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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으로 타인에 다가가는 사람 김형경

“무당은 춤을 배우지 않아요, 몸 깊은 곳에서 우러나니까…”

  • 원재훈시인 whonjh@empal.com

‘공감’으로 타인에 다가가는 사람 김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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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과 속살

‘공감’으로 타인에 다가가는 사람 김형경
이 책의 뼈대는 신문에 연재한 글인데, 3분의 2는 새로 쓴 것이다. 연재한 글은 3분의 1 정도다. 이 책은 한 인간의 내밀한 여행기이기도 하다. 이미 ‘사람풍경’에서 보여준 그녀의 여행기는 이제 외국에서 돌아와 우리네 삶과 사람을 보고 쓰는 것으로 이어진다.

우선 자기를 알고, 가족관계를 통해 나아가다가 성(性)과 사랑이라는 연못을 건너, 인간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전개된다. 결국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걸어가는 여로다. 수많은 사람의 질문을 받고 그 질문에 대답했다. 이것이 문학이 아닌가. 다만 전문용어가 눈에 좀 걸리는데 그것도 자상하게 설명해준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쓴다. 그것이 아마도 김형경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천개의 공감’에 여러 독자가 공감하고 있다. 지금도 독자의 손에 이 책은 전해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이기도 하다. 그는 올해 소설책을 내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어떤 소설을 쓰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말했다. 요즘에 쓰고 있는 소설은 정말 재미있고 상쾌한 소설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소설가가 그의 속살이라면, 그에게는 페미니스트라는 갑옷이 있다. 그 갑옷에 대해서 물었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요. 김훈 선생은 마초라고 알려졌는데 실은 안 그렇잖아요. 여성에게 섬세하고 다감하고 집에서는 또 얼마나 잘하셔요. 저도 그런 측면이 있지요. 제가 싫어하는 건 다만 남성 중심의 제도고, 그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겁니다.”

낙지전골을 먹는 자리에서 나는 생굴을 주문했다. 굴이 없다고 하자 그는 산낙지를 주문해준다. 같이 먹자고 하자 날것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익힌 것을 조금씩 떠먹는 동안 배가 불러오고, 나는 낙지를 꼭꼭 씹어 먹었다. 나는 날것이 좋다. 꿈틀거리는 산낙지의 생명감을 혀 끝으로 느끼면서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한다는 아주 당연한 생각을 했다.

그와 이야기하다보면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그의 어법에 듣는 이가 약간 주눅든다. 그것은 아마도 ‘사람풍경’과 ‘천개의 공감’에서 보여준 전문가 수준의 정신분석 상담과 동서양의 고전을 섭렵한 독서 인생 때문이리라.

김형경은 참으로 아는 것이 많다. 그의 책을 읽는 기쁨 중에 하나는 그 책에서 또 다른 책을 발견하고 그것을 사서 읽는 것이다. 특히 정신분석에 관련된 저서들은 그의 산문집만 꼼꼼히 읽는다면 따로 독서지도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인지 자신도 가끔씩 예술가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소설가라는 직업은 어쩌면 여성이 선호하는 인기 직종일 수도 있다. 그는 그 꿈을 이루었고, 그것이 고맙고 감사하다는 겸허한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가 성장한 1960~70년대 여성의 꿈은 아주 단순했다. 장래 희망이 현모양처나 선생님, 간호사 정도였다. 거기에 소설가가 추가된다. 그 시절 ‘여류소설가’는 명사였다. 그녀 또래의 여성 중 아직도 소설가가 꿈인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그는 겸손하게 자신을 낮춘다.

소설을 발표하고 다시 생활을 위해 직장에 다니는 친구가 몇 년 뒤에는 다시 소설을 쓸 것이라는 말을 듣고 그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너는 아직도 꿈이 소설가니? 이제 50이 가까워오는데….” 그러나 이루어야 할 어떤 일이 있다는 것은 생의 강렬한 에너지이기도 하다. 이런 식이라면 난 아직도 꿈이 시인일까?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이 없으니 나는 아직도 꿈이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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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훈시인 whonjh@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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