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속초시 대포항 인근 대포만세운동기념관 전경. 기미 독립선언서가 외벽 전면에 기록돼 있다. 홍중식 기자
[대포만세운동기념관] 바로가기
3·1만세운동은 1919년 3월 1일 서울 파고다(탑골)공원에서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3·1만세운동은 우리의 국권 회복 의지와 민족 자주의 뜻을 세계만방에 알린 거사이자 만세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발화점이었다. 이후 두 달여 동안 유관순 열사의 천안 아우내장터 만세운동(3월 14일)을 비롯한 각종 만세운동이 전국 각 지역에서 계속됐다.
문제는 서울, 천안 등에서 벌어진 대규모 만세운동과 달리 지역 단위 소규모 만세운동에 대해선 알려진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3·1만세운동이 일어난 1919년 4월 초, 1000여 속초시민이 강원도 속초시 대포항 인근 순사(경찰)주재소 앞에서 만세운동을 벌인 ‘속초 대포만세운동’도 그중 하나. 하지만 만세운동 과정에서 일제 경찰(순사)의 사과를 받아냈다는 점 등에서 대포만세운동이 가진 항일운동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석범 가족, 만세운동 주도

대포만세운동기념관 건립을 담당한 김만중 속초시 국가유산팀장. 홍중식 기자
1900년대 초반부터 조선 황실의 기선 운항으로 당시 양양 지역의 인적·물적 교류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대포항(당시 양양군 도천면 대포리)은 일제 강점 이후 일본인의 집단 거주지로, 상권 중심지로 변모하면서 일제 경제 침탈의 관문 구실을 했다. 그 때문일까. 3·1만세운동이 일어난 후 일제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속초 대포만세운동은 당시 양양군 도천면(지금의 속초시) 중도문리에 살던 유림 이석범이 고종 황제의 장례식(1919년 3월 3일)에 참석했다가 버선 속에 독립선언문을 숨겨 가져오면서 본격화했다. 도천면과 강현면 주민들이 함께 주도한 만세운동은 4월 5일과 6일 이틀 동안 도천면 대포리와 강현면 물치장터 등지에서 대규모의 시위로 발전했다.

대포만세운동기념관 내부. 대포만세운동의 과정과 주요 인물의 그래픽 패널 및 애니메이션, 중심 장소인 김종우가옥(이종국 생가) 모형, 독립유공자가 기증한 훈장과 훈장증 등이 전시돼 있다. 홍중식 기자
“돌아가겠다” 일제 경찰의 사죄

대포만세운동 관련 독립유공자들이 기증한 훈장과 훈장증. 홍중식 기자
김만중 팀장은 “이때 만세운동에 두려움을 느낀 순사주재소 수석 이시다 기사부로(石田喜三郞)는 시위 군중에게 허리를 굽히며 ‘일본으로 돌아가겠다’며 연거푸 사죄했다”고 설명했다. 조선 민중의 만세운동에 일제가 굴복한 것이었다.
도천면과 강현면 사람들은 일본 경찰이 완전히 굴복하자 다음 날인 4월 6일 양양군 양양읍으로 가서 만세운동을 펼쳤다. 양양읍으로 향한 도천면과 강현면 주민들은 진압에 나선 일제 군대의 저지선을 뚫고 양양읍 경찰서로 몰려가 만세를 불렀다. 이능렬 등 주민 대표들은 경찰서장과 군수에게 “양양에서 떠나라”고 요구했다. 결국 주민들은 “일본 사람은 돌아가겠다”는 일본 경찰의 회유에 속아 오후 늦게 도천면과 강현면으로 돌아왔다.

기념관 내 연표로 보는 만세운동. 홍중식 기자

대포만세운동 당시 양양군 도천면 대포 순사주재소 부근 일제강점기(1919) 지도. 국립중앙박물관

대포만세운동 계획을 짜고 태극기를 제작했던 이종국 애국지사의 생가(김종우가옥). 김만중 속초시 국가유산팀장
옥살이를 겪은 독립유공자들

대포만세운동기념관에 전시된 대포만세운동의 주요 인물 4명. 홍중식 기자
■ 이석범(1859~1932) : 양양 지역 만세운동 기획, 전개토록 한 인물. 4월 3일 양양경찰서 구금.
■ 이국범(1869~1931) : 이석범의 동생. 양양 지역 만세운동 주도. 징역 1년형. 건국훈장 애족장.
■ 이능렬(이재훈·1888~1951) : 이석범의 큰아들. 대포만세운동과 양양만세운동 주도. 징역 1년 8월형. 건국훈장 애족장.
■ 이동렬(이재형·1896~1961) : 이석범의 작은아들. 대포만세운동과 양양만세운동 주도. 징역 6월형. 대통령 표창.
■ 이종국(1876~1940) : 태극기 제작 및 대포만세운동 주도. 징역 1년 2월형. 건국훈장 애족장.
■ 이춘재(1878~1929) : 도천면 주민. 대포만세운동 주도. 징역 6월형. 대통령 표창.




















![[신동아 만평 ‘안마봉’] ‘두 손’ 든 대한민국 청년의 절망](https://dimg.donga.com/a/380/211/95/1/ugc/CDB/SHINDONGA/Article/69/26/5d/d5/69265dd520b5a0a0a0a.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