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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좌초라면 나는 벌써 죽었을 것”

천안함 영화에 분노한 최원일 前 천안함 함장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천안함이 좌초라면 나는 벌써 죽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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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현의 자유 존중하지만 거짓 좌시할 순 없어
  • ● 영화 제작진과 이석기가 어떻게 다른가
  • ● 北 잠수함 공격 전혀 생각지 못했다
  • ● 목숨 걸고 영화 상영 막겠다
“천안함이 좌초라면 나는 벌써 죽었을 것”

2010년 4월 7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는 최원일 당시 천안함 함장.

9월 4일 법원은 천안함 사건 관련 해군 장교와 희생자 유가족 5명이 낸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에 따라 이 영화는 다음 날 전국 33개 극장에서 상영됐다. 영화 상영을 두고 찬반양론이 이는 가운데 해군과 유가족은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사실에 근거해야 하는데, 억지와 왜곡, 허위로 가득 찼다는 주장이다.

‘신동아’는 전 천안함 함장 최원일(45) 중령을 인터뷰해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보기로 했다. 사건 이후 최 중령이 정식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군본부 측은 “여러 매체에서 최 중령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신동아에만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얼굴을 내밀고 싶지는 않다”는 최 중령의 뜻을 존중해 인터뷰는 전화와 서면으로 진행됐다. 최 중령은 현재 해군교육사령부 기준교리처장이다.

인터뷰에서 그는 대체로 차분하게 의견을 말했으나 때로 격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숨 걸고 (영화 상영을) 막겠다”는 표현에서 그의 절박한 심정이 드러났다.

▼ 가처분신청 기각에 대한 의견은.

“일단 법원 판결은 존중한다. 그러나 46명의 소중한 부하를 잃고 살아가는 나로서는 죽어도 이 영화를 인정하지 못하겠다. 이 영화는 우리 천안함 장병들과 유가족을 정신적, 사회적으로 살인하고 북한의 도발을 희석함으로써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숭고한 병역 의무를 가치 없게 만들었다.”



▼ 법원은 “영화는 합동조사단 보고서와 다른 의견이나 주장을 표현한 것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해 신청인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신상철·이종인 두 사람 주장만 계속 나온다. 정부 발표 내용은 극히 일부만 소개하고 대부분 이를 반박하는 내용이다. 객관적 주장이 전혀 없다. 법원 판단은 받아들이지만, 영화 내용은 인정 못 한다. 항고할 계획이다.”

“북한 입장 정확히 대변”

“천안함이 좌초라면 나는 벌써 죽었을 것”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해양대 출신인 신상철 씨는 해군 중위로 근무한 후 10년간 조선해운업계에 몸담았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에 참여했던 그는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좌초 의혹을 제기해왔다. 영화에서 신 씨는 천안함이 좌초된 후 표류하다가 국적불명의 잠수함에 부딪혀 침몰했다고 주장한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도 좌초를 확신한다. 이 씨에 따르면 천안함은 암초에 바닥이 긁힌 상태에서 벌어진 틈으로 바닷물이 들어가 중력에 의해 절단됐다는 것이다.

최 중령은 소송에 참여한 유가족과 함께 법원 심리 과정에서 이 영화를 봤다.

▼ 영화를 본 소감은.

“진실 왜곡 차원을 넘어 (남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는 북한 입장을 정확히 대변한다. 우리를 어뢰로 공격했던 그들이 한국 사회에서 침몰 원인을 두고 자중지란이 벌어진 걸 지켜보며 웃을 일을 생각하면 나와 천안함 장병들 눈에서 피눈물이 난다. 대한민국 사회를 전복하려 하는 이석기와 영화를 만든 제작진이 어떻게 다른지 묻고 싶다. 이 영화는 천안함을 공격하는 또 다른 북한 잠수함이며, 영화 속 메시지는 어뢰와도 같다.”

▼ 무엇이 가장 큰 문제점인가.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의혹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얘기해 나라를 위해 고귀한 희생을 한 장병과 유가족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 정부 공식 발표를 신뢰하는 국민 생각을 혼란시키는 등 문제점이 많은 영화이므로 결코 상영해선 안 된다. 특히 ‘12세 이상 관람가’라는 게 문제다. 청소년의 국가관에 큰 혼란을 줄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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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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