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1987년 제13대 대선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제17대 대선까지, 현재의 40대들은 자신의 손으로 대통령을 선출해왔다.
- 이들의 투표 행태를 추적해 정치 성향을 들여다 봤다. 아울러 2012년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할 건지도 물어봤다.
1997년 제15대 대선 선전 벽보. 이 선거에서 현재 40대의 지지를 받은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조사 결과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하고 지금의 40대가 처음으로 투표권을 갖게 된 1987년부터 2007년까지 5번의 대선에서 이른바 ‘386세대’가 가장 많이 지지한 정치인은 김대중(13·14·15대), 노무현(16대), 이명박(17대) 후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대는 1997년 제15대 김대중 대통령, 2002년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2007년 제17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대중, 두 번의 패배
1987년 제13대 대선 당시 오늘의 40대는 16~25세였다. 조사 응답자 500명 중 302명만 투표권을 갖고 있었다. 이들 중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34.0%가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제13대 대선은 박정희 대통령과 김대중 신민당 후보가 맞붙은 1971년 제7대 대선 이후 16년 만에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은 선거였다. 당시 20대였던 오늘의 40대가 주축을 이룬 ‘6·10항쟁’ 등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뤄졌다. 그러나 야권은 분열했고, 기존 여당이던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제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유효 투표수의 36.6%다.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28.0%), 김대중 후보(27.1%)가 2, 3위로 뒤를 이었다. 반면 이른바 ‘386세대’ 유권자의 지지율 1위는 DJ였다. 이번 조사 결과 당시 ‘양김’ 가운데 YS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은 29.6%로, 노태우 민정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30.3%)보다 낮았다.
오늘의 40대들은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가 당선된 1992년 제14대 대선 때도 김대중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들은 21~30세로 모두 선거 가능 연령이었다. 이 가운데 45.0%가 김대중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김영삼 후보를 지지했다고 답한 이는 41.3%였고, 박찬종 신정당 후보가 6.6%의 지지율로 3위에 올랐다.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14대 대선 당시 김영삼 후보의 득표율은 42.0%다. 김대중 후보는 33.8%로 2위였다. 현재 40대들의 당시 DJ에 대한 지지율은 전국 평균 득표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던 셈이다. 한편 이번 조사 응답자 가운데 당시 16.3%의 득표율을 보인 정주영 국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답한 이는 6.0%에 불과했다.
‘바람’의 등장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을 만드는 데 앞장선 ‘노사모’회원들이 개표 결과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이 선거 이후 줄곧 오늘의 40대들은 특정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주며 ‘바람’을 일으키는 투표 행태를 보였다. 2002년 제16대 대선이 치러졌을 때 31~40세가 된 이들은 ‘노무현 열풍’의 중심에 섰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이 자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 당시 전체회원 중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 즉 ‘386세대’가 차지한 비중은 49%였다. 이 무렵부터 30대 연령,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자를 뜻하는 ‘386세대’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화제를 모았고, 이들의 힘은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제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48.9%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2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46.5%)와 2.4%포인트 차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6.8%가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답했다.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는 답변은 32.0%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학력·경제력 초월하는 세대 결속력
눈여겨볼 것은 제16대 대선 당시 유권자를 연령별로 나눌 경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30대(25.1%)라는 점이다. 뒤이어 20대(23.2%), 40대(22.4%), 50대(12.9%)의 순이다. 이처럼 가장 큰 유권자 그룹이 노무현 후보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쏟음으로써 보수층의 결집된 지지를 받은 이회창 후보가 낙선한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 36~45세가 된 ‘386세대’는 또 한 번 특정 후보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번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6.6%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이는 선관위가 집계한 이명박 후보의 득표율(48.7%)보다 더 높은 것이다. 반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답변은 23.8%에 그쳤다. 이는 당시 정동영 후보의 득표율(26.1%)보다 낮은 수치다. 이 선거에서 이른바 ‘386세대’는 전체 연령 평균보다 더 ‘보수적’으로 대통령을 선택한 셈이다.
현재의 40대가 대통령선거 투표를 시작한 1987년 이후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후보에게 30% 미만의 지지세를 보인 것은 제17대 대선이 처음이다.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에 당시 ‘진보 후보’로 분류되던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5.9%)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3.7%)의 지지율을 더해도 진보 진영에 투표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33.4%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똑같은 응답자군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 번은 ‘진보’를 표방한 후보가 66.8%의 지지를 얻고, 다른 한 번은 ‘보수’ 성향의 후보가 56.6%의 지지를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투표 성향의 극적인 변화가 학력, 경제력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신동아’와 ‘리서치앤리서치’가 역시 40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 제18대 대선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학력이 높고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보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더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어지는 기사 참고).
그러나 이 조사에서는 중졸 이하/고졸/초대졸·대졸/대학원졸 등 모든 학력 수준의 응답자가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를 선호했다고 답했다.
가계소득에 따른 구분도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40대 가운데 가계 연소득이 3000만원 미만인 응답자의 59.7%는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답했다. 소득이 3000만~6000만원인 응답자의 62.1%, 6000만~1억원인 응답자의 65.2%, 1억원 이상인 응답자의 49.6%도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다. 1억원 이상자 그룹에서 45.2%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면서 백중세를 보인 것을 제외하면, 모든 소득자 집단에서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노무현 후보에 비해 30%포인트이상 낮았다. 그런데 이런 투표 경향은 5년 후인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 정반대로 바뀐다. 이번엔 모든 소득군에서 정동영 후보가 크게 뒤진다.
“계산에 능한 세대”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 현재의 40대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특징이 드러난다. ‘현재 40대’의 약 30%는 보수, 약 30%는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뒤 치러진 5차례 대선에서 ‘보수’와 ‘진보’ 후보가 매번 최소 30% 이상의 지지를 얻어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1987년 제13대 대선의 노태우 후보(30.3%), 제14대 대선의 김영삼 후보(41.3%), 제15·16대 대선의 이회창 후보(33.6%, 32.0%), 그리고 제17대 대선의 정동영+권영길+문국현 후보(33.4%) 등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지지 정당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8.9%는 ‘범야권’, 28.5%는 ‘범여권’ 지지 성향을 밝혔다. 37.4%는 ‘없다’ 혹은 ‘모른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진보, 보수 양쪽으로 나뉘어 있는 60%를 제외한 약 40%의 유권자가 대선 과정에서‘전략적인 선택’을 하며 강력한 세대 결속력을 발휘해 ‘386 바람’을 일으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념보다는 2002년의 ‘노무현’, 2007년의 ‘이명박’처럼 강력한 매력으로 자신들을 잡아끄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6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가 작성한 선거인명부 분석 결과 전체 유권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대가 40대(21.4%)라는 사실이다. 이어서 30대(21.4%), 60대 이상(19.5%), 20대(17.8%), 50대(17.2%), 19세(1.7%) 순이다. 이런 세대 구성은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제18대 대선은 1980년대부터 한국 사회 정치 변화의 중심에 서며 ‘킹메이커’ 역할을 했던 현재의 40대가 또 한 번 승패의 키를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또 한 번 강력한 세대 결집력으로 바람을 일으켜 대선 판도를 이끌지 관심이 쏠린다.
▶ 어떻게 조사했나
1963년부터 1972년 사이에 태어난 전국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10월6일부터 11일까지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했다.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는 ±4.38%P다. 응답자의 성별 비율은 남성 51.2%, 여성 48.8%다. 학력은 중졸이하 2.8%, 고졸 39.4%, 초대졸·대졸 52.5%, 대학원졸 5.0%, 모름·무응답 0.6%였다. 소득별로는 연 3000만원 미만 23.5%, 3000만~6000만원 47.8%, 6000만~1억원 20.0%, 1억원 이상 3.7%, 모름·무응답 5.0%였다.
● 2012 대선 여론조사
차기 대통령 박근혜(27.5%) 안철수(19.8%) 없다·모른다(26.0%)
지지 정당 없다(37.4%) 범야권(28.9%) 범여권(28.5%)
1963년부터 1972년 사이에 태어난 대한민국의 40대에게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 물었다. 조사 결과 현재의 40대가 가장 지지하는 차기 대통령감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27.5%)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지지하는 정당도 ‘한나라당(27.7%)’이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8%의 응답률로 뒤를 따랐다. 이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8.4%), 손학규 민주당 대표(3.8%),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3.5%)의 순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에 육박하는 26.0%의 유권자가 ‘잘 모르겠다’(14.2%)거나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11.8%)고 답해 내년 12월까지 남은 1년여 동안 판세 변동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민국 40대의 상당수는 현재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도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지 정당을 묻는 질문에 ‘없다’고 답한 비율이 37.4%로 가장 높았고 ‘모름’ 혹은 ‘무응답’도 3.2%에 달했다. 정당 지지율 1위는 ‘한나라당’, 2위는 ‘민주당’(23.7%)이었지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단일 진영을 구축한 민주당, 민주노동당(3.3%), 진보신당(1.5%), 국민참여당(0.4%) 등 ‘범야권’의 지지율을 더하면 28.9%가 됐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0.6%), 미래희망연대(0.2%) 등을 묶은 ‘범여권’ 지지율(28.5%)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2년 대선에서 지지할 후보를 박근혜, 정몽준, 김문수 등의‘범여권’과 안철수, 문재인, 손학규 등의 ‘범야권’으로 묶을 경우에도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오늘의 40대가 20대를 보낸 1980년대, 우리 사회는 군사 독재를 종식하고 민주화로 나아가는 큰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386세대’의 현재 정치 성향은 ‘진보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여야에 대한 지지정도가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지만 개별 대선주자에 대한 지지도 조사에서는 학력, 가계소득, 출신지역에 관계없이 박근혜 전 대표가 고른 지지를 받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중졸 이하/고졸/초대졸·대졸 학력을 가진 40대 유권자 사이에서 모두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다만 ‘대학원졸’ 이상 학력자들은 안철수 교수(30.3%)를 박근혜 전 대표(15.4%)보다 더 많이 지지했다.
무당파 차기 선호도 1위 안철수
가계소득 분류에서도 안철수 교수는 가장 상위 그룹인 연소득 1억원 이상 응답자군에서 32.3%의 지지를 얻어 박근혜 전 대표(31.1%)를 앞섰다. 하지만 3000만원 미만(박근혜 26.2% vs 안철수 11.3%), 3000만~6000만원(박근혜 28.4% vs 안철수 22.5%), 6000만~1억원 미만(박근혜 28.8% vs 안철수 22.5%) 소득층에서는 모두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타났다.
박근혜 전 대표는 전국을 수도권/PK권/TK권/전라권/충청권/강원·제주권으로 나눠 실시한 출신지역별 지지도 조사에서도 전라권과 강원·제주권을 제외한 전체 지역 출신 응답자에게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 두 지역의 1위는 안철수 교수였다. 눈에 띄는 것은 안철수 교수가 1위를 기록한 지역의 경우 ‘지지 후보가 없다’나 ‘모른다’ 등의 답변을 선택한 유보층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전라지역 출신자의 32.5%, 강원·제주 출신자의 36.2%가 차기 대선에서 지지할 후보를 밝히지 않았다.
한편 안철수 교수는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한 유권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선주자(23.0%)이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표(19.9%), 문재인 이사장(6.3%) 등이 뒤를 이었다. 안철수 교수는 민주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선택(27.1%)을 받았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이 조사에서 6.0%의 지지율로 문재인 이사장(18.1%)뿐 아니라 손학규 민주당 대표(9.7%),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8.7%)에게도 밀렸다.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상당수는 ‘모르겠다’(10.8%) 또는 ‘지지 후보가 없다’(8.5%)고 응답해 야권 성향 유권자 5명 중 1명은 아직 차기 대선에서 지지할 후보를 선택하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응답자의 61.6%가 차기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범야권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한 안철수 교수가 10.7%의 응답률로 2위에 올랐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4.6%),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4.2%) 등은 그 뒤였다. 한나라당 지지자 가운데 ‘차기 대선에서 지지할 후보가 없다’고 답한 이의 비율은 5.1%, ‘모르겠다’는 8.3%였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 대표는 “안철수 교수와 문재인 이사장 등 범야권 후보의 지지율을 더하면 37.6%로 박근혜 전 대표 등 범여권 후보의 지지율 합계 36.4%와 비슷하다.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26.0%의 유보층은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나타나는 이슈에 따라 쏠림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선거 과정에서 어떤 인물이 2007년의 ‘경제’처럼 강력한 이슈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40대의 선택’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