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호

猫公, 우아하고 합리적인 내 품속의 반려자

고양이 기르기

  • 박 사 < 프리챌 커뮤니티 ‘고양이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 > baxa@freechal.com

    입력2004-09-16 17: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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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견공(犬公) 대신 ‘묘공(猫公)’을 데리고 거리를 걷는 ‘애묘가’들이 자주 눈에 띈다. 고양이 커뮤니티들은 신입회원들로 북적거린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생명을 다루는 일. 진정으로 고양이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나 , 고양이 키워요”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뜨악한 눈길로 쳐다본다.

    한국에서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것은 확실히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한국인은 고양이를 무서운 동물, 요망한 것, 재수 없는 것, 더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면전에다 대고 “고양이는 21세기의 쥐”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왜 고양이를 키우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잠시 망설인다. ‘예뻐서’ ‘우아해서’ ‘고고해서’ ‘똑똑해서’…. 머릿속에 몇몇 단어들이 스쳐가지만, 그걸 다 늘어놓아 본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그리 설득력 있는 답변이 안된다는 걸 잘 안다.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느냐”고 잘라버리면 그만일 테지만,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이 특별한 동물에 대해 자랑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입이 근질근질한 것을 참아내지 못한다.

    그래도 한 4∼5년 전부터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참 많이 변했다. 무척 다행스럽다.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이 고양이 커뮤니티를 드나들며 고양이 기르기 쉬운 환경을 만들려 애쓰고, 외국에서 품종있는 고양이들이 대거 수입되면서 비로소 우리나라 사람들도 고양이를 반려(伴侶)동물로 인정하기 시작한 듯하다. 연예인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키우는 고양이가 매스컴을 자주 탄 것도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 고양이가 애완동물로 제대로 인정받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지만, 조금씩이나마 변화하고 있어 참 흐뭇하다.





    개보다 낫다?


    맞벌이 부부나 혼자 사는 사람처럼 집을 많이 비우는 이들이 키우기엔 고양이가 개보다 낫다. 개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길면 조울증에 걸리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지만, 하루에 16시간 넘게 잠을 자는 고양이는 자신만의 시간을 활용할 줄 안다.

    고양이는 독립적인 동물이라 같이 사는 사람에게 비교적 덜 의지한다. 그래서 애완동물로부터 충성심을 기대하거나 엄격한 복종관계를 바라는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지만, 편안하고 합리적인 동거동물을 원하는 사람과는 잘 지낼 가능성이 높다. 배변훈련을 시키기 쉽고, ‘자율급식’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물론 고양이도 푸근한 애정을 반기는 작고 여린 동물이므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어린 고양이는 많이 놀아주고 돌봐줘야 좋은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습관은 꽤 오래가는 것이어서, 어렸을 때 할퀴거나 무는 힘을 조절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야단치지 않으면 다 자라고 난 다음엔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해 고생할 수 있다.

    고양이 키우기의 첫 단계인 입양에 대해 알아보자. 입양할 때는 고양이의 수명인 15∼20년 정도 같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기 바란다. 고양이를 2∼3년 키워보고 버리는 행위는 죄악이다. 고양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꼼꼼히 검토해본 뒤 입양하기로 결정했다면 곧장 페트숍(Pet Shop)으로 달려가기보다는 가정입양을 권한다.

    가정입양은 상당히 많은 장점을 지닌다. 일단 어미 곁에서 입양되는 그날까지 함께 지내기 때문에 건강이 확실히 보장된다. 고양이 구입비용이 페트숍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하다는 것도 가정입양의 장점이다.

    또한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경우 고양이 양육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친정’이 있어 좋다. 형제들이 입양간 집이나 친정에서 가끔씩 모임을 갖고 서로 안부를 챙기며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렇게 엮인 가족관계는 웬만한 혈연관계를 능가할 만큼 친숙하고 따뜻하다.

    가정입양에는 이렇듯 많은 장점이 있지만, 극심한 ‘공급부족’ 때문에 입양이 쉽지 않다. 가정입양을 하려면 품을 많이 들여야 한다. 우선 동호회에 가입하거나 고양이 홈페이지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새 식구를 찾는 글이 올라왔는지 살펴봐야 한다. 적당한 고양이가 나타나면 정성껏 신청메일을 써 보낸 뒤 ‘낙점’을 기다리는 게 순서. “고양이 저 주세요” “싸게 파세요” 같은 성의없는 메일로는 입양에 성공하기 어렵다. ‘입양’이라는 말에서 짐작하겠지만, 생명을 쉽게 사고 파는 행위는 진정한 애완동물인에게 가장 경멸받는 태도다.

    동호회 활동을 하다보면 “정말 고양이 입양하기 힘드네요”류의 한탄성 글들을 흔히 본다. 고양이를 입양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물건들을 사놓고, 정성껏 입양희망 메일을 써 보내도 원하는 고양이를 만나기 어려워 안타깝지만, 정성을 쏟고 애타게 기다린 만큼 큰 즐거움과 보람이 언젠가는 찾아오리라 믿는다.

    가정입양은 그 조건도 매우 까다롭다. 주는 사람으로선 가족처럼 아끼고 자식처럼 사랑하는 고양이가 낳은 새끼니만큼, 좋은 집을 고르고 골라서 보내고 싶은 게 인지상정. 페트숍에서는 고양이를 데려가는 고객의 인적사항, 미성년자인 경우 부모의 동의여부 따위를 묻지 않지만, 가정입양의 경우엔 맏딸 시집보내는 어머니처럼 깐깐하기 그지없다. 꼬치꼬치 물어보고 또 확인한다. 심지어 주민등록등본을 떼어오라거나 각서 쓰기를 요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 입양이 결정됐다면 내 품에 들어올 날을 기다리며 물품을 구비해놓는 일이 남았다. 입양이 결정됐어도 길게는 석 달, 적어도 한 달 반 정도는 어미 곁에 두는 것이 먼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 그 기간에 입양할 아기 고양이를 위한 물품을 준비하고 공부를 해두는 게 좋다.

    고양이 전용 물품은 동네 슈퍼마켓에선 사기 힘들다. 동물병원엔 대충 구비되어 있지만 턱없이 비싼 경우가 많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인터넷 쇼핑몰이나 공동구매 카페 등을 이용하는 것. 회원끼리 함께할 경우 아무래도 좀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고양이에게 꼭 필요하고 좋은 물건인지 선배의 조언을 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너무 욕심을 부려 모든 물건을 다 사둘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양이가 오자마자 먹을 사료와 화장실을 마련해놓는 일이다. 물론 고양이가 타고 올 꽃가마인 이동장는 필수적인 준비물. 이 세 가지만 준비한다면 나머지는 고양이 사정을 봐가면서 필요한 대로 천천히 마련해도 좋다. 다양한 물품들을 구경하고 필요한 것을 하나하나씩 장만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료는 반드시 고양이 전용사료를 먹여야 한다. 고양이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는 강아지의 그것과 다르다. 아기 고양이에게 강아지 사료를 먹이면 야맹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고양이 전용사료에는 다양한 제품이 있는데, 어느 제품을 고르든 어릴 때는 자묘용(子猫用) 사료를 먹이는 것이 좋다. 성장기의 고양이에게 필요한 영양소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에게도 제 나름의 입맛이 있어서 전에 있던 집에서 먹던 것을 기준으로 정하는 게 좋다. 여러가지 사료를 섞어 먹일 수도 있고 한 가지 사료를 고집할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양이의 식성이다. 털결이 좋아지는 사료, 헤어볼(고양이 털이 장에서 뭉친 것)을 제거할 수 있는 사료, 다이어트 사료, 늙은 고양이가 먹는 사료 같은 ‘기능성 사료’들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으니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건(乾)사료를 먹이는 게 좋은 이유는 고양이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췄을 뿐만 아니라 이빨을 관리하는 데 제격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은 육질이 살아있는 캔사료를 더 좋아하지만, 캔사료만 먹이면 충치가 생기거나 이빨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신선한 재료로 간을 하지 않고 직접 조리한 음식이다. 그러나 끼니마다 밥을 새로 해주기가 어려우면 건사료가 적합하다. 다만 물을 많이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을 잊지 말자. 캔사료는 건사료에 비벼주거나 따로 퍼서 주곤 한다.

    화장실의 재료로는 모래가 널리 쓰인다. 볼일을 보고 나서 파묻는 습성을 지닌 고양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지만, 흔히 사용하는 동네 놀이터의 모래는 불편하기도 하고 세균감염의 위험도 있어 권할 만하지 않다. 시중엔 다양한 기능과 종류의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가 나와 있다. 고양이가 볼일을 보자마자 그대로 굳어버리는 성질의 모래가 간편해서 가장 선호한다. 굳은 배설물은 삽으로 집어내 버리면 된다.

    자연적인 재질로 만든 나무 모래, 콩모래, 실리콘 모래 등도 눈길을 끈다. 집안에서 모래가 밟히는 게 싫거나 냄새가 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수 모래다. 이때 사람 취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고양이의 취향이다. 특정한 종류의 모래는 죽어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고양이들도 있으므로 새 집에서 배변훈련을 위해 처음 마련하는 모래는 고양이가 그 전에 살던 집에서 쓰던 모래가 좋다.

    고양이용 화장실을 꼭 구입하고 싶다면 필요한 기능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집이 원룸이라서 마땅히 놓을 공간이 없다면 뚜껑이 있는 게 좋겠지만, 프라이버시가 보장될 만한 공간이 있다면 뚜껑이 없어도 된다. 모래가 쉽게 튀어나오지 않을 것, 수시로 닦아서 말릴 수 있는 소재일 것, 적당한 사이즈일 것. 이 정도만 충족하면 화장실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더불어 고양이의 용변을 처리하는 전용 삽도 고려해야 한다.

    이동장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 주로 하드케이스를 많이 쓰지만, 고양이의 특성을 고려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점차 인기를 잃어가는 추세다. 고양이는 사람이 껴안거나 밀착할 때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천으로 만든 가방이나 배낭을 많이 사용하는데, 고양이가 언제 튀어나갈지 모르기에 안전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이동장은 고양이를 키우면서 병원에 다닐 때도 필요하므로 한번 사면 꽤 오래 사용한다. 따라서 지금의 체형만 생각하지 말고 다 컸을 때의 덩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고양이용 멸치를 비롯한 간식들도 다양하며, 고양이 장난감은 하루가 멀다하고 신제품이 나온다. 쥐 모양의 인형이나 깃털이 달린 낚싯대는 고전적인 장난감이지만, 고양이들의 지치지 않는 관심대상이다. 다채롭고 기발한 장난감들은 사람이 갖고 놀아도 신기하고 재미있다. 사람보다 큰 캣타워에서 새끼손톱만한 생쥐인형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굴리고 다니면 간식이 빠져나오는 공, 통로 안으로 공을 굴리고 놀 수 있는 ‘크레이지 서클’, 건전지로 작동하는 쥐 인형, 소리나는 방울공. 벽에 무늬를 만들어 고양이가 쫓아가게 하는 레이저 등도 히트상품.

    그러나 고양이의 장난감 취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새로 산 제품을 거들떠보지도 않아 하는 수 없이 동호회 벼룩시장에 올린 것들도 허다하다. 동호회 게시물 중에는 주인이 직접 장난감을 만들어주는 방법을 알려주는 코너도 인기가 높다. 비닐봉지, 끈, 반짝이, 방울, 종이상자 등을 이용해 만든 1회용 장난감들은 생각 외로 고양이들의 구미에 잘 맞는다.

    고양이가 발톱으로 물건을 긁어대는 것은 본능적인 행동이라 야단을 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발톱을 마음대로 긁어댈 수 있는 ‘스크래치 보드’를 마련해 그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크래치 보드의 소재는 고양이의 기호에 따라 적절한 것으로 준비해야 한다. 천을 즐겨 긁는 고양이는 침대 시트와 스피커 등을 주로 공략하고, 나무의 느낌을 좋아하는 고양이는 가구나 창틀을 가만두지 않는다. 종이를 좋아하는 고양이로부터 책을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독특한 것은 고양이용 환각제라 할 수 있는 ‘캣닙’과 ‘마따따비’다. 새로 사온 스크래치 보드를 뜯게 하거나 새 장난감을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즐겨 쓰는데,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냄새를 풍긴다. 약간의 환각성분이 있는 허브를 말린 것으로, 사람으로 치면 한 모금의 술과 같은 것이다. 고양이들은 이 냄새를 맡으면 대개 기분좋게 뒹굴며 즐기지만, ‘술’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린 고양이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숙취’와 중독성이 없으므로 안심하고 사용해도 좋다.

    샴푸와 빗은 털이 긴 장모종 고양이에겐 꼭 필요하고, 단모종에게도 있으면 좋다. 고양이는 피부가 약해 사람이 쓰는 샴푸를 같이 쓰면 곤란하다. 비듬방지나 피부병 방지를 위한 기능성 샴푸도 나와 있다. 빗은 일자빗, T자 브러시, 실리콘 빗 등 다양한 형태로 나와 있는데, 장모종에겐 일자빗이, 단모종에게는 실리콘 빗이 좋다.

    고양이털은 큰 골칫거리다. 집안 청소도 자주 해야겠지만, 수시로 고양이의 털을 빗어 정돈을 잘 해줘야 고양이도 개운해 하고 털도 덜 날린다. 털을 빗어줄 때는 피부에 이상이 없는지 살피면서 스킨십을 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양이는 자신의 몸을 수시로 핥아 정리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때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 뭉쳐진 게 헤어볼이다. 이것을 제때 제거해주지 않으면 너무 커져서 소화불량을 일으키거나 심하면 수술해서 꺼내야 한다. 헤어볼 제거 전용사료와 제거제가 나와 있으니 특히 장모종의 경우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이밖에 모질이 좋아지는 영양제 등도 사용해볼 만하다.

    물품을 마련하고 사전 학습이 끝났다면 그 빈 자리에 고양이를 내려놓기만 하면 첫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셈. 이제 드디어 고양이 키우기가 시작된다. 처음엔 화장실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밥 먹는 곳을 가르쳐준다. 나머지는 고양이가 스스로 탐색해서 결정하도록 내버려둔다.

    또한 가까운 곳에서 고양이를 잘 보는 병원을 골라 주치의를 미리 정해놓는 것이 좋다. 예방주사도 맞혀야 하고, 갑자기 아플 때 바로 의사에게 보이기 위함이다. 고양이들에게 일생일대의 수술인 불임수술도 주치의가 시술하면 고양이 주인이 마음을 놓을 수 있다. 동물병원 수의사 가운데는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많으므로 동호회를 통해 믿을 만한 동물병원 목록을 확보해두기 바란다.

    예방주사를 맞힐 때는 반드시 개·고양이 겸용인지 고양이 전용 백신인지 확인해야 한다. 강아지용 백신은 고양이에겐 무용지물이다. 예방주사를 맞힌 후에는 주사약의 라벨을 떼어 수첩에 붙여주므로 고양이용 주사를 맞혔는지, 어떤 질병의 예방백신을 맞혔는지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고양이용 백신은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고 있어 수의사가 해외에서 사오는 것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예방주사를 맞히기 전에 고양이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5종 백신이 병원에 구비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5종 백신은 Rhinitracheitis(전염성 비기관지염), Calici(칼리시 바이러스), Panleukopenia(범백혈구감소증), Chlamydia(호흡기), Feline Leukemia (고양이 백혈병).

    불임수술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양이를 오래 키워본 사람들은 누구나 이에 찬성하지만, 처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거부감을 갖게 마련이다. 동호회에서도 몇 차례 격렬한 논쟁이 있었는데, 오래된 회원들은 대개 불임수술을 적극 지지했다. 고양이와 직접 몸을 부대끼며 살다보면 여러 면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사람들의 걱정과 궁금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릎 위에 올라와 편하게 자리를 잡은 고양이가 “골골골…” 하면서 목 울리는 소리를 낼 때가 있다. 초보자들은 이 경우 깜짝 놀라서 동물병원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이건 걱정할 일이 아니다. 고양이가 목 깊은 데서 “골골골” 혹은 “가르랑 가르랑” 하는 소리를 내면 기분이 아주 좋다거나 나른하고 졸립다는 행복감의 표시다.

    고양이 애호가들이 흔히 ‘우다다’라고 부르는 폭풍 같은 질주와 ‘꾹꾹이’라고 부르는 젖 짜는 시늉도 고양이 초보자들에게는 ‘이상한 짓’ 목록에 들어간다.

    ‘우다다’는 어린 고양이들이 주로 하는데, 특히 저녁나절쯤에 갑자기 방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집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힘차게 뛰어다니는 행동이다. 새끼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은 귀엽지만, 몸무게가 5kg이 넘는 건장한 어른 고양이 두세 마리가 ‘우다다’를 시작하면 사뭇 위협적이다. 모자란 운동량을 보충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 시간쯤 되면 갑자기 뛰고 싶은 욕망이 솟구치는지 알 수 없지만, 꽤나 규칙적으로 이뤄지는 행동이므로 크게 신경 쓸 것은 없다.

    ‘꾹꾹이’는 젖먹이 시절 어미 젖을 짤 때 하던 행동으로, 두 발을 규칙적으로 살에다 대고 누르는 것인데, 고양이마다 즐겨 누르는 곳이 다르다. 우리집 고양이는 내 팔에다 주로 하는데, 양 발을 활짝 폈다 오므렸다를 반복하면서 번갈아 누른다.

    발톱도 세우기 때문에 꽤 아프지만, 행복할 때 하는 애정표현이기 때문에 야단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양이는 참을성이 강하고 좀체 아픈 내색을 하지 않기 때문에 병이 난 것을 너무 늦게 발견하기 쉽다. 늘 주의 깊게 살펴보고 조금만 이상한 기운이 있어도 의사에게 문의하는 것이 함께 오래 사는 비결이다.

    고양이 동호회는 고양이를 키우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만든 정보의 보고(寶庫)다. 고양이 키우기에 열악한 우리 여건에서 초기부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해왔다. 고양이의 습성에 대해 잘 모르던 시기, 경험에 근거한 지식을 나누던 애호가들이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거대한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공동구매를 진행하거나 ‘고양이 생명통장’을 만들어 집 없는 고양이들의 치료비를 대면서 결속력을 다졌다. 틈틈이 외국 전문서적이나 유명 고양이 사이트에 실린 내용을 번역해 게시판에 올리면서 정보를 쌓아왔다.

    그래서 고양이를 기르려는 사람들은 입양하기 전에 먼저 동호회에 가입해 고양이에 대해 공부하고, 사소한 것이라도 물어가며 사전지식을 쌓는다. 회원들과 함께 입양하고, 물품을 사고, 추천받은 병원에 다닌다. 나아가 동호회를 통해 고양이의 배우자를 찾고, 낳은 아기들은 다시 동호회 회원들에게 입양보낸다. 여행 등으로 집을 비울 때는 동호회 회원에게 고양이를 부탁한다. 고양이들을 위한 작고 단단한 사회를 자임한 것이다.

    정보를 구하러 왔건, 물품을 구입하러 왔건, 그저 고양이 자랑을 하고 싶은데 할 곳이 마땅찮아서 왔건 방문객들은 애초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끈끈한 관계를 맺는다. 최근 치명적인 복막염으로 투병중인 고양이의 주인이 급하게 수혈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자 대여섯 명이 즉각 자신의 고양이를 들쳐업고 달려온 사례는 단결의 힘을 잘 보여준다.

    품종에 상관없이 사람의 가슴에 폭 안기는 아담한 체형에, 가늘게 ‘골골골’ 목을 울리며 기쁨을 표시하고, 주인의 슬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위로하는 동물. 몸을 붙이고 동그랗게 말려 잠이 들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면 무안해서 모른 척하는 영리한 동물. 동그랗고 보석 같은 눈으로 갸웃갸웃 쳐다보고 온몸으로 기대오면서 사랑을 표현하는 동물. 고양이의 특성은 백묘백색(百猫百色)으로 제 각각이지만 또한 모든 종을 아우르는 공통적인 특징들을 갖고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성향과 기호, 취미가 비슷하다. 독립적이고, 조직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며, 충성보다는 연대를 중요시한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섬세하고 예민하며, 문화적인 데 관심이 많다.

    관심사가 풍부하고 다양하다는 것도 공통된 특성의 하나다. 한 우물을 파기보다 주변의 다양한 것들에 호기심을 발휘하는 것은 고양이의 특성을 닮았다. 좋아하면 닮는 것일까 닮아서 좋아하는 것일까. 고양이 동호회 회원들 중에는 고양이를 닮은 사람이 많다. 그래서 서로를 친숙하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명백한 특성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든 마무리는 ‘고양이 예찬’으로 끝맺는다는 것이다. 이 글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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