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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을 마치고 난 뒤인 1989년에는 삼성GE의료기기 대표를 맡아 전문경영인으로 첫걸음을 뗐다. 43세 때의 일이다. 이 부회장은 1996년까지 7년간 삼성GE의료기기를 이끌었다. 요새 보기 드문 장수 CEO의 커리어를 쌓은 셈.
정작 커리어는 50대 때 더 화려하게 빛났다. 이 부회장은 1996년 GE메디컬부문 아태지역 총괄사장으로 변신했다. 이후 GE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5년 GE코리아 회장직에 올랐다. 2008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선임돼 2013년 1월까지 재직했다. 퇴임 당시 나이가 66세였으니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고 여겨도 됐을 터.
하지만 2013년 4월 CJ그룹이 이 부회장을 CJ대한통운 대표이사(부회장)로 영입했다. 당시 그는 “남들이 은퇴할 이 나이에 또 기회가 찾아오다니 나는 행운아”라는 말을 남겼다. CJ가 전문경영인을 부회장으로 영입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같은 해 10월부터는 CJ주식회사 대표이사를 맡아 손경식 CJ 회장, 이미경 부회장과 함께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려 그룹을 이끌었다. 당시는 이재현 회장이 자리를 비워 CJ 안팎에 위기론이 불거지던 시점이었다. 외부 출신임에도 그룹의 구원투수로 투입될 만큼 이 부회장이 안팎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생전 이 부회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멘토로 꼽혀왔다. 이 회장은 3월 11일 오후 주요 계열사 대표 등 경영진과 서울 강남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이 부회장의 빈소를 찾아 “(이 부회장은) 글로벌 마인드와 추진력을 겸비한 경영자”라며 “남다른 열정과 긍정의 마인드로 조직원의 마음까지 움직이는 리더”라고 평가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도 같은 날 빈소를 찾아 “(이 부회장이) 아직 할 일이 많은데 너무 일찍 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