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호

세계 ‘에너지 별’ 한자리에 직간접 효과 4835억 원

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10월 13~17일)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입력2013-09-24 1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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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관급 인사, CEO 등 5000명 참가
    • 원전-셰일가스-신재생 에너지 3대 화두
    • 에너지 3중고 해결 방안 모색
    • 日 원전 사고 후 원자력 미래 논의의 場
    세계 ‘에너지 별’ 한자리에 직간접 효과 4835억 원

    2010년 9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21회 세계에너지총회(WEC)

    세계에너지총회(WEC·World Energy Congress)가 10월 13~17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다. WEC는 ‘에너지 올림픽’ ‘에너지 다보스 포럼’이라는 별칭을 가졌다. 1923년 영국 런던에서 첫 총회가 열렸다. 대구 WEC가 22회째. 아시아에서 개최하는 것은 1983년 인도, 1995년 일본 이후 세번째다. 대구 WEC의 주제는 ‘내일의 에너지를 위한 오늘의 행동(Securing Tomorrow′s Energy Today)’. 세계에너지협의회(World Energy Council)와 WEC한국위원회가 주최한다.

    조환익 2013대구세계에너지총회조직위원회 위원장(한국전력공사 사장)의 설명이다.

    “영화 ‘설국열차’를 봤나. 영화 속 배경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기가 찾아온 지구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지구 온난화는 무분별한 에너지 낭비 탓이다. WEC는 3년마다 열리는 국제회의로 전 세계인이 모여 에너지 관련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다. 에너지 전문가들의 강연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발표가 나흘간 이어진다. 세계 각국의 에너지 장관과 EDF(프랑스전력공사), 아람코, 지멘스, GE 등 글로벌 기업 총수들이 참석한다.”

    환경오염, 기후변화 해법 찾기

    세계 각국의 장관급 인사 60여 명과 에너지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5000명가량이 대구 WEC에 참석할 예정이다. 에너지장관회의, 전문가 연설 및 강연, 이슈 토론, 논문 및 보고서 발표, 에너지산업전시회, WEC 집행이사회, 산업시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WEC와 함께 ‘에너지 장관 라운드 테이블’을 공동 주관한다.



    10월 13일부터 4일간 개최되는 주제별 회의 때는 글로벌 기업 CEO, 각국의 장관급 인사, 국제기구의 주요인사 등 에너지 관련 각 분야 리더가 연사로 나서 하루 1개씩 4개의 소주제를 다룬다.

    첫째 날인 10월 14일엔 ‘미래를 위한 비전과 시나리오(Vision and Scenarios for the future)’라는 주제로 환경, 기후변화, 자원고갈 등의 이슈를 살펴본 후 에너지의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와 비전을 협의한다. 둘째 날 주제는 ‘비즈니스 기회 찾기(Identifying Business Opportunities : Resources and Technologies)’. 첫째 날 논의된 비전을 바탕으로 청정 에너지 개발 및 환경보전과 관련한 국가 간 협력 방안 및 비즈니스 모델을 탐구한다. 셋째 날에는 ‘에너지 삼중고(The Energy Trilemma : Policy Solutions to Secure Prosperity)’ 해결 방안을 모색한 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관료가 만나는 장관급 회담을 연다. 마지막 날 주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Securing a Sustainable Energy Future)’다. 안정적 에너지 확보와 관련한 인류의 책임을 논의한다.

    세계 ‘에너지 별’ 한자리에 직간접 효과 4835억 원

    2013대구세계에너지총회 조직위원회가 4월 13일 서울 상암월드컵공원에서 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행사를 열었다.

    ‘에너지 트릴레마’

    조환익 위원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대구 WEC 참석자 수가 앞서 열린 몬트리올 총회 때보다 많다. 초청 연사들은 각 분야에서 손꼽히는 이들이다. 훌륭한 사람의 말은 황금의 값어치를 가졌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해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교량 노릇을 하고자 한다. 아시아 국가간 에너지 협력, 남북한 간 협력 등과 관련한 비전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세계 각국이 ‘에너지 트릴레마(trilemma·3重苦)’에 빠져 있다. 3중고의 첫째는 에너지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다. 최근에는 원전의 안전성도 의심받고 있다. 전력을 생산할 때 화석연료를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에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일어난 후 지진해일(쓰나미)이 밀려왔다. 쓰나미로 인해 전력공급이 끊기면서 도쿄전력 후쿠시마 원전 1~3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고 때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가 지금껏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일본뿐 아니라 이웃 나라들도 2차 피해를 우려한다.

    세계 ‘에너지 별’ 한자리에 직간접 효과 4835억 원
    둘째는 에너지 수급의 어려움이다. 지난해 7월 30일 인도에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일어나 세계 인구 9%에 해당하는 6억7000만 명이 피해를 봤다. 이 블랙아웃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정전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도 전력 수급 사정이 아슬아슬하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서도 전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2011년 9월 15일엔 사상 초유의 순환 정전 사태도 겪었다. 발전량보다 소비량이 더 많아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전기가 공급될 때까지 국가 및 산업 기능의 상당 부분이 마비된다. 일부 산업시설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다.

    셋째는 에너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경쟁하는 가운데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전기마저 공급받지 못하는 인구가 13억 명에 달한다. 선진국에서도 에너지 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추위에 떠는 에너지 빈곤층이 늘고 있다.

    대구 WEC의 3대 이슈는 △원전의 안전성 △셰일가스 미래 전망 △신재생 에너지의 경제성이다.

    원전의 안전성이 에너지 산업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은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결정했다. 한국에서도 노후 원전의 안전성 및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잇따른 비리, 잦은 고장 탓에 신뢰가 떨어진 것. 운전 기간이 25년 넘은 노후 원전은 8기(고리 1·2·3·4, 월성 1, 영광 1·2, 울진 1호기)다. 이중 고리 1호기는 2007년 설계수명이 만료됐다.

    그럼에도 원자력 수요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중국, 인도,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60개 넘는 원전을 짓고 있다. 원전 르네상스가 한창인 상황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것이다. 대구 WEC에서는 원전 르네상스는 끝났는지, 제2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할 소지는 있는지 등을 주제로 토론이 이뤄진다.

    셰일가스는 ‘제3의 에너지’ ‘꿈의 에너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셰일가스의 등장으로 에너지 생산의 무게중심이 중동에서 미국, 캐나다 쪽으로 움직일 태세다. 신재생·청정 에너지 부문의 무게중심은 서구에서 아시아로 이동 중이다. 세계 에너지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 천연가스 수출국은 셰일가스의 출현에 긴장하고 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국영기업 중심으로, 일본은 종합상사 중심으로 미국의 셰일가스 자산 매입에 나섰다. 메이저 석유회사들도 미국 셰일가스 자산 지분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호주 등은 자국 내에서도 셰일가스를 채굴할 계획이다. 중국은 쓰촨성 등에 19개 셰일가스 탐사 개발구를 건설해 2020년까지 가스 생산의 8~12%를 셰일가스에서 충당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셰일가스란 셰일암에서 채굴되는 천연가스를 가리킨다. 그동안은 깊고 단단한 암석에 갇혀 있어 꺼내 쓸 수 없었으나 채굴 기술의 발달로 최근 개발되기 시작했다. 셰일가스는 석유, 석탄보다 환경친화적인 데다 매장량 또한 방대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는 거품?

    세계 ‘에너지 별’ 한자리에 직간접 효과 4835억 원

    셰일가스는 지표 2~4㎞ 아래 퇴적층에 갇혀있는 천연가스. 채굴 기술이 개발되면서 최근 북미지역에서 본격 생산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자국 내에서만 셰일가스를 소비하고 있다. 미국이 수출에 나서고, 중국 등에서도 셰일가스를 생산하면 한국도 ‘가스 혁명’의 혜택을 입을 수 있다. 물론 여러 변수가 있기에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북한을 경유해 한국으로 연결되는 가스관 건설에 몸 달아 있는 러시아는 대구 WEC에서 논의할 사안 중 셰일가스에 가장 주목하고 있다. 셰일가스가 향후 에너지 산업의 틀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지, 한동안의 유행에 그칠지를 두고 논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 폭팔 사고는 신재생 에너지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신재생 에너지는 유가의 불안정성과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규제 강화로 인해 주목받았다. 한국은 재생 에너지(태양열, 태양광발전, 바이오매스, 풍력, 소수력, 지열, 해양에너지, 폐기물에너지) 8개 분야와 신에너지(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 수소에너지) 3개 분야를 신재생 에너지로 지정해놓고 있다.

    문제는 신재생 에너지가 경제성을 갖출 수 있느냐 여부다.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대구 WEC에 참석해 이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대는 여전히 높으나 셰일가스가 등장하면서 신재생 에너지 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구 WEC 참석자들은 신재생 에너지가 차세대 에너지가 될 수 있을지를 두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대구 WEC에서는 앞서 언급한 3대 화두에 덧붙여 빈국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식량 문제 해결보다 시급한 것인지, 경제의 빠른 발전과 녹색 성장이 양립할 수 있는지, 석탄을 이용한 발전이 환경오염이라는 부작용을 극복해낼 수 있는지 등도 논의한다. 에너지 문제와 관련한 유엔의 임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와의 공조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총회와 함께 열리는 전시회에는 중국관, UAE관, 러시아관을 비롯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부스가 마련된다. 엑스코 특별전시장(2만2000㎡, 1035개 부스)에서 진행되는 전시회는 발전, 화석연료, 신재생 에너지, 기타 등 4개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세계 각국 에너지 기업이 최신기술을 뽐내는 홍보의 장이다. 2013대구세계에너지총회조직위원회는 전시회 방문객이 2만5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2개 회원국으로 구성

    WEC를 주최하는 세계에너지협의회는 제1차 세계대전 때 파괴된 전력망의 복구 방법을 논의하고자 1923년 영국에서 발족했다. 발족 당시 명칭은 세계발전회의(World Power Conference). 1989년 9월 제14차 총회에서 현재 이름(World Energy Council)으로 개칭했다. 세계에너지협의회는 세계 최대 비영리 민간 에너지 국제기구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뒀으며 92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세계에너지협의회는 ‘인류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주기 위한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과 사용의 증진’을 사명으로 삼으면서 ‘4A’를 목표로 제시한다. 4A는 △Accessibility(접근성 : 에너지의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는 20억 명의 인류에게 에너지 공급) △Availability(유용성 : 에너지 공급 안보 확보) △Acceptability(용인성) : 에너지 및 환경 관련 이슈 제안 △accountability(책임성 : 에너지 분야의 투자에 대한 보장)로 이뤄져 있다.

    아시아에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개발도상국이 몰려 있다. 또한 동아시아엔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이 몰려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이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30%를 사용한다.

    최용혁 2013대구세계에너지총회조직위원회 프로그램팀장은 “한국이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부터 시작해 원자력 에너지, 신재생 에너지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게 개최지 확정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WEC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은 아시아 에너지 시장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솔라시티’ 대구

    한국의 에너지 기업인은 대구 WEC에서 세계 에너지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인사들과 접촉할 수 있다. 또한 각국 정책 결정자의 의견도 청취할 수 있다. 이종호 2013대구세계에너지총회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우리나라가 이번 총회 개최를 통해 각 분야에서 유무형의 이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의 리더가 모여 앞으로의 변화 양상을 내다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얻는 게 많다. 또한 원전을 비롯해 한국의 우수한 에너지 기술을 세계에 알릴 기회다.”

    최용혁 프로그램팀장은 “국내 기업들이 잠재적 비즈니스 파트너, 고객, 투자자와 양자 미팅을 갖게 된다”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교두보를 확보하는 기회로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WEC에 거는 기대가 크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직간접적 파급효과가 4835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환익 조직위원장은 “WEC를 계기로 대구·경북이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이 추진하는 신재생 에너지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 및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사업이 WEC를 통해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수소연료전지발전소(11.2MV)와 한국 최대의 타워형 태양력발전소(200kW)를 보유하고 있다. WEC가 열리는 엑스코에는 단일 건물로는 규모가 가장 큰 122개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대구시는 또 ‘솔라시티 대구’(신재생 에너지의 중심이 되겠다는 대구시의 정책 슬로건)를 이번 총회를 통해 세계에 알릴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는 WEC가 열리는 기간에 산업시설 시찰, 시티투어, 동반자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발전소,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발전소 등을 둘러본다. 시티투어는 ‘근대 골목’을 비롯해 대구 시내 명소를 둘러보는 일정이다. 동반자 프로그램은 템플스테이, 경주 문화유적지 방문, 전통문화 체험 등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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