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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레이더|‘달리는 실용주의’ 일본차의 경쟁력

품질과 서비스는 최고 문제는 디자인에 있다

  • 강호영

품질과 서비스는 최고 문제는 디자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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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본차 회사들이 한국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 것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당장 베스트셀러에 오를 차종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력 후보’가 너무 많아 어떤 차를 골라 보내느냐를 놓고 고심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일본업체의 진출과 동시에 수입차 시장의 등급별 판매순위가 뒤바뀔 것이라고 단언한다. 각 차종이 진출과 동시에 상위에 랭크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차종별로 일본차의 경쟁력을 따져보자.

우선 세단 부문의 경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선 2000cc 이상의 중·대형 세단이 절반을 점유할 정도로 판매비중이 높다. 일본차는 뛰어난 품질에 가격경쟁력까지 갖춰 중저가의 미국차와 고가의 유럽차로 양분된 세단시장을 고루 공략할 수 있다.

미국에서 렉서스 LS400의 기본형 차값은 5만3000달러 내외. 경쟁차인 BMW 740iL과 벤츠 S420은 각각 6만2000달러와 7만4900달러다. LS400이 경쟁차보다 1500만∼3000만원 싸다는 얘기. 미국, 유럽차보다 물류비용 면에서도 유리하다. 하지만 유럽 경쟁차에 비해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자부심이 떨어지고 개성이 부족한 디자인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일본업체들은 국산차와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기 위해 한국업체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형급 이하 세단은 당분간 공략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부문은 가격경쟁력에서도 국산차에 뒤진다. 하지만 앞으로 수입차 시장이 활발해지고 일본차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져 양적인 경쟁을 벌일 때는 저가 전략을 앞세운 중형급 이하의 차를 대거 들여올 가능성이 높다.

성장세가 두드러진 수입 RV시장은 고가 시장과 중저가 시장으로 양분돼 있다. 혼다와 미쓰비시 등은 중저가 RV시장을, 도요타와 닛산은 고급 RV시장을 겨냥한다. 최근 실용성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미국산 중저가 미니밴,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등이 수입차 시장에서 호평받은 것을 간파한 결과다. 미니밴과 중·소형 SUV 분야에서는 일본차들이 가격과 품질 경쟁력에서 앞서니만큼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일본 업체들은 자신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판매량이 많지 않으나 부가가치가 높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스포츠쿠페, 로드스터 등의 틈새 차종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런 차종의 출시는 특히 젊은 층이 일본차에 대해 호감을 갖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포르셰 같은 최고급 유럽 스포츠카는 워낙 고가라 접근하기 힘들고, 미국차는 성능 면에서 만족스럽지 않아 젊은 소비자들이 대안으로 일본산 스포츠카를 고려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닛산 스카이라인 GTR, 혼다 NSX, 도요타 MR2 등 세계적인 스포츠카를 보유한 일본 업체들은 당장 한국시장 판매량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아 조기 투입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의 주요 고객인 젊은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기 위해선 고성능 스포츠카의 투입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본은 유럽과 함께 경차 천국으로 불리지만 한국시장에서만큼은 경차의 경쟁력이 낮다고 본다. 한국의 경차 소비자들은 1000만원 이하의 차를 원하지만, 일본 경차를 이 가격대에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경차 시장에 도전할 업체는 없어 보인다.

미국시장 휩쓸다

일본차의 경쟁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갑론을박의 대상이었다. 일부 유럽인들은 일본차를 가리켜 “차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유럽차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고 혹평한다. 일본차엔 예술혼과 독창적인 이미지가 없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미국시장에서 일본차는 유럽연합 군단에 맞서 늘 판매량에서 앞선다. 고급차로도 이미지가 좋다. 일본차 업계가 고객 취향과 특성에 맞는 맞춤식 모델을 갖춘데다 품질도 정상급이기 때문. 이는 일본 업체들이 자랑하는 다양한 모델 중에도 일본차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세 가지 대표 차량의 면면을 봐도 공감이 간다.

▲렉서스 LS400

80년대 말 도요타는 도박을 감행했다. ‘일본차는 싸구려 차’라는 오명을 불식하고 해외 고급차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 렉서스가 그 주인공이다. 전략은 적중했다. 렉서스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자마자 벤츠, BMW 등 기존 고급차 메이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붐을 일으켰다.

경쟁사보다 쌀 뿐만 아니라 첨단 편의·안전장치가 적용된 LS400은 성능 면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아 고급차 전쟁의 승장이 됐다. LS400은 98년에도 미국 시장에서 2만790대가 팔려 다양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BMW 7시리즈(1만8309대), 벤츠 S클라스(1만3920대)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GS, ES 모델을 포함한 렉서스의 전체 판매대수는 15만6260대로 경쟁사들보다 두 배 가까이 앞섰다. 오는 8월부터는 LS430으로 풀 모델 체인지된다.

▲혼다 어코드

혼다의 중형 패밀리 세단 어코드는 97년 일반 소비자 대상의 미국 승용차 시장에서 라이벌 도요타의 캠리를 누르고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래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다. 일본 시장에서는 도요타와 닛산에 뒤지는 혼다가 해외에서 ‘작은 거인’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

어코드는 미국시장에서만 매년 30만 대 이상이 팔리면서 혼다가 미국 시장 점유율에서 도요타와 닛산을 앞서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차는 흠잡을 데 없는 성능과 잔 고장 없는 완벽한 품질을 앞세운 대중형 세단이다. 어코드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등 해외 공장에서 현지 생산될 만큼 혼다를 대표하는 월드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닛산 스카이라인 GTR

‘독일에 포르셰가 있다면 일본에는 스카이라인 GTR가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닛산의 고성능 스포츠카 스카이라인 GTR에 대한 일본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 차는 내수용으로만 판매되고 있으나, 이미 세계의 자동차 전문가들에게 포르셰를 앞선다고 평가받은 일본의 국보급 스포츠카다.

닛산 특유의 박스형 디자인에 2.6ℓ 트윈 터보엔진을 얹어 내수시장 규제한도인 최고출력 280마력/6800rpm과 최고시속 190km에 묶여 있으나 최대토크 37.5kg·m/4400rpm에 시속 100km 도달시간 4.5초를 자랑한다. 차값은 일본시장에서 550만 엔 수준. 국내 마니아들 사이에도 인지도가 높아 닛산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너무도 조심스러운 접근

세계적 권위의 소비재 품질조사기관인 미국 JD파워는 “일본차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수준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한다.

JD파워가 매년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소비자 만족지수 조사에 따르면 도요타(렉서스)와 닛산(인피니티)은 품질, 애프터서비스 등에서 93년 이후 내리 1, 2위를 독식했다. 10위권 내에 일본업체가 5개나 이름을 올려놓고 있을 정도다.

고객 만족을 위한 도요타 딜러의 필수 원칙은 이런 것들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대한다 ▲사소한 부분에도 언제나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관심을 갖고 지식을 확보한다 ▲시설, 조직, 절차를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게 구축한다 ▲고객을 평생의 동반자로서 존중한다 ▲강하고 일관성 있게 훈련된 직원을 확보한다.

이와 같은 경쟁력을 지닌 딜러를 앞세워 도요타는 3년/10만km 무상 서비스와 24시간 출동 정비 서비스, 고객이 점검을 기다리는 동안 세차 및 음료·음식 등을 무료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장기 정비를 받을 경우 다른 차를 무료로 빌려줄 계획도 갖고 있다. 이 밖에 경품과 픽업 및 탁송서비스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일본차의 한국시장 성공 여부는 기존 수입차 업체들의 말과 다른 서비스 관행으로 실망이 큰 고객들에게 얼마만큼 만족감을 심어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도요타와 혼다 등이 너무 느리다 싶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한국시장에 접근하는 것도 한 번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실패의 나락으로 빠지는 길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아 200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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