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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이석기 쇼크!

이석기 ‘한 자루 총’ 사상은 김정일이 완성한 ‘총대철학’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이석기 ‘한 자루 총’ 사상은 김정일이 완성한 ‘총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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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자루 총’ 사상에는 북한식 혁명철학의 모든 게 담겨 있다.
  •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로 시작하는 이 사상은 오래전 김정일에 의해 ‘총대철학’이란 개념으로 정립됐다. 지금은 주체·선군사상의 기초원리로 확고한 위상을 갖고 있다. “다가오는 전쟁을 맞받아치자, 정치·군사적인 준비를 시작하자”는 이석기 의원의 발언은 바로 이 ‘총대철학’에 근원을 두고 있다.
이석기 ‘한 자루 총’ 사상은 김정일이 완성한 ‘총대철학’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난 5월 12일 서울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열린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회합에서 다가올 전쟁에 맞서기 위한 ‘정치·군사적 준비’를 강조한다. 회합 녹취록을 보면, 당시 이 의원은 조만간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 같다. 그래선지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에 유독 관심을 보인다. 그 핵무기가 우리 민족을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북한이 미국과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이런 말도 나왔다.

“핵무기 뭐가 문제냐, 민족의 자랑이다. 나는 탈핵은 반대해요. 핵은 쥐고 있어야 돼. 민족사적인 재고인데 어마어마합니다. (…) 북이 이번에 이룬 게 엄청난 거예요.”

이 의원은 강연 도중 참석자들에게 묻는다. 전쟁이 시작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그리고 무엇을 준비할지를 고민하고 토론하라고 요구한다. 참석자들은 이 의원의 지시에 따라 분반토론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다. 유류저장시설을 파괴하자, 총을 만들어서 후방을 교란하자는 등의 의견이 나온다. 북한을 도와 미국과 전쟁을 하자는 것이다. 누구는 파출소를 탈취해 총을 구하는 방법을 제법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대목에서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국가정보원이 이 의원과 그 추종세력에 대해 내란음모 혐의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이 실제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중요한 얘기를 꺼낸다. 바로 ‘한 자루 총’ 사상이다.

“한 자루 권총을 기억하십니까.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한 자루 권총이란 사상이에요. 이 한 자루 권총이 수만 자루의 무기보다 더한 가치가 있어요. 우리가 관점만 서면 핵무기보다 더한 것을 만들 수 있어. 이게 쟤들(미국)이 상상 못할 전쟁의 새로운 것이에요.”



만경대 가문의 총대

‘한 자루 총’ 사상은 북한에서 ‘총대사상’ 혹은 ‘총대철학’으로 불리는 사상이자 이념이다. 원래는 항일운동 당시 김일성과 관련된 작은 일화가 소설처럼 만들어지면서 시작됐는데, 이후 확대 재생산되면서 철학으로까지 발전했다. 그렇다면 이 의원이 언급한 ‘총대철학’은 과연 무엇일까.

‘총대철학’의 내용과 의미는 북한의 대남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서 ‘총대’ 혹은 ‘총대철학’이란 이름으로 검색을 하면 수십 개가 넘는 대남 선전용 기사와 논평, 문학작품이 검색된다. 이런 제목들이다. ‘영원히 변치 않을 총대사상’‘국력도 민족의 자부심도 총대에서’‘총대가 강해야 정의도 지킨다’‘총대없는 인간방패가 남긴 교훈’….

‘총대철학’은 이렇게 정의돼 있다.

“총대철학은 한마디로 말하여 혁명은 총대에 의하여 개척되고 전진하며 완성된다는 것이다. (…) 총대철학이 담고 있는 본질적 내용은 먼저 제국주의를 비롯한 온갖 반혁명세력과의 힘의 대결에서 결정적 승리를 이룩하는 기본요인은 총대라는 것이다. (…) (총대철학은) 선군사상의 출발점이며 기초적인 원리.”(‘총대철학의 의미’ 중에서)

북한을 떠받치는 사상적 키워드는 ‘주체’와 ‘선군’이다. 주체사상이 체제유지의 이론적 바탕이라면 선군사상은 실천전략의 의미를 갖는다. 주체→선군→총대로 북한식 혁명사상이 구체화·현실화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시간이 갈수록 북한 당국이 ‘주체’보다는 ‘선군’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대철학’의 출발점인 ‘한 자루 총’ 사상의 기원은 일제강점기로 올라간다. 무장항일투쟁을 하던 당시 김일성이 부친인 김형직으로부터 받은 두 자루의 총 중 하나를 아들인 김정일에게 주면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1990년대 초 김정일이 ‘총대철학’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했다고 한다. 기사인지 문학작품인지 경계가 모호한 ‘대대로 이어지는 총대’라는 글에는 드라마틱하게 각색된 ‘총대철학’의 기원과 역사가 잘 정리돼 있다.

“오늘 우리 조국의 선군의 위력은 대대로 이어지는 만경대 가문의 총대에 의하여 다져진 것이다. 열렬한 애국애족의 일가인 만경대 가문은 일찍부터 총대를 사랑하고 대대로 총과 숨결을 함께 해온 총대가정이다. 전쟁의 포화가 한창이던 주체41(1952)년 7월 어느 날이었다. 10대의 어리신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께서는 위대한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오늘이 무슨 날인가라는 물음을 받으시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오늘이 할아버님의 생신날이라고 말씀드리시었다. 잠시 깊은 추억에 잠겨 계시던 어버이 수령님께서는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실 때 나에게 지원의 뜻이 담겨져 있는 권총 두 자루를 유산으로 넘겨주시었다. 나는 그 권총 두자루를 밑천으로 삼아 첫 무장대오를 조직하고 반일대전을 선포했으며 조국의 해방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우리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해방 후 남반부에 기어든 미국놈들이 공화국 북반부까지 먹어보겠다고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니 우리는 나라의 통일독립을 이룩할 때까지 혁명을 계속해야 한다’고 절절하게 말씀하시였다. 이어 어버이 수령님께서는 붉은 천에 정히 싼 권총을 아드님 앞에 내놓으시면서‘이 권총을 오늘 너에게 준다. 혁명의 계주봉으로 알고 받는 것이 좋겠다. 우리 만경대 가문에서 3대를 내려오는 총이니 한평생 잘 간수하여야 한다’고 간곡히 말씀하시었다.”

이석기 ‘한 자루 총’ 사상은 김정일이 완성한 ‘총대철학’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는 ‘총대철학’과 관련된 기사·논평·작품 수십 개가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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