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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 참으면 집안에 큰 평화가 있다” : 안병욱

  • 글: 안병욱 숭실대 명예교수

“백번 참으면 집안에 큰 평화가 있다” : 안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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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반대로 나의 어머니는 풍요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여자들을 신식학교에 안 보내는 사회적 폐풍(弊風) 때문에 초등학교도 못 마치고 말았다. 오빠들의 어깨너머로 겨우 한글을 깨우쳤을 뿐이었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여러 면에서 처음부터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다. 일본 메이지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남편, 4년이나 나이가 많은 데다가 초등학교도 못 나온 아내, 게다가 나의 어머니는 거의 말이 없고 여성다운 아름다움 또한 적었다.

당연히 부부간에 서로 따뜻한 애정과 정다운 대화가 오고갈 수가 없었다. 서로 금실이 좋은 부부가 될래야 될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나의 어머니는 모든 사랑을 장남인 나에게만 쏟아부었다. 일본 유학시절, ‘세월은 소리없이 왔다가 흔적없이 가는구나. 네가 동경으로 떠난 지 어느덧 한달이 된다…’로 시작하는 서투른 글씨의 어머니 편지를 받을 때마다 나는 측은한 어머니를 생각하고 혼자 눈물을 흘리곤 했다.

정직과 청렴을 생명처럼

나의 아버지는 대단히 정직하고 청렴한 분이었다. 매우 부지런하고 예절이 바르고 매사에 자상했다. 아버지가 가장 중요시한 인생의 덕목(德目)은 신용(信用)이었다. 아버지는 인생의 모범생에 가까웠다.

아버지는 서재에 ‘낙선당(樂善堂)’이라는 글씨를 써붙여 놓았다. ‘선(善)’을 좋아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집 벽에는 수암(守巖) 선생이 쓴 달필(達筆)의 글씨가 붙어 있었다.



‘일근천하무난사 백인당중유태화(一勤天下無難事 百忍堂中有泰和)’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운 일이 없고 백번 참으면 집안에 큰 평화가 있다’는 뜻이다. 근(勤)과 인(忍). 부지런함과 참을성을 강조한 이 글귀는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을 만하다. 이 글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에게 써주었던 글로도 유명하다. 지금도 누군가 나에게 글씨를 부탁하면 나는 이 글귀를 써주곤 한다.

克己自制의 미덕

내가 아버지를 높이 우러러 보는 이유는 부부간에 애정이 없었는 데도 불구하고 바람을 피우지 않고, 자식들과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끝까지 극기자제(克己自制)의 미덕을 지켜 남의 손가락질을 받는 행동이나 생활을 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그것은 얼핏 생각하기는 쉬운 것 같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 아버지를 언제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집은 유교적 가풍이 강한 집안이다. 내 아버지가 특히 강조한 것은 수신(修身)과 제가(齊家) 두 가지였다. 그 중에서도 수신이 으뜸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내 인격을 갈고 닦아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 인간이 해야 할 기본사업이요, 우리가 힘써야 할 근본 목표라고 말씀하시면서 사서(四書)의 하나인 대학(大學)에 나오는 말을 늘 강조하셨다.

‘위로는 임금님에서부터 밑으로는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자기의 몸을 갈고 닦는 것을 인생의 근본으로 삼아라. 무엇이 인생의 근본이냐. 수신위본(修身爲本) 자아완성(自我完成)이요, 내가 나를 바로 일으켜 세우는 것이요, 건전한 인격을 형성하는 것이다.’

제가(齊家)는 요즘 말로 표현하면 가정관리요, 행복한 가정의 건설이다. 인간이 만든 제도 중에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영원한 것은 가족이요, 가정이다. 가정은 세 가지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첫째, 가정은 인간의 양육처(養育處), 즉 생명을 낳아서 기르는 곳이다. 서양의 어느 철학자는 ‘평화로운 가정을 건설하는 것은 신성(神聖)한 의무’라고 말했다. 가정은 인생의 안식처요, 평화의 보금자리이다.

둘째, 가정은 인간의 교육처(敎育處)다. 가정은 도덕의 학교다. 우리는 가정에서 질서를 배우고 협동을 배우고 예절을 배우고 희생을 배우고 겸손을 배우고 봉사를 배우고 권위를 배운다. 가정은 인간 최초의 학교다. 부모는 인간 최초의 스승인 동시에 최대의 스승이다. 세상에 가정교육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부모는 가정에서 자녀를 가르치는 최대의 스승이요, 최고의 스승이 되어야 한다.

끝으로 가정은 사랑의 학교다. 우리는 사랑을 어디에서 배우는가. 가정에서 배운다. 인간은 밥만 먹고 사는 동물이 아니다. 사랑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밥은 육체의 양식이요, 사랑은 정신의 양식이다. 인간은 사랑이라는 정신적 양식을 먹지 못하면 마음에 병이 생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충만이다. 불행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고갈(枯渴)이다. 우리는 사랑의 가정, 사랑의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이 지상에 광명(光明)과 사랑의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우리의 원대한 꿈이요, 높은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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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병욱 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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