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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 사건 주역, 서상목 전 의원 단독 인터뷰

“97년 대선 때 홍석현이 나를 이회창에게 소개했다”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 조영철 기자

세풍 사건 주역, 서상목 전 의원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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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장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경기고 동문 3인방이 모두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아 화제가 됐습니다.

“내가 제일 먼저 했고, 그 다음엔 손학규, 지금은 김근태가 하니까…그러네요.”

-고교시절에 누가 공부를 제일 잘했습니까.

“글쎄요. 김근태가 제일 잘했던 것 같은데. 김근태, 손학규는 운동권이었어요. 근데 학규는 영국에 유학을 가더니 보는 눈이 바뀌어서 돌아왔죠. 인생에 굉장히 도움이 됐을 거예요. 손 지사는 진짜 골수 운동권이었지. 위장취업을 한 적도 있으니까. 성품이 착해요. 나중에 보궐선거에 나갔을 때 내가 도와주기도 했어요.”

-그렇게 승승장구하다가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겁니까.



“1996년 15대 총선에서 공천받을 때부터 뭔가 잘못되기 시작했어요. 전국구 의원만 하다가 처음으로 지역구(서울 강남 갑)에 출마했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정치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건데, 현철이하고 그 측근인 이원종 청와대 정무수석한테 (내가) 밉보인 것 같아. 내가 지구당위원장으로 닦아놓은 터에 최병렬 의원이 공천을 받는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이 수석에게 확인해보니 강남 갑의 여론조사 결과가 좋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해요. 나중에 알았는데 내가 허주(虛舟·고 김윤환 의원)계로 분류돼 정무수석팀의 경계 인물이었다고 합디다.

이회창과 서상목의 중간다리, 홍석현

처음엔 현철이가 장난치는 줄 알았어요. 내가 자체 여론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결과가 좋았거든요. 안되겠다 싶어 김광일 비서실장에게 부탁해서 YS를 만났어요. 그 자리에서 ‘강남 갑에 거주하는 1만명의 경기고 동문, 내가 나가는 소망교회 표가 상대 후보에게 날아간다. 그러니 내게 공천을 주면 서울에서 최고 표차로 이기겠다’고 설득했어요. YS로부터 ‘시간 좀 주지’라는 말을 듣고 나왔죠. 차를 몰고 효자동쯤 갔을 때, 이 수석이 전화로 ‘대통령을 잘 설득했나 봅니다, 선거준비 잘 하세요’라고 하데요. 결국 공천을 받았고, 선거에서 노재봉 전 국무총리, 홍성우 인권변호사 같은 쟁쟁한 후보들과 싸워 정말 서울에서 최고 표차로 당선됐어요.

그런데 문제는 당선된 뒤였습니다. 내가 모든 당직에서 배제된 겁니다. 3선 위원이면 정책위원장 0순위인데 아무 직함도 못 받았어요. 그때 마침 이회창씨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좀 도와달라고. 장관할 때 총리로 모셨던 분인데, 인상이 좋았어요. 즉석에서 좋다고 했지요. 그때부터 험난한 인생이 시작된 겁니다.”

-조금 더 생각해보고 결정했어도 될 일이었을 텐데, 그 자리에서 응한 이유가 있습니까.

“그 전부터 이회창씨를 신뢰했어요. 이 총리 내각에 (내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들어갔잖아요. 당시 힘이 제일 센 사람이 최형우 내무부 장관이었어요. 누구도 그 양반을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총리는 달랐어요. 배짱이 있었어요. 총리 주재 회의에서도 (최 장관에게) 따질 것은 따졌죠. 또 자신의 분야가 아닌 것도 대부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1997년 대선에서 이 총재 측근으로 활동하는 데는 홍석현(전 주미대사)씨도 한몫 했어요. 나와 이 총재의 중간다리 노릇을 했죠. 홍석현씨는 경기고 3년 후배지만, 친구처럼 지냈어요. 홍석현씨가 1997년 대선에서 이 총재를 (대통령감으로) 찍었고, 이 총재가 홍 회장에게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다고 하니까 나를 소개한 겁니다.”

“YS는 심플한 사람이야”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씨는 왜 사사건건 YS와 대립한 겁니까. 청와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였을 텐데요.

“YS가 이 총재를 견제한 거지. 자기한테 인사도 잘 안하고 뻣뻣하니까.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자신을 감옥에 보낼 수도 있다고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YS도 노태우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잖아. YS는 원래 당 대표로 이홍구씨를 밀었지. 그런데 이 대표가 노동법 파동으로 물러나면서 이회창씨가 당 대표가 된 거예요. 이회창씨가 당 대표가 되기 전에 우리가 이회창씨에게 코치를 좀 했어요. YS에게 인사도 잘하고, 현철이 문제로 고심하고 있을 때는 위로도 좀 하시라고. 우리 말을 듣고 (이회창씨가) 그렇게 했더니, 당 대표로 발탁됐어요. YS는 심플한 사람이야.”

-YS와 이 총재가 대립한 첫 번째 사건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 건이었죠?

“두 사람이 사면되면 경상도 표를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를 포함한 이 총재 참모 7명이 내놓은 의견이었지. 그런데 너무 급하게 나와서 청와대와 조율하지 못했어요. 이 총재 입으로 나간 것이 신문에 보도됐어. YS가 노발대발했어요. 사면은 자기가 하는 건데 건방지다며. 그렇더라도 여당 후보인데 YS가 봐줄 수도 있었지. 그런데 안 해준 거라. 결국 누가 사면 건의를 한 줄 아세요? 대선 직후 DJ가 대통령당선자로서 YS에게 건의해서 그렇게 했잖아요, 불과 몇 달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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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 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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