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등산 가는 길 <br>마을 어귀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총총한 발걸음.
하지만 안동에 와서 ‘하회마을’을 지나칠 수는 없는 법. 낙동강 물이 마을을 한 바퀴 감싸고 돌아 흐르는 독특한 지형 때문에 마을 이름이 물 하(河), 돌 회(回)가 됐다고 한다. 낙동강이 태극을 그리며 남후면과 풍천면을 휘감아 도는 모습을 일컬어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 명당이라 극찬하지만 정작 하회마을에서는 그 광경을 감상할 수 없고, 마을로 가다 화천서원 쪽으로 꺾어 부용대에 올라야 한다. 부용대 64m 높이 절벽 끝에 서면 굽이치는 강허리가 한 눈에 들어온다.

① 안동 남서방향 암산유원지 부근에 있는 암산굴. 주변은 측백나무 자생지로 유명하다.<br>② 고추양념을 얹어 먹음직하게 구운 간고등어 한 마리와 무국.<br>③ 제상에 오르는 각종 나물과 어물, 산적, 탕국을 곁들여 비벼먹는 헛제삿밥. 입가심은 안동식혜가 제격이다.
‘만송정 소나무에 눈 녹는 경치’(하회 16경 중 하나다)를 볼 수 없는 계절을 탓하며 방향을 바꿔 북쪽 천등산으로 향했다. 산자락에 자리한 봉정사(鳳停寺)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극락전과 다포 양식의 웅장미를 보여주는 대웅전, 고금당, 화엄강당 등 신라·고려·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들을 한 품에 안고 있다. 그러나 대웅전 앞에서 큰스님의 독경소리에 정신이 팔려 하산을 서두르다 보면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아름다운 무대인 영산암을 놓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