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처리 완료” “절반 가량 재처리” “2500개 재처리”…. 북한의 사용후 핵연료봉 8000개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난무한다. 지난 봄 가동준비 징후가 포착됐던 영변의 재처리시설에서 이미 상당부분 재처리를 완료했다는 설이다.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미국 정보기관의 이러한 수치는 어떻게 산출됐으며, 그 근거는 무엇인가.
영변 재처리시설의 위성사진. 하단의 좌우로 긴 건물이 재처리 공장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과 한국 정부는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북한 외무성의 4월 발표 이후 미국 정부는 “영변 재처리시설 주변에서 새로운 활동들이 감지되었으나 이것이 반드시 재처리시설이 가동되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결론을 유보했다. 한국 정부 또한 4월말 “몇 가지 징후가 있지만 재처리시설 가동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무시’에 기분이 상한 것일까. 북한은 지난 10월2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내고 “재처리를 완료했으며 이를 통해 얻어진 플루토늄을 핵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용도변경시켰다”고 밝혔다. 복잡하게 말했지만 요약하면 “폐연료봉에서 나온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서도 미국은 증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소개되는 ‘익명의 정부 관계자’ 인용보도는 또 뉘앙스가 다르다. 5월9일 국내의 한 일간지는 정부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영변 재처리시설에서 연기가 났으며 이는 시설이 가동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7월20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정보당국이 동해상에서 크립톤85의 수준증가를 포착했다”며 재처리 시작 징후라고 보도했다. 급기야 10월22일 한국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전체 폐연료봉의 30% 정도인 2500개가 재처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은 거듭된 폐연료봉을 재처리한 것일까. 북한의 거듭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이 이를 무시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2500개 재처리’설 같은 구체적인 수치는 과연 어떻게 도출된 것이며, 이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풀기 위해 영변 재처리시설을 감시하고 있는 검증 메커니즘, 특히 확정적인 증거라는 ‘크립톤85’의 추산방식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1995년 북한은 제네바합의에 따라 가동중이던 5MWe 원자로를 중지하고 핵연료봉을 인출해 아르곤가스와 함께 봉합하여 보관해왔다. 한 기당 22개 내외, 총 400기의 특수 캐니스터에 담긴 폐연료봉 8000여 개는 대략 50t 정도의 무게로, 이중에는 핵무기급 플루토늄이 25~35kg 정도 포함돼 있어 재처리하면 핵탄두 5~6개 분량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시설은 영변 핵시설단지 안에 위치한 ‘방사화학실험실’.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들이 이 시설을 처음 방문했을 때 첫 번째 공정 라인은 이미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재처리를 수행한 이후였고, 1994년 3월 IAEA 사찰관은 첫 번째 공정 라인과 거의 같은 규모의 두 번째 공정 라인이 완공 직전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제네바합의에 따라 설치했던 이 시설의 봉인을 제거하고 뒤이어 IAEA 감시요원을 철수시키며 긴장을 증폭시켰다. 이후 이 시설의 가동 여부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4월 북한 외무성의 ‘재처리 완료선언’ 당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재처리시설 본 건물에서 한 차례 연기가 나는 등 재처리 징후를 포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연기 발생이 지속적이지 않고 재처리시 반드시 발생하는 비활성기체인 크립톤85가 포착되지 않는 등 추가적인 활동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재처리시설의 가동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듯 한미 정보당국이 재처리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감시수단은 크게 두 가지다. 북한영공을 통과하는 첩보위성에서 찍은 사진과 대기에 포함되어 있는 크립톤85라는 불활성기체의 농도다.
이 가운데 우선 첩보위성을 통한 감시방법을 살펴보자. 현재 한반도 상공에는 세계 최고의 정찰위성이라는 미국의 KH-12가 눈을 번뜩이고 있다. 분해능력 10~20cm, 다시 말해 손바닥만한 물체를 식별해낼 수 있는 이 첩보위성은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광학센서를 모두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가시광선을 감식해내는 광학센서는 주로 재처리시설의 굴뚝에서 뿜어져나오는 연기의 유무를 살핀다. 시설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움직임 역시 중요한 관측대상이다. 반면 적외선 광학센서는 재처리시설의 열반응을 주로 촬영한다. 핵연료봉 재처리에는 부분적으로 고온처리과정이 있어 아무리 단열을 잘한다 해도 적외선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공장 안에 사람들이 들어가 활동하면 이 또한 확인이 가능하다.
위성에서 촬영한 미국 포츠머스의 재처리 시설. 위는 가시광선 사진이고, 아래는 재처리시 적외선 사진이다.
구체적인 가동시간이나 재처리량을 추정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크립톤85는 과연 무엇인가. 사용후 핵연료봉의 재처리를 위해 피복관에 손상을 입히면 적지 않은 양의 방사성 불활성기체가 공기 중으로 유출된다. 이 가운데 크립톤85는 반감기가 10.9년으로 매우 긴 편이다. 쉽게 말해 한번 배출되면 그 양이 잘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배출 여부와 배출량을 비교적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기체는 방사능 농도가 매우 낮고 분석 절차가 까다로워서 그 존재 여부를 확인하려면 고가의 분석장비가 필요하다. 정상 운영중인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거의 방출되지 않는 물질이므로 핵물질 재처리 감시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한국의 민간기관에는 크립톤85를 검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
혹시 정보기관들은 검측장비를 보유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답은 부정적이다. 휴전선 이남에서는 영변에서 배출한 크립톤85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사 서두에서 ‘뉴욕타임스’가 “미국 정보당국이 동해상에서 크립톤85의 수준증가를 포착했다”고 보도했음을 밝힌 바 있다. 이 또한 사실일 개연성이 거의 없다.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영변 재처리시설과 규모가 비슷한 일본 도카이무라 핵연료 재처리시설의 경우를 살펴보기로 하자. 이 재처리시설은 자신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량과 그에 따른 크립톤85 방출량을 웹사이트(http://me xt-atm.jst.go.jp/atomica)상에 공개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100km 떨어진 쓰쿠바의 한 연구소에서 이를 측정한 데이터도 공개되어 있다.
영변 핵시설과 비교하기 위해 필자가 고른 데이터는 도카이무라 공장이 16t의 핵연료를 재처리한 1995년 하반기(이는 “폐연료봉 8000개의 30%가 재처리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지난 10월22일의 보도와 비교하기 위한 날짜 선택이다. 8000개 폐연료봉의 30%는 대략 15.6t, 가동기간은 징후가 포착되기 시작했다는 4월부터 10월까지인 6개월로 잡을 경우 대부분의 조건이 도카이무라와 거의 유사하다). 이 시기 도카이무라 재처리시설은 일일최대 1.3×1014 베크렐(Bq)의 크립톤85를 방출했다. 은 그동안 도카이무라에서 방출된 크립톤85를 쓰쿠바에서 측정한 자료값이다. 같은 시기 측정된 크립톤85가 일일평균 10Bq/㎥(원 안) 정도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영변에서 휴전선이나 동해안까지의 거리는 200km 이상. 기체의 파급농도는 본래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해야 맞지만, 크립톤85는 성층권에 부딪히면 다시 떨어져 퍼지는 성질이 있으므로 수십 km 이상 먼 거리의 경우 통상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것으로 추정 계산한다. 이 경우 영변에서 휴전선까지의 거리는 도카이무라에서 쓰쿠바까지 거리의 두 배이므로, 같은 농도라고 가정할 때 4분의 1만이 휴전선 인근에 도달할 수 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폐연료봉 8000개는 흑연로에서 나온 폐연료봉이다. 이러한 종류의 폐연료봉은 도카이무라에서 처리하는 경수로 연료봉에 비해 방출되는 크립톤85의 양이 100분의 1 정도로 매우 적다. 이렇게 따져보면 영변에서 재처리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 휴전선 인근이나 동해안에서 검측할 수 있는 크립톤85의 농도 변화는 0.03Bq/㎥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자연상태의 대기 중에도 크립톤85가 대략 1.3Bq/㎥ 정도 포함되어 있다. 에서 크립톤85 방출량이 자연상태와 같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는, 기술적인 문제로 도카이무라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을 때의 기록이다. 이와 비교해보면 0.03Bq/㎥이라는 숫자는 측정오차 범위 이내의 수치다. 결론적으로 말해 휴전선이나 동해안에서는 아무리 민감한 측정기로도 영변에서의 폐연료봉 재처리작업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표 1> 쓰쿠바에서 측정한 도카이무라 재처리시설의 크립톤85 방출량
그럼에도 미국 언론들이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크립톤85가 간헐적으로 검출됐다” 혹은 “크립톤85가 지속적으로 검출되지 않아 재처리 징후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미국은 어떤 방법으로 크립톤85를 추적하는 것일까.
미군은 지난 2월초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정찰기 WC135W를 추가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실험 유무 등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인 WC135W는 공기 중의 크립톤85 미립자를 포획해 분석할 수 있는 특수정찰기다. 그렇다면 이 정찰기는 직접 영변 상공을 비행하며 크립톤85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특수정찰기가 정확히 어느 정도 고도에서 샘플을 채취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략 10km 상공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는 도카이무라와 쓰쿠바 거리의 10분의 1이다. 다시 말해 감지농도는 100배 더 진해지는 것이다. 반면 앞서 밝혔듯 북한의 폐연료봉은 도카이무라의 경수로 폐연료봉에 비해 100배 적은 크립톤85를 방출한다. 이렇게 보면 10km 상공의 특수정찰기가 감지할 수 있는 크립톤85의 변화는 쓰쿠바에서 도카이무라 재처리시설의 크립톤85 변화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만약 고도가 20km라면 감지농도는 25배 진해지므로 쓰쿠바가 감지하는 크립톤85 농도의 4분의 1인 약 2.5Bq/㎥ 밖에 감지할 수 없지만, 이 값은 자연상태 농도의 두배에 해당하므로 이상 유무와 발생량 측정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3일 동해에서 미군 정찰기 RC-135와 북한 전투기가 조우한 일이 있었다. 이때 미국과 북한은 정찰기의 북한 영해 침범여부를 두고 입씨름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한미 정부 관계들이 크립톤85를 재처리 검증방법으로 거론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미국의 정찰기들이 북한 영공을 드나들고 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한국이 독자적으로 폐연료봉 8000개의 재처리 여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방법은 전혀 없다.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미국은 적외선사진은 물론 크립톤85의 농도변화 정보도 한국측에 상시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토로한다. 난방을 위한 것인지 재처리용인지 가늠하기 힘든 가시광선 사진만 갖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쯤해서 궁금해지는 것은 “2500개가 재처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정부 고위당국자 발언의 근거다. 과연 이는 어떤 공식을 통해 산출된 것일까.
이를 구체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몇 가지 가정을 해보자. 첫 번째는 가동기간. 재처리시설 가동징후가 포착되었다는 기사가 처음 등장했던 지난 4월부터 해당보도가 있었던 10월까지 6개월 동안 쉬지 않고 재처리를 했다고 가정해본다. 다음은 가동시간. 하루 24시간 내내 가동했다고 가정한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영변 재처리시설의 용량. 북한이 IAEA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이미 가동 중이었던 영변 재처리시설 첫 번째 공정 라인의 재처리 규모는 1일 24시간 가동할 때 하루 0.38t을 재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1994년 3월 IAEA 사찰관은 영변의 재처리시설 내에 첫 번째 공정 라인과 거의 같은 규모의 두 번째 공정 라인이 완공 직전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두 번째 라인이 완공되었을까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지만 어찌 됐건 재처리 시설이 하루 24시간 가동됐을 때의 최대 처리용량이 약 0.76t이라 가정해보자.
이상의 가정을 바탕으로 계산을 해보면 6개월 내 폐연료봉 2500개(15.6t)는 영변 재처리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 용량 최대치의 11% 수준이다. 하루 14개, 80kg 내외의 폐연료봉을 처리했다는 얘기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용량 최대치’의 개념이다. 이는 시설이 장기간 가동되어 안정화단계에 접어들었을 때를 전제한 개념으로 문제는 모든 재처리시설에서 가동 초기의 용량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검증을 위해 도카이무라로 다시 돌아가보자. 이 시설의 처리용량은 연 210t, 하루 최대 0.7t 규모다. 에서 1977년부터 이 공장이 재처리한 실적을 살펴보면 공장 가동초기에는 결과물이 매우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1997년부터 3년 동안 이 공장은 아스팔트 고화체(JCO)의 사고로 3년간 가동이 완전히 중단됐다. 쉬는 동안 끊임없이 설비를 보수하고 난 뒤 가동을 재개한 2000년 한 해 동안 처리된 폐연료는 고작 8.5t. 최대처리용량의 4%다. 이듬해인 2001년까지도 연평균 23t, 최대처리용량의 11%를 처리했다.
<표 2> 도카이무라 재처리시설의 폐연료 처리 실적
결국 ‘2500개 재처리’라는 판단은 북한이 영변 재처리시설의 두 번째 공정 라인을 완공했다는 가정하에 하루 24시간, 6개월 내내, 도카이무라의 가동중단 이후 초기 2년 평균처리효율을 대입해 나온 수치와 거의 흡사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필자는 과연 ‘2500개 재처리’설을 전한 한국 정부 관계자가 구체적으로 크립톤85 데이터를 갖고 이야기한 것인지, 혹 무조건 최대치를 대입해 산출한 결론을 갖고 과장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2500개 재처리를 가능케 하기 위한 앞서의 모든 가정은 상당히 무모한 것이다. 서두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영변 재처리시설은 1994년 IAEA에 의해 봉인조치되어 10년 동안 사람이 드나들지 못하다가 지난해 겨울에야 비로소 문이 열렸다. 반면 도카이무라는 3년 내내 끊임없는 설비투자와 보수 끝에 가동을 재개한 상황이었다.
폐연료봉 재처리의 첫 번째 과정은 폐연료봉을 질산에 녹이는 작업이다. 질산을 다루기 위해 만들어지는 관은 모두 부식에 견딜 수 있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스테인리스 기술은 높지 않으므로 10년간 봉인되었던 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으리라고 가정하기는 어렵다. 3년 내내 꾸준히 가동을 준비한 도카이무라와 불과 3개월 남짓 준비기간을 가진 영변의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영변 핵시설을 둘러본 IAEA 사찰단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 시설의 기술수준이 매우 낮은 것이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작업기간을 1일 24시간, 6개월 전체로 가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많은 보도들은 “크립톤85가 ‘간헐적으로’ 검출됐다”고 전하고 있다. 이는 재처리 작업이 6개월 내내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하늘 위를 오가는 무수한 감시자들을 피해가며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영변 재처리시설이 하루 24시간, 6개월 내내 작업할 수 있었으리라고 보기도 어려운 일이다.
이상의 조건들을 고려하면 ‘작업효율 11%’와 ‘2500개 재처리’는 근거가 부족한 ‘무조건 최대치’에 가깝다. 물론 몇 가지 추가 고려사항은 남아 있다. 안전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도카이무라와 ‘초비상시국’인 영변이 똑같은 작업절차를 거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국가안보에 관계된 분석인만큼 가급적 최대치를 적용하는 것이 옳으리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상의 분석을 통해 한국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북핵관련 정보란 무조건 가능한 최대치를 추정해내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 입증되었다고 할 것이다. 동맹국이라는 미국이 재처리시설 가동시간 산정에 필수적인 적외선 사진과 크립톤85 농도변화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 흐릿한 스코프로 영변을 바라보며 불안해하거나, 미국이 주는 정보에 기댈 수밖에 없는 한국의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