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우주로부터 끊임없이 전해지는 자기장(磁氣場)의 영향을 받으며 생존하고 있다. 자기장은 열 두 마디 주기로 돌아가는 천체의 운행법칙에 따라서 그 성질을 달리하고 있다. 그러므로 1년 열 두 달의 기후가 매월마다 다르고, 사람의 운명 역시 이 기후의 변화에 지배받게 된다.
기후(氣候)란 기(氣)를 엿본다는 뜻이다. 기를 엿본다는 것은 우주의 기, 즉 공기(空氣)를 살핀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의 실질적인 힘으로서 무한의 에너지이며 자연계를 지배하는 무형의 능력인 자기장을 살필 줄 알면 우주와 인간의 관계를 직시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사주팔자를 바라보자. 사주팔자는 우주 공간의 행성들이 유행(遊行)하는 동안 주기적으로 열 두 번씩 변화하면서 지구에 내뿜는 자기장의 성질을 체계화한 부호들이다.
이 열 두 부호들 하나 하나에는 신(神)이니, 별이니, 기(氣)니 하는 명칭이 부여돼 있다. 신이라 한 것은 인간의 명운(命運)을 지배하는 힘을 인격화한 표현이며, 별은 행성의 이름을 갖다붙인 것이고, 기는 자기장의 알맹이로서 그 모습 자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마치 생명을 잉태시켜 자라게 하는 씨앗과 같다. 필자는 사주팔자를 기의 표시 문자, 즉 부호로서의 시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이미 열 두 가지 기의 성질을 열 두 짐승에 배속시켜 해마다 띠라는 이름으로 나타내고 있음은 ‘신동아’에 자세하게 설명한 바 있다(2001년 5월호 ‘열 두 띠 이야기’ 참조).
그런데 이 부호들을 해석해보면 참으로 놀라울 만큼 정확한 우주의 성질을 유추해낼 수 있다. 가령 금년 신사(辛巳)년의 경우를 보자. 필자는 경진년(2000년)에 신사년에는 오랜 가뭄이 지속되다가 한 번 비가 내리면 폭우가 쏟아질 것이므로 그로 인한 홍수와 해일이 크게 일어날 징조가 예시되어 있다고 ‘예언’한 바 있다. 사실 이것은 예언이 아니다. 신사년에 나타나는 기의 성질을 이해하면 누구든 그렇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기의 부호를 해석해낸다면 내년인 2002년(壬午)과 특히 내후년인 2003년(癸未)은 더 큰 가뭄이 예상된다. 비는 잦되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아서 농작물의 피해는 물론 무더위만 지속되어 여러 가지 재앙이 속출할 것이라는 암시가 임오년과 계미년의 기 부호에 부여돼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연을 지배하는 기는 인간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미쳐 그 인격을 형성시키고 지배하기도 한다. 따라서 태어난 연·월·일·시의 기의 성질을 분석해보면 한 인간의 됨됨이와 운명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게 된다. 그것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태어날 때 우주로부터 전해지는 자기장이 마치 하얀 천에 오색 물감을 일시에 뿌려놓듯 육신에 덮쳐와 배어들었기 때문이다.
사주는 결국 태어난 해에 거대하게 작용한 자기장을 줄기로 삼고 그 속에서 변화하며 흐르는 월과 일과 시의 기질을 합쳐 만든 4개의 기둥을 일컫는다. 또 한 기둥에는 천기(天氣)와 지기(地氣)를 표시한 부호가 2개씩 있어(예를 들어 甲子라고 할 때 甲은 천기이고, 子는 지기임) 모두 여덟 글자이므로 팔자(八字)라 한다.
따라서 사주 팔자는 필연적이고 초월적인 운명의 거울이며, 동시에 운명의 신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운명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그럴 만한 원인이 있었기 때문이라 할 것이므로 업(業:karma)을 표시한 문자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유의할 점은 사주 팔자는 타고난 것이므로 그에 따른 운명 역시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사주 팔자로서 자신을 반추해볼 수 있다는 것은, 나의 모습을 자각하고 깨달을 수 있는 것이기에 운명 역시 능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강도의 기질을 타고난 나를 사주 팔자에서 발견했다면, 이는 천도(天道)에 역행함이니 즉시 칼을 버리고 칼과 비슷하지만 그 용도가 다른 쟁기를 잡으면 선한 농부가 되어 천도에 순응하는 지혜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치에서 사람마다 자신의 사주팔자를 쉽게 깨우칠 수 있도록 설명하려 하거니와, 진심으로 자신을 알고자 한다면 자신의 사주 팔자부터 찾아내야 한다.
사주팔자 해석하는 법
태어난 연월일시로 사주 팔자를 찾아내려면 만세력이 있어야 한다. 만세력이란 해마다 파노라마처럼 전개되는 천지의 기질을 집대성해놓은 책력으로 역학의 백미라 할 것이다.
만세력은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음력을 찾거나 절기를 따져볼 때 유효한 만큼 한 권쯤 소장해둘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참고: 자신의 생년월일로 사주를 바로 찾아내는 법도 있다. 인터넷에서 ‘만세력’ 서비스를 찾아 자신의 생년월일시를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자신의 사주를 찾아준다. 현재 무료로 만세력 서비스를 해주는 곳으로는 ‘길잡이용신사주(www.giljabi. co.kr)’ ‘인터넷 역학(soback.kornet.net)’ 등이 있다-편집자)
여기서는 만세력을 이용해 직접 사주팔자를 세우는 방법은 생략하기로 한다. 시중에는 생년월일시로 자신의 사주를 파악하는 방법들을 소개하는 책자들이 많이 있고 필자의 저서 ‘운명과 개조’(도서출판 유림)에도 설명돼 있다.
만세력을 펼쳐보며 자신의 사주팔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22가지 한자(10간12지지)는 꼭 알아두어야 한다. 한글로도 능히 팔자의 부호를 표시할 수 있으나 만세력이 한자로 표기되어 있으므로 한자 공부하는 셈치고 익혀두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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