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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후쿠시마엔 ‘후쿠시마 괴담’이 없다

  • 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후쿠시마엔 ‘후쿠시마 괴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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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도쿄보다 높은 서울의 방사선량률
  • ● 후쿠시마, 반핵운동 속에서도 평온
  • ● 농업 경기 죽고 건설 경기 살아난다
  • ● 오염 지하수 막으려 땅 얼리고 유리기둥 세워
  • ● 일본, 원전 해체의 최강국이 될 수 있다
후쿠시마엔 ‘후쿠시마 괴담’이 없다

서울의 방사선량률

9월 1일, 서울 충정로역에서 5호선 지하철을 탄 기자는 한국원자력안전아카데미에서 빌린 환경방사선 측정기 전원을 눌렀다. 측정 단위는 시간당 마이크로시버트. 0.074로 나온 값이 지하철이 속도를 내면서 변해갔다. 소수점 표기가 불편하게 느껴져 정수로 읽게 됐다(74로 읽는다. 이하 동일).

74는 75로 변했다가 72→69→71→72→77→84→83→62→72→79→80이 됐다. ‘100점 만점’에 익숙해선지 80이 넘는 값이 나오자 강한 방사선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울 강남의 측정값이 100~150이란 걸 알면서도 ‘제발 100 가까이로는 가지 마라’며 초조해했다. 그러다 김포공항역에 내리자 104가 나와 수치 변화에 더 민감해졌다.

후쿠시마엔 ‘후쿠시마 괴담’이 없다
서울보다 낮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을 운항하는 항공사들은 2011년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 후 계속된 방사성 물질 유출 괴담(怪談)으로 여객이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후쿠시마 1발전소 밑을 지난 지하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을 오염시킨다는 보도와 그 지하수를 담아놓은 탱크에서 방사선량률이 높게 나왔다는 보도가 쏟아져 괴담은 날개를 달았다. 수산업계도 된서리를 맞았다.

괴담의 실체를 살피러 가는 길이니 이왕이면 일본 항공기를 타고 가는 게 좋겠다 싶어 ANA기를 선택했다.



지하 1층으로 올라오니 수치는 132로 올라갔다. 무빙워크 공사 때문에 높은 수치가 나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의 ANA 카운터 앞에 서자 101→95→121→112→113→125로 변해갔다. 김포공항은 서울 지하철보다 방사선량률이 더 높았다.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승객들은 태연히 몸 검사, 짐 검사를 받고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탑승 게이트에 도착하자 87→78→80→77→76→84→94→91로 떨어졌다. 마음이 좀 놓였다.

보딩 브리지에서는 56, 46이 나왔는데 이는 한국에서 본 가장 낮은 수치였다. 보딩 브리지는 건물 밖에 있다. 왜 지하철이나 공항 같은 건물 안보다 바깥의 방사선량률 수치가 낮은 걸까. 이유는 콘크리트에 있다. 콘크리트는 방사선을 방출한다. 그러나 전혀 위험하지 않은 수준이라 우리는 아파트에서 살아도 된다.

ANA기 안에선 수치가 35로 떨어졌는데 이륙 후 순항고도에 오르자 176→180→192→204→205를 찍었다. 1시간 넘게 비행한 뒤에도 185→181→207→197→191을 기록했다. 하늘에서 오는 방사선인 ‘우주선(宇宙線)’ 때문임이 분명했다. 여객기는 고도 10km 안팎에서 날아가니 승객들은 지상에 있을 때보다 강한 방사선을 쐬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우주선은 태양에서 온다. 핵융합을 하는 수소폭탄은 핵분열을 하는 원자폭탄보다 1000여 배 강한 에너지를 낸다. 지구보다 109배 큰 태양이 핵융합을 끊임없이 하고 있으니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 그 에너지 덕분에 지구상의 생물이 살아간다. 그러나 에너지와 함께 나오는 방사선은 1억5000여 만km라는 먼 거리와 대기권 때문에 지구상의 생물에겐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자 우주선이 줄어든 탓인지 7→9→14→9라는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항공업 종사자들은 서울보다는 도쿄의 방사선 수치가 낮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사실이었다. 콘크리트로 만든 입국장 안으로 들어가자 34→25→22→24→27→29→26으로 변했다. 가이드의 차를 타고 도쿄 시내를 벗어날 때까지도 24~30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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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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