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삼길씨와 관련된 의혹을 폭로한 이석현 민주당 의원.
그러나 당시 신씨에 대한 수사는 쉽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신씨가 막강한 변호인단을 앞세워 수사를 무력화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시 검찰조사 과정을 잘 아는 한 사정기관의 관계자는 “2007년경 검찰이 탈세혐의로 신씨를 소환 조사했더니 신씨가 거물 변호인들을 대동하고 나타나 검사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호통을 치고 돌아간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신씨가 변칙적인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하는 과정에선 엉뚱한 피해자도 등장했다. 바로 2001년부터 2004년 말까지 신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이OO(1958년생)씨다. 신씨는 2002년 자신이 대표로 있던 ㈜모나코가 국세청 등의 조사를 받자 대표직에서 사임하면서 대신 이씨를 대표에 앉힌 뒤 하던 사업을 계속했다. 내연녀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씨는 2005년 4월경 종로세무서로부터 ‘126억원의 국세를 체납했다’는 경고장을 받고서야 자기가 신씨 회사 대표였음을 알게 됐다. 이씨와 신씨 간에 벌어졌던 일들은 신씨가 2009년 4월 종로세무서에 보낸 ‘세금체납 관련 의견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위아래 두 살까지 ‘개띠 모임’ 회원
개인사에 가까운 신씨와 이씨의 관계를 소개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씨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신씨의 과거행적을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두 사람은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우연히 만나 사실혼 관계로 발전했는데, 이씨 측에 따르면 이씨와 신씨는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들과도 여러 차례 골프를 치러 다녔다. 또 이씨는 신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울 강남구 논현동 등에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두 번에 걸쳐 신씨가 차려준 식당(일식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 시기는 신씨가 공 전 의원, 정 전 수석, 박지만씨 등을 알게 된 시점과도 일치한다. 이씨 측에 따르면 당시 신씨는 자신과 가까운 정치인, 사업가 등과 소위 ‘58년 개띠 모임’이란 걸 만들었다. 위아래로 2살까지는 회원으로 인정해주는 식이었다. 박지만·신삼길(58년생), 이웅열 코오롱 회장(56년생), 정진석(60년생) 등이 주요 멤버였다. 이들은 내연녀 이씨가 운영하던 일식집, 천안·군산에 있는 골프장 등에서 주로 부부동반으로 모임을 가졌다. 최근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밝힌 “신씨와 정 전 수석이 만난 서울 역삼동 경복아파트 인근 고깃집”도 이씨가 운영했던 식당 중 하나다. 이와 관련, 이씨의 한 지인은 “당시 일식집에는 58년 개띠 모임 외에도 정치인, 기업인, 유명 프로골퍼 C씨 등이 주로 드나들었다. 금 관련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할 당시에도 신씨는 이곳에서 주로 고위층 인사들과 만나 의논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