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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근대일본의 조선인식’

일본인은 한국을 어떤 나라로 생각하는가?

  • 이성환 계명대 교수·일본정치 shl@kmu.ac.kr

‘근대일본의 조선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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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 양심 학자

1929년 오사카에서 출생한 나카쓰카 아키라 교수는 2001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 때 한중일 3개국 학자들을 대표하여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한 일본의 대표적인 양심적 학자이다. 그는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실린 광개토대왕비문의 탁본이라고 알려져 있던 사진이 신묘년의 기록만을 빼내 원본의 자순을 바꿔 나열한 조작된 사진 석판임을 밝혀내 이 도판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도록 한 바 있다. 청일전쟁에서 일본군이 행한 최초의 무력행사가 경복궁을 계획적으로 점령한 것이었음을 증명하는 일본 육군의 기록을 찾아내기도 했다. 서문에서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1차 사료를 기초로 역사를 서술하려고 했다”고 밝히고 있듯 저자는 기존에 일본 역사학계에서 발표된 주장을 면밀한 사료 분석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한다.

이와 같은 실증적 연구방식은 저자의 객관적 역사의식과 함께 글의 내용에 신뢰를 더해준다. 이러한 의미에서 일본인에게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정립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한국인에게는 일본이 왜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지 그 실체를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책이다.

세부적인 테마 폭넓게 망라

일본인은 한국을 어떤 나라로 인식하는가. “일본이 조선을 지배한 것은 몇 년부터 몇 년까지인가?”라는 질문에 정답을 쓴 학생은 다섯 명 중 한 명 정도였다. 또 “재일한국인은 대략 몇 명인가?”라는 질문에 정답을 쓴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한편 “영국의 도시 이름 다섯 개를 쓰시오”라는 질문에는 다섯 개를 다 쓴 학생이 36%인 데 비해 “한국(남북한 합쳐서)의 도시 이름 다섯 개를 쓰시오”라는 질문에 다섯 개를 다 쓴 학생은 지금껏 한 명도 없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해보았다. 일본의 학생들보다는 응답률이 높았으나, 일본보다는 미국의 도시 이름을 알고 있는 빈도가 더 높았다.



한일 양국 간에는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할 부분이 아직 많은 것 같다. 바로 이 점이 독자에게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이다.

하타다 다카시의 ‘일본인의 조선관’을 비롯해 일본의 조선 인식에 대한 저술은 여러 권이 있다. 지금의 역사학계는 이 책이 다룬 여러 주제에 대해 세부적으로 더 많은 연구 성과를 축적하기도 했다. 역사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이 책이 제공하는 정보보다 더 새로운 정보를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카쓰카 아키라 교수의 이 책은 그러한 세부적인 테마를 폭넓게 망라한다. 오늘날 역사학이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었지만 일반 대중이 원하는 것은 세분화보다는 일관성 있는 광범위한 안목을 제공하는 책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독자가 본문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상세한 주를 달아놓은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옮긴이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또 옮긴이의 수려한 표현력은 전공자나 일반 독자 모두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굳이 지적을 하자면, 역자의 서문이나 후기가 없다는 점이다. 번역서의 경우 역자의 글은 전체 글에 대한 해제의 성격을 담고 있어 책을 읽는 이들에게 길잡이 노릇을 해주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역자의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책을 접하도록 한 배려였다면 이는 필자가 간과한 부분이다.

신동아 200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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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환 계명대 교수·일본정치 shl@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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