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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함께 떠나는 중국여행 ②

북경 자전거(十七歲的單車)

밟히고 채여도 못 떠나는 아웃사이더의 고단한 삶

  • 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현대문학 gomexico@sogang.ac.kr

북경 자전거(十七歲的單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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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자전거(十七歲的單車)

인딩교에서 바라본 호수. 인딩교는 길이가 10여m밖에 안 되는 작은 다리지만 베이징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어 예부터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이제 중국인들은 경제발전을 이룬 현대화된 나라,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나라, 민주화를 이룬 나라, 애국심과 민족 단결심이 강한 나라, 역동적이고 강인한 기질을 지닌 나라로 한국의 이미지를 그린다.

최근 들어 한국음식이 중국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 베이징만 하더라도 ‘한라산’ 같은 대규모 한국음식점들이 평일에도 초만원이다. 한국음식 가운데 불고기, 김치, 돌솥비빔밥, 삼계탕을 특히 좋아한다. 대중음악이나 특정 연예인 위주의 한류를 넘어서 이제는 한국문화 자체가 중국에 폭넓게 퍼져가고 있다. 한국식 교육과 한국식 아파트, 심지어 한국식 사우나와 안마에 이르기까지 중국에 미친 한국의 영향은 거의 전방위적이다. 1990년대 초반, 일본 드라마, 일본 대중가요 등 일본문화가 중국문화를 강타했다. 이른바 ‘일류(日流)’다. 하지만 일류는 드라마와 대중음악 차원에 머물렀다. 이에 비해 한류는 가요나 드라마 등 대중 연예산업 위주에서 이제는 문화 전반으로 폭넓게 퍼지고 있다. 그렇게 퍼지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 중국문화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고, 두 나라 사이를 가깝게 하는 데 중요한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관광객 인기 끄는 ‘후퉁 투어’

우리가 흔히 자금성이라고 부르는 ‘구궁(故宮)’은 원나라 때부터 황제가 살던 황궁으로 뒤편에 큰 호수가 있다. 황제가 베이징 서쪽에 있는 별장인 이허위안(헊和園)까지 갈 때 배를 이용했는데, 그 출발점이 이 호수다. 남부 항저우에서부터 쑤저우, 난징을 거쳐 베이징까지 이어지는 대운하의 종착지도 바로 이 호수다. 원나라 때부터 청나라 때까지 인근에 있던 작은 규모의 자연 호수를 크게 개축하고, 넓게 파서 거대한 인공 호수를 만들었다.

이 커다란 호수는 6개의 작은 호수로 나뉘는데 흔히 자금성 쪽에 있는 호수 세 개를 합쳐 ‘쳰하이(前海)’라고 하고, 뒤쪽에 있는 세 개의 호수를 ‘허우하이(後海)’라고 부른다. 쳰하이는 황성 안에 속하지만 허우하이는 황성 밖으로 분류된다. 허우하이에서부터 과거 저녁마다 북을 쳐서 시간을 알렸던 구러우(鼓樓), 그리고 디안먼(地安門)에 이르는 이 일대는 옛날 베이징의 모습을 체험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일제 강점기, 신채호와 윤동주도 이 부근에 머물렀다.



쳰하이(前海)와 허우하이(後海)는 인딩(銀淀)교라는 다리를 기점으로 나뉜다. 인딩교는 길이가 10여m밖에 안 되지만 아주 매력적이다. 이 때문에 예부터 베이징의 많은 문인이 이곳 호수를 즐겨 찾았다. 지방의 문인들도 과거를 보기 위해 베이징에 올 때면 호수와 멀리 보이는 자금성, 인근의 베이징 옛 전통 주택들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기 위해 이 다리를 찾았다. 물론 베이징의 유명한 기생집들이 인딩교 부근에 밀집해 있어서 더 그랬을 지도 모른다.

택시에서 내려 인딩교 위에 섰다. 좌우 경치를 한참 바라보고 있으니 그 모양새가 영락없는 관광객의 모습이었던지, 이른바 ‘후퉁(胡洞) 투어’를 하는 자전거 인력거꾼들이 몰려들어 가격을 부른다.

‘후퉁’은 ‘우물’이라는 뜻의 몽골어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후퉁 투어’는 가옥 대부분이 목조건물이던 시절, 골목마다 방화에 대비해 우물을 팠던 데서 연유했다고 한다. 베이징은 바둑판 모양의 도시다. 그 사각형 내부를 골목길인 후퉁이 관통한다. 베이징에 후퉁이 발달하게 된 것은 원나라 때 대규모 도시 정비가 이루어지면서부터다. 예전에는 베이징에 7000여 개의 후퉁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3900개 정도가 남아 있다. 그것도 대규모 도시 개발 때문에 최근에는 1년에 약 600개씩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자전거 인력거를 타고서 베이징의 옛 골목들과 호수 주위, 그리고 쓰허위안(四合院)이라고 부르는 베이징 전통 주택을 돌아보는 후퉁 투어가 시작된 것이 1994년. 갈수록 인기다. 특히 베이징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후퉁 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가 생겨났고, 외화벌이가 좋아 ‘후퉁 경제’라는 말도 만들어졌다. 베이징시 당국도 후퉁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인딩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다. 먼저 보증금 300위안(한화 3만9000원)을 맡겨야 한다. 2인용 자전거는 보증금이 500위안(6만5000원)이다. 자전거 이용료는 한 시간에 10위안(1300원). 30분이 지나면 한 시간으로 계산한다. 그간 경험으로 보면, 자전거를 타고 단순히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호수 근처에 있는 골목을 구경하면 한 시간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고 가다 호숫가에 늘어선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러 차나 맥주를 한 잔 한다든지, 예전에 북을 쳐 시간을 알려주던 구러우 부근까지 나간다면 족히 3시간은 걸린다.

중국인의 세계관 ‘天圓地方’

보증금 영수증을 단단히 챙겨 넣고 호수 주변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나아간다. 한쪽으론 호수가 펼쳐져 있고, 다른 한쪽엔 카페가 길게 늘어서 있다. 베이징은 비가 귀한 지역이다. 그런데 베이징에 머무는 동안 어찌 된 일인지 중국 중부지방까지 올라온 태풍의 영향으로 사흘 연속 비가 내렸다. 덕분에 뿌옇게 찌푸려 있던 베이징 시내의 경관이 환해졌다. 더군다나 해가 서쪽으로 막 떨어질 무렵이니 자전거를 타고 호수 주위와 골목길을 누비기에 안성맞춤이다. 우선 호수를 따라 호수 앞쪽인 쳰하이로 방향을 잡았다. 거기에 가면 중국 전통 건물에 중국식으로 실내장식을 한 미국산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있다. 전세계 스타벅스 체인점 가운데 아마도 가장 멋들어진 곳일 그곳에서 커피를 한잔 할 참이다.

커피를 마시고 나와 자전거를 타고 본격적으로 후퉁 투어에 나선다. 영화 ‘북경 자전거’에서 등장인물들이 자전거를 타고 누빈 바로 그 골목을 무작정 드나든다. 정해놓은 목적지도 없이. 후퉁 안의 집들은 모두 베이징의 전통 주택 양식인 쓰허위안이다. 성냥갑처럼 사각형으로 지어진 집이다. 베이징은 영락없는 바둑판이다. 사각형의 연속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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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현대문학 gomexico@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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