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인 유학생 25명에 대만인 유학생 1명꼴
- “중국과 대만은 하나” 강요하는 중국인 학생들
- 대만 학생에게 “상하이 소개해봐”…한국인 無知가 더 서운
“중국인 친구들이 ‘너는 왜 손을 들지 않느냐’며 노려봤어요. ‘대만은 중국과 다르다’고 했죠. 하지만 중국인 친구들은 ‘대만은 중국 것’이라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걔들은 교수님이 말릴 때까지 저를 탓하는 말을 멈추지 않았어요.”서울 B대학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대만 출신 자오(趙·24)모 씨는 중국인 학생들과 대화할 때 아예 ‘중국’이나 ‘대만’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대신 ‘워먼저볜(我們這邊, 이쪽)’ ‘니먼나볜(?們那邊, 저쪽)’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온 친구에게 ‘중국이 어떻다’고 했다가는 “너는 중국인이 아니냐?”며 싸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오 씨는 “중국 애들과 정치적인 얘기는 안 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자오 씨와 같은 어학당을 다니는 전(陣·24)모 씨는 영국 유학 중인 대만인 친구의 경험담을 전했다.
“자기 나라를 소개하는 발표 수업에서 ‘나는 대만에서 왔다’고 했더니 중국인 유학생들이 ‘저 애한테는 빵점을 줘야 한다’고 했다는 거예요. 대만은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발표 내용이 다 거짓이라는 거죠.”
수적 열세에 ‘위축’
이른바 ‘쯔위 사태’ 이전에도 ‘쯔위’들은 있었다. 대만인과 중국인 유학생이 한데 어울려 지내는 대학 캠퍼스에서는 둘 사이의 갈등이 적지 않다. A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온 가오(高·28)모 씨는 2013년 10월 교내 자국 문화 홍보행사 관련 회의에 대만인 유학생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가 불쾌한 일을 겪었다.중국인 유학생 대표가 “대만과 홍콩 부스는 반드시 중국 부스 옆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는 홍콩 유학생 대표들과 함께 즉각 항의했다. 중국 대(對) 대만·홍콩의 언쟁으로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가오 씨는 “중국이 대만을 속국으로 여기는 것 같아 매우 기분 나빴다”고 했다. 행사 주최 측 관계자는 “매년 비슷한 일이 반복되곤 한다”며 “중국인 학생들이 대만, 홍콩 부스를 중국 옆에 두지 않으면 대사관에 정식 항의하겠다고 소란을 피운 적도 있다”고 전했다.
2009년에는 부산 신라대에서 열린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만인 여학생이 봉변당한 일이 대만 언론에 보도됐다. 이 여학생은 무대에 올라 ‘대만과 중국은 별개의 국가’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靑天白日滿地紅旗)를 펼쳤다. 그러자 객석에 있던 중국인 유학생들이 욕설을 퍼부었고, 그중 한 명은 무대로 뛰어오르려다가 주최 측에 저지당했다. 대회가 끝난 후에도 몇몇 중국인이 이 여학생을 지하철역까지 쫓아가 ‘대만독립분자’라고 몰아붙였다. 이 일을 보도한 대만 빈과일보(?果日報)는 ‘지나치게 심하다(太甚)’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중국인 학생들을 비난했다.
대만인 유학생들은 양안 문제와 관련해 중국인 유학생들과 각을 세우지 않는 것을 최선으로 여긴다. ‘수적 열세’ 때문이다. 교육부의 2015년 집계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과 대만인 유학생의 비율은 25대 1. 중국에서 온 유학생은 5만 명이 훌쩍 넘지만, 대만인 유학생은 2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중국인 비율은 무려 59.4%. 이에 반해 대만 출신은 2.2%에 그친다.
서울 C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장(張·22)모 씨가 속한 동아리에서 중국 출신과 대만 출신 비율은 10대 1이다. 장 씨는 “내가 중국 학생들과 갈등을 빚으면 한국 학생들은 수적으로 우세한 중국 편을 들지 않겠냐”며 “그래서 중국 학생들과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조심한다”고 말했다. 전씨는 “함께 수업을 듣는 중국 친구들이 ‘쯔위가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말하지 않은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 화가 났지만, 교실에 중국인은 스무 명이나 되는데 대만인은 둘밖에 없어 아무 말 않고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