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호

국내 홍일점 영화사운드슈퍼바이저 홍예영

  • 글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사진 / 조영철 기자

    입력2012-04-23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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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홍일점 영화사운드슈퍼바이저 홍예영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비행기가 이륙하는 장면에서 아무 소리도 없다면 영화를 보는 관객은 아마 제작 사고가 났다고 여길 거예요. 영화에 사운드를 입히는 작업은 무미건조한 영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과 같아요.”

    올 상반기 개봉하는 영화 ‘차형사’의 사운드슈퍼바이저 홍예영(37) 씨는 거친 충무로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 같지 않게 외모도 말투도 참했다. 국내 영화사운드슈퍼바이저 중 유일한 여성인 그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영화사운드를 표현해내 학계에까지 명성이 자자하다. 지난해 화제를 모은 현빈, 탕웨이 주연의 영화 ‘만추’에도 참여했다.

    “현빈과 탕웨이가 놀이동산에서 범퍼카를 타는 장면을 어렵게 완성했어요. 촬영 현장에서 소음이 많이 들어가 후시녹음이 불가피했고 시공간음과 범퍼카 소리를 다시 따야 했는데 성수기라 놀이동산을 대여받을 수 없었어요. 아이디어를 짜내다 일본 아모리 스키장에 갔을 때 눈 뿌리는 기계가 있다는 소릴 들은 게 생각났어요. 그 소리를 따다 입혔더니 감쪽같더라고요. 감독조차 믹싱이 끝날 때까지 구별하지 못할 정도였죠.”

    학창 시절 방송반에 몸담으며 소리에 관심을 가진 그는 1996년부터 사운드디자이너로 일했다. 2007년에는 아예 ‘스튜디오 SH’를 차리고 ‘7급 공무원’ ‘푸른 소금’ 등 30여 편의 영화에 사운드슈퍼바이저로 참여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사운드슈퍼바이저가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필요할 때마다 팀을 꾸려 사운드를 지휘하는 일이 가능하지만 국내 여건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사운드 디자인은 어느 분야보다도 감성이 중요해요. 창의적인 생각이 먼저고 기술은 그 다음 문제죠. 실력 있는 사운드 디자이너가 많이 배출돼야 할리우드 대작과 경쟁할 만한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기가 수월해져요.”



    경기대 애니메이션 영상학과 겸임교수인 그는 2003년부터 서울예대와 중앙대, 한양대 등 여러 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최근 사운드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부쩍 늘었고 학생도 많아졌어요. 학생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내야 기술도 같이 발전할 수 있어요. 앞으로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사운드를 함께 고민하는 문화가 정착되겠지요. 사운드를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한 학생들이 그런 문화를 만들어낼 거라 믿어요.”



    He & S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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