

“노 전 대통령 서거나 여당의 쇄신운동도 그런 방향 설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이 대변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단순히 사람을 바꾸는 식의 대증요법보다 더 근원적인 게 이른바 중도강화입니다. 좌파정책도 필요하다 과감히 가져다 쓰는 것, 그게 실용이거든요.”

이 대변인은 중도강화론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을 이었다.

“다만 중요한 부분이 하나 있어요. 우리는 자기 원칙을 가지고 가운데에 서서 우리가 가진 국가적 정체성, 자유민주, 자유경제, 법치, 세계화 같은 가치관을 지키면서 양쪽을 다 아우르겠다는 겁니다. 그러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종의 ‘투 트랙’으로 보면 됩니다. 단순히 유연한 행보를 한다는 게 아니에요. 원칙에 관한 것엔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중도실용을 찾는다는 의미지요. 그렇지 않으면 ‘중도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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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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