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에 가스라이팅 당해” 문제 제기하며 설립
진보성향 응답자↑ 경향…구조적 편향 가능성
조사·의뢰·해설 ‘김어준’으로 모이는 특수 구조
“자체 조사만 하는 여론조사기관은 공정성 취약”

방송인 김어준 씨가 2024년 1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여론조사 꽃은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설립 후 치른 전국 단위 선거(22대 총선·21대 대선) 여론조사 결과가 모두 도마에 올랐다. 여론조사 특성상 조사 시점과 선거일 사이의 시차, 표본오차로 인해 실제 결과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꽃은 모두 ‘특정 방향’으로 예측이 빗나가 논란이 됐다. 22대 총선 공표 금지 기간 전 일주일간 실시한 조사에서 2곳의 당락이 오차범위 밖에서 뒤집혔는데, 모두 민주당이 우세하다고 나온 지역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21대 대선의 경우 승패는 맞혔지만, 이재명·김문수 두 후보의 격차를 15.8%포인트로 예측해 여타 기관과 현격히 차이가 나는 결과를 내놨다.
진보성향 응답자↑ 경향…구조적 편향 가능성
여론조사 꽃의 발표에서 특정 경향성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동아’가 올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꽃의 매월 첫 정례 조사 18건(전화면접 10건·ARS 8건, 정례 조사를 하지 않은 경우 그달의 첫 전국 단위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함)을 확인한 결과 한 가지 경향이 관측됐다. 자신의 이념 성향이 ‘진보’라고 응답한 사람이 ‘보수’라고 응답한 사람보다 많은 경우가 12건(전화면접 7건·ARS 5건)으로, 전화면접과 ARS 조사방법에서 모두 60%를 넘긴 것이다.주요 여론조사기관과 비교해도 이 같은 경향은 두드러진다. 한국갤럽(전화면접)과 리얼미터(ARS) 역시 정례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갤럽의 경우 매월 첫 정례 조사에서 진보 응답자가 보수 응답자보다 많은 경우가 2건으로, 20%에 그쳤다. 리얼미터는 진보 응답자가 많은 경우가 1건(10%)에 불과했다. 앞선 세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는 1건을 제외하고는 중도 성향의 응답자가 모두 가장 많았다. 즉 여론조사 꽃의 경우 ‘중도-진보-보수-무응답’ 순으로,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경우 ‘중도-보수-진보-무응답’ 순으로 답변자 비중이 높았다. 자신이 진보성향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여타 기관에 비해 여론조사 꽃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관찰된 것이다. 이른바 하우스 이펙트(house effect·기관 편향)가 나타났을 수 있다.
여론조사 표본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를 기반으로 성별·연령·지역 비율을 맞춰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해당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후 가중 방식으로 조율하도록 돼 있어 표본을 조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론조사 꽃에서 유독 진보성향 응답자의 비중이 높은 것은 표본 설계의 문제라기보다 조사 단계에서 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구조적 편향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사·의뢰·해설 ‘김어준’으로 모이는 특수 구조
하우스 이펙트 가능성의 밑바탕에는 여론조사 꽃 특유의 운영 방식이 작동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관리하는 공적 여론조사는 조사 기관과 조사 의뢰자가 분리돼 있다. 예컨대 한국갤럽은 자체적으로 정례 조사를 하지만, 못지않게 수많은 언론 등으로부터 여론조사를 의뢰받는다. 여론조사 꽃은 다르다. 선관위에 등록된 모든 여론조사는 자체 조사로 진행하며, 그 결과는 모두 대표인 김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공표한다고 신고됐다. 실제로 김 씨는 매주 유튜브에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박시영 정치 컨설턴트와 조사 결과에 대해 논한다. 조사와 의뢰, 분석·해설이라는 여론조사의 세 축이 김어준이라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결합되는 특수 구조다.
여론조사 꽃은 연 12만 원의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에게 리포트를 제공하는 ‘후원제 멤버십’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여론조사 꽃 홈페이지 캡처
김 씨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가 225만 명에 달해 여권 스피커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크다. 여당 지지자 대다수가 직간접적으로 해당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전당대회 시기뿐 아니라 평소에도 여당 의원들이 그의 채널을 찾을 정도다. 12·3비상계엄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방송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처럼 여권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김 씨가 조사 결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평하면 시청자들은 여론조사를 ‘답이 있는 시험’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꽃이 구조적 편향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장)는 “선거여론조사 관련 지침에서 조사 기관만 밝히도록 규정한 것은 의뢰 매체가 드러날 경우 그 성향에 따라 응답자의 참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거 여론조사 기준은 “누구든지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에는 질문을 하기 전 조사 기관의 명칭과 전화번호를 밝혀야 한다(제7조)”고 규정할 뿐, 의뢰자 공개에 대한 내용은 없다. 여론조사 꽃은 자체조사만 하는 탓에 응답자는 조사 단계에서 사실상 의뢰 기관을 인지하게 된다. 이는 표본의 대표성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의뢰 기관과 성향이 다르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참여를 꺼리게 되고, 반대의 경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여론(輿論)조사기관’이라기보다, 여론(與論)조사 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후원제 멤버십 모델은 수익성 측면에서 두드러진 장점을 갖는다. 한국평가데이터에 따르면 여론조사 꽃은 2023년 6억3400만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표1 참조). 업종 평균(매출 10억3300만 원·영업이익 3500만 원)을 크게 웃돌 뿐 아니라, 상위 25% 기준(매출 13억4600만 원·영업이익 6400만 원)마저 넘어선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34.97%에 달해 업종 평균(2.69%)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같은 해 한국갤럽의 영업이익률은 7.29%였고, 리얼미터는 –1.75%를 기록했다. 신생 기업인 여론조사 꽃의 사업모델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수익성을 실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꽃의 사업모델이 공정성에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원 교수는 “자체 조사만 실시하는 여론조사기관은 그 구조 때문에 공정성에 취약하다”며 “다양한 매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여론조사기관은 끊임없이 신뢰성을 입증해야 하지만, 자체조사 기관은 그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론조사기관은 형식상 회사지만, 업계와 학계에서 ‘기관’이라 부르는 이유 역시 영리활동보다 공적 책무를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자체 조사만 하는 여론조사기관은 공정성 취약”
김 씨가 보유한 225만 유튜브 구독자 수만큼이나 그의 영향력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적지 않다. 여론조사 꽃의 조사 결과 역시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도 직간접적으로 활용됐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를 맡았던 2023년 여론조사 꽃의 결과는 여러 차례 당내 논의에 등장했다. 같은 해 2월 의원총회에서는 여론조사 꽃의 정례 조사결과지가 의원들에게 배포됐고, 3월에는 정청래 당시 최고위원이 해당 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재명 사퇴론’을 반박하며 흐름을 차단하기도 했다. 단순히 민심을 보여주는 도구를 넘어, 당내 권력 구도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 근거로 작동한 것이다.최근에도 김 씨의 여론조사가 여권의 의제 형성을 주도하는 듯한 사례가 관찰됐다. 김 씨는 7월 25~26일 여론조사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특별재판부 설치’ 찬반 조사를 실시했고, 이틀 후 자신의 방송에서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그는 “특별재판부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라 그냥 대놓고 물어봤다”고 말했다. 김 씨는 8월 8~9일 다시 특별재판부 찬반 조사를 진행했고, 불과 20일 뒤인 28일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특별재판부 신속 추진 결의’를 발표했다. 이후 “개인적으로 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특별재판부 설치라는 국민적 요구를 어느 누구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정청래 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의 발언이 이어졌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여론조사 꽃을 둘러싼 일련의 현상은 정치적 진영화가 깊어지는 과정에서 그에 발맞추는 조사기관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며 “진보와 보수 등 진영을 막론하고 유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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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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