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폰으로 불리며 스마트폰 시장을 연 블랙베리
휴대전화 속의 인터넷
텔레비전이 흑백TV와 컬러TV에 이어 디지털TV로 진화했듯이 휴대전화는 아이폰 출시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아이폰과 같은 휴대전화를 가리켜 스마트폰이라 하며 스마트폰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대표적인 기업은 구글(안드로이드라는 모바일 전용 운영체제), MS(윈도모바일이라는 모바일 운영체제), 그리고 애플(아이폰), RIM(블랙베리), Palm(Palm Pre), 노키아 등이 있다. 물론 휴대전화기를 제조하는 삼성전자, LG전자 및 HTC(대만에 본사를 둔 휴대전화기 제조업체)와 팬텍과 작은 모바일 기기 개발업체들이 스마트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렇게 스마트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배경에는 블랙베리와 아이폰 등이 있다.
이른바 스마트폰으로 하는 이러한 휴대전화와 기존의 휴대전화는 무엇이 다를까? 기존 휴대전화가 통화를 하고, 사진을 촬영하고, 음악을 들으며 TV를 볼 수 있었다면 스마트폰은 인터넷에 연결해 PC처럼 다양한 용도로 확장해서 사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기 제조사가 정해준 용도로만 전화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 확장해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는 7만8000개에 육박한다.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무려 7만8000가지로 확장해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은 앱스토어라는 장터를 통해 사용자가 쉽게 고를 수 있다. 앱스토어에 진열된 애플리케이션을 마치 쇼핑하듯 골라 아이폰에 설치할 수 있다. 이렇게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것이 기존 휴대전화와 뚜렷하게 다른 점이다.
이렇게 휴대전화가 똑똑한 컴퓨터처럼 바뀐 것은 휴대전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휴대전화에서 무선 인터넷을 좀 더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아이폰에 세계가 열광하는 것은 기존 휴대전화로 느끼기 어렵던 사용자 체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3G와 같이 빨라진 무선 인터넷 환경 덕분에 아이폰을 통해 인터넷에 연결해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는 크게 WAP, 어플, 모바일웹 등의 형태로 구분된다. WAP은 스마트폰이 아닌 기존의 휴대전화(피처폰이라 부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이미 국내에 보급된 휴대전화의 99%에서 WAP을 이용해 무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WAP은 여러 제약 때문에 인터넷 사용이 불편해서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폰 등의 보급과 함께 어플이나 모바일웹의 형태로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모바일 인터넷을 좀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휴대전화에 설치하는 소프트웨어를 가리켜 어플이라고 한다. 어플은 PC에 설치하는 소프트웨어와 유사하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윈도와 맥 OS X 등의 운영체제에 따라 소프트웨어가 다른 것처럼 스마트폰에 설치된 운영체제에 따라 소프트웨어가 다르다. 즉, 아이폰에서 사용 가능한 7만8000개의 어플은 블랙베리나 옴니아(윈도모바일이 설치된 폰) 등에서 사용할 수 없다.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어플은 3인치에 불과한 작은 크기의 휴대전화 디스플레이와 불편한 입력장치의 단점을 극복해서 서비스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각각의 스마트폰별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부담이 크다. 최상의 사용자 체험을 제공하지만 투자비가 상당하다. 이점이 스마트폰 어플의 개발사가 갖는 아쉬움이다.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제공하는 어플 중 하나인 골프맵
블랙홀이 되어버린 WWW
세상의 모든 정보와 서비스가 WWW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WWW화되지 않은 정보는 접근성이나 확장성에 제약을 받고 있다. 신문의 뉴스나 방송사의 비디오 등도 지면이나 TV 속에만 존재해서는 미디어의 가치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없다. 이미 신문사, 방송사는 물론 수많은 데이터가 WWW에서 접근 가능하도록 HTML 규약에 의해 WWW를 통해 접근할 수 있게 표준화된 지 오래다.
그렇게 모든 데이터와 서비스를 삼킨 WWW는 그간 접근 경로가 너무 PC 중심이었다. PC는 주변 도처(회사, 학교, 집, PC방, 커피숍 등)에서 만날 수 있지만 사용하기 쉬운 도구는 아니다. 컴퓨터는 TV나 휴대전화처럼 사용하기 쉬운 도구는 아니다. 게다가 PC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나 장소는 제약이 있다. 그래서 WWW는 영향력을 더 확대하기 위해 빅뱅을 일으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휴대전화다.
휴대전화 모바일웹에 최적화된 Daum(http://m.daum.net)
게다가 새로운 WWW 규약인 HTML5에는 모바일웹을 위한 진보된 기술적 표준들이 포함될 계획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가장 앞장서는 기업이 바로 구글이다. 구글의 HTML5에 모바일웹에 대한 진보된 기술 규약을 넣으려는 이유는 모바일웹의 보편성과 접근성, 확장성에 있다. 모바일웹은 WWW와 함께 PC, 휴대전화를 지배하고 나아가서는 TV로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PC 기반의 WWW 서비스에서는 세이클럽 아바타 기반의 아이템 유료화나 미니홈피의 도토리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지식iN에 기반을 둔 검색 서비스 등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모바일이나 IPTV에서는 초라하기만 하다. 그 이유는 WWW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파괴적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자기잠식 효과에 대한 두려움에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을 저렴한 정액제 상품으로 보급하고 무료로 WWW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기 때문에 유례없이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과 IPTV에서는 그러한 파괴적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 거대 기업들이 움츠리고 있는데다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잃지 않기 위한 보수성 때문에 시장이 활짝 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열리지 않아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이 한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관련 산업과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모바일 시장뿐 아니라 기존 WWW 시장의 발목을 잡아 기존 시장마저 공멸하게 만들 수 있다. WWW의 더 큰 진화와 성장을 위해 모바일웹 활성화를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