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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탈북자 지원활동 벌이는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

“나는 左도 右도 아니다. 북한 인권 실태 알리려 양쪽 이용할 뿐”

  • 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탈북자 지원활동 벌이는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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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우 따지는 한국적 논리구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 ●북한은 역사 속 어떤 정권보다 영리한 정권
  • ●최상의 대북 전략은 그들을 교란시키는 것
  • ●탈북자 적극 끌어내면 단기간내 북한정권 붕괴 가능
  • ●북한 인권 신장 위해 세계 50여 개국 여행
  • ●모든 북한주민이 굶주림, 질병, 독재에서 벗어나는 꿈 꾼다
탈북자 지원활동 벌이는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
보수단체들이 개최하는 반북, 반김정일 행사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45)은 어떤 사람일까. 남북문제를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깊어지다 보니 북한 인권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하는 폴러첸의 활동도 정치적 중립지대에 머물러 있기 어렵게 됐다.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때 북한 기자들은 워싱턴에 북한인권 정부를 세우겠다고 발표하는 폴러첸을 공격했다. 그는 최근 소란스러운 보혁갈등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을 정확히 알아보기도 전에 어떤 너울부터 씌워서는 안될 것이다.

남북 화해와 통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진보이고, 북한 인권에 대해 언급하면 ‘수구 꼴통’이라는 시각은 잘못돼 있다. 인권은 인류 역사가 지향해온 보편적 가치다. 북한의 2200만 동포가 독재체제에서 인간으로서의 천부적 권리를 짓밟히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면서 언필칭 진보를 말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전쟁을 막고 북한과 화해협력의 길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친북용공’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세계 스포츠의 제전에 가서 북한 기자들을 자극하는 행동을 한 일부 보수단체 인사들도 어른스럽지 못했다.

“긴장과 위험 좋아한다”



폴러첸은 8월22일 강원도 철원군 노동당사 앞에서 돈과 라디오가 담긴 풍선을 북한으로 띄우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여 목과 왼쪽무릎을 다쳤다. 그는 사흘 만인 8월25일 목 보호대와 목발을 짚은 모습으로 대구 유니버시아드 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다시 사흘 뒤인 8월28일에는 미국의 보수 신문인 ‘월스트리트 저널’에 ‘남한의 방해자들(South Korea’s Spoilers)’이란 제목으로 ‘북한의 정권교체뿐만 아니라 남한에도 정권교체를 이야기할 때인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펴 노무현 정부의 분노를 샀다.

폴러첸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 한국인 친구가 받아 “폴러첸씨가 오늘 출국한다”고 말했다. 폴러첸은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지 않는다. 위치가 추적될 가능성 때문에 모든 연락을 이메일로 하고 있다. 필자는 인터뷰를 포기하고 “다음에 한국에 들어올 때 연락해달라”며 전화번호와 이름을 남겨두었다. 그런 지 두 시간 만에 연락이 왔다. 폴러첸씨가 출국을 하루 연기했다는 것이다.

그의 친구가 지시한 장소로 나가 전화를 걸었더니 폴러첸의 숙소로 안내했다. 벼락치기로 성사된 인터뷰에 ‘동아일보’ 국제부 김정안 기자가 동행했다. 미국 UCLA와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김기자는 영어에 능통하고 국제부에서 탈북자 문제를 담당해 폴러첸과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한 일이 있다.

폴러첸은 “베이징 6자회담이 끝나는 8월29일 10여 명의 탈북자들이 중국 주재 외국 대사관에 진입해 탈북자들의 현실을 세계에 알리려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세계의 이목이 베이징 회담에 주목돼 있는 만큼 탈북자의 현실을 알릴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었다.

“방콕, 하노이, 베이징의 대사관과 이들 나라의 국경 경비가 엄중하다. 그렇지만 괜찮다. 그들이 10명, 100명은 막을 수 있겠지만 결국 100만명이 되면 못막는다. 동독에서 똑같은 경험을 했다. 나도 내일 방콕, 홍콩, 하노이 중의 한 도시로 떠난다. 이 도시들에는 예닐곱 개의 탈북자 그룹이 있다. 이번에 최대 20명 정도의 탈북자가 일을 벌일 것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위험하지만 우리는 언론의 관심을 끌어내길 원한다. 이러한 시도가 실패할지 몰라도 큰 소동을 일으킬 수는 있을 것이다.”

-탈북 계획을 미리 공개하면 탈북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런 긴장과 위험을 좋아한다. 북한주민이나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 모두가 위험에 처해 있다. 어떤 차가 교통사고를 당해 불타고 있다고 해보자. 당신이 응급의사라면 차 밖으로 기어나와 다리가 부러진 채 피 흘리며 생명을 부지하려 애쓰는 한 사람을 구조할 수 있다. 아니면 불부터 끄고 차에 탄 다섯 명을 모두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 독일에서 히틀러에 대항해 싸웠던 사람들은 결국 자신과 가족, 친구들까지 모두 사형당했다. 그들은 6000만명의 독일인을 살리려고 그런 희생을 했다. 중국 경찰도 있고 북한 특수공작원들도 활동하고 있어 위험하지만 중국의 탈북자들은 용감하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북한에 있는 가족과 친척들까지 위험에 빠뜨리면서 행동한다. 우리는 단지 공론화하는 일을 맡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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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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