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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공사도 도급에 하청, 목수 품값도 제때 주지 않다니…”

숭례문 복원 진두지휘 신응수 대목장의 일갈

  • 백경선│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국보 1호 공사도 도급에 하청, 목수 품값도 제때 주지 않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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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공사 중단된 사연

숭례문 복원 공사에 도편수로 참여하면서 그는 어느 때보다 의욕이 넘쳤다. 그런데 “공사 진행 과정에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처음부터 전통 기법을 주장했죠. 전통 방식으로 모든 것을 일일이 손으로(기계가 아닌 전통 공구로) 하되, 나무는 제재해서 받자고 했어요. 그런데 문화재청에서는 제재 과정도 없이 나무를 베서 그대로 가져다 하라더군요. 완벽하게 조선시대 방식대로 하라는 거죠.”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문화재청이 원한 대로 모든 것을 직접 목수의 손으로 하자면 비용(인건비)이 더 많이 들고 따라서 예산을 늘려야 할 판에 문화재청으로부터 복원 공사 위탁을 받은 명헌건설은 오히려 예산을 줄였다”는 게 그의 주장. 그는 “심지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회사는 목수들에게 품값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통 방식으로 공사를 하면 비용이 많이 드니까 저는 문화재청이 직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건설회사에 도급을 준 것 자체가 잘못되었죠. 그런데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건설회사는 또 다시 장인들에게 하도급을 줬어요. 그 과정에서 예산이 줄어들었어요.”



문화재청이 시공사인 명헌건설과 계약한 공사비는 약 170억 원. 이 중 목수 품값은 약 3%인 5억4000만 원이다.

“명색이 국보 1호 복원 공사를 하는데 목수들에게 제때에 품값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난해 12월 공사를 중단시켰는데, 명현건설은 설계변경을 이유로 목공사 노임을 3억8500만원으로 감액시켰어요. 상황이 이런데 한 달가량 공사가 중단되자, 사정을 모르는 ‘밖’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나더라고요. 제가 돈을 더 받으려고 공사를 중단시켰다는 겁니다.”

자신의 돈으로 목수들에게 품값을 줬는데, 그런 오해를 받는 것이 억울했다. 하지만 억울함을 뒤로하고 일단 공사를 진행했다. 국민은 올해 말에 숭례문 복원 공사가 끝날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마냥 중단하고 있을 순 없었다는 것. 그는 “일단 공사를 끝내놓고, 이후에 오해와 억울함을 풀 것”이라고 했다.

공사를 재개하기 전, 그는 “목공사 노임으로 약 7억 5000만원이 드는데 예산은 그것의 절반 밖에 안되니 차라리 받은 돈 다 내놓고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숭례문과 특별한 인연도 있고 하니 보답하는 마음으로 목공사(에 대한 보수)는 전부 기부로 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그것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 실정”이라는 것. 그는 자신이 건설회사의 직원으로 전락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중요무형문화재가 건설회사 직원으로 되어 있어요.(웃음) 더욱이 돈 한푼 받지도 못하고 목수들 인건비를 대주는 저에게 약정서에 도장 찍었다며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네요. 상황이 우습죠? 문화재청은 원칙에서 벗어나 있는 건설회사를 감싸고 (정작 챙겨야 할) 장인은 나 몰라라 하고 있어요.”

회사와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시비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공사가 끝난 후 꼭 잘잘못을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건설회사가 한 행위가 정당한 것인지 법적으로 따져볼 것이라고.

다음은 울산 태화루 복원

그간의 마음고생을 이야기하는 끝에 그는 “오롯이 숭례문 복원에만 집중해도 부족할 할 판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고는 문화재 복원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문화재 복원은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 짓고도 새로운 고종이 나타나면 다시 지어야 하니까요. 보수나 중수와 달리 복원은 자료가 없어 더욱 더 힘이 듭니다.”

그는 경복궁 자선당 복원 공사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자선당 복원 공사를 할 적에 설계 나온 걸 가지고 문화재위원회에서 문제를 제기했어요. 기둥이 여덟 치, 즉 24㎝로 나왔는데 저는 30㎝로 해야 된다고 주장했어요. 왜 30㎝냐고 묻는데 설명할 순 없었죠. 공사 현장에서 쌓은 경험에 의한 ‘감’이니까요. 하지만 상대도 왜 24㎝냐고 물었을 때 명확하게 설명하진 못했죠. 그러다 제가 하도 고집을 피우니까 중간으로 갔어요. 서로 3㎝씩 양보해서 27㎝로 말이에요.(웃음) 그런데 다 짓고 나서 일본에서 주춧돌이 발견된 거예요. 주춧돌을 보니 기둥이 30㎝라 결국 공사를 다시 했죠.”

그에 따르면 숭례문 복원 공사의 전체 공정은 10월쯤 되어야 마무리에 들어가지만 목공사는 6월쯤 끝날 것 같다고 한다. 그는 “숭례문의 목공사가 끝나면 울산 태화루 복원공사를 곧 시작한다. 경복궁 소주방(燒廚房) 복원 공사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복궁은 1991년 복원 공사에 들어가 2010년 광화문을 끝으로 20년에 걸친 1차 복원 공사를 마무리하고 2차 복원 공사에 들어간 상태. 지난해부터 드라마 ‘대장금’의 무대인 소주방 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는 목수 일을 시작한 이래 한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느라 절친한 친구 하나 사귀질 못했고 가족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지도 못했다. 하지만 목수의 길을 걸어온 것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간 내 손재주에 대해 분에 넘치는 과한 찬사도 받았고, 한편으론 오해와 비난을 사기도 했어요. 그 속에서 꿋꿋하게 한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제가 이 시대 유일의 궁궐 도편수라는 자긍심 때문이었죠. 또한 고건축 문화의 전통을 오늘에 되살려 후대에 계승한다는 중요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로서의 사명감도 한몫했습니다.”

인터뷰 끝자락에 그는 자신의 꿈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리나라 고건축의 역사와 실제 자료들, 그리고 그동안 현장에서 쌓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들을 알릴 수 있는 고건축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그것이다.

“전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더 나은 미래는 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옛것들은 저만치 제쳐두고 모두가 다가올 미래만 향해 달음질하는 이 시대에, 한 번쯤은 과거 역사의 흔적인 문화재에도 눈길을 돌리고 고건축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아울러 그 속에 스며 있는, 문화재 뒤편에서 묵묵히 땀을 흘린 수많은 장인의 숨은 노력도 잊지 말아주었으면 합니다.”

신동아 201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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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선│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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