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호

美 지배하는 유대인 슈퍼파워 네오콘

“이스라엘 없이는 미국도 없다”

  • 글: 김재명 분쟁지역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입력2003-11-26 1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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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 침공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나.
    • 사담 후세인의 앙숙 이스라엘을 위한 대리전은 아니었을까.
    • 부시 행정부와 언론계 곳곳에 포진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 네오콘(neocon)의 실체를 알아본다.
    美 지배하는 유대인 슈퍼파워 네오콘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이냐?” 미 보수주의 논객의 대표적인 인물로 ‘처음부터 우파’(1990년판)를 저술한 패트릭 뷰캐넌이 이즈음 기회 있을 때마다 던지는 반문이다. 뒤집어보면 흔히 ‘네오콘(neocon)’이라 일컬어지는 신보수주의자, 특히 유대인 네오콘들이 그들의 태생적 모국인 이스라엘을 위해 일으킨 전쟁이 이라크전쟁이라는 주장이다.

    뷰캐넌을 비롯한 우파 논객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반전주의자들 역시 “부시 행정부를 주무르는 유대인 네오콘들이 미·이스라엘의 동맹관계를 이용, 미국을 이라크전쟁으로 몰아넣었다”고 목청을 높인다. 미 보수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이 형성한 기묘한 연합전선의 창 끝이 유대인 네오콘들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이라크 침공이 미국의 안보와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닌, 이스라엘에 반사(反射)이익을 주기 위한 전쟁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Whose war?”라고 묻는다.

    “부시는 유대인 네오콘의 꼭두각시”

    이들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유대인 네오콘에게 공중납치(hijacking)당했다”고 여긴다. “부시는 무대 뒤에서 그를 조종하는 강력한 유대인 네오콘들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일부 비판자들은 “조지 테닛 CIA 국장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지시를 받고 있다”고까지 주장할 정도다. 영국 내에서 영향력이 큰 탬 델웰(노동당) 하원의원도 “바로 이런 유대인들이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포함한) 중동정책을 움직여온 자들”이라고 비난한다. 그는 좀더 구체적으로 “영국이 리쿠드당과 샤론의 강경책에 매달리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전쟁은 중동에서의 힘의 균형을 깨뜨림으로써 이스라엘에 큰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이스라엘 안보에 부담이 됐던 사담 후세인이 사라진 이라크는 이제 친미국가로 거듭날 판이다. 남은 반이스라엘 국가는 시리아와 이란뿐이다. 그러나 이들 두 나라는 이라크보다는 덜 위협적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켜본 두 나라는 공세는커녕 납작 엎드려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결국 “이라크전쟁은 중동에서의 힘의 균형을 깨뜨려 이스라엘에 도움을 주기 위해 부시 행정부 내 유대인 네오콘 세력이 일으킨 전쟁”이란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나라다. 미국 내 유대인들은 대개 이스라엘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이해와 이스라엘의 이해가 충돌할 경우, 그들의 충성도(애국심)는 자연스레 이스라엘로 기울기 마련이다. 그들은 미국기(성조기)의 별보다는 이스라엘 국기의 6각형 별, 이른바 솔로몬 왕의 인장(印章)에 더 애정을 갖고 있다고 여겨진다.

    텍시 마어스 같은 비판자는 이를 두고 ‘이스라엘 우선의 독트린(Israel-First Doctrine)’이라 꼬집는다. “그들의 정치적 선조는 조지 워싱턴이 아니라 이스라엘 초대수상이었던 다비드 벤 구리온”이라는 비판과 함께. 벤 구리온은 미국 국적을 지닌 유대인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다른 무엇보다 당신들은 유대인이다”라고.

    행정부 안의 끈끈한 내부 서클

    미국 내 유대인 파워가 막강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유대인들은 미국유대인위원회(AJC), 반(反)비방동맹(ADL) 등 유대인 단체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로비세력을 이뤄, 워싱턴 정치권을 움직여왔다. 미국 내 500만 유대인은 대통령선거는 물론, 주지사선거와 상하 양원선거에서 당락을 가름할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또한 그들은 미 정부의 반이스라엘 움직임에 대해서는 벌떼처럼 들고일어난다. 반유대인 발언이나 친팔레스타인 정책안을 내놓았다가는 인터넷 이메일 공세, 항의전화 공세, 사무실 앞 시위로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펴지 못할 정도다. 정치헌금도 끊어진다.

    얼마 전 제임스 모란 민주당 하원의원은 “미국 내 유대인 로비그룹의 강력한 지지가 없었다면,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유대인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바람에 그 발언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이스라엘은 미국의 최대 원조 수혜국이다. 미국은 해마다 약 20억달러 규모의 군사원조와 10억달러 규모의 경제원조를 이스라엘에 제공해왔다.

    부시 행정부 내 힘의 구도를 보면 “미국의 대외정책이 유대인 네오콘에게 공중납치당했다”는 비판은 터무니없는 게 아니다. 클린턴 행정부에 유대인 네오콘 출신 고위관리가 없었던 데 비해 부시 행정부 안에는 유대인들이 고위직을 차지,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네오콘의 선봉장이자 부시 행정부의 ‘선제공격론(preemption)’의 주창자로 꼽히는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을 비롯, 펜타곤 서열 3위인 더글러스 페이스 국방차관, 부시 행정부 내 국방위원장으로 있다가 뇌물 스캔들로 물러났으나 국방위원직을 그대로 유지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의 측근 리처드 펄, 백악관 중동정책 책임자로 국가안보위원회(NSC) 동남아시아·근동(Near East)·북아프리카 지역 담당 국장인 엘리엇 에이브럼스, 백악관 대변인으로 일하다 얼마 전 스스로 물러난 애리 플라이셔 등이 바로 부시의 중동정책에 영향을 끼쳐온 유대인들이다(미 행정부 내 유대인 네오콘들 상자기사 참조).

    마이클 처토프 전 법무부 범죄국장은 9·11 뒤 미국에 몰아쳤던 아랍계 검거선풍으로 부시 행정부의 ‘저승사자’라 일컬어지는 존 애쉬크로포트 미 법무장관을 움직여온 유대인 네오콘이다. 그밖에 도브 자케임 국방차관(감사역), 조쉬 볼튼 합참 부의장, 데이비드 웜서 국무부 특보(국무부의 대표적 매파인 존 볼튼 차관의 특보), 켄 멜만 백악관 정치담당관, 브래드 블레이크만 백악관 일정담당관, 데이비드 프럼(전 백악관 대통령 연설문 작성자로 ‘악의 축’ 용어를 만들어내는 데 참여) 등이 부시 행정부의 유대인 네오콘 맹장들이다.

    이름과 얼굴이 널리 알려진 이들보다 눈여겨볼 인물은 부시 행정부 곳곳에 포진해 있는 실무 중간간부급 유대인들이다. 이들은 유대인이란 뿌리깊은 혈연을 바탕으로 서로 끌고 당겨주는 친화력으로 부시 행정부 내 유대인 서클을 키워왔다. 부시 대통령, 콜린 파월 국무,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을 움직이는 강력한 하부구조가 바로 미국 내 유대인 네오콘 집단이다. 따라서 ‘일방주의’ ‘선제공격’을 간판상품으로 한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주무르는 실체가 유대인 네오콘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언론계 유대인 파워 NYT, WP

    유대인 파워는 미 언론계에서도 막강하다. 영향력 면에서 2대 신문이라 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유대인 소유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성향 면에서 보면 ‘뉴욕타임스’가 상대적으로 진보적이지만, 친이스라엘 논조라는 측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 중동문제를 단골로 쓰는 유대인 칼럼니스트들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의 윌리엄 새파이어, ‘워싱턴포스트’의 찰스 크라우새머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기회 있을 때마다 지면을 통해 이라크 침공 나팔을 불어댔고 팔레스타인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를 비난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는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선동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출신 언론인 윌리엄 그라이더는 중도좌파 성향의 시사주간지 ‘네이션’에 기고한 ‘워싱턴포스트 전사들(Washington Post Warriors)’이란 글에서 “(이라크전쟁은) 미국이 피할 수 없었던 전쟁이 아니라 미국 스스로 선택한 전쟁이며, 미국의 언론매체 중에서도 ‘워싱턴포스트’가 단연 전쟁 선동에 앞장섰다”고 비판했다(그러나 예외가 있다. ‘뉴욕타임스’의 간판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은 유대인 출신이지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지닌 리버럴한 지식인이다. 네오콘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까닭에 유대인 네오콘들은 프리드만을 ‘이스라엘에 편견을 지닌 저널리스트’라고 비난해왔다).

    친이스라엘 논조를 펴온 유대인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부시가 매주 즐겨 읽는다는 강경우파 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의 발행인 윌리엄 크리스톨, 극우 월간지 ‘코멘터리’의 전 편집인 어빙 크리스톨과 노먼 포드호레츠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친이스라엘 외교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마저 듣는 네오콘들의 언론매체가 바로 이 두 잡지다.

    ‘코멘터리’는 미 유대인 조직 가운데 영향력이 가장 큰 미국유대인위원회(AJC)가 운영자금을 대 발행하는 월간지다. 이 잡지엔 베스트셀러 ‘평화의 야만적 전쟁들: 작은 전쟁들과 미국의 발흥(2002년)’의 저자인 맥스 부트를 비롯한 비유대인 네오콘 이론가들도 지면을 채운다. ‘위클리 스탠더드’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부룩스는 유대인 네오콘에 대한 비판을 반유대주의(anti-Semitism)로 본다. 그는 “나의 이메일이나 전화 녹음 메시지들이 반유대주의자들의 욕설로 채워지는 걸 보면, 뷰캐넌 같은 우파 보수주의자뿐 아니라 이른바 (반전)평화운동 좌파까지도 미국 안의 반유대주의 흐름에 가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뉴욕포스트’의 다니엘 파이프스, ‘워싱턴포스트’와 ‘위클리 스탠더드’ ‘뉴 리퍼블릭’ 등에 칼럼을 쓰는 로버트 케이건, 격주간지 ‘내셔널 리뷰’의 조나 골드버그, ‘월 스트리트 저널’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바틀리 등도 유대인 네오콘들이다(유대인 네오콘 이론가들 상자기사 참조).

    美 지배하는 유대인 슈퍼파워 네오콘

    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유대인들의 ‘홀로코스트 회상의 날’행사에 참석한 부시 미 대통령.

    유대인 네오콘들 가운데 상당수는 1960년대만 해도 좌파 성향이 강했다. 그래서 패트릭 뷰캐넌 같은 정통 보수주의자들이 그들을 가리켜 ‘한때 트로츠키주의자’ ‘한때 마르크스주의자’였다고 비판하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진보성향의 좌파에서 신보수주의 우파로, 그야말로 코페르니쿠스적인 사상전환을 한 대표적인 인물이 노먼 포드호레츠다. 진보적 좌파 성향의 미 유대인들이 사상적 전환을 이루도록 자극한 것은 두 가지.

    하나는 베트남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1967년 중동에서 터진 6일전쟁이다. 미국은 베트남전쟁의 개입했다 패배함으로써 도덕적 일탈과 아울러 국제정치 무대에서 수세에 내몰렸다. 냉전구도 아래 구소련과 경쟁하는 처지였던 미국은 베트남전쟁 개입과정에서 서유럽 및 아랍세계로부터 외면당했다. 또 이스라엘이 6일전쟁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뒤 미·이스라엘에 대한 세계적 비난도 유대인 좌파가 우파로 돌아서도록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노먼 포드호레츠는 신보수주의 논객들의 집합처인 월간지 ‘코멘터리’ 편집장으로 일하다가 지난 1995년 일선에서 물러날 때 이런 퇴임사를 남겼다. “나는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의 존재 가치를 어린아이 머리카락쯤으로 하찮게 여겼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유대인의 일반적인 이익을 지키는 일이라면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인물이 됐다.”

    당시 유대인 좌파는 미국의 베트남전쟁 개입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현실을 모르는 리버럴리스트(liberalist)’로 깎아내리면서 ‘이스라엘의 이익=미국의 이익’이란 등식을 밀고 나갔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생존과 미국 사이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고 여긴다.

    미국의 리버럴리스트들은 대체로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포드호레츠 같은 유대인 네오콘들도 1960년대엔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그들이 1970년대를 전후해 정치노선의 변화를 겪을 때, 공화당과 직접 연결하지 않고도 우파로 돌아설 수 있게 도와준 인물이 민주당 출신 전 상원의원 헨리 잭슨이다. 미·이스라엘 우호연맹의 창설자인 잭슨에게 있어 이스라엘은 단순한 감상적 애정의 대상이 아니다. 잭슨은 “세계를 악(공산주의 또는 아랍민족주의)과 독재자들로부터 구해내는 소명을 지닌 미국에게 이스라엘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한 부분”이라는 신념을 지닌 우파 정치인이다. 그가 볼 때 아랍민족주의와 소련 공산주의는 악(evil)이고 이에 맞선 미국과 이스라엘은 반드시 지켜내야 할 선(good)이다.

    유대인 네오콘의 이론적 스승으로 꼽히는 인물이 레오 스트라우스(1899∼1973년)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사상 전공학자였던 스트라우스는 히틀러 나치정권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1938년 독일에서 미국으로 옮겨와 시카고대 강단에 섰다. 스트라우스도 1920년대 젊은 시절엔 리버럴한 합리주의자였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유대인들이 (정통 유대인들이 2000년 동안 고집스레 지켜온 유대문화를 버리고) 유럽문화에 동화된다면 당시 유럽을 휩쓸고 있던 반유대주의도 사라질 것이란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나치 히틀러의 등장과 유대인 억압은 스트라우스로 하여금 자유주의적인 생각을 버리도록 만들었다.

    스트라우스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자신이 몸담았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자유민주주의가 결국 나치 독일의 집권과 유대인 대학살을 불러왔다고 믿었다. 그는 토머스 홉스처럼 인간의 본성을 공격적인 것으로 보았고, 이를 제어할 힘은 오로지 강력한 국가 통치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나아가 그는 한 국가의 안정된 정치적 질서는 오로지 외부의 위협에 맞서 뭉치는가에 달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가는 안정을 위해 언제나 외부의 적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논리가 만들어졌다. ‘영원한 전쟁(perpetual war)’ 논리다. 이는 오늘날 미국의 유대인 네오콘들이 일방주의적 군사력을 신봉하는 바탕이 됐다. 따라서 폴 월포위츠 같은 스트라우스 신봉자들에겐 공격적이고 전투적인 외교정책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월포위츠가 봉쇄론(containment) 대신 선제공격론을 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된다.

    유대인 네오콘의 특징은 크게 친이스라엘(정확히는 친리쿠드당, 친샤론)이라는 점과 이라크 침공 주창론자라는 점이다(미국내 석유기업들이나 군수산업체들은 유대인 네오콘이 운영하는 학술기관이나 단체에 거액을 기부한다. 이들의 주장이 결국은 기업이윤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국가안보는 미국의 국가안보와 같은 맥락이라고 여긴다. 폴 월포위츠를 비롯한 유대인 네오콘들은 9·11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은 미국의 안보에 절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미국의 패권이 미국의 이익은 물론 세계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 아래 미국의 일방주의를 합리화했다.

    유대인 네오콘들은 미국내 여론을 의식, 이스라엘 안보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다.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질문은 “이라크전쟁이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냐, 이스라엘을 위한 것이냐”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사담 후세인 체제를 경제제재만으로 언제까지 묶어둘 수는 없다. 후세인은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로 미국을 위협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미국의 석유자원이 걸린) 중동이 사담 후세인 편으로 기울 가능성도 있다. 위협이 더 커지기 전에 쳐야 한다.”

    유대인 네오콘들이 즐겨 내세우는 또 하나의 논리가 중동 민주화 도미노 이론이다. 미국기업협회(AEI) 마이클 레딘 상임 연구원이 쓴 ‘테러 전문가들과의 전쟁(2002년)’은 그런 주장을 담은 대표적인 책이다. 민주화 도미노 이론에 바탕을 둔 레딘의 논리로 보면, 이라크 후세인 체제 몰락은 그 지역 민주화의 출발점이고 그 다음이 이란과 시리아다. 레딘을 비롯한 유대인 네오콘들이 이슬람권에 보내는 메시지는 ‘다음은 네 차례’라는 위협적인 경고다.

    미국의 군사외교정책을 움직이는 유대인 네오콘을 일명 ‘리쿠드파(Likudniks)’라 일컫기도 하는데, 이는 이스라엘 우파정권인 리쿠드당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반영해준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리쿠드파가 부시 행정부의 실권을 쥐고 있다”는 소리마저 나온다. 그들은 일찍부터 “이스라엘 주변국들의 정권교체(regime change)야말로 이스라엘의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밝혀왔다. 이를테면, 1990년대초 일어난 걸프전쟁 직후부터 이라크 침공을 통한 사담 후세인 체제전복을 주장했던 폴 월포위츠는 “바그다드를 거쳐야 중동평화의 길이 열린다(The road to peace in the Middle East goes through Baghdad)”고 말했다.

    유대인 네오콘들은 이스라엘 정치인들 가운데 아리엘 샤론 현 수상보다는 그의 정치적 경쟁자이자 차기 수상으로 꼽히는 벤야민 네탄야후(전 이스라엘 수상)와 밀착해 있다. 이들은 1996년 네탄야후가 정권을 잡은 뒤 수상에 오르자, 리처드 펄(현 미 국방위원), 더글러스 페이스(현 미 국방차관), 데이비드 웜서(존 볼튼 국무차관보좌관)는 ‘명백한 중단 : 영역 확보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란 이름의 정책보고서를 함께 작성, 네탄야후에게 건네주었다. 여기서 말하는 ‘중단’이란 지난날 이스라엘 노동당 정권이 추진했던 오슬로평화협정(1993년)을 파기한다는 뜻이다.

    이 보고서는 상당히 공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을 주축으로 한 동맹국들이 시리아를 봉쇄, 궁극적으로는 점령한다는 것이다. 그 ‘동맹국’이란 요르단, 터키, 이라크다. 어떻게 이라크가 이스라엘의 동맹국이 될 수 있을까? 여기엔 선제공격으로 사담 후세인 체제를 무너뜨리고 바그다드에 친미정권을 세운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럴 경우 이라크 시아파를 이용해 이스라엘의 또 다른 위협인 이란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로선 워낙 공격적이고 대담한 ‘비전’을 제시한 탓에 이 보고서를 두고 비평가들은 “메시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고서가 작성된 지 7년 뒤의 현실은 후세인 체제 붕괴로 나타났다.

    유대인 네오콘의 아성이라 할 미국기업협회(AEI)와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는 리쿠드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은 수시로 세미나나 조찬모임 등을 통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강점을 합리화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스라엘의 안보가 미국의 이해와 일치한다”는 등의 논리다.

    미국내 또 다른 친이스라엘 세력은 기독교근본주의자(Christian fundamentalist) 또는 복음주의자(evangelical)라 일컬어지는 보수적 종교세력이다. 제리 폴웰 목사, 700클럽을 이끌고 있는 패트 로버트슨을 비롯한 친이스라엘 종교세력은 방송, 신문, 잡지 등 자체 언론매체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강점을 옹호해왔다. 이들은 성서의 무오류를 내세워 성서에 쓰여진 대로 “유대인이 이스라엘 성지를 다시 차지했을 때만이 예수의 재림(再臨)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은 ‘하느님이 유대인에게 약속한 땅’이란 믿음이다. “유대인은 하느님의 선민(選民)”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해온 폴웰 목사는 미 CBS의 ‘60분’ 프로그램에서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미국의 어떤 대통령이라도 이스라엘에 불리한 정책을 펴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 큰소리쳤다.

    2004년 재선을 노리는 부시가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는 것은 유대인 표밭과 아울러 바로 이들 기독교 우파의 표밭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500만 미국 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표를 던져왔다. 이를테면 1960년 대선에서 케네디 민주당 후보는 82%의 유대인 지지표를 얻었던 반면, 닉슨 공화당 후보는 18%에 그쳤다. 1964년 대선에선 존슨 민주당 후보 90%, 골드워터 공화당 후보 10%, 1992년 대선 때는 클린턴 민주당 후보 78%, 시니어 부시 공화당 후보 12%로 민주당을 지지했다. 2000년 선거에서 부시 공화당 후보의 유대인 지지율은 19%에 머물렀다. 유대인 유권자 5명 가운데 4명은 민주당에 표를 던진 셈이다. 유대인 네오콘과는 달리 다수 미국 유대인은 리버럴한 입장에 서왔음을 보여준다.

    부시는 신고립주의자

    부시 참모들은 2004년도 차기 대선에서는 유대인 지지율이 4년 전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임자 클린턴과는 달리 친이스라엘 일변도 정책을 펴왔고, 행정부 고위직에 유대인 네오콘들을 대거 등용해왔다는 점이 유대인 부동표를 끌어당길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의 근거다.

    그렇다면 부시 대통령은 네오콘이라 볼 수 있을까. 부시 비판자들은 그를 가리켜 신보수주의자일 뿐 아니라 신고립주의자(neo-isolationist)라고 일컫는다. 부시의 대외정책은 이라크 침공에서 보듯, 국제법 규정에 묶이지 않고 행동했을 뿐 아니라 유엔을 포함한 모든 국제기구의 속박으로부터도 자유롭게 행동했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 빠져들 듯한 위기에 내몰리자, 다시 유엔으로 돌아가 이라크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부시의 모습을 지켜보는 유대인 네오콘들의 심기는 불편하다. 그래서 일부 유대인 네오콘 이론가들은 “시간이 지나면 이라크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며 “미국이 세계평화를 위한 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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