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호

단독입수 - 방송통신위원회 조직진단 문서

방통위는 비전 부재, 정체성 혼란, 업무 비효율, 극심한 사기저하 앓고 있다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0-05-31 16: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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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입수 - 방송통신위원회 조직진단 문서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12월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업무보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2008년 출범 이후 중앙정부 조직을 2원 15부 2처 18청 3실 5위원회(45개 기관)로 축소하는 정부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노무현 정부의 2원 18부 4처 18청 4실 10위원회(56개 기관)와 비교했을 때 3부 2처 1실 5위원회(11개 기관)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실은 대통령실로,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은 국무총리실로,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는 기획재정부로,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과학기술부로,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원회와 비상기획위원회는 행정안전부로, 문화관광부와 국정홍보처는 문화체육관광부로, 정보통신부 일부와 방송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로, 정보통신부 일부와 산업자원부는 지식경제부로, 보건복지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 여성가족부 일부는 보건복지가족부로, 농림부와 해양수산부와 건설교통부는 농림수산부 및 국토해양부 등으로 조정됐다. 2010년 3월19일 여성가족부가 출범하는 등 작은 변동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2원 15부 2처 18청 3실 5위원회의 틀은 유지됐다.(이상 김동욱 서울대 교수의 ‘이명박 정부 2년의 정부개혁 성과와 향후 과제’ 논문 참조)

    “정부개편 잘못해 IT붐 소멸”

    단독입수 - 방송통신위원회 조직진단 문서

    방송통신위원회의 문건.

    이명박 정권은 이러한 정부조직개편의 목표를 ‘큰 시장, 작은 정부’로 제시했다. 또한 조직과 인력의 감축 및 기능의 조정을 통해 중앙행정기관의 효율화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일부 행정-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2010년 4월26일 ‘현 정부 2년 평가와 향후 국정운영방향’ 심포지엄)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이 항상 완벽한 성공을 담보한다고 예단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이나 목표달성의 좌절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 개혁에 대한 활발한 비판과 감시는 사전 경고 장치로서 꼭 필요한 일이다. 더욱이 정부조직개편은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사안인 만큼 ‘신동아’는 정부조직개편 2년여를 맞아 이명박 정권이 당초에 제시한 목표가 달성되고 있는지를 점검해봤다.



    먼저 ‘신동아’는 단독 입수한 방송통신위원회 내부 문건을 근거로 정부조직개편의 대표아이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개편 이후 실태를 짚어보고자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과 방송의 융합 흐름에 발을 맞춘다는 취지로 정보통신부 일부 기능과 방송위원회를 통합해 출범한 막강한 권한의 부처로, 이 정권의 정부조직개편의 상징이다. 그러나 2007년 말~2008년 초 정부조직개편 기획단계에서부터 정보통신부의 분할·해체는 뜨거운 논란을 불렀다. 지난 정권에서의 ‘벤처 붐’과 ‘IT 붐’을 기억하는 정보통신부 일부 공직자와 IT업계 일각이 정통부 해체에 경악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까지 이 논란은 지속되고 있는데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 4월 “정보통신과 콘텐츠까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통합부처가 필요하다”면서 정보통신부 부활론을 폈다. 그러자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일축했다.

    통신업계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부조직개편으로 한국경제의 성장축이던 IT 붐이 소멸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아이폰, 아이패드 등 미국 애플사의 혁신에 한국이 뒤따라가기 바빠지게 된 점도 일정 정도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도 있다. “IT산업이 아이폰 쇼크를 극복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보통신부 부활론이 세를 얻어가는 이유인데….”(매일경제TV 2010년 4월22일 보도) 사회적, 경제적 파급력이 막대한 지상파방송 정책, 종합편성방송 정책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의 행보가 아쉬움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신동아’가 입수한 방통위 내부 문건은 방통위가 스스로 자신을 평가한 기록인 만큼 신뢰도와 중요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직발전 및 사기진작 방안 도출을 위한 연구결과 보고서’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방통위의 의뢰로 서울대학교가 방통위 본부 3급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연구 조사한 결과를 담아 2009년 10월경 방통위에 제출한 것이다.

    방통위의 조직진단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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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문건에 따르면 방통위는 방송통신융합 추세에 대응해 풍요로운 대국민 방송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08년 2월29일 설립됐다. 구체적인 임무는 신규서비스개발, 콘텐츠 활성화, 유무선 네트워크 자원 효율화,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 이용자보호 및 공익성 제고 등이다. 방통위의 조직은 본부 2실 4국 6관 32과 3팀 및 전파연구소, 중앙전파관리소로 되어 있고 인원은 본부 491명, 전파관리소 937명, 전파연구소 18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건은 연구배경 대목에서는 방통위에 대해 “국민의 삶의 질 제고와 경제사회 효율성 제고라는 조직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해왔음”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어지는 대목부터 방통위에 대한 문건의 평가는 상당히 비판적이다. 문건은 방통위의 현재를 검토하고 발전방안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조직사기진작, 조직발전방향 등 두 대목의 연구결과를 서술하고 있는데 조직사기진작과 관련한 총평은 다음과 같다.

    “설문조사 결과, 실무자의 절반이 타 부처 이동 및 이직 의도를 보일 정도로 실무자의 사기가 매우 저하된 상태로 관찰됨.”

    조직발전방향과 관련한 방통위의 현 실태에 대한 총평도 부정적이었다.

    “현 위원회 제도는 정책완결성과 정치적 중립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전반적 의사결정 속도를 위한 개선이 필요함”, “조직 미션의 효과적 수행을 위하여 단위 부서의 책임과 역할을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음.”

    이어 문건은 조직사기진작과 조직발전방향과 관련된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5개의 주제별로 서술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방통위 공직자들은 조직의 운영방식에 대한 만족도가 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조직의 전반적 운영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보통’인 3점보다 낮게 답했다. 이밖에 능력발휘가능성, 업무수행의 재량권 행사, 직장 환경, 노력에 따른 장래 보장, 보상, 월급과 업무량, 승진과 발전기회에서도 보통 이하의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문건은 특히 방통위 구성원의 인식에서 “조직 비전 부재”와 “조직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직구조와 관련해서도 “업무수행시 재량권 행사에 대한 불만족”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방통위는 소속 공직자에 의해서도 비전이 부재하고, 정체성에서 혼란을 겪고 있고, 업무수행의 재량권이 부족하고, 조직운영방식에 대한 만족이 떨어지고, 구성원 개인의 노력에 따른 장래를 보장해주지도 못하는 조직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다소 충격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방통위가 내부적으로 이러한 속성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이러한 방통위가 과연 한국경제의 핵심 축인 정보통신방송 분야의 발전과 이해관계의 조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나올 수 있다.

    문건은 그 대응방안으로 조직 비전 및 새로운 전략에 대한 공감대 형성 프로그램 운영, 간부급 대상 제도적 리더십 교육, 위원 간 조직 기본계획에 대한 공감대 형성 및 공통비전 발표 등을 제안하고 있다.

    충격적으로 들리는 내부 평가

    국내 산업의 첨단 IT경쟁력 지수는 2007년 3위에서 2009년 16위로 추락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미디어 관련 분야에만 집중하는 모습이고 IT정책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파이낸셜뉴스 2010년 4월28일자 보도) 야당 추천위원까지 포함한 위원들의 협의체 성격의 방송통신위원회로는 국내외 IT업계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집행이 시스템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방통위 문건도 이 같은 문제점을 여러 군데에 걸쳐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과다한 의결 범위와 조직 운영 업무로 인해 위원들의 업무 부담 과중”“반복적, 일상적 안건도 의결 과정을 거칠 경우 중요한 사안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짐”“첨예한 여야 입장 차이에 의해 위원 간의 의견 조정이 어려울 경우 정책 적시성이 떨어질 수 있음” “규제 방향 설정과 구체적인 정책 수립이 지연될 경우 산업 진흥과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

    단독입수 - 방송통신위원회 조직진단 문서

    방송통신위원회의 문건 내용.

    이어 문건은 방통위의 위원회 운영상의 비효율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방통위의 심의/의결 범위가 타 위원회에 비해 광범위한 것으로 분석됨. 법제상의 심의/의결 범위가 공정위가 5개, 금융위가 6개 사항인 것에 비하여 방통위는 19개 사항임” “방통위 전원회의에서 다루는 안건의 수가 회의당 5.7건으로 한 회의에서 너무 많은 사안을 다루고 있음” “위원회 의결까지 위원 개별보고, 간담회 보고, 전원회의 상정 보고의 약 7회의 보고 과정을 거치는 관행은 위원과 실무진 양측 모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음.”

    문건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할 대안으로 ‘사무총장’을 신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내부 사무 조직의 원활한 운영 및 기강 확립, 진흥 정책을 적시에 수립하고 실행, 타 부처 및 지자체와의 원활한 협조, 전원회의가 필요하지 않은 사안에 대한 업무처리를 위해선 사무총장제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문건은 사무총장의 신설은 “여야 간 견제와 균형을 위한 합의제 훼손(특히 방송 부문)” 등 방통위의 성격과 배치된다는 고민도 담고 있다. 문건은 현 위원회 제도의 긍정적 측면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 가능, 여야 합의에 의한 정책 수립 가능, 공정하고 균형 있는 규제적용을 꼽았다.

    방통위의 중요한 설립 목표 중 하나는 통신과 방송의 융합 흐름에 대한 행정서비스의 효과적 대처에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건은 방통위에 대해 “방송/통신 간 통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부 업무 중복과 비효율성이 존재한다”고 밝히면서 “수평 규제로의 적극적인 전환을 위한 조직 재설계”를 제안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방송과 통신을 하나의 법체계(미국: Telecommunications Act, 영국: Communications Act)에서 다루고 있어 신규 융합 사업에 대한 규제를 반영하기 용이”한 반면 “한국의 경우 유/무선통신, 방송과 관련한 각기 별도의 법이 존재”하고 “IPTV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의 경우 기존의 법 체제에서 수용하지 못해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을 통해 신규 수용”했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조직형태와 관련해 문건은 “산업 부문별로 조직을 나눈 부문(sector)형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음”이라고 분석하면서 “조직이 부문형으로 정비되어 있어 신규 융합 서비스에 대한 주관부서가 모호함”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건에 따르면 우리의 방통위에 해당하는 미국의 FCC는 부문형과 기능형이 혼재된 조직 구조를 갖고 있다. 문건은 대안으로 현 방통위의 기획조정실, 방송통신융합정책실, 방송정책국, 통신정책국, 이용자보호국, 네트워크정책국의 업무, 역할의 대폭적 조정을 제안하고 있다.

    방통위, 애초에 잘못 설계됐다?

    인력 구성과 관련해 문건은 “방통위는 본부 내 정원대비 5급 이상의 비율이 47%로 타 부처에 비해 낮은 편임(금융위 66%, 기재부 63%, 공정위 57%, 지경부 56%)”이라면서 “이러한 타 부처 대비 상위직급의 부족은 전문인력 확보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라고 했다. 이어 전파관리소의 광역화를 통해 전체 정원을 감축함과 동시에 인력이 부족한 본부 업무를 지원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문건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직역할 모델에 대해서는 향후 1~2년 내에 별도일정으로 재검토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결론 내렸다. 세부적으로 문건은 방통위에 대해 “진흥과 규제에 대한 비전과 미션 불명확” “미래 역할 모델에 대한 공감대 부족”을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정보통신미디어 산업 환경 분석” “방통위 역할 정체성 논의” “공감대 형성”을 권고했다. 즉, “통신 산업의 발전방향성, 국가발전전략상의 중요성을 제대로 평가하여 방통위의 역할 모델과 조직 구조 모델을 설계한 뒤 이를 조직 내에서 공유해보라”는 것이다.

    문건의 이러한 논의구조 등에 따르면 방통위는 이명박 정권에 의해 애초부터 잘못 설계된 정부 부처이고 행정효율성의 제고라는 정부조직개편의 목표 달성에 실패하여 행정비효율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성격변화를 전제로 하는 대폭적인 재설계가 필요한 상태로 보일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의 정부조직개편 이후 방통위 내부의 업무 비효율 문제뿐만 아니라 방통위와 타 부처 간의 업무 혼선도 나타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부처와 부처 간의 업무 중복이나 혼선 문제가 자주 발생하여 부처들끼리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게 현 정부 들어 유행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4월15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은 방통위가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의 중재에 따라 방송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을 문화체육관광부에 넘긴 것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국회에서 방송콘텐츠 관련 진흥 업무를 방통위에 두는 내용의 방송통신기본발전법을 통과시킨 지 두 달밖에 안됐는데 청와대가 나서 법을 무시하는 문서를 보내도 되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방송콘텐츠 진흥까지 하는 것은 맞지 않다. 기금도 가져오시도록 노력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방통위는 방송의 규제와 진흥을 함께 해야 하니 문화부와 MOU를 체결할 때 유의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옛 정보통신부 해체’와 관련해 “지난 번 신문방송편집인모임 세미나에서도 우리 정통부가 여러 부처로 해체되면서 통합의 시대에 과연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제 입장을 말했다”면서도 “정부조직을 개편한 지 2년쯤 지났는데 또 개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주어진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했다.

    차기정권의 손이 아니라

    전완주씨의 ‘경제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IT기술 활용정책’ 연구 보고서(2009년 10월)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IT인프라 투자에 주력하고 있고, 일본 정부는 IT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활용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한국 정부의 ‘신성장동력’은 비전의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고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추진하면서 IT 자체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권은 정부조직개편 2년여가 되는 지금 정부조직개편의 대표적 상징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차기정권의 손이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정보통신방송 관련 부처들에 대한 재조정을 단행하는 용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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