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캄보디아 이어 에콰도르서도 사회공헌 최고상 받아
일평생 나눔과 봉사 원동력은 ‘지구촌 가족’이라는 마음
국제구호, 보건, 환경, 교육… 포괄적 복지 증진 앞장
“새해 모든 갈등 해소되고 인류가 행복으로 도약하길”
장길자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장.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장길자 회장의 행보는 한결같다. 6·25전쟁 후 온 나라가 힘겹던 시절에도 이웃의 끼니를 챙기고, 연탄가스 중독으로 위독한 노부부를 살려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에는 함께하는 이들과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아 정성껏 육개장을 끓여내며 구조대원들을 보살폈다. 그 온정의 손길은 태안 기름유출사고 방제활동,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가족 지원으로 이어졌다.
재난 지원 사업은 네팔·방글라데시 지진, 인도·파키스탄·라오스 홍수 피해 구호 등 세계적 규모로 커졌으며, 각국에서 힘을 보태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제 직접 봉사에 나서지는 않아도 될 텐데, 장길자 회장은 매년 겨울을 앞두고 치르는 김장 나누기 행사 때마다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를 담근다. 설과 추석이면 소외이웃들에게 전할 이불과 식료품 준비로 분주하다. 온두라스 허리케인 이재민을 위한 대규모 구호품 포장에도 세세히 손길을 보탰다.
이처럼 수십 년간 변함없는 사랑을 실천해온 장길자 회장은 ‘지구촌 가족의 어머니’로 불린다. 위러브유 회원들은 물론 각국 외교관, 각계 인사들도 그를 본받아 사랑 나눔에 함께한다. 국가와 민족, 언어와 문화를 초월해 세계인의 참여를 이끌어온 소회와 새해 계획을 들어봤다.
“생명 살리고 희망 나누는 기쁨에 보람”
경기도 성남 가천대에서 열린 ‘국제위러브유 대학생 환경리더 위촉식’에서 장길자 회장이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위러브유]
“모든 나라가 어려운 상황이라 안타까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도우려다 보니 참 바쁜 해를 보냈습니다. 전 세계 회원들 모두 지구촌 가족을 돕자는 데 한마음이었어요. 덕분에 우크라이나, 인도, 네팔, 브라질, 이라크,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 코로나19 방역, 홍수와 산불 피해 구호 등 다방면으로 지원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전국 각지 소외이웃들의 건강하고 따뜻한 겨울나기를 도왔고, 새해 설을 앞두고는 60여 지역 관공서와 협의하며 어려운 이들에게 온정을 나누고자 진행 중입니다. 이웃들의 시린 마음에 온기가 되길 바라며 힘닿는 데까지 돕고 있습니다. 힘든 일 마다하지 않고 열정을 다해 봉사에 참여해 주신 회원들과 각계각층 모든 관계자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나요?
“각 활동마다 생명을 살리고 이웃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기쁨과 보람이 큽니다. 특히 지구 반대편 나라까지 도울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에콰도르는 코로나19 장기화에 겹쳐 20년 만의 폭우로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현지 정부와 국회에서 긴급구호를 요청해 왔어요. 힘들 때 돕는 것이 가족 아니겠습니까. 이재민들의 고통이 크다는 소식에 주한 에콰도르 대사관과 에콰도르 국회, 피해 지역 지방자치단체, 현지 위러브유 지부와 협력해 500가정에 마스크와 각종 구호품을 지원했습니다. 절망에 빠져 있던 사람들이 힘과 용기를 얻는 것을 보며 국경을 초월한 화합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미국, 캄보디아에 이어 에콰도르에서도 사회공헌 분야 최고상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에콰도르와는 10여 년간 여러 분야의 복지활동을 해왔는데, 국가적 기여가 크다며 현지 국회에서 비센테 로카푸에르테 훈장을 주었습니다. 사회공헌 부문에서는 가장 큰 영예라고 합니다. 그동안 코로나19 방역 지원, 지진 피해 구호, 헌혈, 교육 지원 등 우리 회원들이 베풀어온 정성과 노고에 칭찬이 따르니 기쁘고 감사합니다. 수재민 구호를 위해 만난 아드리안 카오 주한 에콰도르 대사께 들으니 아동 영양실조와 농촌 빈곤가정 자립 문제 등 난제가 많아 앞으로도 꾸준히 도울 예정입니다.”
위러브유가 오랫동안 변함없이 복지 활동을 해온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행동은 본디 마음에서 나옵니다. 위러브유가 20년 넘게 도움의 손길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나라와 문화와 언어가 달라도 인류를 지구촌 가족으로 여기고 어머니 사랑을 나누려는 한마음이 있어서입니다. 김장 나누기로 인연이 된 베트남 다문화가정 주부의 친정 나들이를 지원하고, 중동 국가 요르단 취약계층과 시리아 난민들을 원조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데서 기인하지요. 그 마음을 혼자가 아니라 함께 실천하고 있습니다. ‘세 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끈끈한 ‘지구촌 가족애’로 맺어져 있으니까요. 세계 곳곳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그 사랑의 마음과 행동은 더욱 견고히 지속될 것입니다.”
“지구촌 가족애로 함께하는 것이 큰 힘”
위러브유가 매년 해오던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이하 콘서트), ‘가족걷기대회’ ‘김장 나누기’ 같은 행사가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못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정책이 점차 완화되고 있는데, 다시 개최할 예정인가요?“물론이지요. 콘서트와 가족걷기대회, 김장 나누기는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동시에, 각계각층이 따뜻한 사랑으로 하나 되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자리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바쁜 일정 등으로 만나지 못한 분들이 매우 그립습니다. 함께 모일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와서 지구촌의 내일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좋은 일들을 많이 해나가고 싶습니다.”
위러브유는 클린월드운동을 통해 환경보호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복지단체가 환경운동에 앞장서는 모습이 이색적입니다.
“환경문제는 우리 삶과 복지의 전반을 차지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기후변화가 심화하는 이 시기는 더 그렇지요. 2008년부터 환경과 복지를 접목한 클린월드운동을 10년 넘게 해왔는데, 우리 회원들은 물론 수많은 세계인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생활 속 실천 캠페인, 나무 심기 프로젝트, 도심 공원 조성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나갈 계획입니다. 많은 분이 참여해 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2023년 지구촌의 복지를 위해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그동안 위러브유의 활동은 사회복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해 발전해왔습니다. 주변의 소외이웃을 찾아 돕는 데서 시작해 지역사회 협력을 통한 복지 사각지대 지원,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환경복지 활동 등으로 확대됐지요. 요즘은 사회가 점차 기계화되면서 사람들의 정서적 복지와 자립 지원, 교육 복지에 대한 손길이 시급해 보입니다. 그동안 전개해온 활동과 더불어 청소년 인성교육, 부모교육, 세계시민교육, 인권교육 등 다양한 교육활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모두가 마음에 여유와 안정을 갖고, 올바른 성품을 갖춰 희망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울 것입니다.”
교육, 정서 복지에 대한 손길이 시급
청소년 인성교육뿐 아니라 부모교육도 하신다고요.“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신의 삶은 물론 세계를 잘 이끌어가려면 바른 인성을 함양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핵가족화, 산업화 시대를 살다 보니 존중과 배려, 겸손과 화합 같은 덕목을 가정에서 배우기가 쉽지 않아요. 이 같은 청소년 인성교육과 더불어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 대한 교육도 중요합니다. 부모가 먼저 좋은 본을 보여준다면 자녀들도 따라서 실천하며 바르게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도 빈곤과 재해, 불평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위러브유가 지향하는 세상, 이를 이루기 위한 앞으로의 행보는 무엇입니까?
“어머니의 소원이 가족의 화목과 행복이듯, 위러브유의 지향점은 지구촌 가족 누구도 외롭지 않고 모두가 존중받으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전을 담은 ‘세이브더월드(Save the World)’ 프로젝트를 더욱 진취적으로 전개하고자 합니다. 어느 한 사람, 한 단체가 아니라 지구촌 가족 모두가 함께한다면, 지구촌 가족의 행복한 미래는 반드시 도래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2023년 새해를 맞아 독자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을까요?
“새로운 1년 365일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졌습니다. 범우주적인 시각과 어머니와 같은 사랑의 마음을 갖는다면 삶이 더욱 가치 있고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2023년은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인류가 함께 행복을 향해 도약하는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위러브유도 지구촌 가족 곁에서 희망을 더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소망을 갖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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