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호

‘The Passion of CALLAS’ 외

  • 글: 전원경 동아일보 출판기획팀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3-11-27 19: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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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Passion of CALLAS’ 외
    영화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는 ‘오페라의 역사는 칼라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했다. 굳이 제피렐리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77)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가수다.

    그녀의 노래는 드라마 그 자체다. 완벽한 음색이나 최고의 테크닉을 소유한 것도 아니었고, 그리 오랜 기간 무대에 선 것도 아니었지만 분명 칼라스의 노래에는 ‘소름끼치는 그 무엇’이 있었다. 절절한 고통, 강렬한 그리움, 지독한 사랑 등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그녀의 노래에 녹아 있다. 그녀는 듣는 이에게 ‘진정한 노래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는 듯싶다.

    EMI가 출반한 칼라스 탄생 80주년 기념 음반 ‘칼라스의 열정(The Passion of Callas)’은 그러한 칼라스의 면모를 어느 정도 보여주는 2장짜리 편집 음반이다. 사실 오페라 아리아만을 모아놓은 음반으로 칼라스를 제대로 느끼기란 역부족이다. 하지만 칼라스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은 초보자에게 이만큼 알찬 ‘종합선물세트’는 드물다. 음반에는 ‘나비부인’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노르마’ 등 칼라스가 EMI에서 녹음한 오페라 레퍼토리들이 대부분 수록되어 있다.

    음반 수록곡 중 절창으로 꼽을 만한 아리아는 역시 ‘노르마’의 ‘정결한 여신’. 또 ‘카르멘’ 3막에서 카르멘이 카드점을 치며 죽음을 예감하는 아리아 ‘다이아몬드, 스페이드!’도 빼놓을 수 없다. 광고 삽입곡으로도 유명한 ‘라 왈리’의 ‘나는 멀리 떠나리’도 수록됐다.

    칼라스 사후 수많은 소프라노들이 무대에 등장했지만, 여전히 그를 대신할 만한 가수는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음반을 들으며 이 세기의 가수를 그리워한다. 가고 없는 예술가의 흔적을 더듬는 것. 행복하면서도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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