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월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강령 개정 통과 직후 단상에 난입한 중앙위원과 당원들이 당직자들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이석기 그룹의 학생 전위대 격인 이들은 심상정·유시민·조준호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폭행하는 데 가담했다. 일부에선 이들을 ‘이석기 키즈(Kids)’라고 불렀다. 고교, 대학 때부터 경기동부의 이념적 가르침을 받은 이들은 2007년 이후 한대련에 가입해 주요 포스트를 차지했다. 이들이 폭력을 사용한 것은 이석기 의원의 19대 국회 등원을 관철하기 위해서였다.
종북 성향 세력이 이들에게 가르친 것은 무엇일까. 종북 성향 세력은 10년 넘게 학생들을 공들여 키워왔다. 고교 시절 경기동부와 연을 맺은 후 통진당 간부로 활동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들은 지난해 어버이날(5월 8일) 이석기 당시 국회의원 당선자의 페이스북에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바쳤다.
정의당(대표 천호선)의 한 인사는 “경기동부가 오래전부터 학생 조직을 장악하고자 이념 노선을 학습시키는 지도사업을 벌였다”면서 “경기동부총련에 소속된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경희대 수원캠퍼스, 경원대 등에서 특히 활발했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이 이른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조직원으로 사실상 지목한 김재연 통진당 의원이 이석기 키즈의 선두주자 격이다. 김 의원은 “RO 조직원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수단, 방법 안 가려
2001년 12월 경희대 수원캠퍼스 총학생회장 선거 때 경기동부총련 학생 100여 명이 난입해 폭력을 휘둘렀다. 경기동부 성향의 후보가 학생 수가 많은 체육대 후보에 밀리자 쇠파이프를 들고 들이닥친 것. 이들은 단과대를 돌며 투표함을 빼앗은 후 체육대 투표함을 빼놓고 개표를 시작했다. 지난해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 때처럼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이석기 그룹이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쥐기 전까지 경기동부의 학생조직은 한총련 내에서 비주류였다. 한대련은 한총련의 후신 격으로 2005년 ‘이전과 다른 새로운 학생운동’을 주창하며 출범했다. 한대련에서 이석기 그룹과 가까운 학생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세를 부풀린 것은 종북 성향 세력의 지원을 받은 덕분이다. 일부 학생들은 CNC (옛 CNP 전략그룹)와 사회동향연구소 등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운영한 CNC는 대학 졸업앨범 제작, 축제 등의 총학생회 행사 기획을 맡아 돈을 벌었다. 각종 선거에서 민주노총, 한국노총의 홍보대행을 맡기도 했다. 민주노총 산하 A노조는 2년간 4억 원 가까운 광고대행 업무를 CNC에 맡겼다. 통합진보당이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CNC에 몰아준 일감은 40억 원에 달한다.
CNC는 대학 총학생회 선거 컨설팅 사업도 했다. RO 회합 참석을 부인하고 있는 금영재 현 CNC 대표는 2009년 한대련이 주최한 선거학교 강사로 나서 ‘선거전략전술 수립’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서 경기동부 성향의 후보를 당선시킨 후 총학생회로부터 수익사업을 수주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전국전력노동조합 관계자는 “CNC가 각급 노조 선거에 뛰어들면 한마디로 난장판이 됐다. CNC를 비롯한 기업체의 수익이 경기동부의 토대다. 노동조합 선거를 도와준 후 해당 조합에 이석기파(派) 인사의 일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9월 4일 트위터에서 “종교단체와 기업체가 한 몸이 된 창가학회(미쓰비시)나 통일교(일화 등)처럼 정치단체와 기업체가 한 몸이 된 좀 이상한 조직 안에서 이석기는 새끼수령 놀이를 즐긴 거죠. 상부구조는 과대망상과 피해망상, 물적 토대는 CNC를 비롯한 기업체의 자금”이라고 비꼬았다.
민혁당 때도 고교생 포섭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민혁당 경기남부위원장이던 이석기는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졌다. 당원 30명을 모으라고 지시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내는 분위기였다”고 회고했다. 김 연구위원은 민혁당 시절 중앙위원장으로 이 의원을 지도했다.
이 의원은 민혁당 시절부터 고등학생들을 조직원으로 포섭했다. 이 의원이 민혁당 중앙위원회에 보고한 내용 중 이런 대목이 나온다.
“HS(고등학교 사업부) 현황으로 동창회 1명, 동문회 3명,친목회 17명이고, 지지기반으로 5개 단체 100명, 12개 연대모임 250여 명, 29개 동아리 180여 명이다.”
동창회는 민혁당의 위장 명칭, 동문회는 반제청년동맹의 위장 명칭이다. 고등학생 1명, 3명이 각각 민혁당, 반제청년동맹에 가입한 것이다. 이 의원을 정점으로 한 종북 성향 세력은 민혁당 시절과 비슷한 방식으로 고등학생, 대학생 조직을 구축해온 것으로 보인다.
7월 6일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규명 시국회의’(시국회의)가 서울광장에서 개최한 촛불집회 때 고등학생 30여 명이 기자회견에 나섰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희망) 소속인 이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한 몸 바칠 각오로 나섰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7월 17일 청소년 717명을 모아 시국선언을 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이날 통진당 인사들과 함께 국정원 규탄 시위 현장에 나타났다. ‘희망’은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 촛불집회,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지난해 통진당 폭력사태 때도 맹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