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호

유튜브보다 앞섰으나 좌절한 판도라TV 김경익은 누구?

[Who’s who] 국내 최초 동영상 공유 플랫폼… 내년 1월 서비스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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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2-12-20 16: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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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익 판도라TV 창업주. 2009년 촬영한 사진이다. [동아DB]

    김경익 판도라TV 창업주. 2009년 촬영한 사진이다. [동아DB]

    “글로벌 최고를 자랑하는 A업체는 단순히 영상 콘텐츠 업로드가 빠르다는 장점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영상에 광고를 붙였고, 영상을 올린 사람이 광고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국내 최초 영상 콘텐츠 공유 플랫폼 ‘판도라TV’를 만든 김경익 창업주가 2006년 언론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유튜브는 2007년경에 이 같은 광고 정책을 개발했고, 2012년에야 본격 시행했다. 판도라TV는 광고 수익 공유 정책은 물론, 서비스 시작(2004년 10월)도 유튜브(2006년 10월 구글에 인수되며 정식 서비스 시작)보다 2년 앞섰다.

    유튜브는 세계 최고의 영상 공유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나 판도라TV는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다. 판도라TV 측은 2022년 12월 18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2023년 1월 31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판도라TV가 문을 닫게 되자 김 창업주에게도 다시 한 번 관심이 몰리고 있다.

    UCC시장 선점했지만…

    1967년 전북 익산 출생인 김 창업주는 경희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경희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대우고등기술연구원에서 일했다. 회사원으로 일하다가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6년. 인터넷 브라우저 대신 푸른색 바탕화면의 PC통신을 주로 쓰던 시절이다.

    김 창업주는 3년 여간 다양한 IT 관련 사업에 도전하다가 1999년 e카드 기업 ‘레떼닷컴’을 창업했다. 플래시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생일,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드는 기업이다. 종이 카드 업체들이 견제할 정도로 파급력이 큰 사업이었으나 수익모델이 마땅치 않았다.



    이 무렵 김 창업주는 영상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1999년은 초고속인터넷망이 막 깔리기 시작하던 시점이다. 당시 동영상 콘텐츠는 온라인에 올릴 수 없는 물건이었다. 전화선 모뎀의 전송 속도는 너무 느렸다. 초고속인터넷망이 구축되더라도 고용량 파일인 동영상을 서버가 버티지 못했다. 네이버, 다음 등 유수의 포털도 서버 용량 한계로 동영상 파일 공유 서비스를 등한시했다.

    김 창업주는 동영상 콘텐츠 사업에서 희망을 보고 판도라TV를 창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창업 1년 만에 12만 건의 콘텐츠를 확보했다. 2006년에는 국내 동영상 콘텐츠 공유 플랫폼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당시 판도라TV의 월간 총 페이지뷰 수는 3억5100만 건에 달했다. IT업계 관계자는 “2008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판도라TV의 영향력이 유튜브보다 컸다”며 “국내 UCC(User Created Contents) 유명인들도 대부분 판도라TV를 통해 유명세를 얻었다”고 말했다.

    망사용료‧저작권법으로 내리막

    판도라TV는 2009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통신사의 높은 망사용료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튜브는 해외기업이라 망사용료를 내지 않지만, 판도라TV를 비롯한 국내 IT업체는 높은 망사용료를 내고 있다. 이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광고를 늘리자 이용자들이 유튜브로 떠났다.

    게다가 2009년 판도라TV가 저작권 위배 영상을 대거 삭제하자 유튜브 망명 현상은 가속화됐다. 2009년 한 해 유튜브의 국내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 시장 점유율은 2%에서 74%로 늘었다. 같은 기간 판도라TV는 42%에서 2%로 감소했다.

    판도라TV는 모바일 환경 적응을 위해 2014년 1인 미디어 프로그램 ‘아이앱’, 2015년 모바일 개인방송 ‘플럽’ 등을 내놓았지만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며 결국 문을 닫게 됐다. 판도라TV 측은 “동영상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모토로 2004년 출시 이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대외 환경 변화와 수년간 지속된 수익성 악화로 서비스 종료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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