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호

초기 치료 시기 놓치면 노인층 생명 위협

허리 디스크로 오인하기 쉬운 고관절 질환

  • 최정근 |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 www.cheilos.com

    입력2013-08-21 1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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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치료 시기 놓치면 노인층 생명 위협

    최정근 제일정형외과병원장이 고관절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경기 과천시에 사는 남모(72·여) 씨는 몇 개월 전부터 허리 통증을 앓아왔다. 평소 건강을 위해 틈틈이 운동을 해온 남 씨는 과도한 운동으로 인한 가벼운 허리 통증쯤으로 여기고, 아플 땐 운동을 쉬면서 파스를 붙이거나 냉찜질을 하며 지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통증은 허리 아래쪽까지 내려왔고, 양반다리를 할 때면 사타구니 쪽이 아파 제대로 앉을 수조차 없었다. 이후 한쪽 다리까지 절어 보행에 불편을 느끼게 되자 허리 디스크를 의심해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뜻밖에도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이었다.

    서울 사당동에 사는 이모(74·여) 씨는 집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고관절이 골절돼 가족에게 업혀 인근 의원을 찾았다. 의원에선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하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다급한 마음에 대형 종합병원에 문의했으나 금요일 저녁이라 수술을 할 수 없다는 답변에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그러다 지인에게서 필자의 병원을 소개받아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찾았다. 이 씨는 통증 때문에 몸에 손도 못 댈 만큼 위급해 긴급 수술을 받았다. 처음엔 숨이 넘어갈 듯하던 그는 수술 일주일 후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었다.

    허리 통증으로 시작

    엉덩이 관절로도 불리는 고관절은 골반과 넓적다리를 잇는 구실을 한다. 야구 글러브 형태의 골반뼈 위에서 야구공 모양의 대퇴골두가 회전하는 구조로, 엉덩이 깊은 곳에 자리한다. 우리 몸에서 무릎관절 다음으로 큰 관절이며, 어깨관절 다음으로 운동 범위가 넓다. 걷고 뛰고 의자에 앉을 수 있는 것은 고관절 덕분이다.

    여느 관절 부위와 마찬가지로 고관절에도 손상과 퇴화에 의해 관절염, 탈구 등 여러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그중 가장 흔히 발생하고 위험성이 높은 질환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과 고관절 골절이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은 골반뼈와 맞닿은 넓적다리뼈의 위쪽 끝부분인 대퇴골두로 가는 혈류가 차단돼 뼈 조직이 죽는 질환이다. 괴사한 뼈에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지면 괴사 부위가 골절되면서 통증이 시작되고, 이어서 괴사 부위의 피부까지 무너져 내리며 고관절 자체가 손상된다. 병명이 ‘거창’하고 유명 연예인들이 이 질환으로 고생한다는 기사가 언론에 오르내리다보니 마치 희귀성 난치병처럼 알려졌지만, 사실 고관절 질환자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이 질환은 뚜렷한 통증이 없다. 다만 허리 부위에서 통증이 발생해 서서히 골반뼈로 확장되면서 다리와 허벅지가 저려온다. 더불어 발을 내디딜 때 통증이 생기며, 양반다리를 하기도 어렵다보니 허리 디스크로 잘못 판단해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잦다.

    질환의 원인뿐 아니라 발생 과정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도한 음주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다보니 30~50대 남성 환자가 많다. 피부병과 관절염 치료에 널리 쓰이는 부신피질호르몬제(스테로이드)를 다량 복용한 환자에게서도 발병 률이 높다. 이밖에 대퇴경부 골절이나 고관절 탈구, 잠수병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수술

    주 증상인 고관절 부위 통증은 괴사가 발생하고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 괴사 부위가 골절되면서 시작된다. 대퇴골두에 혈액 공급이 차단돼 괴사가 일어나도 한동안은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갑자기 통증이 시작된다. 앉거나 누워 있을 땐 훨씬 편안하다. 통증과 대퇴골두의 함몰 변형으로 고관절 운동 범위가 줄어들어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기도 힘들어지는데, 대퇴골두 함몰이 심하면 다리 길이마저 짧아져 걸을 때 절뚝거리게 된다.

    진단 방식도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의 초기 발견을 힘들게 한다. 엑스레이를 찍더라도 뼈의 변화가 50% 이상 진행돼야 확진할 수 있어 증상에 대한 환자의 설명만 듣고 판단하다보면 자칫 다른 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특별한 허리 질환이 없는데도 허리와 엉덩이의 통증이 심하고 이로 인해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초기 치료 시기 놓치면 노인층 생명 위협


    초기 치료 시기 놓치면 노인층 생명 위협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은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 치료나 뼈에 구멍을 뚫은 뒤 새로운 뼈의 생성을 통해 자기 뼈를 살리 는 대퇴골두 천공술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면 대개 이미 악화된 상태이므로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수술은 관절 부위를 일부 제거하고 이를 인공관절로 보강하는 것인데, 예전엔 인공관절의 수명이 짧아 젊은층 환자에 대한 시술을 꺼렸다. 그러나 최근엔 세라믹과 같은 반영구적 생체재료 등 인공관절 재질의 발달로 25~30년에 달하는 긴 수명을 갖게 됐다. 또한 수술 시 절개 부위와 수술시간이 크게 줄면서 출혈과 근육 손상 등의 위험도도 낮아져 고령 환자의 회복 과정이 개선됐다.

    엉덩이 통증으로 인한 질환 중 치명적인 질환은 고관절 골절이다. 신체의 유연성과 균형감각이 떨어지고 뼈가 약해 가벼운 낙상에도 쉽게 골절을 당할 수 있는 고령층에서 많이 발병한다. 고관절 골절은 다른 부위의 골절과 달리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고관절이 부러진 환자 5명 중 1명이 사망한다. 고관절 부위가 골절되면 초기 골절 부위에서 1000cc 이상의 혈액 소실이 일어나는데 이로 인해 초기에 외상성 저혈압에 빠져 신체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고관절 골절 합병증 심각

    또한 심한 통증은 물론,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데 따른 각종 부작용도 나타난다. 혈전증, 욕창, 폐렴, 방광염 및 이에 따른 패혈증 등이 대표적이다. 욕창은 오랜 시간 누워 있을 때 바닥과 닿은 피부조직에 혈류 공급이 안 돼 조직이 손상되는 것으로, 하루이틀 만에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오래 지속되면 패혈증의 원인이 된다.

    노인 골절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치료와 재활이다. 조기 치료는 골절 발견과 동시에 합병증이 나타나기 전 골절 부위를 수술해 고정하는 방법인데, 초기에 적절하게 치료하면 부작용을 예방하고 일상생활에도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 재활은 수술 후 1~2일 내 보행을 시작해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게 하는 것이다.

    노년층이 골절을 당하면 1~2일 내 모든 처치를 완료하고 빠른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을 선택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형외과, 내과, 마취과가 협력해 고령 환자 상태를 그때그때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한 수술 후 바로 환자와 밀착해 재활운동을 도울 수 있는 인력을 둔 병원을 골라야 한다.

    초기 치료 시기 놓치면 노인층 생명 위협
    노년층의 고관절 골절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골절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피하는 게 최선이다. 골절 환자는 계절적으로 비나 눈이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러울 때 흔히 발생한다. 집안 화장실같이 미끄러지기 쉬운 곳이나 계단 등에서 넘어져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노년층의 동선(動線)을 항상 밝게 하고 위험이 느껴지는 곳을 걸을 땐 조심해서 움직이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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