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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은 군인, 간부는 간부 주민은 주민끼리 따로 삽네다

위성사진으로 본 평양공화국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군인은 군인, 간부는 간부 주민은 주민끼리 따로 삽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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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은 군인,  간부는 간부 주민은 주민끼리  따로  삽네다
“국정원은 해상도가 아주 높은 사진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평양 주요 시설은 좌표까지 다 파악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디테일에선 우리가 국정원보다 더 우수할 거예요. 평양에서 온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서울은 자고 나면 지도가 바뀌잖아요. 북한은 변화가 별로 없습니다. 건물을 용도에 따라 배치한 게 아니라 신격화 순위에 따라 배열해서 도시구조를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우리가 탈북할 때와 비교해 바뀐 게 별로 없어요.”

2만3000명이 넘는 전체 탈북자 중 평양 출신은 10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평양 거주자는 혜택받은 계층이다. 아무래도 탈북을 결심하는 이가 적을 수밖에 없다. ‘위성사진으로 본 평양공화국’ 프로젝트에는 그를 포함해 평양 출신 탈북자 30여 명이 참여했다.

평양공화국의 속살

그가 인쇄해 바닥에 붙여놓은 4m×4m 크기의 평양 전도를 가리키면서 설명했다.

“서울은 강남이 부유하잖아요. 평양은 반대예요. 대동강 이남에 일반 주민이 다닥다닥 살고, 이북에 권력집단이 넉넉하게 삽니다. 이쪽을 한번 보세요. 창광지역의 한 저택인데, 김정은 고모 김경희가 사는 집입니다. 집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구역이죠. 평양은 권력집단별로 따로따로 모여 살아요. 여기가 중앙당촌이에요. 당 간부들은 노동당사 근처의 기관아파트에서 살죠. 이곳이 인민무력부촌입니다. 제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이 인민무력부 고위군관 아파트고요. 북동쪽에 금수산태양궁전 보이죠? 주석궁 주변 일대가 호위사령부촌입니다.”



은 평양 전도에서 중앙당촌, 호위사령부촌, 인민무력부촌을 표시한 것이다. ①이 호위사령부촌 ②가 중앙당촌 ③이 인민무력부촌이다. 는 인민무력부촌을 확대한 것이다. 은 서민 거주 지역을 클로즈업했다.

중앙당촌의 일부인 의 ①은 김경희, 장성택 집. ②는 창광특각(김정일 장남 김정남이 자란 곳), 그 왼쪽은 중앙당 간부 아파트다. ③은 김경희, 장성택 경호부대의 지휘부. ④는 창광촌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권력 실세 거주지. ⑤는 한국에서 북송한 비전향 장기수가 모여 사는 고급 아파트다. 이인모 노인을 포함해 한국이 북송한 64명 중 생존자 수는 알려지지 않는다.

군인은 군인,  간부는 간부 주민은 주민끼리  따로  삽네다
는 중앙당 청사와 간부 아파트가 밀집한 곳으로 북한의 지도층 거주지다. 은 서재골 지역 일대를 클로즈업한 것이다.

“서재골에는 김영남(최고인민위원회상임위원장) 집이 있습니다. 내각총리와 권력기관 장의 초대소도 있고요.”

에 김영남 집을 비롯한 저택들이 보인다.

“김정일은 땅 위로 다니지 않았습니다. 전용지하도로로 이동합니다. 이쪽을 한번 보세요. 이곳이 김정일이 인민문화궁전에 행사가 있을 때 지하에서 나온 ‘구멍’입니다. 김정은도 지하도로로 이동할 겁니다.”

의 ②가 인민문화궁전 앞 김정일 전용 지하도로 출입구다. ①은 노동당 1호청사로서 당 총비서 집무실이 있다. ③은 중앙당 2호청사.

그가 침을 꼴깍 삼켜가면서 설명을 잇는다.

“북한은 지방이 평양을 부양하는 구조예요. 그런 평양조차 위성사진에서 드러나듯 권력 있는 놈은 권력 있는 놈끼리, 총 든 놈은 총 든 놈끼리, 당 간부는 당 간부끼리, 보통 사람은 보통 사람끼리 격리해 생활하는 곳입니다. 철저한 계급사회인 거죠. 에서 북동쪽의 금수산태양궁전 주변의 김일성 집안이 사용하는 땅을 좀 보세요. 여의도 열 배쯤 되지 않습니까? 우리가 전시회와 책을 통해 이 사진을 공개하면 북한 당국이 또 한번 막말을 늘어놓을 겁니다. 그 사람들 처지에선 평양공화국의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이니 황당하겠죠.”

녹지의 도시 평양

군인은 군인,  간부는 간부 주민은 주민끼리  따로  삽네다
도시 설계는 국가의 정치·경제 체제와 분리할 수 없다. 6·25전쟁 때 폭격으로 초토화한 평양은 재건 사업을 거치면서 ‘이상적인 사회주의 도시 모델’로 사회주의 국가 사이에서 각광받았다. 위성사진으로 내려다본 평양은 정갈하다. 공공영역, 녹지공간을 넉넉하게 배치했다.

“도시 설계는 서울보다 평양이 앞서 있어요. 주도면밀한 계획에 의해 도시를 건설하다보니 깔끔하기는 하죠.”

평양의 공업용지 비율은 19%에 달하는 반면 서울의 공업용지는 3%에 못 미친다. 사회주의 도시는 생산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도시 설계자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 작업장 혹은 경공업 시설이 주거지와 일체화해 있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공장 앞에서 살고, 당에서 일하는 사람은 당 앞에서 사는 식이다.

평양은 또한 녹지의 도시다. 인공위성에서 내려다본 평양은 녹색이 방사형으로 구축돼 있다. 서울의 그린벨트가 지방과 서울을 분리하는 환형의 띠라면 평양의 녹지는 밖에서 도심 쪽으로 침투해 들어와 있다. 녹지가 도시와 농촌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둘을 연결한다. 평양의 시민 1인당 녹지공간(40㎡)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의 두 배가량이다. 1980년대 북한은 “도시 속의 공원이 아닌 공원 속의 도시를 만들자”는 구호를 내걸고 녹지 확충 사업을 벌였다. 외국인도 만족하는 국제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대동강 양안과 주요 거리에서 녹지화, 공원화 사업이 추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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