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호

국힘 당원은 ‘동지’ 아닌 ‘동원 대상’…인재 육성 시스템부터 갖춰야

[보수혁명선언⑪ | 보수 참칭하는 정치인들에 告함]

  • .

    입력2025-08-01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국민의힘 지지율이 2020년 9월 당명 개정 이후 처음 10%대로 하락했다.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에서도 여당에 밀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갈등과 당 혁신을 둘러싼 내홍, 리더들의 각자도생 등으로 당 존립도 위협받는다. 국민의힘은 이대로 침몰하는가. ‘신동아’는 오랫동안 보수당원으로 활동한 당원 11명에게 한국 보수정당의 근본적 문제점과 개혁 방향을 물었다. 1923년 1월 단재 신채호 선생이 의열단(義烈團)의 독립운동 이념과 방략을 천명한 ‘조선혁명선언’처럼, 11명의 ‘보수혁명선언’은 한국 보수에 대한 확신과 목표를 불어넣는 최후의 방략 같다. <편집자 주> 

    처음 ‘신동아’ 편집실의 원고 청탁을 받고는 적잖이 고민했다. 분노 외에는 마땅히 쓸 내용도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현장에서 발로 뛰며 당의 미래를 고민해 온 수많은 당원의 절박함이 생각나 그들을 대신해 이 글을 쓰기로 했다. 

    나는 국민의힘 정치대학원 2기 수료생이자 총동문회 사무총장을 지낸 당원이다. 지금 국힘의 가장 큰 문제는 ‘보수정당’이라는 간판은 달고 있지만, 그 내면은 갈수록 보수의 본령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는 침묵할 수 없다.

    지도부와 다수 정치인은 늘 ‘중도 확장’과 ‘인재 영입’이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선거만 다가오면 마치 주문처럼 외운다. 물론 외연 확장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명분 아래 반복돼 온 것은 보수의 철학과 정체성에 맞지 않는 인사들을 무리하게 영입해 ‘선거용 카드’로 활용하는 일이다. 정치적 일관성도, 책임 의식도 없는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국민의힘’ 이름표를 달고 등장한다. 그들의 입당으로 단기적 관심은 끌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당의 색채는 흐려졌고, 철학은 무너졌다.

    희생은 당원이, 영광은 특정 계파가 가져가서야…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당원 무시’와 ‘당원 경시’의 구조적 병폐다. 당원은 ‘동지’가 아닌 ‘동원 대상’으로 전락했다. 선거 때나 필요할 때만 호출되고, 그 외에는 존재조차 잊힌다. 당원들의 피땀 어린 현장 활동은 정치인의 입신양명 발판으로만 이용되고, 정작 논공행상(論功行賞)이나 공천, 주요 보직 배분의 순간이 오면 늘 뒷전이다. 희생은 당원이 하고, 영광은 외부 인사와 특정 계파가 가져간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서 충성심과 헌신의 마음을 품고 당을 지켜온 수많은 당원은 박탈감과 허탈감에 빠지고 있다.



    정당에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다 키우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당 안에는 유능한 청년, 지역 일꾼, 정책 전문가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을 성장시키고 기회를 부여하는 ‘정치 시스템’이 없다. ‘젊은 피 수혈’이라는 이름으로 갑자기 외부에서 낙하산 인사를 공천하고, 당의 전통과 맥락을 무시한 인사가 ‘전략지역’에 투입된다. 그럴 때마다 열심히 일해 온 당원들은 자신이 헛된 꿈을 좇았다는 깊은 좌절을 느낀다.

    보수의 본령은 책임, 공동체, 헌신, 질서다. 보수는 권력을 지키는 기술이 아니라, 자유와 법치라는 가치 위에 세워진 정신이다. 그런데 지금의 보수 정치인들 가운데 이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이는 몇이나 되는가! 스스로를 ‘보수’라 칭하면서, 정작 책임지지 않고 당원과 민심을 외면하는 그들에게 이념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지금 보수정당의 위기는 외부에 있지 않다. 내부의 왜곡된 정치 문화와 권력 중심주의, 당원 무시 관행에 있다.

    국민의힘 로고.

    국민의힘 로고.

    우리가 진심으로 정권을 되찾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원 중심의 정당 운영을 복원하는 것이다. 당원은 조직이 아니라 양심이며, 정치의 출발점이자 민주주의의 뿌리다. 정치지도자는 당원의 희생을 업적 삼아선 안 되며, 동지를 전우가 아닌 부속품처럼 여겨서도 안 된다.

    지금 이 글은 특정인을 겨냥한 비난이 아니다. 오히려 보수의 깃발을 자처하는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경고이자 고언이다. 보수는 단지 하나의 진영이 아니라 국민에게 책임지는 자세이며,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이다. 보수를 참칭할 바에는 차라리 이름을 버려라. 보수를 지킬 것이라면 지금 당장 스스로를 돌아보고, 당원과 함께 개혁의 길에 나서라.

    보수는 죽지 않았다. 다만, 보수를 참칭하며 그 정신을 훼손해 온 이들로 인해 조용히, 그리고 점점 깊이 무너지고 있을 뿐이다.

    나는 다시 묻는다. “당신은 진정한 보수입니까?”

    이 물음 앞에서 떳떳하지 못하다면, 이제는 당원을 바라보며 배우기 바란다. 우리는 진심으로 싸울 준비가 돼 있다. 보수의 이름을 다시, 정당하게 세우기 위해.

    임정우 전 한나라당 정치대학원 사무총장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