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본에서 혐한류 바람을 일으킨 만화.
9월4일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취재진이 ‘용사마’ 배용준씨를 취재하기 위해 모여 있자 “(배용준이 ‘미소의 귀공자’라면) 나는 ‘벌레의 귀공자’”라고 말했다. 일본 스포츠신문은 ‘다케시, 용님에게 대항?’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는데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불평은 농담이라기보다는 한류에 대한 적개심을 그대로 표출한 것이다.
쇼쿤, 세이론, 사피오, 플레시
일본의 시사잡지, 서적, 만화는 혐한류에 이론적 근거를 풍부하게 제공하는 혐한류의 온상이다. 극단적 혐한론자들에게 ‘쇼쿤(諸君)’ ‘세이론(正論)’과 같은 월간지, ‘사피오(SAPIO)’ ‘플레시’ 등의 주간지가 문을 활짝 열어놓고 원고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일본의 ‘4대 혐한 잡지’.
네 잡지의 기사 대부분은 한국 비하 내용으로 채워진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터지자 이들 잡지는 반색을 하며 한국 비난의 사례로 대거 인용했다. 이들은 ‘혐한 상업주의’로 재미를 보고 있다. 최근 이들 잡지의 주된 관심사는 한국인 필진을 동원해 일제 식민지배가 한국 근대화에 큰 도움을 줬다는 논리를 확산하는 일이다.
서적도 혐한류를 끝없이 용솟음치게 하는 샘물과 같다. 한류가 확산될수록 혐한 서적의 종류와 수는 더 많아진다. 요즘은 한국인이 지은 혐한 서적이 특히 잘 팔린다. 대표적 작가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오선화씨(49·다쿠쇼쿠대 교수). 오씨는 한국 대중문화와 한국 젊은층을 조롱하는 내용의 저서를 수십권 출판했다. 오씨는 저격수처럼 ‘한류’를 정확하게 겨냥한다.
오씨는 지난 7월 ‘문예춘추’에 ‘용사마와 결혼한다면’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한류 드라마에서 비쳐지는 것과는 딴판으로 한국 남성은 결혼 상대로는 지구상에서 최악”이라고 썼다. 그는 “드라마를 보고 한국 남성을 로맨티스트로 생각한다면 오산. 한국 남성은 연애할 때는 온갖 미사여구를 써가며 여성을 유혹하지만 결혼하면 바람기와 폭력, 남존여비, 남아선호, 고부갈등으로 여성을 견딜 수 없이 괴롭힌다”고 썼다.
그의 글에선 한국 여성도 최악이다. 오씨는 ‘스커트의 바람-일본 영주를 목표로 하는 한국의 여자들’이라는 책에서 젊은 한국 여성들을 ‘싸구려’로 비하했다. 이어 ‘반일 한국에 미래는 없다’라는 책으로 엄포를 놓더니 급기야 ‘한국 병합에의 길’을 내기에 이른다. 균형감을 잃은 논리로 가득 차 있지만 한국인 여성이 썼다는 점, 한류를 집요하게 비난했다는 점이 먹혀든다. 중국 동포인 김문학·명학 형제도 일본에서 ‘한국민에 고함’ 등의 혐한 작품을 잇따라 발표해 인기를 끌었다.
TBS 기자 출신으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회원인 이자와 모토히코는 혐한류의 선봉에 선 작가다. ‘역설의 일본사’ ‘야망패자’ ‘무사’ 등이 그의 저서인데 한국에서도 번역출판됐다. 그런데 오선화씨나 김씨 형제, 이자와씨는 서로 친분을 나누는 사이다. 도요타 아리쓰네도 혐한류에 일조하는 작가다. 그는 ‘적당히 해라, 한국’이라는 책에서 “일본은 한국의 분풀이 국가. 일본은 한국에 기술원조를 하면서도 감사하다는 말을 못 듣는다”고 했다.
“설기현이 팔꿈치로 상대선수 가격”
일본 젊은층에서 혐한류 바람이 이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야마노 샤린이 제작한 만화 ‘혐한류’다. 이 책은 아마존재팬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앞서 언급했듯 혐한류를 고취하는 일본 TV 등 매스컴에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주로 한국을 비하하는 관점에서 한일 역사 문제, 한국의 대중문화·스포츠를 다룬다. 이 만화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4강 진출이 불공정한 판정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설기현이 포르투갈 선수를 팔꿈치로 때려 포르투갈 선수가 나뒹굴고, 최진철이 포르투갈 골키퍼를 밀쳐도 주심이 못 본 체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또한 한국 대중문화가 일본 문화를 훔친 것이라고 폄훼하며, 한국 매스컴에 대해서도 반일 컴플렉스에 빠져 있다고 공격한다. 안중근 의사를 어리석은 테러리스트로 묘사하고, 조선총독부가 비로소 한글을 문자로 체계화했다고 설명한다. 이 만화는 일본 매스컴도 공격한다. 이시하라 도쿄도지사가 “세계 여러 나라가 동의해 일한병합이 이뤄졌다”고 말했는데도 일본 TV 등 언론이 이를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며 비판하는 것.
매스컴과 서적류를 통해 간접 체험하게 되는 혐한류는 거리에서 더욱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우익단체들의 집회나 행진이 그것이다. 이들은 대개 ‘정심숙(正心塾)’과 같이 ‘ 숙’이라는 이름을 쓰며 우익세력과 야쿠자의 결탁으로 결성된 경우가 많다. 이들은 긴장을 높이기 위해 한국, 중국과의 갈등을 조장한다. ‘한국은 다케시마에서 당장 나가라’는 구호는 이들의 단골 메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