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남훈의 남자 옷 이야기 ⑩

‘진짜 나’를 보여주는 슈트의 디테일

  • 남훈│‘란스미어’ 브랜드매니저 alann@naver.com│

‘진짜 나’를 보여주는 슈트의 디테일

2/2
‘진짜 나’를 보여주는 슈트의 디테일

남자에게 슈트는 옷장에 모셔놓고 즐기는 오브제가 아니라 비즈니스와 여가를 함께 하는 생필품이다

품격 있는 색상, 포멀한 스타일

천연소재인 울은 염색에 따라 다양한 색상으로 변신한다. 대표적인 슈트 컬러는 그레이와 네이비, 브라운이다. 쥐색이라고 표현되는 차콜그레이 컬러는 공식석상에서 가장 애용되는 색상. 한 벌 구비해두면 상의와 하의를 각각 독립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으므로 최초의 슈트를 구입할 때는 이 컬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특히 차콜그레이색 바지는 블레이저나 다른 재킷과 잘 어울려 쓰임새가 많다. 차콜그레이보다 밝은 그레이 컬러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슈트다. 긴장감을 덜고 여유를 갖고 싶은 자리에 잘 어울린다.

네이비 슈트는 유럽과 한국에서 사랑받는 색상으로 보수적인 행사나 신뢰감이 필요한 자리에서 입기에 좋다. 네이비 컬러 슈트 상의는 다른 색상의 바지와 입어도 잘 어울린다. 피부가 옐로 톤인 아시아인에게는 브라운 컬러 슈트도 잘 어울린다.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 남다른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주의할 것은 블랙 슈트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즈니스맨들이 많이 입는데, 사실 전통적인 비즈니스 슈트의 색상이 아니며 상복이나 예복으로 적합한 옷이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색상을 고른 뒤엔 소재의 패턴도 봐야 한다. 가장 무난한 것은 특별한 무늬가 없는 무지(Solid) 계열이다. 비즈니스할 때나 중요한 행사에 모두 잘 어울리며 유행을 타지 않으므로 오랜 세월이 지나도 어색하지 않게 입을 수 있다. 일단 무지 계열의 슈트를 한 벌 구비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좀 더 자유롭게 패턴을 선택해볼 수 있다.

키가 좀 더 커 보이고 싶은 사람에게는 스트라이프 패턴이 어울린다. 슈트 차림에 익숙해져서 자신감이 붙은 사람은 체크 패턴의 슈트를 시도하는 것도 좋겠다.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패턴인 체크는 아름다우면서도 품위가 넘쳐 젊은 사람에게는 무게감을, 장년층에게는 신선한 감각을 더해줄 수 있다.



현재 슈트는 상의와 하의로 이뤄져 있지만, 최초의 슈트는 여기에 베스트까지 더해진 형태였다. 난방 기술의 발달과 자동차의 보급으로 베스트의 필요성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스리피스 슈트는 여전히 슈트 중에서 가장 드레시하고 공식적인 느낌을 준다. 현대에는 노치드 라펠(notched lapel·같은 넓이의 깃이 위아래로 있는 스타일)로 처리된 싱글 브레스티드(single-breasted·단추가 한 줄로 달린 스타일) 슈트가 일반적으로 애용된다. 침착해 보이는데다 어떤 체형에나 잘 어울린다.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는 싱글보다 좀 더 엄격해 보이고, 개성적이다. 이런 슈트를 입으면 날렵한 이미지를 연출하게 되므로 어깨가 넓거나 건장한 체형의 사람이 입으면 좋다.

슈트 버튼의 개수도 따져봐야 한다. 턱시도 같은 예복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슈트에는 2개 혹은 3개의 버튼이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유럽 사람들은 3버튼, 미국 사람들은 2버튼을 선호한다. 유럽의 3버튼 슈트는 첫 번째 단추를 잠그지 않고 가운데만 잠그는 스타일로 제작돼 자연스럽게 라펠이 휘어지게 돼 있다. 이렇게 하면 옷에 볼륨감이 생겨 평면적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이성에게 어필하는 남성적인 매력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케네디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아이비리그 스타일은 넉넉한 실루엣을 가진 2버튼 슈트다. 슈트 상의의 소매에도 보통 3~4개의 단추가 달려 있는데, 이 단추는 원래 필요할 때 소매를 걷어 올릴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는 실제로 걷어 올릴 수 있는 소매는 품질 좋은 맞춤복이나 최고급 기성복에서만 볼 수 있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런 사소한 디테일은 장인정신을 나타내는 데 있어 큰 의미를 갖는다.

마지막으로 슈트 상의의 뒷트임 벤트(vent)도 주목해보자. 슈트 형태에 따라 가운데만 트인 싱글(single) 벤트, 양쪽 옆으로 트인 사이드(side) 벤트, 그리고 트임이 아예 없는 노벤트 이렇게 세 가지 옵션이 있다. 벤트는 슈트를 입고서 승마를 하던 영국식 스포츠의 전통에서 유래한 디테일로, 말을 탈 때 재킷의 뒷부분이 안장과 닿으며 벌어질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벤트를 선택할 때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에 따르면 되지만, 엉덩이가 발달했거나 좀 왜소한 체형이라면 유럽인이 선호하는 사이드 벤트를 입는 것이 유리하다. 엉덩이를 가려주는 보정 효과가 있으며, 뒷모습의 실루엣도 잘 유지되기 때문이다. 트임이 없는 슈트는 주로 예복이다.

인류의 역사를 발전시킨 원동력은 인간의 본능적인 호기심이었을 것이다. 저 바다나 산을 넘으면 어떤 세상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문명 교류를 촉진시켰다.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갖가지 고민이 철학과 사상을 태동시켰고, 사회의 탄생과 함께 출현한 각 계급의 신분이 이를 상징하기 위한 의복의 위계질서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렇다면 스타일의 발전도 필요에 의해 추동되는 테제라고 볼 수 있다. 반드시 선천적 재능이나 특별한 비법이 있어야만 슈트를 잘 차려입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어느 정도의 합리적인 조언만 있다면 누구라도 배경과 나이를 불문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슈트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호의 조언은 그 시작이다.

.

신동아 2009년 10월호

2/2
남훈│‘란스미어’ 브랜드매니저 alann@naver.com│
목록 닫기

‘진짜 나’를 보여주는 슈트의 디테일

댓글 창 닫기

2022/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