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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6자회담 합의문의 ‘언어학적 해부’

곳곳에 이견과 해석차의 ‘함정’… 북-미 피말리는 手싸움의 결정체

  • 김동현 전 미국 국무부 한국어 수석통역, 고려대 연구교수 tong.kim@prodigy.net

2·13 6자회담 합의문의 ‘언어학적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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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핵 계획’은 HEU 포함할까

합의문 II의 2항은 북한은 ‘포기하도록 되어 있는, 사용후 연료봉(북한말로는 ‘폐연료봉’)으로부터 추출된 플루토늄을 포함한 공동성명에 명기된 모든 핵 프로그램(들)의 목록을 여타 참가국들과 협의한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이를 다른 조치들과 함께 60일 이내에 이행한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합의문 IV에서는 처음 60일에 해당하는 ‘초기조치 기간’과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다음단계 기간’에 북한이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들)에 대한 완전한 신고’를 하고 ‘흑연감속로(들)과 재처리시설(영문에는 공장들)을 포함하는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들)의 불능화 (disablement)’를 하도록 하고있다.

여기서 사용된 단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북한의 핵 계획과 시설을 신고하는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합의문에 따르면 이 과제는 초기 이행단계에서 시작해 확정되지 않은 다음 단계에 가서 ‘완전한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여기서 이미 개발된 핵무기나 고농축우라늄(HEU)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빠져 있음은 여러 언론이 지적한 바와 같다.

물론 미국측은 북한의 ‘모든 핵 계획’ 안에 당연히 HEU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HEU에 대한 언급은 북한의 완강한 부인과 반대에 부딪혀 9·19공동성명에서부터 사라졌다. 그렇다고 북한이 미국이 HEU 문제를 반드시 들고 나오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지도 않다. 이미 개발된 핵무기를 북한의 ‘모든 핵 계획’에 포함시킬 수 있느냐는 문제는 무기 자체를 계획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에 달려 있다. 필자는 핵실험이 있기 전에 나온 9·19공동성명에 핵무기의 폐기가 명기된 점을 주목하면서, 초기 이행조치 논의단계에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 정부의 완화된 태도가 논쟁의 대상으로 등장했다.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는 평양에 가서 “미국은 북한이 비밀리에 HEU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했고, 필자를 포함한 미국 대표들은 북한측이 미국의 주장을 ‘인정(acknowledge)’했다고 해석한 것이 사실이다. 당시 미국은 미국의 주장을 뒷바침할 충분한 증거를 갖고 있었던 것도 분명하다. 지금 와서 그 증거가 없어진 것도 아니다. 증거로 봐서 HEU 계획을 추구한 것은 확실한데, 문제의 핵심은 그 계획의 범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며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비롯한 농축장비와 자재들을 획득한 후에 그 계획을 어느 정도 진전시켰느냐에 있는 것이다.



최근 부시 행정부 관리들의 북한 HEU 계획에 대한 자세가 2002년 당시에 비해 현저하게 누그러진 까닭은 두 가지 차원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부시 행정부가 어떻게 해서든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마음을 굳혔다면, HEU 계획의 잠재적인 협상 파괴력을 무마시킬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둘째는 이라크에서 경험한 것처럼 정보의 불완전성 때문에 최종적으로 북한에 HEU 계획이 없는 것으로 밝혀질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보는 정밀과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뇌관은 ‘disablement’의 모호성

그러나 HEU 문제가 6자 협상 자체를 파탄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로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보다 큰 어휘상의 문제는 합의문 IV에 등장한다. 뜻이 정의되지 않은 ‘불능화(disablement)’가 그것이다. 미국측에서 생각하는 불능화는 ‘불가역성(irreversibility)’이다. 일단 모든 핵 시설에 대한 불능화 조치를 취하고 나면, 다시는 그전처럼 가동·처리·생산 기능을 발휘하는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음을 말한다. 단순한 폐쇄가 아니라, 제거 또는 파괴된 후에는 재가동이 불가능한 주요부품에 대한 물리적·기계적 조치를 실제적으로 가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불능화 조치는 북한의 핵무기 증산능력을 차단하게 된다. 즉 북한이 핵무기를 더는 만들 수 없게 하는 조치를 말한다. 반면 북한이 ‘disablement’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알려진 게 없다. 그때 가봐야 알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합의문 IV의 문장구성을 검토해보면, 이처럼 중요한 북한측 의무 규정이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전반적으로 강조하는 문장 안에서 부사구를 수식하는 삽입된 형용절로 처리되었다. 이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처럼 삽입된 형용절은 ‘which includes provision ofa complete declaration’이다. 이 문장의 본체는 ‘100만t 상당의 경제, 에너지, 인도적 지원’이 북한에 제공된다고 되어 있다. 구문상(syntax)으로는 지원이 더 중요한 것으로 처리된 셈이다.

같은 합의문 IV의 둘째 문장도 원조에 대한 세부사항은 경제 및 에너지 협력 실무 그룹에서 결정된다고 했다. 따라서 만일 어느 편집자가 IV에 대한 제목을 붙인다면 ‘100만t 지원키로’가 핵심이 되고 ‘신고’나 ‘불능화’는 가려질 정도다. ‘up to 1 million tons(100만t까지)’를 한국 외교통상부가 ‘100만t 상당의’로 번역한 것도 정확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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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전 미국 국무부 한국어 수석통역, 고려대 연구교수 tong.kim@prodig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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